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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Bedevilled 2010 한국

by librovely 201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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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면 병된다~
포스터의 넌 너무 불친절해는 명대사가 아니다...(괜히 친절한 금자씨만 생뚱맞게 연상시키고 말야...)
참으면 병된다~ 이게 바로 메인 멘트!



섬에서 계속 당하기만 하다가 갑자기 낫을 들고 복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에 대해 살짝 들었었다 약 한 달여 전에
그다지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이 영화 이야기를 들었고 검색해보니 평론가 평점이 무려 8점이 넘기에 바로 심하게 궁금하기 시작



김기덕의 조감독 출신의 영화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칸 영화제에 초정되었었고 반응도 좋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더 보고 싶었겠지...



하여튼 너무 궁금했다
사실 내용은 거의 다 알고 갔다
세밀한 건 모르지만 예고편을 보고 말았기에...섬에서 각종 착취를 당하다가 낫들고 복수하는 내용이란건 다 알고
갔다 그래도 영화는 흥미진진했다  내용의 뼈대는 너무나 뻔했지만 그 뻔한 내용을 잘 만들었다...



주인공의 연기가 그야말로 복남이에게 딱 어울리는 교과서적인 연기
얼굴 생김새도 약간 예쁘장하면서도 뭔가 촌스럽고 순진무구해 보이는...
이 영화는 캐스팅을 참 잘한 것 같다...아니 연기자들이 연기를 잘해서 그 역할에 딱 맞다고 느껴진걸지도
복남이의 도시친구도 딱 차가운 도시 여자의 표본...만종이와 철종이 형제도...제대로 꼴보기 싫은..ㅎㅎ
무엇보다도 철종이의 그 음침한 표정이란...



영화 초반에 나온 복남이의 도시 친구는 은행원
개인적인 도시의 외로운 노처녀의 삶을 보여주신다
누군가에게 구타를 당하다가 도망치고 차에 태워달라는 여자의 애원에 조용히 차창을 올려버리고
경찰서에 불려가서도 귀찮아하고 혹시나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제대로 증언을 해주지도 않는다
회사에서도 원리원칙대로 일하고 온정적인 태도로 일을 처리하는 후배에게 성적인 비하를 곁들여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하고 실수로 화장실 문을 열지 못하게 하고 간 화장실 청소 아줌마의 행동을 후배가 한 짓인줄 알고 급기야
뺨을 때리기도 한다  



보면서 나는 과연 얼마나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급한 상황에서 나에게 도움을 구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  무서운 사람을 대상으로 증언을 해야 한다면...
영화를 하면서 주인공의 비겁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보면 혀를 차기는 쉽지만 그게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같은 여직원이면서도 동료 여직원에게 성적인 방법으로 살아남으려고 하지 말라는 식의 말을 해대는 것을
보면서 또 그 말이 생각났다...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 오히려 여자끼리 더 여자를 비하하고 여자가 당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여자의 차별이 그토록 오래 가능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이런 짧은 일들은 복남이의 일을 대놓고 암시한다....
복남이는 노동력 착취 성적 착취...빼앗길 수 있는 것은 다 빼앗긴 채 살아간다...
딸도 누가 아버지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고...그 딸은 또 제 2의 복남이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딸마저 복남이로 키우기 위해 마을 할머니들과 만종철종 형제는 복남이 딸이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하고 책도
읽지 못하게 한다...복남이와 복남이 딸에게 교육이란 없다...단지 육지에 나가면 너 혼자의 힘으로 살 수 없다는
공포감만 주입하고 때 되면 때려서 복종 혹은 체념만을 키워갈 뿐이다...그런데 과연 지금의 교육은 불복종과 자유
뭐 이런 것을 잘 가르치고 있는걸까...




그리고 복남이의 딸이 의붓아버지 때문에 죽은 것을 알고서도 입을 다물거나 거짓 증언을 해댄 동네 할머니들
그리고 그걸 보고서도 입을 닫은 복남이의 도시 친구...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거나
오히려 그 부당한 대우를 당연시 하는 태도...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아니다...아니 이런 태도가 만연한 사회...
물론 나를 포함해서...나도 그런 인간이고 그래서 보는 동안 많이 씁쓸했다...부당한 일이 지속되는 건 그런 일을
저지르는 인간만 있어서는 불가능하다...그걸 묵인하고 오히려 당연시 하는 인간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
더 웃긴건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그것도 모르고 자신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본인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편을 드는 바보들이 있다는 것...



이 영화에서는 할머니들이 아닐까....
자신들도 섬에서 고생고생 하지 않았을까... 가장 표독스럽게 복남이를 핍박하던 할머니가 죽기 직전에 복남이
에게 하는 말이...나도 열 다섯 살에 이 섬으로 시집을 와서 어쩌고저쩌고.... 하긴 스스로가 당했던 일들이
부당하다고 인식했으면 더 견디기 힘들었을지도...그래서 그걸 외면하고 당연시하고 그러다보니 그냥 조용히
살아갈 수 있었고 그래서 본인이 나이가 들었을 때 비로소 성적 착취와 노동력 착취에서 다소 벗어나 다른 누군가
를 부릴 수 있을 때가 되자 자신이 당한 것들에 대한 분노와 체념 따위가 무의식적으로 복남이에게 향한 것일지도
왜...예전에 시집살이가 심하던 때에 시집살이를 심하게 당한 사람이 더 심하게 군다는 그런 말도 있지 않았나...




부당함....
부당한 일은 많이 일어난다...(뭐 이런 당연한 말을...)
선배님이 말씀해 주신 이야기가 떠오른다...30여년 전에 본인이 신입이었을 때 티셔츠를 입고 출근하자 직장
상사가 옷이 이게 뭐냐면서 매직으로 티셔츠 위에 선을 죽 그었었다고...그래도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고....
뭐 이런 사소하지만 지독한 일 말고도....요즘 뉴스만 봐도....특혜 채용이라...아 부당하다....어이없다....
그 사람들로 인해 그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음에도 떨어진 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가...
사기업에 존재한다는 낙하산이야 많이 들어봤으나....국가 채용까지도 이런 식이라니...상상도 못했다....
이런 부당한 일이 생길 때 남이야 뭐 내 알바 아니다...하고 넘어가면 바로 시크한 복남이 도시 친구나 마찬가지...
아니 솔직히..이런 일을 뉴스로 접하고서도 별로 놀라지 않는 사람도 있으리라 여겨지고 오히려 그러니까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나도 내 자식을 끌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인간도 없지 않으리라...그것도 능력이다...라면서...
나도 할 말 없다....나도 내 앞가림으로 눈앞이 막혀있는 인간...나만 신경쓰고 살기도 바쁜....나만 안 당하면
된다는 생각....그런데 나같은 인간이 있기에 어이없는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고....내가 죄인이구나...ㅡㅡ;
역시 사회 발전 아니 발전까지도 아니고 정상적인 사회가 가능해지려면 연대가 필요한 것 같다....
연대의식....내가 이런 단어를 자판에 올리다니...지나가는 도그가 웃겠구나...



영화 내용은 앞서 말했듯 너무나 단순하다...복잡한 구조도 아니고 무슨 음모가 숨어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보여준다...제대로...
복남이가 아이가 죽은 후 미친듯이 감자를 캐내던 장면
그리고 갑자기 일어서서 눈이 충혈되도록 태양을 쳐다보다가 낫을 들더니 복수를 시작하는 장면...
태양...살인...이방인이 떠오르는 대목...읽은 소설이라고는 이방인 뿐인데 이 책은 참 자주 떠오른다...
해를 한참 쳐다보니까 나에게 말을 거네....참으면 병된다...
태양을 쳐다보는 건 무슨 의미일까?



복남이의 시골 아낙네스러운 말과 행동은 참 재미있었다...어쩜 그리도 동작이....
친구가 배타고 들어올 때 양팔을 들어 맞아주는 장면부터 참 동작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감자를 미친듯이 캐내던 그 비장한 장면에서조차도 동작이 워낙 살뜰해서 웃음이 터졌다...
남편과 다른 여자가 방에 있는데 그 앞에서 우악스럽게 비빔밥을 먹는 장면도 참...연기도 그렇고 설정도....
복남이를 연기한 여자는 80년생이던데...참 연기를 어쩜 그렇게 실감나게....



또 인상적인 장면은 남편에게 아프지 말라고 된장 발라주는 장면....
그 장면에서 김기덕 느낌이 살짝 났다~~물론 이건 영화를 본 후 감독이 김기덕 조감독이었음을 알고 나서 하는
소리지만...수취인불명도 떠오르고....
마지막 부분에서 폭력배들을 외면했던 복남이 친구가 대놓고 그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위협받자
볼펜을 손에 집어들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복남이 친구가 강해졌구나..




19금이라서 그런지 다소 잔인한 장면이 있긴 하지만 그냥 견딜만하다 심하게 잔인하지는 않다(?)
맘에 드는 영화고...누구나 재미있게(?) 볼만한 영화??
하여튼 내 취향~





평론가 한줄평 중 가장 공감이 가는 평은
외형은 단순하게 속은 밀도있게  별점9개  김성훈
처죽일 것들을 처죽이다            별점6개  박평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