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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

[대학로] BUNKER1 벙커1

by librovely 2013. 1. 30.

 

여기가 카페 맞나?

벙커1

벙커 몇까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벙커1에 또 갔다

고미숙이 누군지 몰랐다...난 잘 모른다...어쨌든 아는 거 많은 사람이라서 재밌을거라는 말을 듣고 즐겁게 갔다

지난 번에는 주말이어서 그런건지 평일에 가니 30분 정도 일찍 가도 자리가 많이 있고 나중에 온 사람도 자리는 있었고..

 

여긴 따로 돈을 내지 않기에...가면 그냥 음료를 하나 마시면 자리 값을 낸 셈인가? 아님 책이라도 사야 양심적인 것인가?

엥겔지수 높은 나는 음료만...이번에는 '시바...닐라 라떼'를 마심... 바닐라 라떼에는 바닐라 시럽이 들어가나?

근데 바닐라는 대체 뭐지? 뭐가 바닐라인가? 그냥 향 이름인가?

맛은...진하고 괜찮았으나 체인 카페에서 파는 바닐라라떼와는 뭔가 살짝 다른...? 뭐가 달랐던 걸까?

 

 고미숙을 처음 봤다...잠시 검색하니 고려대 출신인데...동행인 말로는 이젠 프리랜서라고...

교수 임용에서 탈락된 것을 계기로 다른 곳에 소속되었다던데...들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미숙은 정말 교수님 외모...프리랜서라지만 어쨌든 외모만은 교수님이셨다...동행인에게 물어보니 미혼이고 나이는...

50 가까운??  고전을 연구하는 모양이고...요즘은 명리학에 빠져있다던데...그게 나도 좀 들어보니 혹~ 하던....

기독교인 내가 접근하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어쨌든 궁금...그게 사주팔자...뭐 이런 것과도 관계된 듯한..

 

어떤 책을 출간했고 그 기념으로 하는 강연회...

연령대가 높았다...40대 50대도 많았고...20대는 적었고 30대는 적당히 있었다... 스캔해보니 공부하게 생기신 분들...

그러니까 집에서 골치아프거나 지루해 보일 책을 취미로 읽게 생기신 분들이 상당 수....

나는? 나는 여기 왜 가서 앉아있는지 알 수 없는 사람...하는 얘기마다 다 금시초문....역사...고전...이런 쪽으로는

초졸 수준도 안되니 뭘 아는 게 없고 사전지식 전무...가서 앉아서 들으면서 나의 무식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동인 서인 사림파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하는데...저렇게 설명을 들었다면 내가 학교 다닐 때 그런 수업을 들었다면

이 꼴은 아니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탓이 아니라 나의 역사 스승님들 탓으로 돌리며 평정심을 되찾고 강의를

들었다...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으나 재미는 있었다(뭔소리인지...?)

고미숙은 생각보다 살짝 유머러스...꽉 막힌 고지식한 느낌은 아닌...말도 대충 툭툭 던지고...

 

내용은 윤선도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난 그의 시조...모른다...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알지도 못하는 시조에 대한 설명과 또 그가 꾸며놓고 살았다던 처음듣는 보길도라는 섬... ㅡㅡ;

학교 다닐 때 배우긴 한걸까? 문학 시험은 그래도 공부를 하고 보는 편이었는데 단기기억에만 잠시 머문 휘발성 공부...

였던 모양이지...

 

오우가(五友歌)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빛이 맑다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바람소리 맑다하나 그칠때가 많은도다
맑고도 그칠 때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일로 피면서 쉬이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른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은음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이피고 추우면 잎지거늘
소나무야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
지하의 뿌리 곧은 줄을 그것으로 아노라
 
나무도 아닌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느냐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좋아 하노라

 

 

다섯 친구가...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 음...

윤선도는 변하지 않고 곧은 것들을 좋아한건가...  누가 변해서 상처받았나?  ㅡㅡ;

글자 수가 딱딱 맞으니 뭔가 개운하고 멋지긴 하네... 근데 사실 내용은 그냥 그냥 그러네... 좀 뻔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냥 그냥 그런 이유가 윤선도가 이런 식으로 한글을 사용해서 이미 내가 익숙해져서 그렇다는건가?

 

고미숙이 그랬다...우리의 무의식에 저런 선구자(?)의 한글에 정서를 집어 넣은 것들이 새겨져서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 정도로 한글에 우리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거라고... 그런 맥락으로 영어에서 셰익스피어가 중요한 것이고

 

이 시점에서 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생각났다...

네가 입은 그 블루는 단순한 블루가 아니란다
그건 터쿼즈 블루가 아니라 정확히는 셀룰리언 블루야
2002년에 오스카 드 랜타가 셀룰리언 블루 가운을 발표했지
그 후에 입생 로랑이, 그 사람 맞지? 밀리터리룩의 셀룰리언 블루 자켓을 선보였고
연달아 8명의 다른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 셀룰리언 블루가 등장하며 전성기를 열었지

그 유행이 끝나자 셀룰리언 블루는 백화점에서 할인매장으로
다시 끔찍한 캐주얼 코너로 넘어가서 결국 너에게 까지 도달한 거야

 

 

그리고 윤선도가 저런 시를 짓고 유배도 당하고 그랬는데...사실 알고보면 엄청난 부자였다고 한다...

그 부자가 된 것도 신기한데 차남으로 태어나 자식 없는 작은 아버지 양자로 들어갔는데 또 장남이었던 큰할아버지가

자식이 없어서 그 양자로 들어간 작은 아버지가 그 쪽으로 또 양자가 되어 들어가서 결과적으로 윤선도가 가문의 대를

잇는 장남이 되었고 원래는 여자도 유산을 나눠 받았는데 이 즈음 윤선도 소속인 해남윤씨가 장남이 많은 재산을 물려

받게 풍속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어쨌든 그 혜택을 윤선도가 받음...결론은 윤선도는 돈이 엄청나게 많았다는...

그래서 그 돈으로 보길도도 조경사업(?)을 대대적으로 해서 꾸며내고...

 

뭔가 곧은 정신이 담긴 시조 따위는 돈 한 푼 없이 추운 방에서 대쪽 같은 정신으로 써내려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는 것... 뭔가 창작하려면 어쩌면 여유로운...그러니까 밥벌이 걱정이 없어야 가능한 지도 모른다는...

 

윤선도는 이리 저리 적이 많았는데 그 당시 검소한 것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다르게 조경사업을 비롯해 노는 것에 많은

돈을 투자했었고 그게 두고두고 10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리고 또 하나 웃긴 건 병자호란 때 싸우러 사병을

이끌고 올라가다가 이미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돌아가며 제주도에 가서 처박히리라 했는데...가던 중 보길도를

우연히 보고 거기에 정착했다는 것...그리고 가는 도중 배에서 하녀 하나를 건드려서 또 욕을 드셨는데 그 때 상소문을

길게 썼다고 한다... 그 여자는 어리기도 하여 더 그랬던 것 같은데...사실 별로 예쁘지도 않았다고도 썼다는데..음...

 

고미숙이 그랬다...뭔가 빠져있는 대상이 없느냐고...그게 없으면 불쌍한거라고...있으면 그 사람에 대해 평전 쓰기를

시도해보라고... 근데...평전...그러니까 어느 인물의 일생을 따라가는 일을 하다보면 환상이 다 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윤선도는 뭐 나름대로 다혈질이고 애국심도 있고 매력이 있기도 하나...좀 추한 면도 많다는 느낌이...

그냥 보길도를 꾸미기 위해 노역을 시키거나 자기가 놀려고 이것저것 꾸며놓고 노래와 춤을 시키고 그런 것들이

왜 그리 꼴보기 싫게 느껴지는지... 뭔가 씁쓸해...

 

윤선도에 대해 그가 살던 시대적 배경에 대해 훑어준 건 좋았는데 나같은 까막눈들을 위해 시조도 좀 설명하고 지나갔

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명리학 이야기를 하다가 그랬나? 모든 일은 다 쌍방의 문제라는 것...하다못해 교통사고도 일방적인 게 아니라 호응이

있어야 가능한거라고...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3만큼 좋아하는데 상대는 1만큼 좋아하면 문제가 생긴다고...아 이건

잘 기억이 안나네...하여튼 뭔가 극단적인 것은 극단적인걸 부른다고 하였고 그런건 그만큼 쉽게 끝이 난다고 했다...

그러니까 너무 너무~ 좋은 사람이 있다면...그런 사람과는 연애를 하면 안된다고 하였다...빨리 때려치라고...

집착을 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었나?

 

그리고 몸과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면서.... 신장이 약하면 겁이 많고 그러면 연애를 시작도 못한다고 했다...

신장...어떻게 하면 신장이 강해질까요...ㅡㅡ; 하여튼 시비를 떠나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끔 해대는데...

그런 잡다한 이야기가 난 더 좋았다...윤선도보다....

 

강연 끝부분에서...고전이나 기타 등등의 공부를 하는 이유는 그것에서 얻은 깨달음을 현실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고 또 지금의 문제가 예전에도 있었고...뭐 그런 뉘앙스로 길고 넓게 세상을 볼 때 쉽게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도 했고...그런거지...어찌되었든 잘 살기 위해서는 책도 읽고 그래야 하는 것 같긴 하다....

양질의 책...고전....

 

아무 생각없이 살면 별 것 아닌것에 휘둘리고 그게 큰 문제인 것 처럼 착각하고 힘들게 살다가 죽을 때가 되면 내가

왜 그렇게 살았지? 대체 그 쓸데없는 것에 왜...라는 후회를 하겠지... 물론 후회는 할거다...그래도 조금이라도 덜 하려면

좀 생각도 하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그래야겠는데... 요새 드라마도 보고 게임도 하고 안하던 짓을 하고 있고....

 

딴건 몰라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으니 나에겐 좋은 시간이었다...

(윤선도 책은...이미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별로 읽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강연회를 안하는 게 책 홍보에 더 좋은??

물론 읽었을 것을 전제로 하여 하는 강의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