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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프라하빈이탈리아

[프라하 빈 이탈리아-epilogue]

by librovely 2014. 2. 4.

프라하 빈 이탈리아

세 곳 모두 뭐 별다른 느낌이 없던 곳이다

사실 가기 전에 두근두근 기대하며 간 곳은 그러니까 소위 로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게 적당한 곳은

나에게는 뉴욕 뿐이었다 다른 곳은 어쩌다보니 간 것이었고...

 

보통은 동행인이 원하는 곳이었고 이번의 경우에는 설명절 연휴가 귀국일과 겹쳐 돌아오는 비행기 표가 거의

없어서 표 있는 곳을 고른 것이고...물론 동행인이 이탈리아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했고...로마와 베네치아에...

나는 뭐 세 곳 모두 나쁘지도 그렇다고 딱히 좋지도 않았으나 그냥 여행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니까

세 곳 중 그래도 가장 마음이 간 곳은 오스트리아였고 그 다음은 프라하...이탈리아는 가봐야하는 곳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막 끌리는 곳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세 곳 모두 좋았다 항상 그렇듯이 물론 쉬운 여행은 아니었다

무리한 일정으로 녹초가 되기도 했고 이탈리아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치안이 나쁜 곳이라서 힘들었다

여행의 목적이 휴식이나 재충전이라면 이번 여행은 엉망이었던 것이 되는 셈이고

여행의 목적이 다양한 경험 혹은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는 다소 거창한 것에 있다면 이번 여행은 완벽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몸과 마음이 힘든 여행이어서 귀국일이 가까이 올 때쯤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향수병에 시달렸다

소매치기 걱정없이 지하철 탈 수 있는 한국은 좋은 나라 지갑을 주머니에 넣어도 되고 열린 가방에 넣어도

되고 핸드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돌아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밤늦게까지 여는 마트와 24시간

편의점이 널린 한국은 천국 (물론 노동자들에게는 지옥이겠지만 어쨌든...)

기차 역 자판기에서 표 살 때 끊임없이 달라붙는 집시가 없는 한국이 천국

기차탈 때 내 짐이 사라진다거나 표에 펀칭을 안했다고 벌금 물 걱정이 없는 한국

소매치기 따위가 기차에 먼저 올라타 대상을 물색하고는 작업을 시작하는 일 따위는 상상도 못하는 한국

관광지에서 비둘기 밥으로 과자 몇 개 주고 혹은 팔에 매듭을 확 걸고는 돈 뜯어내는 이 없는 한국이 천국

내 피부 색이 하얗지 않다고 인종 차별하지 않는 우리나라가 나에게는 천국

(물론 우리나라의 인종차별은 심각하다고 생각함...그런 사람들은 밀라노 부촌 인종차별 아오지 탄광에서

1년 거주하는 지옥경험을 시켜줘야 함)

 

향수병에만 시달린 게 아니라 과연 내가 이 곳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는가로 마음 한 구석이 항상 찜찜했었다

보통 다른 여행지에서는 귀국 일주일 전부터는 돌아가기 싫어서 병이 날 지경이었는데 우울하고...

여긴 이제 3일 남았어 하며 웃음 살짝 이제 하루밖에 안 남았다...이러면서 저 마음 깊은 곳은 웃음을 짓는...

물론 더 있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그러니까 이탈리아는 좋고 이탈리아 멀쩡한 사람들은 너무 좋은데 그 놈의

소매치기들과 집시들이 너무 무서운...그리고 뭔가 나라의 시스템이 뭔가 안내도 잘 안되어 있고 불편...

(오스트리아의 그것과는 정 반대라서 더 눈에 띄었음)

하여간 복합적인 마음이 뒤섞여 좋으면서 슬프고 개운하면서도 아쉬운 이상한 마음으로 이탈리아를 떠나왔다

 

앞서 간 체코의 프라하와 오스트리아의 빈은 평소와 비슷하게 즐거웠지만 또 애잔한 마음은 덜하다

이탈리아는 힘들었고 벗어나고 싶었으나 또 그립고 뭔가 시작하다가 말아버린 느낌도 들고...지금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리워할 곳은 아마도 이탈리아가 아닐지...연인에게 너는 이런 이런 것들이 나랑은 안 맞고 힘들어

하면서 서둘러 헤어짐을 통보하고는 뒤늦게 좋은 것들이 떠올라 후회하는 그런 애증의 나라...?

 

그렇다고 여행 기간 중에 큰 일이 있거나 했던 건 아니다...하지만 목격은 하고 다녔고 그게 마음을 옥죄었고

겁 많은 나는 뭔가 쉽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까지 겁 먹은 것은 괜히 이탈리아에 들어간 첫 날 인터넷으로

각종 이탈리아에서의 사고담을 섭렵했던 것도 한 몫 했다...게다가 소매치기 많다고 해서 겁냈으나 실상 내 눈에

전혀 보이지 않았던 스페인과는 다르게 이탈리아에서는 그 사고담에 등장한 그들이 종종 보였었고...

 

마지막 공항까지 가는 길까지도 내가 자초한 몇 건의 뻘짓들로 그 또한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경험 그러니까 평소에 절대 겪지 못할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좋은 여행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겠지...대부분의 경험에는 비용이 드는 것이고...(정신적 소모....) 뭐...

 

동유럽의 약간은 가난하고 소박한 나라 체코와 그야말로 유럽 선진국인 오스트리아의 빈

그리고 유럽의 중국이라는 말도 있는 정체를 아직도 모르겠는 뭔가 묘하고 지역별 차이가 심한 이탈리아...

세 곳은 너무 달랐고 그래서 더 많은 게 느껴지고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그래봤자 내가 얼마나 봤겠느냐만은...

 

여행이 끝날 즈음 당분간은 여행가고 싶은 생각이 안 생길 것 같아...라고 했는데

일단 오늘은 나의 일상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ㅜㅜ

아침에 일어나 안전하게 출근하고 거리에서 유색인종이라는 눈빛도 느끼지 않고 무거운 캐리어 없이 가볍게

퇴근해서 한국 밥을 먹고 동네 헬스장으로 운동하러 갔다와서 짐 풀지 않고 그냥 올려져 있는 샴푸와 바디용품을

이용해 씻고 세탁기에 빨래를 던져 넣고 한국말이 나오는 TV를 보고 편안하게 앉아서 개나 쓰다듬는 일상이 되게

행복함...

 

물론 방금 마일리지가 얼마나 쌓였고 그걸로 어딜 갈 수 있을지 확인해본 걸로 봐서는 저 마음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듯 하지만...

 

프라하 빈 이탈리아 여행에 후회는 없다

되게 좋았어~ 라고 말하기에는 다양한 찔림이 있지만 어쨌거나 잘 다녀왔다

역시 가길 잘했다

힘들었지만 가길 잘했다

 

 

사진의 자허 토르테는....

몇 달 전 책에서 봤는데 그 때 읽으면서 이거 정말 궁금한데 내가 어찌 구경이나 하겠어...했는데 정말 그 곳에

가서 맛을 본 게 신기했다...생각보다 맛은 뭐 대단히 신기한 건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