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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십자군 이야기 1 - 시오노 나나미

by librovely 2012. 3. 20.




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2011             문학동네


읽을 지 한 달은 된 것 같다...아직도 책이 내 옆에 있고...
시립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아니라서 여태까지 집착(?)하며 붙잡고 있었구나...내일은 반납을 해야...


로마인 이야기는 4권까지 읽었다...블로그를 보니 3권까지만 글을 썼는데...그 글은 블로그에 올리려고 썼던 것도
아니고 혼자 다시 읽어보려고 싸이월드에 썼던 글인데 퍼다 나른 것이었고 아마 2006년에 쓴 글이니까 내가 29살
음 나도 20대 시절이 있던거였어..ㅡㅡ;  하여튼 시오노 나나미 아줌마와 만난 것도 참 오래 전 일이구나...
4권까지만 읽고 그만 둔 것은...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그렇다고 딱히 쉽게 읽히는 것도 아니었고 또 다른
책들도 많으니까...어쩌면 독서 애송이(?) 시절에 읽은거라서 좀 진득하게 읽기 힘들었던건가?


하여튼 로마인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로마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가장 큰 즐거움은 독특한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그러나 오래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책 이름을 듣고는 갑자기 궁금해졌다...무슨 내용일까...? 그래서 보자마자 집어들었는데...


로마인 이야기에 비해 술술 읽힌다...어렵고 뭐고 따질 필요가 없이 단순 명료한 문체...약간 건조하면서도 살짝
웃긴 시오노 나나미의 문체가 아주 매력적임...번역본을 읽고 있으나 그래도 느껴진다...특유의 문체가...
책 날개에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 사진이 있는데 옷이 참...푹 파였다...상당히 나이는 많은데 팔찌 목걸이 반지에
세련된 어깨선의 옷까지...그리고 살아있는(?) 눈동자와 표정 자세...이 할머니 참 마음에 드네...멋지구나....
70살이 넘은 나이에도 자료조사를 하며 이런 책을 쓴다는 것이 멋지고 존경스럽다...원래 이탈리아를 좋아한건지
거기에 체류한 지 오래인 것 같다...인세로 돈도 엄청 벌었을테니...살고 싶은 곳에서 살면 될 일 아니겠는가...
멋진 인생이네...


로마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좀 애매한 느낌이 들지만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엔돌핀을 솟구치게 만들었다...정말 재밌다...과장하자면 읽다가 덮어놓고 좀 아끼다가 다시 읽고 그랬다...
보에몬드와 탄크레디가 가장 인상적이고 멋졌다...보에몬드는 머리도 좋아 전쟁도 잘하면서 외모까지 출중하고
대범한 성격까지...읽은 지 오래 되어서 가물가물...하지만 캐릭터 하나 하나 아주 재미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기저기 제후들이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모여 예루살렘을 이슬람 문화권에서 독립시킨다는
성스러운 목표 아래 이동하며 정복을 시작하는데...아주 그 과정이 재미있다...사람을 죽이는 전쟁이야기를 읽으
며 재미있다는 표현을 쓰면 안되는 것 같지만...이 책은 전적으로 정복하는 사람 입장에서 쓰인거지 개개인의
잔혹한 삶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나도 그런식으로만 생각하고 즐겁게(?) 읽어댔다...


초반부에 터키 이스탄불 그러니까 콘스탄티노플을 거쳐가게 되는데 이 때 콘스탄티노플 왕이 너희들이 땅을
정복하는 경우 너희는 나의 부하 입장에서 정복을 하는 거라는 서약을 쓰게 하는데 이 제안에 대처하는 제후
들의 행동이 다 제각각이라서 볼만하다...성격이 나오는 셈...터키 그리고 나중에는 이집트도 등장해서 뭔가
나에게는 더 흥미진진한 기분이 들었고... 십자군 전쟁을 시작하기 전의 교황과 왕의 관계 따위부터 설명을
시작한 것도 재미있다는 생각...이름이야 거창한 성지 탈환이지만...사실 그래봤자 시작은 인간인거지...


어쨌든 한니발때도 느낀거지만...
돈 여자 권력 이런 것에 목숨을 건 것이 아니라...성지 탈환을 위한 전쟁에 목숨을 건 여러 명의 제후들이
너무 너무 신기하고 멋져서...읽는 동안 아주 행복했다...ㅡㅡ; 심지어 그들이 가상의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다니...아...인간은 참 멋진 존재...


1권에는 1차 십자군 전쟁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죽는 이야기가 나오고...
2권에는 누가 나올까... 2권까지는 출판이 된 것 같은데...3권이 완결권인 것 같은데 그건 아직 안 나온 것 같고...
짧은 3권짜리 라서 그런지 사실 스토리가 아주 자세하지는 않다...하지만 전쟁을 할 때 어떻게 길을 막고 어디를
누가 맡고 어떤 식으로 침입했는지 따위가 지도와 함께 간단 명료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참 재미있다...
뭐 다른 표현이 없다...재미있다...여자인 내가 전쟁에 아무 관심없는 내가 봐도 재미있으니 누가 봐도 재미있을 책
같은 역사에 바탕을 둔 소설인데도...람세스 따위와는 비교가 안되는 책...그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소장하고 종종 읽어대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보에몬드의 일화 부분에 줄을 그어놓고 가끔 꺼내 읽으면서 다시 만나는거지...
뭔가 비호감인 레몽도 가끔 만나주고...젊음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 준 탄크레디도 만나고 민중 십자군을 이끌고
다니다가 죄다 죽음으로 몰고간 어이없는 은자 피에르도 만나고 뭔가 얄팍한 느낌을 주는 터키 황제 알렉시우스도
만나고...하여튼 예루살렘을 그리스도교도의 땅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인생을 건 사람들이 신기하다...
물론 믿음 없이 따라간 보에몬드 같은 제후도 있긴 하지만...
그리고 그들의 종교적인 의도를 한참동안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이슬람교도끼리도 속이고 싸우던 것도 웃기고...



2권을 빨리 읽어보고 싶다....













연설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감동했다
군중 사이에서 자연스레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Deus lo vult 라는 함성이 터져나왔고


보통 제후들의 외모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어 알기 어렵지만 풀리아 공작 보에몬드만은 예외다
여자들이 그의 외모를 묘사한 글이 남아있는데 이 보에몬드라는 남자는 이상하게 여자들에 인기가 많았다

게다가 그리스도교도뿐 아니라 적인 이슬람교도 여자들한테까지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비잔틴 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 만난 황제의 딸 안나 콤네나의 눈에 비친 마흔일곱 살의 보에몬드는
다음과 같은 남자였다
전체적으로 키가 큰 유럽에서 온 제후들 속에 섞여 있어도 머리 하나만큼은 더 크고 금발이며 몸은 마른 편이나
탄탄한 체격이다 파란 눈으로 쏘아보듯 사람들을 바라보고 당당한 행동거지는 자존심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며
거친 성격이면서도 냉정하고 교활하다 그러면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긴다


여자란 결혼 상대를 고를 때는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 있고
신뢰할 수도 없는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도 미워할 수 없는 남자에게 끌리는 법이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험에 나서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유의 남자는 여자에게 나이와 종교의 차이를 넘어 그저 남자로만 보이는 존재이다
성도 예루살렘의 해방이라는 글로건에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 것쯤은 여자에게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입을 다물어버린 황제를 보고 보에몬드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탁상에 놓인 서약서를 자기 앞으로 가져다가
제깍 서명했다 서약같은 것을 전혀 믿지 않는 남자에게 그것을 요구한 황제 알렉시우스가 오히려 어리석어
보이는 장면이다


천 명 남짓한 병사만을 이끌고 어떻게 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탄크레디는 킬리키아 지방의 도시라는 도시는
모조리 정복해나갔다


얼마전부터 보에몬드는 탄크레디를 제외한 어떤 제후에게도 알리지 않고 은밀하게 어떤 책략을 꾸미고 있었다
그것은 안티오키아 내부에서 아군이 될 만한 자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총독의 아들은 안티오키아가 함락되는 대 혼한 속에서 산 위의 성채로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안티오키아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점이 아직 이슬람의 수중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보에몬드는 식량 저장고를 불태워버린 것에 낙담해 있는 동료들을 뒷전으로 하고
산 위의 성채를 포위하는 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데마르 주교가 죽자 제후들은 모두 슬픔에 빠졌다
보에몬드 조차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필요할 때는 직접 병사를 이끌고 최전선에서 싸웠고 (성직자도 전쟁에서는 나서서 싸우는...)


기분이 좋아진 레몽은 최연장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제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다
38살의 고드프루아에게 1만 솔도
44살의 나이를 생각해 노르망디 공작에게 1만 솔도
33살의 플랑드르 백작에게 6천 솔도
23살의 탄크레디에게 5천 솔도
48살로 이들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보에몬드에게는 물론 한푼도 주지 않았다
레몽이 호쾌하게 선물을 뿌린 것에는 그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속마음이 있었겠지만 그것이 성공
했는지는 의심스럽다 주니까 고맙게 받기는 했지만 제후들은 그렇다고 레몽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할
만한 남자들이 아니었다


마아라트 알 누만에 주둔하고 있던 레몽의 부대 병사들이 살해당한 주민의 인육을 먹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레몽은 제후들에게는 선물까지 주었지만 부하 병사들은 그대로 내팽개쳐둔 모양이었다 그래서 주민도 없고
먹을 것도 전혀 없는 도시에 방치된 병사들이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시체에 손을 댄 것이다
레몽은 불상사로 얼룩진 도시 전체에 불을 질러 다 태워버리게 했다
이 사건 때문에 이슬람측에 그리스도교가 식인종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레몽은 모든 것을 잊고 싶었던지 그길로 예루살렘을 향해 남하하기 시작했다
제후들과 예루살렘으로 떠나기로 정한 4월 10일 부활절보다 석 달이나 이른 1월 중순에 출발해버린 것이다
겨울에 행군하는 어려움을 생각할 여유조차 잊어버린 듯했다


조건을 내건 이슬람측이나 받아들인 그리스도교측이나 이 '평화롭게' 라는 조건을 샤이자르와 하마를 비롯한
각 도시를 공격하지 않고 '평화롭게' 들어가되 그 근방은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던 건 마찬가지
였던 것 같다
그래서 십자군은 교외를 행군할 때 방목된 양을 거침없이 빼앗아 '평화롭게' 들어간 도시에서 팔고 그 돈으로
말을 샀다 안티오키아 공장전 중 식량부족으로 말까지 먹어치운 탓에 말을 탈 수 없는 기병이 절반이나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평화롭게' 천여 명의 기사는 다시 기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오리엔트 사람들은 서양의 중무장한 기사단을 본 적이 없었다
십자군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중무장한 무리다 게다가 중세유럽의 투구는 기사의 얼굴을 완전히 가린다
즉 사람보다 기계에 가까운 섬뜩함을 풍겼던 것이다
게다가 허리에는 장검을 차고 왼손에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는 큰 창을 든 모습이다


다만 탄크레디는 행군에 함께하지 않았다 병사들을 데리고 베들레헴으로 돌아간 것이다
베들레헴의 영유권을 굳히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 젊은 장수는 전투감각도 있고 행동도 과감할 뿐 아니라
그에 더해 앞날을 읽는 능력도 갖추고 있었던 듯하다
예루살렘에 도착하는 날을 사흘 늦추면서까지 그가 베들레헴으로 돌아간 것은 예루살렘을 놓고 벌어질 공방전에
대비해 다량의 군량을 징발하기 위해서였다 일찌감치 포진을 끝낸 십자군 진영에 사흘 늦게 도착한 탄크레디
부대는 밀가루 포대를 가득 실은 짐수레를 이끌고 살아있는 식량인 양떼를 몰고 나타났다


십자군 모든 진영에서 사흘간 단식하고 그 사흘동안 매일 모두 맨발로 예루살렘 성벽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이렇게 그리스도 전사들은 그리스도교식으로 말하자면 속죄
동양에서 말하는 목욕재계
내가 보기에는 집단 세뇌를 마쳤다
사흘이 되는 날 저녁 속죄를 마치자 지금까지 사람들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말다툼을 하던 사이였던 레몽과
탄크레디가 우애의 증거로 서로 껴안았다 그걸 보면 나름대로 효과느 있었던 모양이었다


예루살렘 시내에서는 안티오키아 함락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잔혹한 참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유럽에서 온 그리스도교 입장에서는 유대인도 이교도다
그래서 십자군 병사들은 사람이 보이기만 하면 닥치는대로 죽였다
붙잡아 노예로 파는 것조차 그날 그들의 머릿속에는 없었던 듯하다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에 이교도는 한 사람도 남아 있어서는 안 되었다



탄크레디 이 스물네 살의 젊은 장수는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정복해나가고 있었다
우선 주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도시는 대개의 경우 탄크레디가 다가오기도 전에 미리 도망가버렸는데
그는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도망간 주민의 귀환을 인정해주겠다고 알리게 했다 다만 이들은 이제
예루살렘 왕국에 속하며 그것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매년 연공을 내는 조건이었다
주민이 그리스도교인 경우 가톨릭교회가 이단시하는 그리스도교도였고 카톨릭만 인정하기로 한 이런
이들은 추방했지만 탄크레디는 그에 따르지 않았다 이들도 예전처럼 계속 같은 곳에 살게 해 준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도시의 정복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고 그중에도 저항하는 도시도 있었다
하지만 24명이라는 적은 병력으로 그것도 상당히 넓은 지역을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그런 도시가
소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르수프측은 교섭에 들어가기 전 그것이 시간 벌기가 아니라는 증거로 인질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고드프루아는 부하 기사 다베네스를 보냈다 자기 동생이라고 속이고서
동생을 인질로 보내는 것은 고드프루아의 버릇이었지만 그의 곁에는 동생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아르수프측은 예루살렘 왕의 동생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교섭이 결렬되었다
아르수프에 사는 이슬람교도는 단호한 항전을 결의했고 인질 다베네스를 성벽 위에 매달아 놓는 것으로
그 의지를 표명했다
다베네스가 자기는 상관말고 공격하라고 외치지 않았어도 프랑스인보다 독일인에 가까운 고드프루아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큰 상처를 입지 않도록 주의했지만 인질의 안전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양 다베네스를 향해 화살을 쏜 것을 보면 말이다
이에 놀란 것은 아르수프측이었다 그들은 피를 흘리는 다베네스를 성벽 위에서 끌어내려 상처를 치료했다


프랑스 왕 필리프는 프랑스 국내에서 십자군 병사를 모집하고 싶다는 보에몬드의 요청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하지만 보에몬드가 프랑스에서 얻은 가장 열렬하고 강력한 지지자는 여자였다
블루아 백작부인 아델라는 홀몸인 보에몬드에게 적당한 여인을 짝지어준 것
이듬해인 1106년 봄이 끝나갈 무렵 쉰여섯 살의 보에몬드는 결혼을 했다
정략결혼일지라도 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대에는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변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보에몬드가 탄크레디에게도 아내를 찾아주었다는 사실이다
심지가 곧으며 미남이기도 했던 탄크레디 곁에는 아름답고 강인한 젊은 아내가 붙어있게 되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십자군의 제1세대가 만들어내고 확립한 십자군 국가를 그후의 사람들이 어떻게 지켜내는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