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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중국행 슬로보트 - 무라카미 하루키

by librovely 2015. 2. 21.

 

 

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2014                 문학동네

 

읽은 지 고작 며칠이 흘렀을 뿐인데 벌써 기억이 잘 안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느정도 자전적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10대후반에서 20대 초반 그 즈음의 일들을 단편 소설로

쓴 것 같은 느낌이... 풋풋했던 어떻게 보면 되게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독특한 남자아이 삶의 어느 부분들을

들여다 보는 것이 일단 재밌게 느껴졌다 역시 과잉되지 않는 서술...특히 자전적인 소설을 쓸 때면 쉽게 감정의 과잉

혹은 지나친 확대해석으로 읽고 있기 뭔가 거북스러워지기 쉬운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중국행 슬로보트라는 책 제목이 재즈 음악을 떠올리게 만들었는데...

이 음악과 이 책이 잘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고...그냥 재즈를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곡명만 따온 것 같다

 

중국행 슬로보트는 만나본 중국 사람 3명에 대한 이야기를 쓴건데 다른 건 잘 기억이 안나고 잠깐 만나 본 중국

여자애 그러니까 알바하며 만나게 되었고 그 만남을 더 지속할 수도 있었는데 어이없게 번호를 적어둔 쪽지를

버려서 끝나버린 이야기인데... 한 번의 데이트였나 그런데 중국 소녀가 오늘 이후로는 연락이 안오는 거 아니냐

그런 뉘앙스를 흘리는데 그렇지 않다고 이상한 그녀의 근거없는 의심에 친절하게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십대의

하루키가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이 단편에서는 그야말로 하루키는 너무나 평범하고 그 평범함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는데...역시 어이없게 끝이 나버리는 둘의 인연에서...그게 어쩌면 십대의 인연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연락처를 찾아보려는 하루키의 모습이 또 한번

귀여웠다  이 단편 참 좋았다

 

가난한 아주머니 이야기는 불쌍하고 가난한 아주머니 안에서 너와 나와 우리를 본다 우리가 사실은 다 그래

뭐 대강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다들 외면하고 싶어하고 관심조차 주기 싫어하는 가난한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하루키는 글로 써야한다고 느끼고... 그 이유는 우리가 결국 가난한 아주머니이기 때문이 아닐지..

 

뉴욕 탄광의 비극은 장례식에 입고 갈 옷을 빌리려고 친구에게 여러 번 연락을 하는 걸로 시작하나?

장례식에 입고 가려고 옷을 준비한 사람은 정작 장례식이 없고 친구는 4번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는데...뉴욕 탄광이라...탄광...속은 어둡고 남은 공기도 별로 없고...무슨 의미

일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캥거루 통신은...하루키는 양이나 동물원 뭐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하는 것 같은데 제일 난해한 느낌이...

기억 안나서 이건 넘어가자..

 

오후의 마지막 잔디는 중국행 슬로보트처럼 그래도 뭔가 현실에서 있음직한 스토리로 이야기가 전개

되기에 머리에 남아있다 물론 남녀관계도 등장하고...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힘들었으나 정작 그녀를 사랑한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드는 어린 하루키는 아르바이트로 잔디 깎는 일을

하는데...잔디를 깎으면서 만난 집 주인과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잔디를 깎는다는 행위에 다양한

것들을 넣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하루키의 경우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것...아무렇게나 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한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는 꾸물거리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또 그게 딱히

티가 난다고도 볼 수 없는데... 이 소설도 중국행 슬로보트처럼 십대의 남자아이 머리 속을 잠시라도 본 것

같아서 재미있었던 것도 있다  잘 다뤄지지 않는 이야기니까

 

 

땅속 그녀의 작은 개는 약간 더 자랐을 때의 일일까? 20대? 이 글에서는 뭔가 알아버렸고 그래서 고독한?

그런 게 느껴졌고...등장하는 그녀...의 감정은 이미 무감각해졌고 그래서 그게 죄책감과 슬픔을 유발하지만

손에 밴 냄새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아무리 손을 씻어도 소용없다는 게... 과거의 어떤 일...그게 소설 속

내용처럼 강아지 사체 옆의 돈을 파낸 것이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일이건 어쨌든 시간이 흐르면 마음은

굳어져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법인거고 오히려 그게 힘들게 만들기도 하는 거고...그러나 그 일이 있었

다는 그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뭐 그런 걸로 느껴졌다...그 기억은 뽑아내 내동댕이칠 수 없는거겠지...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도 줄거리가 잘 생각이 안나는데 엄청난 부자가 할 일이 없어서 차린 게 탐정 사무소

였나? 그에게는 돈 보고 달려들 다른 사람들은 다 귀찮고 단지 재미있는 일만이 필요할 뿐이다

그에게 나타난 게 양사나이...하루키는 양을 쫓는 모험에서도 그렇고...양이 대체 무슨 의미인거지?

하여튼 양 사나이가 나타나 귀를 찾아달라고 한다  어떤 하루키 소설에서도 귀가 예쁜 여자가 등장했었던 기억이..

탐정은 양박사를 만나 양사나이의 귀를 달라고 하자 화를 내는데 그에게 탐정은 양박사가 양사나이를 싫어하는

이유가 자신도 사실은 양사나이처럼 살고싶어서라고 했다...그리고 나중에 양박사는 양사나이 옷을 입고 즐겁게

산다...뭐지?  뭔지 대강 느낌이 오는 것도 같지만 잘 모르겠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만이 가득하네...

 

사실 소설 그것도 이런 단편 소설...게다가 남자가 쓴 단편 소설 그것도 현대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난해하고 줄거리 파악도 잘 안되고 어찌보면 줄거리가 있긴 한거냐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고 해서...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은 괜찮구나 역시 이해는 잘 안되지만 그건 다른 사람 서평을 읽어보면 될 일이다

 

일단 책 말미의 작가의 말이나 읽어봐야겠다

 

 

 

 

 

 

 

 

 

 

 

 

[중국행 슬로보트]

중국인이라고 해도 딱히 우리와 어딘가가 다른 것은 아니다 또한 그들에게 공통되는 확실한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제각기 다르고 그런 점은 우리와 마찬가지다

항상 생각하지만 개개인이 지닌 개체성의 기묘함이란 어떤 카테고리나 일반론도 뛰어넘는다

 

그녀는 말수가 지나치게 적고 신경질적인 구석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본능적으로 호감이 갔다

 

그런 이야기는 아무도 안 읽고 싶어할 수도 있어

-물론 읽을거리로는 매력적이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럼 왜 그런 걸 쓰고 싶다는 거야?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어 내가 왜 가난한 아주머니에 대한 소설을 쓰려는지 이유를 설명하려면 그에 대한

소설을 써야 하고 그에 대한 소설을 쓰고 나면 그걸 쓰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이미 없지 않을까

 

 

 

[가난한 아주머니 이야기]

너하고 있으면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져 어느 여자애는 어렵사리 그러나 솔직하게 말했다

 

물론 시간은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때려눕혀가리라

마치 길바닥에 쓰러져 죽을 때까지 늙은 말을 후려치는 저 마부처럼

하지만 그 매질은 몹시 조용해서 자신이 맞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을 얼마 되지 않는다

 

 

 

[뉴욕 탄광의 비극]

우울해질 것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청소를 해 새벽 두시든 세시든 설거지를 하고 가스레인지를 닦고

바닥에 걸레질을 하고 행주를 표백하고 책상 서랍을 정리하고 옷장에서 셔츠를 죄다 꺼내 다리미질하고

녹초가 될 때까지 그러다가 술을 딱 한 잔 마시고 자버려 그냥 그뿐이야 아침에 일어나 양말을 신을 때쯤

이면 웬만한 일은 잊어버린 뒤야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

 

새벽 세시에 인간은 온갖 생각이 드는 법이야 이것저것 안가리고 누구든 그렇지 그러니까 각자 대처법을

생각해놔야 해 새벽 세시에는 심지어 동물도 뭔가 생각해

 

 

 

[캥거루 통신]

순간을 포착하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뿐입니다 순간을 포착해 기념사진을 찍어두는 것이죠

글을 쓰는 건 이제 포기했습니다 글자 자체를 더는 신용할 수 없거든요 이를테면 내가 우연이라는

글자를 쓴다고 합시다 그런데 당신이 이 우연이라는 글자를 보고 느끼는 건 내가 똑같은 글자를

보고 느끼는 것고 전혀 다를지도 모릅니다

 

 

 

[오후의 마지막 잔디]

내가 그녀를 정말로 좋아했는지 이제 잘 모르겠다

기억은 나는데 모르겠다

나는 그녀와 식사하는 것을 좋아했고 하나씩하나씩 옷 벗는 그녀를 보는 것도 좋아했고...

하지만 내가 알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 그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대충하려고 들면 얼마든지 대충 할 수 있고 제대로 하려고 들면 얼마든지 제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했다고 그만큼 평가받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꾸물거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꽤 제대로 한다 이건 성격의 문제다 그리고 아마 자존심의 문제다

 

 

 

[땅속 그녀의 작은 개]

머릿속에 자꾸 뭔가가 걸렸다 아주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흔히 말하듯이 아주 사소한 일이 나중에 엄청나게 큰 의미를 갖게 되는 일도 없지 않다

 

그때 가장 놀란 건 전혀 겁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어

내가 조금이라도 무서워했다면 훨씬 마음이 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꼭 무서워하지 않더라도 괴롭다든가 슬프다든가 하다못해 그런거라도 말이야

그런데 딱 한 가지 냄새만은 언제까지고 남았어

아무리 손을 씻어도 그 냄새는 지워지지 않았어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

귀는 절대 못 돌려줘 양 사나이는 나의 적이야

이유 따위는 없어 그자들이 싫어 그렇게 한심한 꼴을 하고 희희낙락 사는 걸 보면 참으로 얄밉단 말야

-소망 증오야

 

당신은 사실 양 사나이가 되고 싶은거야 하지만 그걸 인정 하고 싶지 않아서 되레 양 사나이를 미워하게 된 거지

당신들 프로이트나 융 같은 거 읽어본 적 없어?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가 나온다 브람스의 <인테르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코드다

만일 당신이 무슨 문제를 안고 있다면 내가 인쇄공이 되기 전에 그린 스트리트의 내 사무소 문을

두드려주기 바랍니다 단 그게 재미있는 사건이라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