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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파리 로망스 - 이동섭

by librovely 2015. 10. 28.

 

 

 파리 로망스                                                     이동섭                      2015                   앨리스

 

파리에서 10년이나 지냈다니 축복받은 인생이었구나

이 책을 서점에서 다 읽고는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는데 저자는 교수인지 강사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대학교에서

학생도 가르치고 여기저기 강의도 가고 그러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한 것과는 사뭇 다른 외모였는데

나는 글에서 느껴지는 게 워낙 여리기에 뭔가 초식남(?)의 모습을 상상했었나보다 근데 뭔가 짙은 이목구비

특히 눈이 생각과 달랐다 책을 읽는데 무슨 외모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궁금할 수밖에

그렇게 어린 여자의 그것도 되게 예쁜듯한 그녀의 마음을 일시적이라도 어쨌든 빼앗을 수 있었던 건 대체 뭘까

궁금했었다 잘생기고 못생기고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떤 분위기 그런 게 궁금했던 거 같은데 처음 보고는

아 생각과는 다르네 했다가 또 보다보니 감수성 예민한 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는데 저자 외모 타령은 그만하고

 

책은 이미 읽어봤기에 그냥 다시 대강 발췌하고 싶은 부분만 찾아가며 훑어봤는데 글을 참 잘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아니 강렬했던 경험이 원인이라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글을 잘 쓰는 건 그 다음이고 일단

뭔가가 마음속에 일어나야 그걸 언어로 끄집어낼 수 있는거니까...나는 책을 읽으면서 모든 내용이 다 사실

이라고 생각했는데 검색하다가 알게된 바에 의하면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그런 이야기였던 거 같다 조금은

실망감이 느껴지면서도 또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끄덕거려지기도...읽으면서 이 부분은 좀 신기하다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그러 게 아마 허구일 수도 있는거겠지 얼마나 허구가 섞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여자를 만난 게 작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던 거 같다  끝이 났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는 행복했을

게 아닌가...글을 읽으면서 자꾸 롤랑 바르트가 생각났다 뭐가 그렇게 느끼게 만든걸까? 뭐는 뭐다 뭐 이런

식의 단정적이면서 짧은 문장들 때문일까? 이게 뭔소리야...ㅋㅋㅋ 하여튼 사랑이나 이별 이런 건 워낙 다른

책이나 영화 노래 가사에서 주구장창 다루던 주제기에 어지간하면 식상하고 그래서 유치하게 느껴지기 마련

인데 이 책의 표현은 색다른 게 많았고 또 그게 무척이나 핵심을 찌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물론 나는 뭐가

핵심인지 알 수가 없다...알 수 없어요...

잠시 생뚱맞게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타임...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搭)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 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이 부분이... 이 책의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으나 언제나 나와 함께였다 부재로써 가득히 존재하는 그녀는 내게 신과 같았다

이 부분과 뭔가 느낌이 비슷한 느낌적인 느낌이...사라졌지만 그래서 더 그 존재의 의미로 가득 채워버린...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어 파리에서 타올랐고 그렇게 파리에서 활활 태운 후 이제 상실하였음을

끝이 남을 받아들이기로 한걸까

 

둘이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는 그런 스토리는 사실 뭐.... 그냥 그래...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건

저자는 그게 뭔지 아무리 생각해내려 해도 핵심이 아닌 것들만 떠오른다고 했는데 뭐 별 거 없다고 생각

한다...어려서 예뻐서 좋은 거 아니었을까 물론 아니라고 하겠지만...어리다고 예쁘다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리고 예뻐서 좋긴 좋은 거 아닌가 이건 또 뭔 소리인가...하여튼 그런 스토리보다는 헤어짐

으로 힘들어하는 그런 내용들이 인상적이었다 상상 속에서 느껴보암직(?)한 그런 감정들을 저자 덕분에

좀 더 생생하게 간접경험....ㅋㅋㅋ 

 

책 표지도 예쁘고 사이즈도 좋고 편집상태도 좋다 보자마자 달 출판사인가 했는데 아니네...앨리스네...?

유사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일으킬지 아님 별로 신기할 거 없는 책으로 느껴질지 궁금하다

나는 재밌게 읽었다

뒷부분에 파리 소개하는 부분은 이상하게 재미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도 궁금하다

그녀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이 책은 읽었을까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후회할까 아님 왠지 으쓱할까 아님 찝찝할까 혹시 끔찍할까

정말 전남자친구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저자를 사귄걸까 아님 핑계일까

이런 감수성 터지는 남자의 마음을 이렇게도 흔들어 놓은 그녀니까 어딘가에서 또 누군가를 그렇게

만들고 계시겠지...?

 

 

 

 

사진...사진이 아주 맘에 들었다

멋진 사진이 정말 많았다

 

 

 

 

 

 

 

 

 

 

 

  

 

파리에서 풍경을 흘러가는 시간으로 마주했다 시간의 공백이 생기면 그녀의 얼굴과 기억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녀 없이도 삶은 계속되었지만 나의 매일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으나 언제나 나와 함께였다 부재로써 가득히 존재하는 그녀는 내게 신과 같았다

 

그 아이와 마지막으로 마셨던 커피 잔을 카페에서 가지고 나왔었다

 

이것은 비밀이다 내가 겪은 일이고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녀와의 만남은 내 인생에서

가장 뜻밖의 사건이었다 우연과 오해로 시작되었고 모든 이들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 그것이 우리 사랑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다

 

나와 그녀 사이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어졌다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고 모든 비밀은 언젠가는

타인에게 읽힐 편지라는 말이 기대어 나는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몇 년 전 여름 오후 카페 라셰즈의 구석자리에서 내 사랑은 끝났다

 

이별은 하나이나 이별의 이야기는 둘이다 이것은 나의 이별 이야기다

 

모든 일은 끝에 이르러야 그 처음이 또렷이 떠오른다 사랑도 그렇다

 

지금까지 몇몇의 여자에게 설레었으나 크리스틴 앞에 섰을 때 설렘의 강도는 과거의 경험 따위

모두 잊힐 만큼 압도적이었다 설렘이 곧 사랑은 아니다 나이 차가 많이 났기에 우리는 사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 아이는 무얼 하고 있을까?

 

설렘이 사랑이 아니듯 헛헛한 보고 싶음이 이별은 아니었다

돌아갈 곳 없는 마음의 절망이 이별이었다

 

이별이란 함께했던 과거가 아닌 함께하지 못할 미래의 상실이다

우리는 함께 늙어가지 못한다

 

이제 크리스틴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다 라는 문장을 오늘도 쓰지 못했다

 

만약 내가 그녀에게 ....  했더라면?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발목을 잡히고 미래를 가정법으로만 말해야 하는 것이 이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는 내게 여자 이상의 존재였다 무엇보다 나다움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대한 첫 사람이었고 비로소 나는 나를 직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삶의 이유이자 근거였다

 

행복한 사람은 일기를 쓰지 않는다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아이의 무엇에 반했을까 젊음 예쁨 웃음 장난기 그 모든 것에 분명 나는 끌렸다

하지만 짐작되는 요인들을 모두 합쳐도 맞아 그래서 내가 그 아이를 사랑했구나 라고 완전히

수긍되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린 느낌이다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한 나이와 세상에 더 이상 기대를 품지 않는 나이에 우린 만났다

나이로 사랑하지 않고 사랑을 나이에 묶어두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연애를 꿈꾸는 나이와 그런 사랑은 없다고 믿는 나이에 만났지만 그것이 문제였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나이 차를 핑계로 나는 자꾸만 뒤로 물러섰다

 

미안해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 말은 참담하다

그 말은 더이상 우리가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기 때문이다

 

남자는 자기만의 장소를 가진다 사랑에 빠지면 그곳을 연인과 나누고 싶어진다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과거 하나 쯤은 있기 마련이다

주머니에서 꺼내 버릴 수 없는 미련이 있듯이

 

나는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그녀를 사랑했던 나를 잃어버려야 했다

잊음은 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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