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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사카에서 길을 묻다 - 이주호

by librovely 2014. 9. 11.

 

 

오사카에서 길을 묻다                                                   이주호           2012            디앤씨북스

비욘드 오사카 개정판

 

바로 이런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여행기 게다가 내용도 재미있고 마냥 무한 긍정모드도 아니고 아주 좋다

저자는 국문과를 나와서 그 분야 안에서 일하는데 월급도 못받고 나오기도 하고 힘들었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국문과가 취업 문제로 망설이게 만드는 과가 된 것 같다....

 

다 읽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다

다녀와서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거고 사전지식 없이 가는 게 더 잘 보는 방법일지도 몰라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책을 반납했다

개정판인 것 같은데 오사카 관련 책 중 가장 좋다..가이드북은 아니지만...

 

여행다니면서 속으로 한 생각들을 꺼내 놓는 식인데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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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빌려서 끝까지 읽었는데 앞부분은 되게 재밌었는데 중반부부터 재미가...ㅜㅜ

게다가 중반부부터는 아내와 동행을 시작...그때부터는 더 재미 없음....

역시 난 혼자한 여행기 취향임

아내와 동행하기 시작하면서 맘껏 많이 걷지 못하고 아내 눈치보느라 노심초사하면서도 행복해

하는 느낌이 보여서 묘했다...되게 좋아하나보네...음

 

 

 

 

 

 

 

 

여권에 일본 입국 스탬프가 하나씩 늘 때마다

아오이 유우 스피츠 산토리생맥주

마음에도 하나씩 찍혀 오는 것들이 있었다

 

혼자 남아야 할 시기가 내게도 올지 모르고 그때가 되면 기다릴 것이라곤 나마저 사라져야 할

날일지도 모른다 그게 두렵지는 않다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묵묵히 밥 한 덩이를 넘기다 보면

나도 라디오를 켜게 될지 모른다

삶의 쓸쓸한 외곽에는 라디오 주파수로 된 펜스가 있어 그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막아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적적한

상대적 고립감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혼자 있을 수 있는 술집을 찾고 싶다

 

이 아저씨 얼굴이 황석영을 닮았는데 내가 오래전 그 사람이 회장으로 있던 단체에서 일을 했는데

월급 반 년 치를 못받고 퇴사한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Mamalade의 Reflection of my life를 맹연습중이다

 

소녀라서 좋다는 게 소녀가 놀아줘서 더 좋다는 게 이 장사가 유지되는 비결이지 싶다

나는 저 소녀들이 메이드로 일하는 시간 동안 쌓였던 말을 어디서 풀어낼까 궁금했다

서비스 사회의 감정노동은 결국 다른 사람의 또 다른 특화된 서비스 영역에서 해결 나는 게

아닐까 싶다

 

재일은 그저 일본에 있는 이라는 의미밖에 없다

패전국이 된 일본은 조선인을 떠안을 의지가 없었다

그들은 사는 곳과 조국이 달랐지만 모두로부터 버림받고 차별받았다

그러면서도 일본 내 차별을 견디기 위해 조국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했다

 

도톤보리 강 다리에 여자들이 서 있으면 남자들이 말을 걸어요

보통 남자들도 있고 호스트 바 남자들도 있어요

그럼 여자들이 순순히 따라 나서냐고 물었다

네 그런 남자를 기다리려고 서 있던 거예요

 

도토루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신분 낮은 아이가 똑똑하면 반역의 씨앗이 된다는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금은 자신의 꿈에 대한 반역밖에 허용되지 않는 세상이다

 

어떤 영화를 찍었느냐보다 왜 그런 성적 취향을 갖게 됐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게이 감독처럼

노동조건을 말하기 전에 반드시 빨갱이가 아니라는 증명부터 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교포들에게 가장 좋은 직업은 교사에요

그런 직업에는 차별이 없거든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말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외국인 비자를 내주고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출국하면 재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

내 집 냉장고 야채가 썩어가고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아빠를 기다리고 있는데고

내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세금은 내지만 참정권은 없고 한국식 이름을 사용하면 취업에 제약을 받는다

 

비싼 돈 들여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왔으니 아침부터 취하고도 쉬고도 머물고도 싶다

하루 이틀 계획한대로 여행이 진행되어 가면 어느새 마음 속에선 대체 이 여행은 왜 온 걸까 하는

의문이 일어난다

인생은 삶의 위험요소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막상 위험요소가 줄어들게 되면 내 삶이 이렇게 흘러가도 되는 걸까 하는 의심을 일으킨다

안정된 삶이란 내 본연의 삶을 부정하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곧 권태라는 단어와 만나게 된다

 

한 해 한 해 늘려가도록 제도화해 가고 있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마트에서 번들 제품으로

가득 찬 쇼핑카트를 끄는 값싼 사치만으로도 또 다시 삶의 안락을 느끼고 만다 

 /74페이지까지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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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3년 빠르다는 패션의 동향

 

위 계층의 소비에는 아래 계층과의 차별이라는 미덕이 있고

아래 계층에게는 위 계층과 별반 차이 없지 않느냐는 눈속임의 미덕

 

하나의 현상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

플로베르

 

고행과 인간 멸시의 불쾌감뿐인 여행이었지만 나는 계획했던 감동을 위해 안 좋은 기억은 모두

폐기했다 감정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고 계획될 수 있다

 

강상중 교수의 책에는

사회 밑바닥으로 몰린 삶일수록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사적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들에게 남은 것은

목숨 하나 지키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일교포

교포는 그냥 교포가 아닐까요?

일본인으로 생각해주지 않는다

저는 나라가 없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됐지요

 

한의 정서

1920년대 초 일본 철학자 야나기 무네요시가 처음 말하기 전까지 누구도 입 밖에 꺼낸 적 없는 말

 

이런 게 여행인가

여행이란 이런건가

애초부터 도시를 여행지로 삼는다는 게 잘못이었을지 모른다

집을 떠나 남의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여정을 인간 말고도 행하는 동물이

또 있을까

 

나의 일본인 친척 마사키는 서울에서 택시비로 총7만원을 두 번에 걸쳐 지불했는데 두 번의 이동시간을

다 합쳐도 10분을 넘지 않는다

 

사랑의 자물쇠

이 중에는 족쇄가 된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가학적 사랑 같지만 확실히 커플링에 비해 새털처럼 가벼워 보인다

이벤트 비용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부처의 위엄 때문인지 부처님 믿으면 복 받는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불상의 몸뚱이는 대개가 두루뭉술해서 부처가 살아생전 세상 욕심 많이 부리다 갔구나 착각하게

만든다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는 건 언젠가 건설될 아파트 부지를 위해 언제든 내가 사는 집을 내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걷는 데 열중하고 있다는 것

생활에선 이렇게까지 나는 밀어붙일 만한 일이 없었다

나는 걷고 싶다는 것 조금만 더 힘들고 싶다는 데에 빠져 그대로 걷는다

 

통계상 팔도민은 새로 진 아파트에 살기를 원하며 한꺼번에 이것저것 다 때려넣은 마트에서 시간

때우는 걸 여가로 여긴다

 

여행이란 늘 자유롭다

자유는 그러나 가혹하다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 데보다 추구할 무엇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왔다

 

나는 내가 달라지지 않는 것이 두렵다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주변이 달라질 거란 기대 없이 살아가는 게 무섭다

이만하면 다행이라는 자족을 하게 될 때 정말로 그 정도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게 될 때가

올까봐 두렵다

 

이국의 문화 이색적 풍경보다 퇴근길에 술 한 잔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남의 나라에 와 있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관광객이 관광지 찾아가는 거야말로 자연스런 행차지만 남들의 일상과 마주하면

내가 일상에 있지 않다는 실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걷는 일만큼은 열중할 수 있었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으면 멈췄다

다음 날이 되어 걷기를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일정을 짜고 길을 나섰다

 

 

사는 일은 늘 초행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