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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고미숙

by librovely 2014. 12. 16.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고미숙                      2008            그린비

 

고미숙을 아마 벙커에 가서 봤었나 사실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나만 몰랐지 유명한 사람인듯

SBS에서 하는 명사초청? 인문학 강연에도 나오고....벙커에 갔을 때 정교수가 되지 못한 것이 차라리

잘된 것이라고 자주 얘기했던 것 같은데...좀 안타까웠다...이런 분 교수하시면 강의 정말 유익하고 유쾌할텐데

교수되는 과정도 뭐 줄서기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이 분이 사랑에 대한 책을 썼다면 읽어볼 마음이 그다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이 분은 독신

(이 책은 독한양주님 블로그의 리뷰를 읽고 꼭 읽어봐야겠다 마음먹었던 책)

나는 왜 독신을 사랑 못함과 연결지었던 것일까? 책을 읽어보니 소싯적에는 연애도 하고 그러셨던 모양이다

그러게...사랑과 결혼은 어쩌면 그다지 연관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진짜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적당하니까 같이 살고 애 낳아 키우기 적당하니까 결혼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라고 쓰는

나는? 나도 아마 그런 사람을 구했을 거고 문제는 내가 상대방에게 그런 사람으로 영 어필이 안되었다는 것에

있는걸까? 설마...믿고싶지 않아...그럴 리 없어...하여튼 어쩌면 정말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몸과 마음을

기꺼이 던질 수 있는 사람은 결혼하기 힘들지도 모른다...그 마음이라는 게 참으로 얄팍해서 몇 년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어? 모드로 돌변한다는 걸 알테고...물론 안 그런 경우도 가끔은 있겠지...아주 가끔은?  고미숙 언니는

그딴 거 절대 없다...영원한 사랑이란 헛소리다라고 하셨지만 0.1%는 그런 경우도 있다고 믿고 싶네...

 

내 아주 단촐하고 보잘 것 없는 연애사를 놓고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어쨌거나 고미숙 언니의 말씀은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아무리 흉한 꼴을 당해도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게 자신이 자초한 일이 연애라는 이야기도

뭐 끄덕끄덕...내 병신미 돋는 짓들도 어느 누가 강요해서 한 일이던가 나 스스로 그러고 앉아 있었던거지...

갑자기 지난 달에 읽었던 임경선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대개의 연애가 상대방에 의해 끝이 났던 이유는 본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과 시작을 한 일이 없었다는 이야기...나 또한 상대방의 마음 따위는 나중 일이고

내가 좋아하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고 그러니 내 쪽에서 상대방을 밀어낼 이유가 없었던...이라고 쓰다보니

나에게 무슨 일이 있기나 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뭐라도 주절 주절 여기에 쓸만한 일이 많았다면 참

재밌었겠다는 아쉬움이....하여튼 네가 자조한 일이 연애다...라는 말은 위안을 주는 이야기였다 여러모로

 

대부분의 솔로는 야식이나 야동을 탐한다는 말도 맞는 말...난 야동은 안 본다...19금 영화는 보는데 그 또한

영화관에서 보는거고...그럼 야식은? 음...난 밤이되면 외로운게 아니라 배가 고프다...근데 그게 외로워서

그런거였어?  그게 확실한 건 난 뭔가 신경쓰이는 남자가 생기면 식욕이 확 사라진다...누가 좋은가 얼마나

좋은가는 얼마나 식욕이 떨어지고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하며 얼마나 피부가 좋아지느냐로 측정이 가능할

정도...내가 이꼴인건 너무 외로워서 그런거다...나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ㅎㅎ

 

시절인연이라는 말...그 유명한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잘 표현한 고미숙의 말 시절인연

음...이 말이 담은 가장 큰 의미는 순간이라는 것 같다...사랑하는 감정은 한 때일 뿐이다...아이고 슬퍼...

근데 그 순간이라도 좀 만나봤으면....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감정이 생성되고 또 소멸되는 것이지....

근데 그 시공간은 어디 있나요?  왜 나는 거기에 갈 수 없나요...

 

여러명 안에서 자신이 감지할 수 있는 특별함에 의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도 인상적...

짚신도 제짝이 있다는 말...을 너같이 별거 아니어도 어딘가에 너만큼 별거 아닌 인간이 존재하니까

용기와 희망을 갖고 기다려봐...의 의미로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지...그냥 너의 그 독특한 시각에 코드에

딱 맞을 누군가가 있을거다...라고 생각하고 싶었는데...그런거지...대개의 여자들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키 큰 남자를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눈에 확 들어오는 사람은 키가 작은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내 코드에 딱 맞는 무언가를 감지한 순간 키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이었다...볼 게 하나도

없고 붙잡을 매력이 전혀 없을 때 그럴 때나 키가 얼마냐 얼굴이 작냐 목소리가 어떠냐 따위를 따져보게

되는 것 같다... 이거 왠지 되게 히망(희망 아님...)적인 이야기인데...외모 따위는 도그나 줘버려~

하여튼 질의 차이...내 레이더에 걸려드는 그 특정한 것들을 내뿜는 사람...을 좀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네

 

사랑 타령 하기에는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나 나이를 많이 드신 '나'지만....

뭐 어쨌거나 이런 책 아직도 재미있다

이 책을 읽어보니 맘에 누군가가 확 들어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거고 그게 끝이 보인다고 해도 그 순간

만으로도 소중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진작 읽었다면 흘려보내지 않았을 시절 인연도 있었지 않았

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괜찮다...이제라도 읽었으니까...자 그럼 이제 시절인연을 잡으러 가기만 하면

되겠군...음...!!

 

 

 

 

 

 

 

 

 

 

 

 

 

복수의 씨앗인 그 사랑고 헌신이 자신이 원해서 한 짓이라는 사실

누가 시켜서 혹은 누가 강요해서 한 짓이 아니란 사실

아무리 심한 배신을 당했다 할지라도 애초 모든 사건이 자신으로부터 비롯했음

 

불멸의 사랑은 망상 중의 망상이다

 

차는 것과 차이는 건 동일한 사건이다

일종의 어긋남을 겪어야 한다는 점에선 다를 게 없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붓다의 유명한 가르침이다 어디에도 기대지 말고 혼자의 힘으로 가라는 뜻이다

홀로 갈 수 없다면 절대 타자를 사랑할 수 없다

오직 날개의 무게로만 가는 새처럼 가라

 

대부분의 솔로들은 야식 혹은 야동을 탐한다

야동은 말할 것도 없고 야식 특히 폭식은 외로움의 신체적 표상이다

정신적 공허를 채우기 위한 몸적 반응이 바로 허기이기 때문이다

 

성욕이 곧바로 사랑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신체적 합일에의 욕망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랑이라는 관계에 진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패턴에선 사랑과 성욕은 운명적으로 엇갈릴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시절인연

대상이 누구냐보다 언제 어디서 만났느냐가 더 결정적이다

어떤 시공간적 배티 속에서 사랑이라는 특별한 감정이 생기고 관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반쪽이를 향한 무한도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짝을 찾는 일이다

시절인연이란 서로 다른 길을 가던 두 사람이 어떤 강한 촉발에 의해 공통의 리듬을 구성하게 된

특정한 시간대를 뜻한다 일종의 매트릭스 같은 것이다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다 어떤 대상을 만나느냐가 아니라 내 안에 잠재하고 있던

욕망이 표면으로 솟구칠 때 사랑이라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 욕망이 솟아오르려면 시절을

타야 한다

 

니체는 말했다 벗을 원한다면 그를 위해서 기꺼이 전쟁이라도 일으킬 각오를 해야 한다

 

유치할수록 진실하다는 편견

남들에게 절대 보여 줄 수 없는 치졸함 인간적 나약함 어리광 따위를 주고받는 것이 연애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사랑이 지배와 예속관계를 반복하는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솔직히 성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유치하기 짝이 없다면 그건 일종의 발달장애에 해당한다

 

자본주의가 도래하기 이전 세계 모든 종족의 결혼 적령기는 이팔청춘이었다

 

우리시대 엄마들한텐 남편과 자식이 세상의 모든 것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사랑과 집착이 완벽하게 뒤섞여 버린다

 

만남에서 결별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상품이 개입하지 않은 공간이 거의 없다

"남자애와의 데이트가 대부분 그렇듯 오늘도 베니건스에서 샐러드와 파스타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나니 특별히 갈 곳이 없었다 상우가 비디오방이나 갈래? 했을 때

나는 글쎄... 하며 얼버무렸지만 결국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정이현<낭만적 사랑과 사회>

 

인터넷 안에서는 조증에 가까운 활동력을 보이지만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바깥 세계에선

거의 자폐증이 가까운 행태를 보인다

 

질의 차이가 없다면 사랑을 불가능하다

사랑이란 무리 속에서 어떤 특이성이 발견될 때 시작되는 것이다

저 멀리 숲속에서 그네를 뛰고 있는 춘향이의 존재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특이성이다

그러나 비슷비슷하게 생긴 남녀들이 유사한 메뉴얼로 좌충우돌 해봤자 남는 건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뿐이다

 

기존의 나로부터 떠날 수 있다면 다시 말해 나의 세계관과 습속의 배치를 바꾸어 준다면....

진정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나를 멸망시킬 용기가 있는가

 

오스카 와일드의 한 말씀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그 자신을 속이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남들을 속임으로써 그것의 종말을 고한다

 

에피쿠로스를 변주하여 보자면...

실연은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실패란 없으며 사랑이 끝난 다음엔 실패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부일처제는 사적 소유의 신성함을 지키기 위한 정치경제학적 보루에 불과하다

소유에 대한 집착은 결국 죽음 충동으로 이어진다

소유는 그 형식이 무엇이건 자신의 증식 이외에는 어떤 것도 사유하지 않는다

 

사랑이 탈주선이 되려면 일차적으로 화폐권력과 맞서 싸워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랑과 소유를

혼동하는 인식론적 습속과 맞서 싸워야 한다  물론 두 가지는 서로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

 

몸의 감응력 혹은 내공이 사랑의 질과 양을 결정짓는다 그런데 그 내공의 핵심이 바로 앎 혹은 지혜다

 

지성에서 비롯된 매력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장금이가 그랬고 루쉰이 그랬고 사르트르가 그러했다

네루다와 조르바가 그렇게 많은 여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게 그들이 잘생겼기 때문인가

이 사랑의 달인들의 공통점은 지성과 서사가 흘러넘쳤다는 사실이다

 

사랑은 느닷없이 오고 느닷없이 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