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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by librovely 2015. 2. 10.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2014                  민음사

 

밀란 쿤데라

꼬부랑 말 작가 이름은 뭔가 더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는데 꼬부랑 말 중에서도 영어가 아닌 흔치 않은 느낌의

언어인 경우 더욱 심해진다 그리고 극치를 달리려면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한 작가의 이름이어야 하는데 밀란

쿤데라는 이미 아주 많이 알려진 작가...소설을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을지라도 이름만은 들어봤을만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소설이 워낙 유명해서일텐데 작품 자체가 좋은 면도 있겠지만 이 소설은

제목이 참 묘하게 개성이 있다...<무의미의 축제>역시 마음을 확 잡아끄는 제목...

무의미...영구없다 의미없다... 의미없어... 무서우면서도 뭔가 되게 사실로 다가오는 소리지...무의미하다....

 

이 책은 작년에 나온 책이고 게다가 얇다....얇으니 읽어봐야겠다...하고 빌려왔는데 앞부분부터 또 벽이...

소설만 읽으려고 하면 사람 이름이 발목을 잡는다 누가 누구고 누가 뭐라고 했고 누가 그런 행동을 한거야

그게 막 뒤섞임...등장인물이 적으면 덜한데...이건 짧게 짧게 등장인물 성격 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이 사람

저 사람 툭툭 던져댄다...물론 그래봤자 10명이 넘지 않지만...하여튼 읽긴 읽었는데 읽는 동안에도 심지어

아래에 발췌를 하는 동안에도 이 부분을 누가 말한건지 파악이 안되었다...작가가 불분명하게 써 놓았다기

보다는 이야기가 어떤 중심 사건으로 진행된다기 보다는 그냥 장면 장면 나오는 대화 자체가 뚝 떨어져서

의미있어 보였기에...게다가 그 대화 내용이 머리 속으로 확 들어오기에는 내 이해력이 떨어졌기에...

 

에세이류에 비해 소설이 읽기 어려운 건 확실한데 이 소설은 사뭇 더 어렵다...스탈린이나 구소련 역사에

대해 무지한 것도 이유이고 헤겔이나 쇼펜하우어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음도 이유가 될거고 또 그냥 소설

인데 뭔가 철학서적 느낌도 들고...하여튼 얇아서 글자는 빠르게 읽어댈 수 있지만 의미 파악이 어렵다

줄거리는 이미 뒤섞여서 하나도 모르겠음 다시 읽어봐야할 책이긴 한데 몇 년 후에 다시 보면 좋겠다

사전 지식도 쌓고 나서...

 

어쨌거나 전혀 이해가 안된 느낌이고 깊이있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냥 나온 말 그대로 읽어서

작가의 의도와는 사뭇 다른 소리를 떠들어댈 게 분명하지만 그냥 써보기로....

 

 

 

이 소설의 내용은 좀 무서운 내용이다...누구나 한 번쯤은 얼핏 저런 생각을 하긴 하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감당이 안될게 뻔하니까 빨리 다른 생각을 하거나 그랬을거고...저런 생각에 골똘해지면

그냥 살고 싶은 생각이 삶의 의지가 많이 사라질 것 같다...그래서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저런 생각이

살짝만 올라와도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눌러버리고 그래도 그게 어딘가에서 윙윙거린다는 것을

느끼면 우울증 따위와 친구가 되거나 아니면 뭔가에 중독되어 도피해 버리거나 아니면 자살시도를

하거나 아니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종교에 심취하거나 철학 책을 읽어대거나...나같은 경우 뭔가

열심히 먹어대거나 잠을 자거나...

 

등장인물 저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을텐데 그냥 떠오르는 인물만 읊어보자면...알랭...그는 파리의 거리

에서 배꼽을 드러낸 여자들을 보며 골똘해진다...그러다가 어릴 때 자신을 버린 엄마가 자신의 배꼽을

뚫어지게 바라봤던 기억을 떠올리고...사실인지 상상인지 모르겠지만 알랭의 엄마는 그를 임신했을 때

물에 들어가 자살 시도를 하는데 그때 말리러 들어온 청소년 남자 아이를 오히려 눌러 죽이고는 자신은

다시 물 밖으로 나온다  나중에 알랭의 꿈 속에 등장한 엄마는 이 세상에 누군가를 태어나게 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라는 말을 하는데...이 꿈 속 이야기는 그냥 충격적...아 그게 그럴리가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또 생각해보면 다 맞는 소리네....감당 안된다....아 그리고 저 위의 알랭 엄마 자살시도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죽이려는 시도...

 

 세상에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전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고 또 이 모양새로 태어나는 것도 자신의

성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며 태어난 나라 눈 색깔조차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것이라고..

정작 그렇게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권리도 없으면서 별 것도 아닌 것에 대해 인권이다 어쩌고 하는 게

웃기다고 하는데...그러게...그러게 말이다...내가 왜 이렇게 태어났고 왜 죽는 것도 맘대로 못하고 왜 이

런 모습이며 왜 내 부모와 형제는 이렇고 왜 이 나라에서 태어난건지...왜 나는 이 성으로 태어난거며...

어쩌면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나 자유가 주어지지도 않은 셈인거다...

이런 비슷한 생각은 누구나 해봤을텐데 어릴 때부터 무조건 효도 닥치고 애국...생일 때마다 축하 노래를

듣고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사세요 라는 말을 계속적으로 듣고 산 우리가 저런 생각을 더 깊게

해보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왜 내 나라가 여기고 뭐 이 정도는 많이 해대는 것 같은데

왜 내 가족은 이렇고 왜 내 성은 남자가 아니고 여자인가 이런 소리하면 폐륜이나 성적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매장당하기 싶상이고 또 그런 생각을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그냥 불경스럽게 느껴질거고

일단 저런 생각이 머리 속을 채우면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겠지...어쩌면 잘 산다는 게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같기도 하다...우리들이 말하는 잘 산다는 의미가...?

소설 초반부에서 다르델로가 즐겁게 사시는 것 같네요 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한 이유가 저런 이유 때문일지도

하여튼 이런 소리 써 놓으니 내가 좀 싸이코 같은데...그렇지 않다...나는 무념무상 무척이나 잘 살고 있다

즐겁게 사시는 것 같네요...로 살고 있고 그래서 좀 기분이 상하네...

 

어쨌거나 저게 실상이긴 한데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이미 난 태어났고 내가 사는 곳은 여기인거고

바꿀 수 있는 범위에 있는 게 아니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그런게 부조리한건가? 음...

그렇다면 삶은 부조리한거지...

 

내가 죽으면 나는 이 세상에서는 완전히 무의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도 내가 수시로 하는 생각 중 하나...

내가 살아봤자 정말 장수해봤자 100년을 넘지 못할거고...내가 출산을 했다 하더라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 년수도 오래 잡아봤자다...그러니까 나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는 넉넉히 잡아도 200년이면

완벽히 사라지고 잊혀질 존재인거지...가끔 난 그런 생각을 한다...지금 이 세상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

100년 후면 몇이나 살아남아 있을까...거의 싹 사라져 있겠지? 그리고 유명인의 죽음을 뉴스 등을 통해 들으면

그 당시에는 시끄럽지만 정말 몇 년 지나지 않아 거의 언급되지 않는 것...그리고 누군가의 자살...이나 죽음이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었다는 뉴스를 봐도...그 일이 있었으나 사실 이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듯이 그대로 돌아

가는 거고...그런 게 되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는데... 아니야 그렇지 않아...라고 이 소설은 이야기하지

않는다...원래 그런거여...그게 허무하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진다면 삶이란 허무하고 무의미한거지...단 그걸

슬퍼하거나 극복하려 들지마...아름답게 생각하고 받아들여...그런 느낌이 드는데 내가 맞게 읽은건지는 미지수

물론 이쯤되면 사후세계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겠지만...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고 현세에 대해서만...

 

알랭의 엄마가 꿈 속에서 해주는 이야기 중 배꼽과 관련된 그 여자들은 배꼽이 없는 하와로부터 시작된 나무의

가지들이고 그게 수천 년 반복되어 거대한 나무가 되었고 그 중 하나가 알랭의 엄마고 알랭은 그 엄마로부터

나온 끈에 매달린 존재라는...성경대로 생각하자면 그런거겠지...하나의 뿌리에서 퍼져나와 계속 낳고 낳고 낳아

지금처럼 된거고... 그런데 알랭의 엄마는 이 거대한 나무가 싹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한다...인류의 멸망이 아니라

그냥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되게 사이코같은 소리같지만 가끔

사는 게 무의미하다 허무하다 이렇게 살아 숨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라는 정말 슬픈 생각들이 둥둥 떠오를 때면

삶이 유한하다는 게 다행이다 내지는 그냥 사라지고 싶다...따위의 생각을 했었다...물론 얇고 길게 목숨 부지하며

되게 오래 살고 싶어...모드로 사는 시간이 훨씬 많지만...보통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재밌는 영화를 보거나 신나게

수다를 떨거나 그럴 때 사는 거 참 좋네 가는 세월 누가 막아주세요...따위의 생각을 하는 것 같고...아예 가는 세월

오는 죽음 따위가 머리에 떠오르지도 않을 때는 이성에게 정신이 팔려있을 때인 것 같다...그래서 다들 연애하고

사는 지도 모르겠다... 결혼한 이들을 보면 자신의 2세를 볼 때도 비슷한 것 같던데...그렇구나 허무함 무의미함의

극복은 이성간의 사랑과 자녀 출산에 있는거였나...아 여행할 때도 허무함 따위가 머리에 기웃거리지 않았던듯...

진짜 순간 순간 몰입해서 살면 그 순간이 의미가 있어서 괜찮을 수도 있는건가? 순간이 무의미하니까 다 무의미해

그렇게 되는걸까

나무가 싹 사라져 버린다는 이야기에서 영화 <멜랑콜리아>가 생각나기도 했다...동시에 커스틴 던스트가 했던

대사도 함께..."지구는 사악해. 그러니 애석해할 필요없어, 없어져도 아쉬울 거 없다고"

 

쇼펜하우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는 실존주의 느낌이 드는 이야기가...(어쩌고 저쩌고 주의는 아는 게

실존주의밖에 없어서 다 그 소리로 들리는 건지도 모른다) 실재란 없고 모든 게 의지와 표상이라는 말...

쇼펜하우어의 <의자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책은 샀는데도 못 읽었다 정말 어렵다...전혀 전혀 이해가 안감...

어쩄거나 실재란 없는거고 표상은 의지로 존재하게 된다는건데 이 의지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자유라고...

그렇기 때문에 저마다 자유대로 의지를 갖고 저마다의 실재를 만들게 되는거고 그래서 개인의 수만큼의 실재가

존재하는건데 그래서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이 혼돈을 가져오고 사람들은 그런 혼돈을 감당하지 못하고 실재를

만들어 낼만한 의지도 부족하기에 그냥 복종하고 닥치고 믿을만한 강한 의지를 찾아가기 마련이라는 이야기...

스탈린에 대해 무식해서 잘 모르는데 어쨌거나 그는 독재자였지... 수많은 사람들이 무념무상으로 믿었을거고

소설 앞부분에 스탈린이 자고새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건 농담이었음에도 사람들은 그걸 진담으로 듣고 화장

실에 가서 속였다며 거짓말을 했다며 화를 낸다...농담도 농담으로 듣지 못할만큼 스탈린의 의지 지배에 장악

당했다는 의미일까...스탈린의 예 말고도 사실 찾아보자면 많다... 내 존재의 의미를 모르겠거나 어떻게 사는 게

가치있고 내가 원하는 건지 따져볼 의지의 여력이나 용기가 없는 경우 강한 의지에 종속되고 싶어한다...

전쟁에 빠져들거나 어떤 정치 집단이나 권력자에...하다못해 il베나 가스통할배...극단적으로 IS까지...

하여튼 이 세상에 만연해 있는 생각들 삶의 방식들대로 사는 게 가장 편하다 저항이 없으니

내 의지대로 사는 게 훨씬 어렵고 무섭고 고독한 일인거지...실존이 본질을 앞선다는 실존주의..자유 의지가

저마다의 실재를 만든다는 쇼펜하우어의 소리와 통하는건가?

 

저 이야기와 통하는 구체적인 상황도 소설 끝부분에서 친절하게 보여준다

샤갈전을 보기 위해 점점 더 많아지는 줄 선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이 샤갈을 갑자기 좋아서 저러고 있는

거 같냐고... 그냥 남들이 보니까 저 정도 전시는 봐줘야 하니까 보는 거 아니겠냐는 뉘앙스...주말에는 전시

를 보고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 거니까 다들 그러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는...물론 정말 내 마음이 진실로 동해

샤갈전을 갈망하며 보러간 것을 말하는 게 아닌거다...저게 무슨 의미인지 대부분 알거다...남들이 하니까

남들이 욕망하는 게 자기 욕망인 줄 알고 살지 않나 이러이러하게 살면 행복한거야...라는 매뉴얼대로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가...나 또한 무척이나 그런 사람 중 하나고... 나도 가끔 생각한다 미술관에 가서

미술 작품을 보다가 과연 내가 이걸 정말 그렇게 보고 싶어했나? 아니면 미술관에 들락거리는 것이 행복하고

가치있게 사는 거라고 생각해서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이러고 있나...그 누구도 나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아니 아무도 없이 이 세상에 나 혼자 존재한다고 해도 똑같은 행동을 하며 내가 주말을 보낼 것인가...이런 생각

샤갈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나마 공원이 낫다고 말한다 그래도 공원에서 하는 행동은 전시 관람 상황보다는

다양하니까...자신의 객체성에 대한 환상을 유지할 수 있다나...음...그냥 마구 찔릴 뿐이다...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나도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살고 싶은 지 잘 모르겠고 무서워서 깊게 생각하지도 않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나는 내 자유대로 의지대로 살고 있다는 객체성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을 지 몰라도 결국 나도

이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주류 사상에 조종당하고 살고 있는 거겠지...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애를

써 보는 게 필요한데...나도 모르게 비주류적인 부분이 있는 경우에도 다들 그것에 대해 그렇게도 오지라퍼~를

자처하며 괴롭히고 나 또한 나 스스로를 괴롭혀대니...라고 쓰다보니 이러면서 주류에 끼고 싶은데 못낀 내 상황

을 내가 좀 남다른 사람이라서 그런거야 난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라서 그런거야의 환상 속으로 밀어 넣어 위안을

삼고 있는 것 같기도...아니 그게 맞다 그게 정확한거다...

 

늘어놓은 소리들이 내 종교에 너무나 반하는 소리 같긴 한데...아니 뭐 기독교에서도 현세보다는 사후 세계에

소망을 두고 살아라 썩을 것들에 집착하지 말아라...하니까 어쩌면 그렇게 다른 소리도 아니네...인간은  그러니까

나 따위의 인간은 대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교회에서 들은 설교에 의하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 존재한다고

하던데...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일단 강한 죄책감을 느꼈고...인간은 악하고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데 영광을 돌리

라고 만드신거가...하다가 생각해보니 처음에는 그런 게 아니었던거고 인간은 자유 의지 남발로 죄를 짓게 된건가?

모르겠다...성경책 안 읽는 기독교인...이라는 나는 참으로 종교도 부조리하게...믿긴 믿어요 근데 뭘 믿는거지..?

성경책에 뭐가 써 있는 지 모르지만 하여튼 믿는다니까요 모드...올해에는 성경부터 손에 잡아봐야겠다...

 

배꼽...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배꼽의 의미는 뭘까...배꼽은 무의미함과도 연관이 되는 것 같다...

다른 신체부위와 다르게 배꼽은 몰개성적이다? 단지 누군가의 배에서 내가 비롯되었다는 의미만 보여준다?

태아라는 의미...그리고 그 배꼽은 계속 반복되어 인간의 배에 흔적처럼 남아있을거고...

인간이 인간을 낳고 또 인간을 낳고...그 긴 연속선상에 나 또한 잠시 배꼽으로 그 끈의 일부였음을 증명하고

사라진다...그런 존재라는 의미일까? 무의미하네...물론 죽은 후 어디로 사라지느냐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잠시

존재했음도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현실 세계만 생각하면...

 

그럼 무의미하니까 다 같이 죽자 다 같이 자살하자 그만 살자?

그런 소리는 아니다... 알베르 카뮈가 <시지프의 신화>에서 부조리한 게 삶이다 우리 삶은 유한하고 다 죽는다

삶이란 어떤 건지 알기 힘들다 그러니까 최대한 살아라 최대한 오래살고 깊이 경험하고 살아라..그런 소리를 한다

이 소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무의미하다 허무하다 부조리하다...이 세상에 내 뜻과 상관없이 내동댕이쳐진

우리에게는 중요한 것들을 선택할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다...게다가 언제 암 걸려 죽을지도 모르고 누구나 확실히

죽는다 죽고 나서 내 존재는 이 세상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존재했다는 기억마저 흔적도 없이 완벽하게...

무의미한거다...그런데 무의미한 게 나쁜건가? 무의미한 건 아름다운거다 우리는 무의미한 삶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것을 사랑하고 아름답게 보아야 한다... 아무 이유없이 까르르 웃는 아이들처럼

쓸모없는 공연을 준비하고 해내는 것처럼...삶은 무의미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화려하게 아름다운 조화보다는 잠깐 피어났다가 분명 시들거라는 걸 알아도 살아있는 꽃이 아름답고

죽을 것임에 살아서 피어있는 순간이 더 의미있는 생화...  그런 게 잠시 떠올랐다

 

사실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어쨌거나 안 열어본 부분의 문을 열어 준 소설임에는 확실하다

삶이란 무의미해서 아름답고 우리는 그런 무의미한 것을 사랑해야 한다니...

 

 

 

 

 

 

 

 

 

 

즐겁게 사시는 것 같네요

이상하게도 다르델로는 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너무 가벼운 그 말투가 기억으로 여전히 자기 안에 깃든 죽음의 비애 마법처럼 그 비애를 품고 있는

달콤한 기분 묘하게 아름다운 그 기분을 없애버리기라고 하는 것처럼

 

나는 무엇 때문에 다르델로가 거짓말을 했을까 하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다르델로 역시 자기 자신에게 곧바로 이 질문을 던졌으나 답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거짓말을 했다고 부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그가 의아했던 것은 그 거짓말을 왜 했는지 자기 자신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거짓말은 한다는 건 보통 누구를 속이거나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생기지도 않은 암을

꾸며 내서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자기 거짓말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이상하

게도 그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웃음 역시 이해가 불가능했다 그는 왜 웃었을까? 자기 행동이 우스웠

던 것일까 아니다 유머 감각이 그의 강점도 아니었다 그저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고 상상의 암이 그를 즐겁게

했다 그는 길을 가며 계속 웃었다 그는 웃었고 좋은 기분을 만끽했다

 

침묵은 주의를 끌지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어

카클리크는 그 여자에게 아주 평범하고 흥미롭지도 않고 아무것도 아닌 말을 드문드문 건넸는데

그런 말은 그 어떤 똑똑한 대답도 재치도 요구하지 않으니까 더 기분 좋은 거였지

-뛰어나 봐야 아무 쓸데없다는 거지 그래 알겠다

쓸데없기만 한 게 아니야 해롭다니까 그냥 보잘것없다는 건 여자를 자유롭게 해 줘 여자가 마음을 탁 놓게

만들고 그러니 접근이 더 쉬워지지

 

이 이야기에서 딱 하나 믿기지 않는 건 스탈린 말이 농담이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는 거야

왜냐하면 그 주위 누구도 농담이란 게 뭔지 알지 못하게 됐으니까

나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새로운 역사의 위대한 시기가 도래한 거라고 봐

 

사람들은 살면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고 다투고 그러지 서로 다른 시간의 지점에

놓인 전망대에서 저 멀리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건 알지 못한 채 말이야

 

시간은 흘러가 시간 덕분에 우리는 살아 있지 비난받고 심판받고 한다는 말이야

그다음 우리는 죽고 우리를 알았던 이들과 더불어 몇 해 더 머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 죽은 사람들은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이 돼서 아무도 그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완전히 무(無)로

사라져 버리는 거야 아주 드물게 몇 사람만이 이름을 남겨서 기억되지만 진정한 증인도 없고 실제 기억도

없어서 인형이 되어버려

 

칼리닌은 모든 인간이 경험한 고통을 기념하여 자기 자신 외에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은 필사적인

투쟁을 기념하여 오래 기억될 유일한 이름이지

나는 죽은 다음에도 십 년마다 다시 깨어나 칼리닌그라드가 여전히 칼리닌그라드로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그래야만 나는 인류에 대해 약간의 연대감을 느끼고 관계를 회복해서 다시 내 무덤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고독 그 자체일 뿐이지요

 

스무 명 정도의 남자들이 공중에 떠다니는 깃털도 없는데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머릿속에 그려 본다

그들은 자신들을 두렵게 하는 것이 자기 앞에 있는 것도 저 아래에 있는 것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형체가

없는 설명할 길 없는 잡을 수 없는 처벌할 수 없는 심술궂게 불가사의한 어떤 위협으로 저 위 어딘가에

있기에 더더욱 혼란스럽고 신경이 곤두서 있다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개조할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 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하지만 내 눈에는

우리 장난이 힘을 잃었다는 게 보인다

 

우스운 것에 대한 성찰에서 헤겔은 진정한 유머란 무한히 좋은 기분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해

잘 들어 그가 한 말 그대로 하는 거야 무한히 좋은 기분 말이지 조롱 풍자 빈정거림이 아니야

오로지 무한히 좋은 기분이라는 저 높은 곳에서만 너는 사람들의 영원한 어리석음을 내려다보고 웃을 수

있는 거라고

 

알랭은 자기 집에서 벽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 잠이 들었는지도 몰랐다

어떤 여자 목소리가 그를 깨웠다

최초의 탯줄은 바로 그녀의 음부 배꼽 없는 여자의 음부에서 나온 거야 성경에 나온 말대로라면 거기서

다른 줄즐도 나왔어 줄 끄트머리마다 작은 남자나 여자를 매달고서 남자들의 몸은 연속성을 지니지 못한

채 전혀 소용 없었는데 여자들은 성기에서 저마다 끄트머리에 다른 여자나 남자가 달린 다른 줄이 나왔고

이 모든 게 수백 번 수천 번 반복돼서 거대한 나무 무한히 많은 몸들로 이루어진 나무 가지가 하늘에 닿는

나무로 변했단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나무가 자그마한 여자 하나 최초의 여자 배꼽 없는 저

가여운 하와이 음부 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렴

임신했을 때 나는 내가 이 나무의 일부로 어떤 줄에 매달려 있는 거라고 생각했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너는

내 몸에서 나온 줄에 매달려 허공을 떠다니는 거라 상상했어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는 저 아래 배꼽 없는

여자를 목 졸라 죽이는 살인자 꿈을 꿨지 그녀의 몸이 괴로워하다 죽고 부패해 가는 걸 상상했어 그래서

그녀에게서 뻗어 나온 그 거대한 나무 전체가 단번에 뿌리 뽑히고 토대가 사라져 쓰러지기 시작하는 거야

한없이 많은 가지들이 어마어마한 빗줄기처럼 떨어져 내리는 게 보여 하지만 내 말 뜻을 잘 이해해 다오

내가 꿈꿨던 것은 인류 역사의 종말이 아니야 미래를 없애 버리는 게 아니라고 아니 아니 내가 원했던 건

인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 그들의 미래와 과거와 더불어 그들의 시작과 끝과 더불어 그들이 존재해 온 시간

전체와 더불어 그들의 모든 기억과 더불어 네로와 나폴레옹과 더불어 부처와 예수와 더불어 더 사라지는

거였단다 나는 최초의 여자의 배꼽 없는 작은 배에 뿌리 내린 그 나무의 전적인 소멸을 원한 거야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지 그 참담한 성교가 우리에게 어떤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할지 몰랐던 그 어리석은

여자 쾌락을 가져다주지도 못했을 게 틀림없는 그 성교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쳤고 라몽이 택시를 잡았고 알랭은 벽에 기대어 다시 잠들었다

 

스탈린은 계속 말한다

쇼펜하우어가 더 진실에 가까웠어요 세계는 표상과 의지일 뿐이라는 거요 이 말은 즉 우리가 보는 세계

뒤에는 어떠한 실재도 없다 Ding an sich 같은 것은 전혀 없다 이 표상을 존재하게 하려면 그것이 실재가

되게 하려면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 말입니다 그것을 부과하는 막대한 의지 말이오

의지의 첫 번째 속성이 뭐지요? 자유 의지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주장할 수 있어요 넘어갑시다

진짜 문제는 이거예요 지구에 있는 사람만큼 세계의 표상이 있다는 것 그건 필연적으로 혼돈을 만들지요

이 혼돈에 어떻게 질서를 부여할까요? 답은 분명해요 모든 사람에게 단 하나의 표상만을 부과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오로지 의지에 의해서만 단 하나의 막대한 의지 모든 의지 위의 의지에 의해서만 부과될

수 있어요 그걸 내가 했지요 커다란 의지의 지배 아래 놓이면 사람들은 결국 아무거나 다 믿게 되는 법이거든

그러면서 스탈린은 흥에 겨워 껄껄 웃는다

자고새 사건이 기억나자 그는 자신의 협력자들을 특히 흐루쇼프를 심술궂게 쳐다보는데...

 

솔직히 말할게 누군가를, 태어나게 해 달라고 하지도 않은 누군가를 세상에 내보낸다는 게 나한테는 늘

끔찍해 보였다 네 주위를 둘러보렴 저기 보이는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자기 의지로 여기 있는 건 아니란다

물론 지금 내가 한 말은 진리 중에 제일 진부한 진리야 너무 진부하고 기본적인 거여서 이제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귀 기울이지도 않을 정도지 모두가 인간의 권리에 대해 떠들어 대지 얼마나 우습니 너는 무슨

권리에 근거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야 자기 의지로 삶을 끝내는 일까지도 그 인간의 권리를 수호하는 기사

들은 허락해 주지 않아

 

저 사람들을 봐라 절반이 못생겼지 그것도 역시 인간의 권리에 속하나? 한 평생 추함을 짊어지고 산다는 게

어떤건지 너는 아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네 성도 마찬가지로 네가 선택한 게 아니야 네 눈 색깔도 네가

태어난 시대도 네 나라도 네 어머니도 중요한 건 뭐든 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리들이란 그저 아무 쓸데

없는 것들에만 관련되어 있어 그걸 얻겠다고 발버둥치거나 거창한 인권선언문 같은 걸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것들

 

저 사람들이 느닷없이 샤갈을 사랑하게 됐다고 생각해? 저 사람들은 오로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

을 때우기 위해 어다든 달려가고 뭐든 다 할 준비가 돼 있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누가 하라는 대로

다 해 기막히게 조종하기 쉽다고

 

여기 있으니까 좀 낫다

물론 획일성은 어디에나 퍼져 있지만 그래도 이 공원에서는 획일성이 좀 다양하게 있잖아

그러니까 너는 네 객체성의 환상을 지킬 수 있는거지

 

허벅지 가슴 엉덩이는 여자들마다 다 형태가 달라 그러니까 이 황금 지점 세 개는 단지 흥분만 불러

일으키는 게 아니고 그와 동시에 한 여자의 개체성을 나타내 준다고 그렇지만 배꼽을 가지고 이 여자가

내가 사랑하는 여자라고 말할 수는 없어 배꼽은 다 똑같거든   

한 가지는 분명해 허벅지나 엉덩이 가슴하고는 다르게 배꼽은 그 배꼽을 지닌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고 그 여자가 아닌 어떤 것에 대해 말한다는 거야

태아

 

예전에 사랑은 개인적인 것 모방할 수 없는 것의 축제였고 유일한 것 그 어떤 반복도 허용하지 않는 것의

영예였어 그런데 배꼽은 단지 반복을 거부하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반복을 불러 이제 우리는 우리의

천 년 안에서 배꼽의 징후 아래 살아갈거야 이 징후 아래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배 개운데 단 하나의 의미 단 하나의 목표 모든 에로틱한 욕망의 유일한 미래만을 나타내는

배 가운데 조그맣게 난 똑같은 구멍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의 전사들인 거라고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바로 당신 입으로 완벽한 그리고 전혀 쓸모없는 공연...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아이들...아름답지 않나요라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들이마셔 봐요 다르델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를 들이마셔 봐요 그것은 지혜의 열쇠이고 좋은 기분의 열쇠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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