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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 번쯤, 파리지앵처럼 - 민혜련

by librovely 2014. 9. 25.

 

한 번쯤, 파리지앵처럼                                       민혜련                       2014              21세기북스

 

출판사 이름만 빼고

책을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이 책 괜찮을 거 같아

읽어보니 내 예감은 적중했던거고 가볍게 재미있게 소소하게 읽으면서도 남는 건 있는 책

파리에는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

 

 

세계를 발견하려면 기존의 익숙한 수용방식과 단절해야 한다 - 메를로 퐁티

 

자유의 나라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아침 식탁에서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대부분 프랑스인의

생활이 잘 짜인 건축물의 설계도와 같다

잠옷 위에 걸치는 긴 로브를 입고 진한 커피를 내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를 내리고 달걀을 삶으면서 간단한 샤워와 화장을 마친다

입고 있던 로브는 벗어놓고 완전한 외출 복장에 구두까지 신고 주방에서 식구를 맞이한다

아침 식탁도 대충 차리는 법이 없다 접시 포크 나이프 냅킨 아주 커다란 국그릇만 한 커피잔까지

마치 고급 호텔의 테이블 세팅에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갓 구운 바게트와 크루아상 잼 과일주스

더 놀라운 것은 가정의 모든 구성원이 어쩜 그렇게 완전한 복장을 갖추고 식탁에 둘러앉는지

집에서 빈둥댄다고 늘어진 티셔츠나 무릎나온 반바지 차림으로 어슬렁 거리는 법이 없다

저녁 파티는 말할 것도 없지만 누군가가 방문해서 30분 정도 간단하게 차를 마실 때도 온 식구가

우아하게 정장에 스카프를 두르고 향수까지 뿌리고 등장한다

 

70대 중반을 넘긴 나이였는데 놀라운 것이 집에서도 언제나 단정하게 머리를 올리고 화사한

화장을 하고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으셨으며 귀에 반짝반짝 귀걸이를 하고 계셨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중년만 돼도 여성성을 버리고 아줌마가 되는 모습에 너무 익숙해 있지 않은가

 

삶의 격조란 이런 것이구나

우리처럼 경조사가 일종의 사회적 인사치레나 부조금 전달 등으로 그 진정한 의미가 잊히는 것과 달리

작은 엽서 한 장이었지만 진심을 담은 글로...

 

자연스레 섞여 살다보니 이성이라는 의미보다는 인간이라는 의미가 먼저 부각되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몸에 대해 너무 자유로운 대신 신체에 대한 금기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엄격

잘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아이 만지는 것을 싫어하고 아무리 어려도 길거리에서 성기를 드러내고

소변을 보게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사회적으로 19금 농담은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성을 하나의 주제로 하는 토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신 나름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뚱뚱하건 키가 작건 외모를 존중해주는 분위기

프랑스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할 수 있고 친구를 사귈 때도 나이보다는 서로의 기호나

대화가 통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나이가 60이라도 클럽에 가고 스무 살도 흘러간 샹송만 나오는 바를

찾을 수 있다

 

도무지 나이를 묻지 않는다 나이가 종교 학교 고향도 모르면서 몇 시간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태반

사회적 테두리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미

그들에게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할 이야기의 콘텐츠가 많다

최근 읽은 책이나 개봉한 영화 오페라 인생에 관한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대화의 주가 되다 보니

자신의 일상 신변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할 시간도 이유도 없다

자신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나 다만 대화의 모든 중심을 자신이나 가족 관계로 채우지 않는다는 말이다

 

친하면 자기 집에 묵게 한다 특별 대우를 해주지는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가슴 속에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너무 남의 삶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적정선을 유지하며 내부에 단단한 자아를 지키는 것

 

선진 이탈리아에서 예법을 들여옴

그 이전에는 고기를 칼로 자른 후 손으로 집어 먹고 공용 수건에 손을 쓱 닦았다

속옷이란 것도 없었다  축제 연극 연회 모드 카트린이 피렌체의 세련된 문화에서 도입한 것

 

프랑스에서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차이가 없다

지적 스노비즘의 전통을 지닌 프랑스인들

프랑스에서는 철학자가 영화를 만들고 해양학자가 만화를 그린다 그리고 가수가 소설을 쓴다

이 모든 것이 어릴 때 다양한 분야에 관한 문화적 소양을 쌓으며 창의력을 길러왔기 때문

 

진정한 상류사회는 미식에 준한다는 이들의 생활철학

돈으로 패션을 살 수 있어도 천박한 입맛은 바꿀 수 없기 때문

 

프루스트는 스노비즘의 연구 대상으로 언제나 거론된다

앙드레 지드는 프루스트에게 잘 보여 등단했지만 스노비즘에 질려 나중에는 싫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수백년된 수녀원 지하에서 아기의 유골들이 수없이 발견되는

 

이들은 일시적 사랑을 모험과 같다고 한다

탐험하고 즐기고 정복해야 할 그 무엇이라는 의미일까

프랑스에서 모험이라는 말이 일종의 사랑 경험을 말한다는 것

프랑스인들에게 있어 사랑이란 인생의 모험 가운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 같다

 

프랑스의 엄마들은 엄하다

길바닥이나 마트에서 아이가 떼를 쓰거나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면 가차없이 응징한다

무섭게 야단을 치는 것은 물론 뺨을 올려붙이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프랑스 부모들은 타인을 존중하는 공중도덕에 관한 한 아이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아주 어린아이들조차 어른과 함께 앉아 두 손을 놀려가며 포크와 나이프질을 한다

고급레스토랑에는 아이를 데려가지도 않는다 연주회에서 아이들을 금지하듯 레스토랑에서

받아주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프랑스 아이들은 고집을 부리며 떼를 쓰거나 어리광을 피우지 않는다

9시만 되면 잠자리로 가서 혼자 잠드는 아이들

 

간단한 쪽지시험이나 개인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숙제 등으로 성취도 측정

학교도 일주일에 4번 간다  게다가 방학도 길다

한 달에 5만원 정도면 누구나 과외활동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기교에 치우친 연주보다 다소 서툴러도 음악을 느끼며 표현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준다

학습을 피동적으로 집어넣으면 생각하거나 의문을 품을 시간과 여유가 없어진다

프랑스에서는 정말 공부 안 하는 친구들도 방학 때가 되면 여행 갈 지역의 역사 문화 음식에 관한

책을 사서 꼼꼼히 읽고 공부하는 준비가 습관화되어 있는데 그러한 습관이 시작되는 것이 초등학교

 

4지선다형 교육이 아니라 철저한 토론과 분석 종합 위주의 교육

하나의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가장 중요시된다

 

프랑스 사회의 톨레랑스는 외모에도 적용된다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은 사실 나도 부럽다

한국처럼 뚱뚱한 사람이 죄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나라는 없다

80이 되어도 여성임을 잊지 않는 프랑스의 할머니들은 정말이지 멋스럽다

젊음이 사라진 자리를 감각으로 메꾸고 있고 그들을 정중하게 마담으로 인정해주는 사회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나치 부역자 3만 명 이상을 처단했다

프랑스를 배신하는 것만큼은 톨레랑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부역했던 사람이 독립유공자로 둔갑할 수 있었던 허술한 우리나라의 뒤처리와는

비교된다

 

프랑스 여성들은 특별한 꾸민이 없다 화장기도 별반 없어 보인다 다만 날씬한 것만은 사실이다

자신의 몸 관리에 부단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도 이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수하고 자연스럽다는 것

대부분은 머리도 아침에 그냥 털어 말리고 나오는 것 같다

한국만큼 파마를 하거나 새치를 염색하지 않는다

개성이 강하다

 

현재는 프랑스가 향수의 종주국이지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들여온 것

목욕을 자주 할 수 없던 시대에 나쁜 냄새 없애기 위해 사용

 

루이 15세 시대 유행했던 화장법은 하얀 얼굴과 창백한 안색으로 여인들은 이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서양에서는 흰 살결 아래 비치는 푸른 실핏줄을 푸른 피라 부르며 귀족 가문의 자손을 상징하는

표식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 시대의 귀족들은 명문가의 자손임을 표시하기 위해 관자놀이와 목

드러낸 가슴 어깨 부분의 혈색을 파란색으로 두드러지게 화장을 했다

게다가 재미있는 것은 현대인에게는 애물단지인 눈 밑의 다크서클이 피부를 더 창백하고 애잔해

보이게 한다고 하여 일부러 이를 만드릭 위해 밤을 새우며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동공을 확대하기 위해 풀에서 추출한 독액을 안약처럼 넣는 위험을 무릅쓰기도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 자크 라캉

 

그들은 브랜드 제품들을 그야말로 1퍼센트의 상류층만 소유하는 중산층 이하인 자신들과는

무관한 물건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프랑스 루이뷔통 전체 판매량의 대부분은 일본 한국 중국

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완전한 자유는 고독과 색이 같다는 것

그래서 아름다운 자유의 도시 파리는 떄론 고독한 색을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