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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윽고 슬픈 외국어 - 무라카미 하루키

by librovely 2014. 9. 10.

 

이윽고 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1996                 문학사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양을 쫓는 모험 한 권 읽었나? 아니 댄스댄스댄스 1권 다 읽고 2권 중간까지 읽다가

흐지부지 한 적도 있었지...어쨌거나 나에게 뭔가 쉽지 않은 작가...상실의 시대는 앞부분 읽다가 계속 내동댕이

그건 재미 없음에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집에 있는 책이니 잡은 고기인 셈이니..급할 게 없다는 이유로...

 

연휴 마지막 날 몸이 영 일어나지지 않았다...이런 저런 이유로 몸을 약간 혹사시킨 면도 있었고 또 정신적 피로감

이럴 때는 짧은 글이 연결된 가벼운 에세이가 제격인거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빌려다 놓은 책이 옆에 있었고 해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쉬운 책이었다 

 

슬픈 외국어라...

이 책은 무라카미가 미국 프린스턴 대학 근처에 살면서 느낀 그런 것들에 대해 쓴 짧은 글들을 묶은 책인데

이방인이라는 입장...나와 다른 나라에서 살면 역시 뭔가 이상해...류의 느낌이 드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런 것들을 써 놓은 책인데 마냥 비판적이기만 한 건 아니고 그냥 소소한 일상에 대한 글도 있고 그런데

어쨌거나 무슨 글이건 뭔가 살짝 날카로운 것을 숨겨놓은 글이라서 지루하지 않았다

객관성 떨어지게 편파적인 생각은 당연히 없고 그냥 이러이러하더라 하면서 슬며시 이상한 부분 내비침

근데 다 맞는 말이고 그런 이상한 부분은 미국만이 아닌 일본을 향한 경우도 있고 또 그런 것들의 상당

부분은 한국에서도 존재하는 것이고 내 안에도 있는 속물적인 것들이기도 하고 뭐 재밌다

 

무라카미는 이탈리아에서도 살았었고 미국에서도 초청을 받아 살았고 또 이책을 마무리 할 즈음 미국의

또다른 지역에서 불러주기에 그 곳으로 이사하기도 한다 되게 멋진 인생이구나...하면서도 과연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이 책의 제목처럼 슬픈 느낌도 드는 삶이지만 그러나 뭔가

생생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많이 보고 많이 느끼니 많이 쓸 수도 있는거겠지...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작가 무라카미처럼 한국 작가 중에도 유명한 사람이 있나?

 

무라카미는 대학 때 만난 아내와 함께 사는데 뭐랄까 예술하는 사람들은 이혼 많이 하고 그럴 거 같은데

무라카미는 그렇지 않네...이혼 많이 하는 이유가 일반인들은 참고 사는 경우가 많지만 예술가들은 예민(?)

해서 그러지 않기에...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변하지 않는 삶의 방식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이고 그렇다면 아내가 그의 소울메이트였던 모양이다 글에 아내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내는 다른 직업 없이 자신의 비서 역할을 하고 글을 먼저 읽고 느낌도 이야기해주고 그렇게

무라카미를 서포트해주는 일을 하는 것 같다 물론 대학 때 만나 처음에 7년인가 카페를 운영할 때는 동등하게

일을 했다고도 쓰여 있다  이런 아내에 대해 미국 여자들 특히 페미니스트 어쩌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 불편

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하던데...글을 보니 아내가 소설가고 자신이 지금 아내의 역할을 했어도 별로

이상할 게 없다고도 쓰여 있지만 스스로도 뭔가 그 지점에 대해서는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미용실에서 말을 거는 이야기는 내가 며칠 전에 블로그 잡글(?)에도 썼는데 여기에도 나와서 웃겼다

전세계 미용실은 같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거고 미용실을 찾는 경우 머리를 하고 싶어요와 함께

누군가와 대화가 하고 싶어요 마음도 있는 경우가 많은 모양인게지...

(이 책은 약간은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과도 살짝 비슷한 느낌)

 

무라카미는 몸을 움직여서 생각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달리기라도 꾸준히 하는거고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몸을 쓰는 일인 카페 운영을 했던거고...이게 묘한건데 정말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것에는

독특한 성취감(?) 하여튼 뭔가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 힘든 매력이 있다...개운해지는 부분이 있다....

나도 가끔씩 몸을 써서 노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이곤 하는데...그게 더 자연스럽고 정신이나

몸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물론 식당에서 무리하게 몸을 혹사시키는 그런 일을 의미

하는 건 아니다...말이 나왔으니 써보자면...회식이나 뭐 그런 이유로 고깃집에라도 가면 아줌마들이

엄청나게 무거운 것을 부지런하게 옮기는 것을 보면..좋지 않다...분명 나이들면 손목 관절에 이상이

올 것만 같고...저 방법밖에 없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어쩌면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고 앉아있는게

저 아줌마들의 손목 관절을 뜯어먹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역겨운 생각도 든다...과장이 심한가?

이런 식으로 하자면 비공정 무역이나 노동력 착취를 일삼는 회사의 커피나 운동화 따위를 구매하는

일도 약소국가 노동자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짓일지도 모르고...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책이나 읽고

앉아있는 겉으로 보기에는 되게 쿨~해보이는 일이 결국에는 무시무시한 무기로 변해 사람을 죽이고

있는 일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는데...이런 식으로 하자면 뭐 끝도 없겠지?

 

몸으로 하는 노동은 되게 자연스러운 일이고 적당한 노동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몸을 움직여 쌓이는 적당한 피로감은 기분 좋은 일이고 숙면에도 도움이 되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현대인들은 그런 노동이 불가능해서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그러는 거겠지

대신 지금도 몸으로 일하는 직업의 경우...비정상적으로 일을 시키는 것 같고 그게 문제인거 같다

뭐 비단 육체 노동만 그런가? 앉아서 컴퓨터 두들기며 일하거나 서비스직의 경우도 노동시간이나

강도가 높은 건 사실인거고 그 이유는 뭐 자본가들의 이익 극대화에 있는거고...세계 2위라고 했나?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게다가 상당 수의 회사들은 야근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야구를 보다가 문득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던데 본인이 말했듯 그게 딱

그 순간에 떠올랐다고 해도 그 이전부터 쌓여온 것이 있었을 것이다 와세다대학을 나왔으나 학창시절

거의 책만 읽고 학교도 많이 빼먹었다던데 그 때 책 많이 읽어서 높은 점수가 가능했던 3과목으로 대학을

들어간 거라고 했다 어쩌면 다 필요없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핵심이 아닐지

물론 저자도 슬쩍 말하고 지나갔듯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건  아닌거겠지...

(시민케인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한다고 한다 무라카미는...Some people can sing others can't)

 

글을 쓰는 직업...난 그 중 소설가가 최고라고 생각한다...순수 창작이니까...물론 보고 들은 것을 조합한

것이지 순수 창작 아니다...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 자기 경험이나 들은 것을 소설

소재로 삼지 않는다고 하니 창작 맞지...물론 조합해도 창작이고 이 세상 어느 것이 완전히 새로울 수

있겠느냐만은..윤진서처럼 무라카미 덕후가 많은 거 같은데 이유를 몰라...했었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고...

일단 에세이 류를 더 읽어보고 나서 소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니까...ㅎ

 

 

 

나는 어느쪽이냐 하면 글을 써나가면서 사물을 생각하는 인간이다

 

백 명의 미국인과 일본인을 무작위로 추출해서 자세히 조사해보면 변변치 않은 녀석 잘난 체 하는 녀석

남의 험담만 하는 녀석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쪽의 그래프에서도 거의 똑같지 않을까

차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는 실제로 차별당하는 쪽에 서보지 않으면 모른다

미국에서 살기 힘들지 않습니까 묻는다면 하지만 도쿄에서도 지내기가 꽤 힘들었어요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버드나 밀러처럼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는 맥주는 주로 노동자 계급용이고

대학이나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은 좀 더 클래식하고 인텔리적인 맥주를 마셔야 한다는 것

이곳에서는 신문에서 맥주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코렉트이고 무엇이 인코렉트인지 구분이 꽤 명확하다

 

일본에서는 오히려 저 사람은 교수답지 않게 인간미가 있다는 말을 들어 더 호감을 살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영화는 유럽 영화나 실험적인 영화를 좋아하고 음악은 클래식이나 지적인 재즈를 선호한다

차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코렉트인 듯하다 새 옷이 생기면 한 달 정도 매일 집 안에서 입다가

새것 느낌이 사라지면 학교에 입고 오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

인텔리가 되기에도 꽤나 힘든 일이 많은 것 같다 비꼬는 말이 아니라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제 완전히 도시에 사는 남미 계열과 교외에 사는 백인이라는

두 개의 사회 아니면 두 개의 나라로 분리되어 버렸다

 

인텔리 계층의 미국인은 어떤 형태로든 인종차별과 연결되는 듯한 말은 입에 담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리버럴한 사람이라도 지리적으로는 명확하게 차별적 언급을 한다

112번지 북쪽으로 가면 안 돼요 위험한 동네니까 식의 말을 거리낌 없이 입에 올린다

 

미국에서는 내가 알고있는 한 달리기 동호회 같은 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뉴욕 센트럴 파크를 달렸을 때 의식해서 잘 관찰해봤는데 뉴욕에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혼자 달리고

있으며 둘이서 달리는 건 거의 부부나 연인 같은 커플이었다

 

한 탤런트가 텔레비전에서 아침 일찍 조깅 같은 걸 하는 놈을 보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싶어진다

당신들 그렇게까지 하면서 오래 살고 싶은건가? 하고 말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결코 오래 살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다 설령 짧게 살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 짧은 생을 어떻게든

충분히 집중해서 살기 위해 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그런 걸 할 필요는 물론 없겠지만

인간에게는 그런 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도대체 누구의 인생이 틀림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의 인생이 성공이라느니 실패라느니 하는 말은 누구에게 확신을 갖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미용실 쪽은 서비스를 한다고 그러는 건지 모르지만 무척 수다스럽다

무슨 일을 하고 계세요? 대학에 계십니까? 전공은 뭔가요? 미국은 마음에 드세요?

일본에는 징병제가 있나요? 일본에서는 왜 미국 차가 팔리지 않는거죠? 등의 얘기를 잇달아 물어보기

때문에 약간 피곤하다

머리를 깎고 있는 동안 줄줄이 늘어놓는 딸 자랑을 듣고 있자면 참을 수 없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한두 사람이 마음에 들어하는 편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을 때는 저마다 멋지게 차려입고 다녀서 나도 주위에 맞춰 오늘은 이런 옷차림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거의 습관적으로 하곤 했다

학생 모두가 굉장히 단정하고 말끔한 옷을 입고 있는 일본 캠퍼스

 

코치 상점 점원이 미국인 손님에게는 상냥하게 굴면서 일본인에게는 대단히 고압적으로 원숭이라도

다루 듯이 거만하게 굴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다

매일같이 마작을 하거나 여자아이와 놀거나 재즈 다방에 틀어박혀 있거나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거나

했다 담배도 피웠고 학교도 자주 빼먹었다 수업중에는 대개 소설을 읽었다

 

나는 옛날부터 남한테서 받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딱한 경향이 있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고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그것이 내 학업을 일관되게 저해해온 듯하다

딱 잘라 말하면

하고 싶지 않은 것 흥미 없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는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지내는 것의 메리트...

약자로서 무능력한 사람으로서 그런 식으로 허식이나 군더더기가 없는 완전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상황을 가져보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귀중한 경험이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든다

 

가끔 일본에 돌아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것들이 정말 우리에게 자명한 것일까 라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슬퍼진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나는

아마도 이 이윽고 슬픈 외국어를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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