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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 2008 미국 영국

by librovely 2015. 9. 24.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보고 싶었었는데 그냥 흘려보냈다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몰랐지만 평이 상당히 좋았었고 그래서 뭔가 있는 게 분명한 영화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지나치고는 나중에 봐야지 하다가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하길래 기다렸다가 봤는데....

이 영화 정말 좋다...생각할 만한 것들을 이것 저것 던져주는 건 확실한데 내가 그걸 잘 잡아내지는 못한

것 같지만 하여튼 잘 만든 영화고 꼭 봐야할 영화였다 아무 생각없이 봐도 일단 재미는 있을거고

 

 첫 장면은 로맨틱하다

남녀 관계의 가장 좋은 시절은 시작할 때가 아닐까

여행도 가기 전이 가장 설레듯이 뭔가 정확하지 않을 때 상상하게 될 때 그때는 가장 좋을 생각만 가득한 것 같고

뭐 물론 누군가는 모든 과정이 상상 안에서만 가능한 법도 있는거고 그렇다면 그 사람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뻘소리는 집어치우고...하여튼 둘은 뭐 이런저런 계산이 아닌 그냥 그야말로 눈이 맞음...아 요즘 시대에 이런 순수

한 눈맞음에 의해 시작되는 사랑이란 게 존재하나요? 라고 쓰면서 생각해보니 아 많이 존재하지...나는 못들어가지

만 클럽에서는 이런 식으로 만나지 않나요...??? 음 별로 순수한 느낌이 없는데... 이유가 뭘까?  그냥 외모만으로

끌리는 거라서 그런가? 어쨌거나 이 둘은 일단 외모가 서로 끌렸고 그래서 눈이 마주쳤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사실 몇 마디 나오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몇 마디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향 그러니까 나랑 맞는 대화의 코드를 갖고

있느냐는 금방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지...

 

둘이서 한 대화가 뭐더라?

뭐하는 사람이냐고 했나? 케이트는 배우 지망생이라고 했고 레오는 자신은 항만노동자라고 그리고 밤에는 카페

테리아에서 캐셔를 할 예정이라고 했나? 그리고 둘이서 웃었던 것 같은데 난 정말 항만 노동자인가 보다 했는데

이 장면을 볼 때 이 기시감 뭐지 했는데 그건 타이타닉... 둘은 안 어울릴 것 같지만 묘하게 어울린다

케이트 윈슬렛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외모인데(물론 내 외모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고 이런 말을 하는거임)

하여튼 그런데도 이상하게 영화에서 보면 또 괜찮네...날씬한 것도 뚱뚱한 것도 아닌데 묘한 분위기는 분명 있다

타이타닉에서도 그랬고 더 리더에서도 그랬고 그게 연기력 때문인걸까?

 

저렇게 달달한 이상적인 시작을 했고 세월이 지나 케이트가 연극을 한 날이 나오는데 망한 분위기...그래서 케이트

기분은 다운...그러나 레오는 달래주려고 애를 쓰는데 케이트는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화를 낸다...나도 여자지만

저런 여자 정말 이해가 안됨 자신이 화가 난 상태라도 상대방 의도는 달래주려는 것인데 거기다 대고 저렇게까지

쏘아붙일 필요가 있나 멍청하게...근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안해도 전적으로 자기 편인 남편에게는 그렇게

하게 되는 모양이지? 엄청나게 가까운 사이라서 그러는걸까 잘 모르겠다... 뭔가 둘은 끌렸고 그래서 결혼을 했지만

어떤 일이 있을 때 그걸 극복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레오는 말로 풀고 당장 해결하려는 식이라면

케이트는 일단 조용히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거고...배우라서 감수성이 예민해서 저런걸까 생각되다가도

머리가 나빠서 그러니까 전전두엽이 제기능을 못해서 자제력이 부족해서 저렇게 버럭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자신이 꿈꾸던 배우를 하고 있지만 케이트는 여전히 불안한 불안정한 분위기...

 

 레오는 뻔한 직장에서 뻔한 일을 하면서 뻔한 가장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데 그래서 마냥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막 우울한 것도 아니고...원래는 안 그랬겠지만...이게 평범한거니까 하기 싫어도 그냥그냥 하는

정말 흔한 캐릭터...다들 이렇게 살고 있지 않나요? 대부분... 근데 이런 일도 필요한거고 누군가는 해야하는거고

 둘이 결혼하게 된 이유가 청혼이나 뭐 그런 게 아니라 갑자기 생긴 첫째 때문이라는 게 나중에 나온다

어쨌거나 일단 아이가 생겼으니 케이트는 뉴욕에서 좀 떨어진 곳의 안전한 동네에 살림을 차리고 예쁜 주부생활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2명의 아이를 키우며 주부생활도 하고 자기의 꿈인 배우도 하고 그러는데

뭔가 배우 생활이 안 풀려서 그런건지 아니면 직장 생활에 찌들어 자신의 꿈을 잃어버린 남편이 불쌍해서 그런건지

갑자기 파리로 가자고 하는데 자신이 돈을 벌테니 레오는 가서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고 해보라고...

1950년대가 배경인 것 같은데 그 당시 여자가 돈 벌고 남자가 집에서 지내며 꿈을 찾는다는 건 상당히 특이한 일

이었을...그래서 이 부분을 보며 케이트가 레오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했는데...

 레오도 갸우뚱하다가 동의하고 둘은 파리로 갈 꿈에 젖어들고 걱정하는 눈빛의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우리는

다르게 진짜 삶을 살거다 라는 식의 우월감도 느끼고 그랬던 것 같다

이때 쯤 파리행을 제안하기 전쯤 레오는 회사의 부하직원과 바람을 피운다 꼬시는 방법 참 전형적임...

런치알콜타임... 사실 혼자 꼬신건 아니지 일방적인 건 아니다 여자도 눈빛을 주며 네가 꼬시면 홀랑 넘어갈거야

티를 미리 내주심...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이 집을 소개해준 아줌마의 아들

정신병원에 있다가 나왔는데 등장하기 전에 수학을 전공했고 어쩌고 했는데 대강 느낌이 왔다 이런 종류의 캐릭터

일 것 같은 느낌이...  이 사람 엄청 솔직 정직하다 그냥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함 근데 머리 속 생각이

상당히 리얼임...현실을 직시함...그래서 상대방에게 괴로움을 주는....미쳤다고 하는데 안 미친 느낌...다들 임금님

옷이 멋지다고 할 때 이 사람이 등장해서 아무것도 안 입었잖아 바보 아냐? 하는 느낌...착각하고 살고 싶은데

얘는 착각하지 말라고 주절주절 다 얘기해줌...부모님이 가끔 그만 떠들라고 말리려하면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어디에서 봤지?  아 진중권의 <생각의 지도>에 나오는 보헤미안의 9계명이 생각났다

2계명 가족과 연을 끊어라

3계명 네 부모를 막 대하라(부모는 아무리 막 대해도 지나치지 않다)

5계명 촌스러운 자들을 미워하고 조롱 무시하라

이 사람이 케이트에게 이제는 소꿉놀이는 지겨워졌나보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데 참 현실 잘 보네....

행복한 주부 코스프레...

 

 그렇게 잘 되어가는듯 했는데 회사를 그만둘 생각으로 아무렇게나 불러제낀 레오의 제안서가 사장의 눈에 들었고

그에게 컴퓨터 파는 팀에 들어오라는 연봉도 높여주겠다는 꿀제안을 하는거고 레오는 흔들리기 시작

그러나 정확히 말을 하지 못했는데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케이트가 임신을...그 임신한 시기를 보니 어쩌면

둘이서 파리행을 결심하고 사이가 회복된 그 날이 아닐지...되게 묘한 상황...케이트는 파리행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강했기에 아이를 지우려고 하고 레오는 그냥 잘 넘어가서 12주가 지난 후 아이를 못 지우게 될 시기만

기다리는 것 같은데 나중에 유산용 기구를 발견하고는 불같이 화를 낸다...유산용 기구가 무슨 풍선에 바람 넣는

도구처럼 생겼는데 처음에는 그게 뭔가 했다...또 유산시키는 장면이 나올까봐 무서웠는데...트라이브 트라우마...

 

하여튼 그 후로 아이를 낳기로 하고 파리행은 없었던 일로...

하기 전에 심하게 다투는데 그 때 케이트는 애초부터 파리에 갈 생각조차 없었던 거 아니냐는 말도 하고

레오는 자신의 외도를 고백하는데 케이트는 그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난 기분이 나쁘지도 않다고 아무 상관

없으니 계속 그러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화를 내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런거다...이젠 레오에 대한

아무런 마음이 없는거다 파리행을 거절한 그런 꿈도 없는 뻔한 사람이 되어버린 레오는 자신이 사랑한 레오가

아닌거겠지... 그리고 또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고 뛰쳐나간다...물론 이 일이 있기 전에 파리행이 무산될

즈음에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웃 남자와 춤추다가 그녀도 외도를 함...이미 이때 마음이 다 식은 그런

상태...였겠지...그런 그녀를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이웃남자...아이고 막장....

심하게 싸우고 파리행을 포기하게 된 다음 날

레오는 걱정스럽게 방을 나오는데 부엌에서 케이트는 완벽한 주부의 모습을 보여주며 아침 식사를...

레오는 아무것도 모르고 앞으로 가게될 부서에 대해 설명하고 고맙다며 집을 나서고

난 그냥 방법이 없으니 다시 행복한 주부 코스프레를 시작하려나 했는데 저렇게 연기를 하고는 혼자 2층에 가서

아이를 지우고 하혈하다가 병원에 실려가고 죽는다 이때 레오는 계속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병원에 오기 전에 이미

스스로 낙태를 했다고...반복하면서...

 

그리고 레오는 혼자 아이 둘을 돌보며 사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는데 레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때 그냥 같이 훌훌 털고 파리로 갔을 것을...이라는 회한으로 살았을까?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케이트가 파리에 갔다면 그녀는 꿈꾸던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이미 그녀는 꿈이던 배우 일을 하고

있지 않았는가 남편이 벌어다 주는 안정적인 수입이 있기에...그렇지만 스스로가 잘 해내지 못했던거고...

레오도 그런 얘기를 반복했는데 꼭 파리에 갈 필요가 있을까 뉴욕도 근처인데...뉴욕에서는 안되던 게

파리에서는 되는걸까?  게다가 그녀가 파리에 가서 하겠다는 건 배우도 아닌 대사관 직원 일이었나?

그 일이나 레오가 뉴욕에서 하던 일이나 뭐가 다르지? 자신이 희생할테니 레오가 꿈을 이뤄보라는 그런

의도인가?  그 꿈이 뭔지는 모르지만 뉴욕에서는 안되는건가?  케이트가 파리로 정한 건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레오가 파리에서 찍은 사진...그 사진을 보며 레오가 다시 가고 싶다고 했던가...하여튼 그

말을 듣고 정한 것일뿐...케이트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파리로 가야한다고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근데 정말 갔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람은 그대로니까 뉴욕에 있던 케이트가 파리에

있는 케이트가 되는거지...꿈꾸던 삶을 사는 건 그렇게 장소만 옮긴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케이트는 삶이 지루하고 공허했던 것 같다 아기가 갑자기 생겨서 행복한 주부 소꿉놀이를 시작한

것처럼 나오는데 남들 보기에 좋은 삶을 꾸민 것도 그녀...그게 허무했고 그래서 이번에는 파리행...

근데 구체적인 내용만 바뀔 뿐 이것도 되게 피상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로 모든 걸 훌훌 털고

떠나는 건 꽤나 쿨해 보이는거지...우월해보이고...그렇지만 막상 갔을 때 정말 그런 멋진 인생이 펼쳐질까

또 다른 연기의 시작이 아닐까 파리의 가난한 예술가 코스프레??  너무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를 지우는 걸 보니 일단 소꿉놀이는 더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고 아마

계획대로 잘 되었다면 혼자 파리로 떠났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또 인상적인 부분이...임신한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케이트가 레오에게 정말 아이를

원하느냐고 하는 부분...의도치 않게 첫째가 생겼고 그래서 이 곳에 왔고 그게 실수가 아니란 걸

증명하기 위해 둘째를 가졌고... 이 아이를 정말 원하기는 하냐고 묻는데 레오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저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걸까? 어쩌면 임신으로 인해 케이트의 배우로 설 길이 다소

막혔던 건 아니었을까 잘 모르겠다...아이가 아주 사랑스럽고 행복감을 주는 건 확실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나의 자유로운 삶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것을 제약하는 부분이 분명 많을텐데 이런 것에

대해서는 좀처럼 누구도 입밖에 잘 내지 않는 법인거고... 낙태 이야기는 여성 인권에 대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 뭐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종종 나오는 말인데...거기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일은 없지만

어쨌거나 정말 끔찍한 일이다 원치 않은 임신도 그리고 그로 인해 낙태를 고민하는 상황도....

 

그리고 레오...자신의 꿈이 아닌 그냥 그런 아버지처럼 살기 싫다고 했는데 똑같이 살고 있는 삶이

싫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레오는 정작 그 삶에서 벗어날 기회가 생기지만 선뜻 잡으려 하지 않는다

이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함... 푸념은 가짜인 경우가 많은거지...정말로 정말로 간절히 원한다면

푸념이나 늘어놓지는 않을거다 진짜 실행하겠지...그러니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아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데 나는 그럴 수가 없어...라고 말하는 건 어쩌면 진짜 간절히 원하지 않아서인 경우도 많은

것 같다...물론 나만 생각할 수 없어서 그런 경우도 많겠지만...가끔 내가 왜 지금 이 모양으로 살고

있는거지...아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삶을 선택할텐데...라고 후회 비슷한 걸 하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게 나답기에 이렇게 살았고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라는 결론이....이럴걸 저럴걸 해봤자 지금의

모습이 나인거다...

 

레오와 케이트가 여러 번 싸우는데 가장 심하다고 생각된 부분은 레오의 외도 고백에도 전혀 상처받지

않는 케이트의 반응...네가 뭘하고 다니든 아무 신경도 안 쓰여...처럼 완벽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무섭다...그 시작의 뜨거움과 끝의 차가움의 괴리가 무척이나 크구나...

 

정신병에 걸린 남자가 등장해서 주절주절 거침없이 떠들 때 그리고 그의 말이 대부분 옳다고 느끼는

케이트를 볼 때 콜린윌슨의 <아웃사이더>가 생각났다...

아웃사이더는 깨어나서 혼돈을 본 인간이다

맹인의 나라에서는 애꾸눈이가 왕이다. 요컨대 병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문명 속에서 자기가

병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 아웃사이더라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게 영화를 본 것 같고 생각해야 할 것들을 생각 못하고 본 것도 같은데....

검색을 해봐야겠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