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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비브르 사 비 VIVRE SA VIE - 윤진서

by librovely 2014. 5. 31.

 

비브르 사 비 VIVRE SA VIE                                                    윤진서                    2013                  그 책

 

연예인이 쓴 책을 읽으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일단 아주 매력적인 외모인 경우가 많은 연예인들은 내면도 그에 상응할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주는 것 같고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글을 볼때면 왜 책을 냈을까...안 쓰는 게 더 좋았겠다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물론 책을 보니 정말 이 사람 괜찮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 배두나의 경우는 예외...

 

윤진서는 잘 모르는 배우...내가 누군들 잘 알겠는가만은... 올드보이에서의 그 인상적인 배우로만 알고 있었다

잠깐 보다 말았던 드라마...에서 형사로 등장하기도 했었지...비 이나영과 함께 나온 드라마인데 기억이 안나네..

하여튼 뭔가 얼굴은 되게 개성이 있을 캐릭터 같지만 알고보면 뭔가 그냥 4차원이거나 뻔할 거라는 느낌을 주는

배우였는데...(너무 못된 표현이지만...)

 

기대 없이 펼쳐든 책의 내용이 상당히 좋았다

깊게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하루키 책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내용도 좋고 글 자체도 좋았다...나중에 인터넷에서 윤진서의 한쪽 면이 모두 책장인 방 사진을 보고는..

그랬구나...이해가 감...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책 날개의 저자 사진은 정말 예쁘다...

정형화된 얼굴이 아닌 개성도 있고 뭔가 여백도 있으면서 단아하면서 청순하면서 그렇다고 답답하지도 않은

뭔가 복합적인 얼굴이 참 부럽구나...  채식과 소식을 한다던데...그런 얼굴로 보인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다음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괜찮아지는 배우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 귀에 들리는 게 많았으면 좋겠고

내 눈에 보이는 게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채워서 가는 인생이고 싶다

세상이 좋다는 것에 흔들리지 않고

내게 가치있는 것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고 싶고

 

 

그러니까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고 떠난다고 해서 그것이 여행은 아니니까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눈으로 낯선 장소를 바라보고

어디에서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집을 떠나오는 것

그래서 더욱 설레고 까다롭지만 조그마한 아름다움에도 크게 감동하며

완전한 내가 될 수 있는 방법

 

하루키는 내게 난생처음 샌드위치를 만들어 볼 용기를 주었고 들어본 적 없는 재즈를 듣고 싶게

만들었다

 

혼자서도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해 준 이가 바로 하루키였다

외롭다는 건 때때로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말해 준 사람도 그였다

 

현실은 매일매일이 똑같아 시시해져 갔지만 문학과 영화에는 살을 에는 듯한 고통도 그것을 잊게 하는

환희도 운명과고 같은 사랑도 현실에는 부족한 무엇이 그 안에는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살고 싶었다

 

윌터 살레스의 <중앙역>

 

마음만 먹는다면 세상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마음에 응어리져 있던 두려움 덩어리가 산산조각 나서 여기저기 흩어졌고 나는 그만큼 가벼워졌다

더 더 먼 곳으로 가고 싶다 더 낯선 땅으로 떠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들은 모두 파리에 살았다

네 멋대로 해라의 진 세버그

줄 앤 짐의 잔느 모로

비포 선라이즈의 줄리 델피

몽상가들의 에바 그린

그녀들은 특별히 멋 부리지 않아도 아름다웠고

감정에 호소하지 않아도 설득력이 있었다

조용히 조근조근 말하며 표정 변화 없이도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그래서 더 현실감 있었고 우아해 보이기까지 했다

 

순간을 잊어버리고 시간을 보내는 나태함

순간이 모여서 삶이 된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들

외로워서가 아니라 잊히기 때문에 슬픈 인생

 

인생에 들어와줘서 고맙다고 했던 상대는 거짓말 같이 내 곁을 떠났다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살면서 내가 알고 있던 사랑이 사실은 내가 알던 얼굴이 아님을 알았다

배신감이 일었다

세상은 내게 거짓말을 했고 나는 바보처럼 그것을 믿고 살아왔다

사랑은 가장 순수하고 가치있는 것이라고 해 놓고는 한 마디 변명도 없이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모습을 바꾼 것이다 나는 뒤늦게 사랑의 실체를 알아차렸다

 

너도 이젠 연애 좀 해야지?

내가 알던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니더라고 이제는 사랑이 뭔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못 해

진짜 사춘기라도 맞이한 걸까 인생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는 서른을 맞이하여 세상 모든 단어의 개념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사랑 사랑이었다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

그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외롭기 때문이다 그들은 외로움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마치 평생 외로워도 좋다는 듯이

 

나는 외로운 사람이 좋다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연인은 서로를 배워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국어를 배우듯 상대방을 보고 듣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연애한 결국 아는 단어 몇 개를 읊어대다 포기해버린 제2외국어와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좋아한다

읽은 지 십 년도 더 되었으니 내용을 말해보라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내게도 상실의 시대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이 책이 생각나곤 한다

 

사랑하는 이가 내게 이별을 고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눈치 챘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 역시 천천히 이별을 준비해야 함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상실의 시대 따위 가능하다면 영원히 맞이하고 싶지 않다

나는 주변을 맴도는 이별의 기운이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끔 애를 써보기도 하고 현실에 무감각해지려고

노력도 해 보았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기분이 좀 나아질까 코코아를 마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무것도

 

사랑의 결과는 이토록 처절한 좌절감이란 말인가

그것은 왜 내 자존감마저 물고 갔느냔 말이다

사랑 그것이 가치가 있는가?

사랑 그것도 네가 가져가렴

사랑 그 처절함이 다시는 나에게 오지 않도록

 

얼마 전 소중했던 한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 차를 마시던 중 더 이상 나를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이유 같은 건 없다고 했다

그저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다

사랑이란 것이 사람을 만나보고 아무 이유도 없이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나

묻고 싶었다 그렇지만 누구에게?

세상이 아무리 빨라졌다지만 마음도 이처럼 순식간에 변하는구나

그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래 보려고 노력해도 사랑이 시작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마치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는 것처럼 말이죠

 

어른들은 뭔가를 숨기는 데 선수다

나는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다 드러내는 자신에게 화가 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스스로 허점을 보이는 듯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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