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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

[청담] 레트로아 + SSG 푸드 마켓

by librovely 2015. 6. 5.

 

 현대카드 고메위크... 때에만 코스요리 시도가 가능한 경제 사정이기에 그나마 디너는 너무 비싸고 런치만 예약...

예약 시작일에 예약을 했는데 거는 곳마다 통화중이길래 안먹고 만다....하다가 혹시나 하며 한바탕의 전화 예약이

지나갔을 시간에 걸어보니 여긴 가능했고... 오버랩처럼 디파짓인지 뭔지도 요구하지 않고 해서 즐겁게 예약

 

평소에는 별 일 아닌 것도 모조리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사는 인생인데 이상하게도 어딘가에 가는 데에 걸릴

시간을 계산할 때에는 그렇게도 심각하게 초긍정적임...그래서 강남구청역에 내려서 미친듯이 달렸다

다쳐서 신발도 슬리퍼를 신고는 그렇게 비싼 땅바닥을 열심히 즈려 밟으며 내달렸는데 가는 길에 어떤 고등학교

앞에 애들이 잔뜩... 항상 그러하듯 귀를 이어폰으로 틀어막고 있는데 한껏 멋부린 애가 와서 어쩌고 하길래

이 동네는 도를 아십니까도 이렇게 모델스런 그것도 어린 애들이 하는건가? 도를 아십니까 아이돌 버전인가 하며

이어폰을 빼고 들어보니 커피 어쩌고 하는데 아무래도 사먹으라고 하는 것 같아서 황급히 이어폰 꽂으며 바빠서요..

하고 다시 슬리퍼 신고 달음박질~하며 잠시 생각했다...이 동네 애들은 외모가 왜 우월한 느낌이 드는걸까?

내가 색안경을 껴서 그런가 아님 먹는 게 달라서 그런가...음...먹는 게 다른긴 다르더라...그건 몇 시간 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여튼 그렇게 달리다가 지도 검색을 해보니 거의 도착한건데 어딘지 모르겠네...하다가 탐앤탐스 맞은 편 건물

이라길래 그런 건물이 하나 있어서 일단 들어가보니...사실 들어갈 때는 정신없이 들어가서 문이 어떻게 생겼는지

간판이 어떤지도 잘 안봤다...하여튼 들어가니까...1층에 물건 파는 곳도 있고 지하에 마트도 슬쩍 보이고 돌아다니

는 사람들 옷차림은 무척이나 깔끔한데 그게 동네 돌아다닐 그런 옷차림이 대부분...여기 뭐지?

1층에는 빵집만 보이고 해서 층별 안내도를 봤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하여튼 거기에도 레트로아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던 것 같고...전화해서 물어보니 3층이라고...해서 올라갔는데 건물에 병원이...그러니까 여긴 병원 들렀다가

밥이나 먹고 갈까 하며 올만한 그런 곳이었던 모양이다...물론 나야 고메위크 반값 해야 힘들게 오는 곳인거고...

여긴 건강식이 컨셉인 모양이었다 물이 그러하다...물 색이...테이블 매트도 괜찮고 식기류가 다 매우 고급인듯

뒤집어보니 독일 영국 뭐 그랬던 거 같은데... 커트러리가 특히 고급스러움....약간 금색 빛이고 묵직...

빵 그릇도... 저 앙증맞은 주전자 안에는 발사믹 식초가...

개인 올리브 오일 쁘라스 발사믹 식초

요즘은 포크 나이프 등을 한꺼번에 깔지 않고 먹을 때마다 치우고 가져다 주고 그러던데 여긴 미리 3개씩 깔려

있어서 동행인이랑 뭐지? 어디부터더라 이러다가 맨 끝부터...하면서 먹음...사실 아무렇게나 먹어도 무슨 상관

어쨌거나 그렇게 먹으면서 내가 이 포크는 이거 먹고 또 그 다음에는 어떤 거 먹을 때 포크 쓰지? 이러면서 계산(?)

하고 있으니까 한 마디 던짐...포크랑 나이프 다 똑같이 생겼거든....그러게...아무거나 먹어도 되겠네...똑같네...

리코타 치즈랑 토마토 깔끔하고 맛있음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수~우프...검정색 고무 도일리가 홍합 껍데기랑 깔맞춤해서 예쁘네...

여기서부터 시작...이 곳의 특징은 양이 많다는 것...

몸에 좋을 것들이 잔뜩이라서 열심히 먹었는데 이거 먹으니 배가 부르기 시작...

그 다음 나온 샐러드는...양이....엄청남...여기에도 해산물과 치즈가...치즈가 맛있었음...

양이 많지만...돈이 아까워서 미련하게 꾸역꾸역 먹었다

미디엄 레어...로 주문한건데 많이 익어서 나옴...원래 미디엄 레어면 약간 피가...있지 않나....

근데 아예 없었음... 그래서 조금은 질긴 것도 같았는데 맛은 괜찮았다

근데 싱겁길래 동행인에게 다 좋은데 좀 싱겁네....

하니까 아니 그 옆에 소금이 있지 않느냐고...

아 저게 소금이었구나...나는 왜 슈가 파우더로 본걸까 고기에 슈가 파우더라니...말이 되나...

그 다음 디저트....도 역시 검정 도일리....

독특한 커피잔 세트에 커피가 나왔는데 커피가 사라진 이유는....

커피를 마시려고 들자마자 눈에 들어온 선명하고 현란한 립스틱 자국... 최소 3회 정도 찍혀서 엉켜있는 무늬...

난 (주접은 떨지 몰라도)유별 떠는 성격이 절대 아닌데... 이건 뭐 도저히 마실 수가 없어서 직원에게 컵을 주니

보자마자 죄송하다며 가져감...그럴 수밖에 없는 상태였음...

 

그렇게 커피를 기다리면서 설거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저게 저렇게 안 지워진거면 뭐지 그냥 물에 넣었다가

뺀건가?  아니 워터프루프 어쩌고 하며 요새 립스틱이 잘 안 지워지니까 그런건가? 집에서는 저런 컵을 본 일이

없었는데 하긴 내가 립스틱을 거의 안 바르니까... 그래도 수세미로 쓱쓱 닦으면 저렇게 색 까지 남게 자국이

남을까? 커피는 진하니까 대강 닦아도 잘 안보일테고 그런건가? 그러다가 동행인이 갑자기 찝찝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 컵은 그 컵을 사용한 여자와 같이 온 남자꺼 아냐? ㅎㅎㅎ 그럴지도....물에 쓱 헹군 남자 컵일지도?

어쨌거나 다시 커피가 왔고 이 컵은 깨끗하였고 즐겁게 먹음...디저트가 특이하지 않지만 괜찮았다

블루베리 크랜베리 수박 그리고 뭐더라 하여튼 요거트랑 맛있고 건강한 느낌..수박은 정말 달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음...비싼 곳에 와도 뭐 그런 건 비슷하구나...생각했고 컵을 바꾼 게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묘하게

기분이 좋네..하였다... 돈 많아서 비싼 곳에 와도 그런 문제는 별 수 없는 거잖아...??

 

그리고 그 생각이 떠올랐다

조지 오웰이 쓴<파리와 런던 거리의 성자들> 이라는 책에 나온 파리 레스토랑 이야기....

부자들이야 한껏 우아떨며 음식을 먹어대지만 그 음식이 나가는 과정을 보면 그렇게 먹지 못할 거라는 뉘앙스...

내가 한 발췌를 긁어다 붙여보자면....

손님들은 최상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돈을 지불한다 하지만 그 서비스는 눈속임일 뿐이다

먼저 청결함을 예로 들어보자

호텔의 종업원들이 일하는 곳을 들여다보면 당장 구토를 일으킬 정도이다

우리가 일하는 식품저장실에도 수년 동안 묵은 쓰레기가 구석마다 쌓여있다

빵을 보관하는 곳에는 바퀴벌레가 우글거렸다

내가 버터를 만지기 전 손을 씻으려고 하니까 다른 동료들이 비웃었다

하지만 청결함을 보여야 하는 곳에서는 철저히 청결함을 지켰다

테이블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고 구리그릇들은 번쩍번쩍 빛이 나게 닦았다

스테이크를 주방장이 검사할 때 손가락으로 누른 후 빨아 먹는다 그 손가락은 오전중에만 해도 백 번은

넘게 빤 손가락이다 검사가 끝나면 행주로 손자국을 지우고 웨이터에게 넘기면 그의 손가락을 고깃국물에

담근 채 들고 간다 그의 손가락은 윤기 흐르는 머리칼을 쓸어 오리던 더럽고 기름 때가 묻은 손가락이다

값비싼 음식일수록 손님들은 그 음식을 통해서 더 많은 땀과 침을 먹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이야 저렇지는 않겠지만... 그냥 갑자기 저 부분이 떠오르더라는...이라고 쓰다보니 꼭 컵의 립스틱

자국 때문이 아니라 이 놈의 동네에만 오면 뭔가 기분이 살짝 삐리리 해지기에 그리고 그 요상하게 안 좋은 기분

과 저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은 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레트로아 인테리어는 생각보다 멋지지는 않지만 그냥 음식은 만족스러운 곳...양도 되게 많고...건강식 느낌이면서

이상하게 한식 느낌이 드는...  하여튼 싸게 잘 먹고 나오려다가 구경이라도 살짝 하고 갈까 해서...일단 1층의

화장실에 갔는데...음...일반적인 화장실에서 손 씻는 세면대 간격의 2.5배 크기 정도에 세면대가 하나씩...있어서

기분 나빴다....왜 너네만 그렇게 편하게 사는거야....하여튼 그러고는 나와 보니 동행인이 1층 매장에서 천 가방을

하나 보여주며 이거 얼마면 사겠냐고 가격 얼마일 거 같냐고 질문...되게 비싼건가? 해서 40만원 이러니까 그건

아니고...하며 확인해보니 21만원...그냥 천 가방이 21만원....동행인이 보기에 괜찮아서 살까 하고 보니 가격이 그랬

다고...그래서 뭐 안 비싸네...이러면서 나와서 걸어가며 음...얼마면 사겠어 저거? 그래서 나는 천 가방 구입 상한선

은 만 오천원이지....깔깔깔...하고는 아까 슬쩍 본 지하 마트나 구경해볼까 하고 내려갔다 내려가는데 동행인이

SSG라고...그게 뭐야 신세계 아냐? 하고 별 생각 없이 백화점 지하의 마트를 떠올리며 내려갔는데....

 

일단 돌아다니는 인간 구경한 것부터 쓰자면 50대 아줌마들도 마르거나 살이 안 찐 사람이 많고...

그리고 일반 마트에 가면 야식 먹은 몸의 부부가 눈에 많이 띄는데...여긴 여자는 날씬하고 남자는 운동한 몸임이

확실한 그런 부부들이 많았다...어쨌거나 사람들이 살이 훨씬 덜 찜...절제하고 몸에 좋은 것만 먹고 운동 열심히

했겠지... 그럼 일반 마트에서 보던 그 부부들은? 정신력이 약해서 야식 먹고 운동 안하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일반적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경우 야근하니 야식을 먹게 되고 피곤하니 운동은 꿈도 못꾸게 되는거지...

시간 많고 원하는 때 쾌적한 환경에서 PT받으며 운동하는 사람들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인거잖아....

내가 너무 극단적인 사람들만 쳐다보고 다녀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자꾸 기분이 묘해졌다...(묘하게 나쁨)

 

그렇게 인간 구경은 그만하고 음식을 구경해봤는데...매우 큰 매장은 아니지만 아주 빼곡하게 여러가지 식품들이...

일단 주스 파는 곳에서 시음을 하는데 아무도 마시지 않는다 우리만 마심...주스가 되게 맛있어서 물어보니 500ml

한 통이 만 원...첨가물 없이 만든거라는데 아주 맛있고 칼로리는 고작 170Kcal..그래 이런거 먹으면 살이 찌겠냐고

피부도 좋아질거고...뭐 이건 별거 아니었다...그러려니....그리고는 걸어가는데 동행인이 저거 빨리 보라고 쿡쿡

찔러서 오른쪽을 보니...생선이...그런데 그 생선이...아 그 순간은 뭔가 머리가 띵~ 해지는 그런 순간이었다....

생선이 만든 것 같았다...나는 그런 생선을 본 적이 없다...너무 신선해 보이고 깔끔해서 오히려 가짜 같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밀려오는 기시감....이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이거 뭐지? 하고 있는데 동행인이

생선 눈알 보라고...저거 반짝이는 거 보라고...우리나라 생선 중 가장 좋은 것들은 다 여기에 와 있는 것 같다고

음...정말 그럴거라고 생각한다...아마도... 제일 좋은 건 이 동네 사람들이 먹고 있었구나...그리고 생각났다

설국열차....아 여기는 SSG 설국열차구나...내가 맨 끝 칸에 있다가 멋모르고 일등석에 구경 온거구나...

 

(이상한 게 아니지만 어쨌거나...)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네...모드로 계속 구경하러 안 쪽으로 더 들어감...

홍차 코너가 있었는데 우리 동네 마트에는 기껏해야 트와이닝...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도 있어봤자 아마드..

인데 여기에는 고급 홍차가 수두룩...웨지우드...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기억이 안남...더 들어가보니 발사믹 식초

가 매우 여러 종류...시간만 있었다면 구경 실컷 하고 싶을 정도로 뭔가 못보던 게 많음...그리고 더 들어가니

반찬코너...다람*뽕이라고 유명한 블로거가 사 먹는 반찬이 여기에서 사는거라고 동행인이 그러는데 나도

어렴풋이 본 것 같은 기억이...나는 그 블로그에 자주 가지는 않는데...하여튼 언젠가 보고는 아니 몸에 해롭게

반찬을 사다가 먹다니...했던 것 같은데...근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여기 반찬 되게 비쌈....

주먹보다 더 작은 양의 멸치 볶음 가격이 13200원....배달 피자 피클 한 통 만큼의 양이 담긴 젓갈이 6000원...

나는 여기에서 삼시세끼 반찬을 사다 먹으면 그냥 월급이 동나겠구나....엥겔지수 1을 달성하겠어...

 

그렇게 짧지만 강하게 구경을 하고 나오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보이는 푸드 코트를 내려다봤는데

50대 아줌마가 신문을 보며 케이크와 커피를 여유 부리며 혼자 먹고 있음...음...저 나이대의 여자가 혼자

커피에 조각 케이크라니...

 

아 그리고 여기 직원들에게 옷 되게 깔끔하게 입혀 놓음....그리고 직원들도 아줌마건 젊은이건 뭔가 외모를

보고 뽑은 느낌도 들었다...여기에서 일하는 저 사람들은 나랑 비슷한(아닌가?) 경제 상황일 확률이 높은데

일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13200원짜라 한줌 멸치 볶음을 사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밖으로 나오면서 동행인이 여기에 SSG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밖에는 전혀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며

자기들끼리만 오려고 그런건가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밖에 나가서 보니 웅장한 문만 있을 뿐이구나...

잘 보니 3층 높이 즈음에 SSG 푸드 마켓이 쓰여 있긴 하다...

하여튼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회사 건물인 줄 알겠어....

미관상의 문제 때문에 간판을 달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구경꾼들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은 있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나는 다음에 다시 와서 더 디테일하게 구경을 해보기로 마음 먹음...

이 동네에 뉴욕에 있던 그 딘앤델루카도 들어왔다고 본 것 같은데 거기까지 같이 구경하러 다시 와봐야겠다...

슬리퍼 신고 머리 산발하고 구겨진 셔츠입고 그렇게 다시 꼭 와야지...

 

어쨌거나 맛있게 먹고 나서 묘한 기분에 휩싸였던 날...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뭔가 직접 확인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고 조금 과장해보며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