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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정희재

by librovely 2016. 5. 1.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정희재           2012           갤리온

 

좋은 내용이 많은 책인데 뭔가 이야기가 이 이야기가 나왔다가 저 이야기가 나왔다가 하며 구성이

좀 정신없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게 내가 이상하게 읽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남 신경쓰지 말고 나 답게 살아라...그런 내용이 많았던 기억이 나는데...사실 이게 더 어려운거다

나다운 게 뭔지가 가장 어려운거고 그게 또 알아도 그대로 사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거고...

쉬운 방법은 나다운 거? 그딴 거 도그나 주고...그냥 남처럼 남들만큼 살면 장땡이다 모드로 사는 것

그러면 최소한 불안하지는 않을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뭔가 소속감도 있고...비난도 덜 받게되고...

 

자유롭게 산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거다...스스로 정한다는 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고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일...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용기가 필요

한 일이지...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살아야 행복한거고 정상인거다...에서 벗어나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보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닌 것.... 근데 나는 이런 면에서는 다른 사람보다는

나은(?) 사람인듯...남들처럼 안 살고 있지 않은가 여러모로....근데 이게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남들과

똑같이 살고 싶은데 그것에 실패해서 이러고 있는거지 자발적으로 원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닌...

웃자고 쓴건데 웃음이 안 나오네...아이고 써라...씁쓸하다....

 

하여튼 읽어볼만한 책이었다

 

 

 

 

 

 

철저히 아무것도 아니기에 나는 모든 것일 수 있었다

 

시대의 유행을 쫓아가지 않으면 뒤처지고 낙오될 것처럼 위협하는 자본의 부추김

소로와 동시대를 살았던 랄프 왈도 에머슨이 말했듯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기만 한다면 현대사회도 그다지 나쁜 시대는 아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법을 안다면

그리고 이 평화롭게 사는 법을 안다면

이미 덕은 완성된 것이다

그냥 그대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라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이 좋은 것이다

<장자>

장자는 말한다 완벽한 삶을 갈망하며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 자체가 우주의 조화로운 법칙에

반하는 일이라고

 

한 인간을 이해하려면 그가 간절히 성취하고자 하는 지배적인 소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사회학자 노베르트 엘리아스

 

이게 내 인생의 전부란 말인가?

만약 그렇다는 대답이 나온다면 그저 휴식과 새로운 충전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과잉은 결핍의 다른 이름인 것

 

타자 지향의 삶이란 변화무쌍한 타인의 평가와 기분에 자아의 주체성을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

 

사랑이란 슬픔 속에서도 의연하게 이해하고 미소 지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헤르만 헤세

 

유명한 SF영화 스타트렉에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 장 룩 피카드는 이렇게 말한다

24세기에는 돈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의 축적은 더 이상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더 잘 살도록 하기 위해 일한다

 

평론가 김현은 기형도의 시 세계를 가리켜 행복 없이 사는 훈련 이라고 입축한 바 있다

만약 돈만을 행복이라고 여긴다면 우리는 일생을 행복 없이 사는 훈련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개개인의 고유한 삶을 무자비하게 파고드는 자본주의 아래에서 보들레르의 시를 들려주고 싶다

모든 것에 대해 불만족하고 자신에 대해 더욱더 불만족스러운 지금 이 밤

고독과 적막 속에서 나는 스스로 기력을 되찾고 자신을 조금 사랑하고 싶다

내가 이 세상의 허위와 부패로부터 멀리 있게 해다오 <파리의 우울> 새벽 1시에 중에서

 

회사에서 후배가 인사를 뚱하게 받으면 볼쾌하더라고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그 후배의 블로그를

알게 됐는데 이런 글이 있는거야

회사에서는 가면을 쓰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상냥함이 아니라 가식적인 친절

이라도 몸에 배어 있어야 회사 생활 잘한다고 인정받는 것 같다

처음엔 놀라기도 했는데 사실 맞는 말이지 뭐

요즘 가면 우울증이란 말이 자주 쓰이는 것을 본다 가면 우울증이란 속마음은 우울한데 겉으로는

쾌활한 척해야 하는 간극에서 오는 마음의 병이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가면 우울증이 겉으로

드러나는 우울증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다 이런 사회 조류를 반영해 요즘에는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정도가 아닌 겉으로만 친한 친구를 줄인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겉친...겉친은 많지만 진정한 친구나

대인관계 즉 절친은 없다는 것이 가면 우울증의 속사정인 것이다

(이 부분은 이해 안감....???? 우울증이 진정한 친구가 있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경우가 더 많을듯하여)

 

사람들은 생각만큼 다른 사람 사정에 큰 관심이 없어

그런데 늘 남이 어떻게 볼까 재다가 일생을 보내지

그러다가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때가 와서야 후회하지

좀 더 나답게 살아도 좋았을 걸 하고 말이야

 

마루야마 겐지는 20대 초반에 등단한 이래 오직 글만 써서 먹고 살겠다며 시골로 거처를 옮겼다

도쿄 중심의 중앙 문단과 연을 끊고 아내와 개 한 마리와 함께 고독한 삶을 수십 년째 살고 있다

대부분의 정신적인 문제는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답입니다 라고 그는 심플하게 말한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

덴마크 출신 소설가 이자크 디네센

이 구절을 레이몬드 카버가 책에서 인용했고...

씻고 먹고 마시고 일하고 자는 일 외에 어떤 기대나 계산 없이 희망도 절망도 없이

자발적으로 매일 빠지지 않고 조금씩 하는 그것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준다

 

베네통 광고사진으로 유명한 사진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는 일찍이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공산주의자가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