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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지금 저지르지 않으면 후회할 일들 - 이소연

by librovely 2015. 1. 31.

 

 

 

지금 저지르지 않으면 후회할 일들                                      이소연                          2012        위즈덤하우스

 

제목 되게 뻔하네...또 그 뻔한 것들을 늘어놓은 책이겠지...아마도 30대 중후반의 싱글여성이 썼을거고...

라고 생각하면서도 왜 대출을 받은건지...그런데 읽어보니 뭐 어찌보면 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그다지 뻔하지 않고 문체고 술술 읽히고 솔직하고 담백하고 저자는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는 유부녀...그러나 싱글 생활 길게 하다가 30대 중후반에 결혼을 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글은 다분히 싱글

마인드...뭔가 그 묘한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쓴 글이라는 게 느껴졌고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싱글 마인드...라는 것에 대해 더 써보자면...어쩄거나 혼자 싱글 기간을 오래 지내본 사람이라면 외로움이나

주변의 결혼 압박에 찌드는 안 좋은 면도 있지만 또 긍정적인 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오랜 기간 싱글로

지내며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서서히 자기 취향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또 일찍 결혼해서 육아와 살림

으로 바쁜 그녀들에 비해 그 취향을 발견하고 그 안으로 파고드는 것이 어느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혼자 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그런 게 필요하다는 것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고...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남자에게 경제적인 면이건 감정적인 면이건 덜 의존하게 되는 면도 분명 있을거다...물론

모든 게 개인차가 있겠지만...어쩄든 그런 시간을 많이 보낸 후 결혼한 여자들의 경우 결혼했으니까 오로지

육아에 살림에 그리고 남편에만 모든 정신을 쏟게 되지는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아닌가? 이건 심한 내 편견

일지 모르지만 내 몇 안되는 지인을 봐도... 어릴 때 결혼한 여자들의 경우 결혼식과 돌잔치에 나를 이용(?)

한 후 확 잠수를 타 버리는 경우가 많았고 늦게까지 싱글로 남아있다가 결혼한 경우에도 물론 가정일에

파묻히는 경우도 있지만 훨씬 덜하다는 걸 느낀다...아내고 엄마이긴 한데 자신도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좀 많은 거 같았다...물론 일찍 결혼해도 그런 사람을 보긴 했다...그런데 그 분은 아마도 가정에서의 역할에

올인한 다른 엄마에게 뭐라더라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속상해하던...ㅎㅎ 모성애가 부족하

다는 공격(?)의 기저에는 나 맞게 살고 있는건가 하는 불안감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말도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많을 거 같은데...맞다 말도 안된다...결혼 시기 차이보다는 개인차의 문제가

맞는데 그냥 내가 주변에서 보고 느낀 바에 의하면 그 비율? 확률? 하여튼 저런 면이 있다고 나는 느꼈다는

말이다...ㅡ.ㅡ

 

뭔가 훈계하듯 가르치려 든다기 보다는 자신의 뻘짓마저 고백해가며 이래도 괜찮아 이런 일에서 이런 걸

느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내가 했던 뻘짓도 포함되어 있었고 내가 느낀 것들이 종종 보여서 많이 공감하며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읽었고 나만 그런 게 아니네...하며 위로도 받고 아주 좋은 책임...

 

잘난척 안하는데 뭔가 잘난 거 같아 했는데 아마도 서울대 출신인 것 같고... 드라마 PD라는 직업...

드라마...음...드라마 PD라는 것이 살짝 의아하긴 하지만 이 분 책 또 썼으면 좋겠다

글 쓰는 게 원래 꿈이라고 한 거 같은데 글 쓸 때 가장 행복하다고... 자신이 잘 알고 있는거겠지...

글을 잘 쓴다...그리고 그 글이 남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자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자...

물론 나는 또 빌려보겠지만...ㅡㅡ;

 

 

 

 

 

 

 

 

 

 

 

어제 꿈을 꿨는데 꿈에 **가 나왔어

**이는 내가 방금까지 소리높여 욕했던 사람이다

근데 그게 뭐?

선배는 한 손을 주먹으로 쥐어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내가 주먹으로 **를 막 때렸어

꿈에서?

피식 웃음이 났다 분노가 설움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꿈에서 너를 괴롭히는 사람을 때려 주었어

이토록 단순하고 정직한 위안이라니

 

그런 날들이 있다 무언가가 끝나 버려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서 별 일도 아닌 것이 깊은 두려움을

건드려서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날

20대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연애가 끝났던 날이 딱 그런 날이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토록 새로운 사랑을 다시 시작하지 못했는가 라는 질문에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알아버렸다 그 두려움에 타당한 근거가 없었다는 것을

그저 두려웠을 뿐이다 무엇이 왜 두려운지도 모른 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해냈다

두 번째 연애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시작해 보았으므로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끝을 보았음으로 다음에도 또 끝날 것이라고 알려주었던 첫 번째 연애에 비해

다시 시작을 해보았으므로 다음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던 두 번째 연애

 

20대에 카드가 몇 달 펑크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명품 가방 하나쯤 질러 버리자

진짜 명품 가방이 내 어깨에 둘러메지고 나면 오히려 명품으로부터 초연해질 수 있을 테니까

 

헤픈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헤픈 것보다 더 나쁜 것은 닫혀 있는 것이다

우리 앞에 펼쳐질 관계의 가능성에 대해 꼼짝 않고 닫아 두는 것

 

연애란 궁극적으로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잘 보이지 않아도 아주 작은 성장이 있었다고 믿어도 좋으리라

그러니까 연애 후의 나는 연애 전의 나보다는 나은 사람이라고 그 차이가 비록 아주 아주 작더라도

 

어차피 연애는 끝난다

그러니 끝나지 않을 연애를 찾느라 눈을 굴릴 필요는 없다

 

크고 작은 관계의 경험들이 쌓여 가면서 우리는 조금씩 알아 가게 된다

내가 누군지 나와 진짜로 어울리는 남자가 누군지

그래서 최종적인 순간에 우리는 좀 더 나다운 선택을 하게 된다

 

그땐 좀 더 용감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좀 더 본능에 충실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서른 살엔 스무 살보다 비겁해지니까 나이가 들수록 두려워지니까

그래서 20대는 강하다 강하니까 부딪힐 만한 여력이 있으니까 낯선 남자와 키스 따위

그런 미지의 밤 같은 것 겪어 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순간은 곧 삶 전체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삶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찰나의 그 순간 속에서 우리는 삶의 본질과 만나는 것이다

 

우연은 신의 윙크

 

최선을 다하지 못한 연애가 끝나면 정말로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진짜 나를 설명하는 건 무엇일까 진짜 나를 설명하는 건 외적인 것들이 아니다

차 떼고 포 떼고 그러고 나서도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초라한 익명의 존재였지만 숨 쉬고 밥 먹고 걷고 잠을 자면서 그 순간에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혼자만의 여행 중에 내가 가진 것은 좀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강한 현존의 감정이었다

어쨌든 혼자여도 괜찮으며 인생에서는 누구나 혼자일 수밖에 없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운

것이다 고독이 많은 경우 자유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도

 

그러니 진정한 나를 대면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가능하면 먼 곳이 더 좋을테지만 익숙한 이곳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충분할 것이다

다만 꼭 혼자여야 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생존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세상에는 나와 맞는 것과 나와 맞지 않는 것이 있으니

 

어쩌면 나의 카페 순례는 일상 속에서 내가 큰 부담 없이 취할 수 있는 작은 여행이 아닐까

일상이란 소중하지만 또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깨어 있기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사랑스러운 카페를 찾는 일 때때로 그곳에 홀로 머무르는 일은 일상 속에서 간직해야 할 것을 잊지 않고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사유하고 온전한 나만의 시공간을 취함으로써 내면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시는 화석화된 정답을 말하지 않고 세상을 자기만의 눈으로 보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며

논리적으로 가르치려 들지 않고 조심스레 감성에 와 닿기 때문에

 

내 안에 존재는 했으되 뭐라 표현할지는 몰랐던 느낌들이 이렇게 끄집어내어져서 활자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참 신기하게도 상대 남자의 나이나 직업 생김새에 상관없이 맞선 매뉴얼이라도 존재하는 듯

대화의 흐름이 똑같았다

 

그곳에는 결혼 적령기나 성별 역할 계급 상승의 욕구 등에 대한 거대한 집단 무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일상은 생각보다 빡빡해서 피곤한 우리들은 그냥 남들처럼 하면 돼라며 재미없는 삶을 타성적으로

영위하기 쉽다

그래서 틈이 필요하다 일상 속의 숨구멍 같은 것

일상을 버텨내는 힘 맑은 에너지가 쏟아져 들어오는 숨구멍 행복을 주는 휴식 같은

 

차분하게 나를 돌아보고 내 인생을 성찰하고 계획을 세우며 혹은 그냥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은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예보를 무색하게 만들며 느닷없이

-마르탱 파주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에필로그

당신도 비슷하면서 다른 이런 순간들을 갖고 있지 않느냐고

(이 책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