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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일상을 지나가다 - 이용재

by librovely 2010.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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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지나가다                                                                  이용재                 2010                이미지박스



이런 책 읽을 여유가 없는데도 제목과 슬쩍 훑어본 책 편집상태가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초식남 이야기인가보다
난 초식남을 본 일이 없다 주변에서
하긴 무슨남인들 본 일이 있겠는가



일상을 지나가다 이길래...
하루 하루 이렇게 놀았고 이런 걸 만들어 먹었고 이런 음악을 들었고 이런 생각을 했다는 그런 소소하면서도
구경하기 즐거운 것들이 나열되어 있으리라 기대했었는데 책을 펼쳐 읽어보니 무거운 내용이 시작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저자가 직장에서 해고 당하는 일...



해고 당하는 일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살면서 당할 가능성이 있는 끔찍한 일은 참 많다
친한 친구와 싸울 수도 있고 연인과 헤어질 수도 있고 가족이 아플 수도 있고 누군가 죽을 수도 있다
죽음과 병을 제외하고 그러니까...인간 관계상의 스트레스 중 가장 끔찍한 일을 나는 해고라고 생각한다
해고가 무슨 인간관계?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르겠다 나에겐 그것도 인간관계의 문제로 느껴진다...
소속되어 있던 집단에서 홀로 제거(?)되는....



친구와 싸우고 절교하게 되면 다른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연인과 헤어지면 새로운 연인을 만나거나 아니면 역시 혼자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하지만...
직장에서 해고되면 가장 기본적인 삶의 문제와 마주치게 되고 물론 해고와 생존이 별개인 사람들이야 큰 문제가
안되겠지만 나처럼 해고 당하는 순간 생존의 문제가 따라붙게 되는 경우...방법이 없다....



다행하게도 저자는 생존의 문제와 마주친 그런 정도는 아닌듯 하지만 그래도 터를 잡고 지내던 미국을 떠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는 계기 정도는 된 모양이다...그리고 역시 아마도 힘들었던 모양이기도 하고...
당연하다... 저자는 내가 느끼기에는 상당히 특이한 성격...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성격이라는 의미지 좋고 나쁘
다는 의미가 아니다...보통 성격이 특이하다는 말을 하면 그건 일종의 욕으로 느껴지는데...어쩌면 특이한 게
정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우리 사회에서 성격 무난하다...가 오히려 성격 이상하다는 소리가 되는 걸지도..?
라고 말하는 이유는 내 성격이 이상해서? ㅡㅡ; 내 성격은 이상하다고 보기 보다는 그냥 문제가 좀 있다는 정도로
넘어가자....근데 여태까지 살면서 성격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었던 것도 같다...며 물귀신스러운 생각을 하니
또 기분이 그냥 괜찮구나...




저자의 성격이 뭐가 특이했냐면....
이건 뭐랄까 상당히 실존주의적인 무언가가....참고로 난 실존주의가 뭔지 잘 모른다....ㅡㅡ;
그는 점심시간에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지 않고 손수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나가 혼자 먹는다
이상하지 않다...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간다...나도 그런 면이 많은 사람이니까...혼자 있는 게 편한 경우가 많으
니까 이해하는데 그런데 그런 생각대로 행동한 것이 신기하다....약간 부럽기도 하고....점심식사 말고도....또...
누군가가 저자와 친해지려는 태도를 보였는데 저자는 그걸 이상하다고 느낀 것 같다...음...이건 좀 나도 잘 이해가
안되는...뭐 그렇게까지 벽을 쌓을 필요가 있을까...나 또한 누군가와 친밀하게 구는 행동을 잘 못하고 가끔은
아무에게나 친절하고 붙임성 좋은 사람을 보면 오히려 거부감이 느껴진 적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친하게 지내
보려는 사람에게 저 사람은 대체 나에게 왜 저러나...라는 생각을 하는 건 좀 너무 냉정하고 그렇지 않나...
아닌가?



그런 면이 있으면서도 쿠키나 케익을 만들어서 직장 동료들과 나눠먹는 것을 보면 또 상당히 따뜻한 면도 있고
음...자세한 정황을 모르니 이러쿵 저러쿵 판단하는 게 이상한 짓 같다...글 좀 읽어보고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알겠는가...하여튼 워낙 글이 개인적이라서 자꾸 저자는 이렇구나 저렇구나 하고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요리가 취미이다...어릴 때 먹는 것을 좋아해서 심한 비만이기도 했었고 그래서 요리를 해서 식단도 조절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한 모양이다...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되지만 솔직히 난 초고도 비만까지 간 사람은 좀...
뚱뚱해서 보기 흉하다는 문제보다도 그렇게 심하게 몸이 망가질 때까지 방치했다는 것이....사실 근육이 잘 잡힌
몸이 보기 좋은 건 물론 말 그대로 보기 좋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그런 몸을 만들 수 있도록 꾸준하게 자기 관리
를 했다는 것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TV에서 식스팩 수술이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체지방이 적은 남자의 경우 배에 뭔가를 삽입하여 식스팩처럼 보이게 만드는 수술이 있다니...아...그건 아니다....
아무리 단단한 복근이 있더라도 그건 전혀 멋지지 않아....



하여튼 저자는 요리를 참 잘한다...정말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모양....그가 만든 쿠키와 케익을 보니 감탄이...
김치와 송편까지...사진도 잘 찍고 글도 잘쓴다....덕수정보고 맞은편 대학을 나왔다기에 찾아보니 한양대...
왜 대학 이름을 밝히지 않은건지...하여튼 한양대 건축과를 나온 모양이고 아마도 미국에서 돌아와서도
잘 먹고 잘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오기사도 그렇고 이 책의 저자도 그렇고 건축과 출신은 의외로
매우 섬세하고 여성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글이 전반적으로 약간 우울하지만....그건 내가 우울해서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르겠다..
진지하면서도 소소한 글을 나름대로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저자에게 다시는 해고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그런 일을 당하기에는 너무 여린 것 같기에....하긴 그런 일을 당해도 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ㅡㅡ;;












나는 단 한 순간도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조직의 일원으로서 스스로 제 몫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고 싶었다



언젠가 나는 죽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말을 심각하게 내뱉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심각해지면 피곤하니까 그리고 피곤한 건 질색이니까



대부분의 일들은 혼자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마음이 하나밖에 없어서 어려운 문제는 때로 어떻게든 해결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아니 모른다기보다는 그렇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거나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아마도 그걸 인정한다면 삶이 생각보다 혼자서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될까봐
두려워서는 아닐까? 아니면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무엇인가 혼자 해도 큰일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허무해질까
봐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좀처럼 혼자서 무엇인가를 해보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왜 음식에 그렇게 집착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나는 항상 왜 집착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음식이 사람을 정의한다 라고 말했다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애썼던 가장 큰 이유는 삶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였다



때로 나는 지상에 낙원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 서점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서점은 일요병을 다스리는 데 제격이었다



무엇이든지 누구든지 너무 가까워지면 또한 어려워진다
이건 나만의 문제일 걸까?



어디에서나 사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삶은 근본적으로 완벽할 수 없다
살다보면 짜증이 나게 마련인데 이 땅에서는 A라는 일 때문에 짜증이 난다면 그 땅에서는 A가 없는 대신 B라는 일
로 짜증이 난다
사람은 무섭게 적응하고 그렇게 무섭게 적응하고 나면 어디에서나 삶의 무게는 비슷해진다



내 손으로 부엌을 디자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덤덤한 흰색이나 스테인리스를 바탕으로 잡고 원색의 주방기기로
악센트를 준 공간을 생각했다



생일이랍시고 감상에 젖는 건 질색이다
그냥 감상에 젖는 게 싫은 건지 아니면 생일이 싫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명절에도 감상에 젖는 게 싫은 걸 보면 전자인 것 같다



대부분의 관계는 처음 맺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막을 내릴 때 더 허무하다
사람도 물건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거나 사라지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