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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할 말 안할 말

by librovely 2015. 7. 29.

 

 

대개 외출해서 진탕 수다를 떨고 돌아오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가끔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그 묘하게 우중충한 기분은 귀가 후 느껴진다기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그런 때 집에 들어와서 가만히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건 말실수 때문이다

할 말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가리지 못하고 내뱉었기 때문이다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란...그 말이 어떤 말이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대한 문제

같은 말이라도 어떤 이에게 하면 그건 말실수가 아닐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했을 때는 말실수가

될 수 있는거고 그러니까 다소 민감할 수 있을 말은 하기 전에 상대방이 이런 말을 해도 될 사람인지 아닌지

생각하고 했어야 하는데... 물론 말하기 전에 짧게라도 생각을 하긴 했겠지...근데 내뱉고 나서 생각해보니

상대방이 그런 이야기까지 할만한 사이는 아니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드는 것이고 그때부터는

이야기에 집중이 되지 않고 나중에는 기분이 가라앉아 표정 관리도 쉽지 않아지게 되는거고 그러다보면

피곤해지기 시작하는거고 이건 힐링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오히려 쌓고 있는 시간이 되어 버리는 거고...

 

어느 정도의 래포가 형성되어야만 내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그걸 오해하지 않고 들을 수 있는건데...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상황일 때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어떤 감정에 대해 이 정도 표현을 한 건 어느

정도인건지 그리고 그런 말을 한 의미나 의도가 뭔지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수준에 있을 이야기만

꺼냈어야 하는건데...어쩌면 이런 생각 안하고 내 속 이야기를 맘대로 꺼내 보일 수 있는 편한 사람만이

진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런 사람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도 든다...  

 

 

그건 그렇고...

요새 자존감이란 단어가 많이 맴돈다

자존감...은 남녀 사이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 같다...

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좋다...그런 사람이 편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훨씬 덜하는 것 같아서...

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의 건강도 중요하다는 뻔한 소리를 써본다...(당연히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몸이 건강해서 오래 살면 뭐하나 마음이 튼튼하지 못해서 이리 저리 치이고 분노하고 상대방에게 피해주고

그런다면 그건 제대로 사는 게 아닐테니까...(이 역시 나를 두고 하는 말임...) 그리고 내가 과연 상대방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남의 자존감에 상처내는 소리를 생각없이 떠들어

대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았던 거 같고... 내 문제는 내가 들었을 때 상처받지 않을 소리에는 그 누구도 상처를

받지 않을거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아니지만 남들이 나를 보는

눈이나 가끔 듣게 되는 비난에 그다지 신경을 쓰거나 상처를 받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나도 내가 구차하고

찌질하고 인간이냐 쓰레기냐 따위의 생각에 빠져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가 나를 비난한다 해도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한결 더 심각한 수준의 인간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억울하지 않다 

그냥 나는 나를 현실과 다르게 받아들이고 착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래서 남들이 뭐라 해도

속으로 '니들이 나를 알아?' 라고 생각하고 웃어 넘기곤 하는 거 같다...더 정확히 말하자면...'니들이 나에

대해 뭘 알아? 내가 고작 그 정도일 것 같아? ㅋㅋ 난 그 이상으로 내면이 구차하다고 이것들아...ㅋㅋㅋ'

누군가는 이런 나에게 자기 비하 좀 그만하라고 하는데 난 자기비하 한 적 없다...다만 일반적인(?) 사람

들이 자신에 대해 착각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할 뿐..그러니까 난 나만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또 아니라는 한결 더 흉한 소리를 떠들어 본다...물론 진중권느님과 같은 경우는 전혀 다른 이야기....

하여튼 요새 자존감 강한 어떤이에 대해 골똘해져서 이런 소리를 늘어놓아 보는 것임...

자존감 강한 그 분이 누군지는 절대 여기에 쓰지 않겠지만...뭐 쓴다고 누가 알겠느냐만은 어쨌든...

그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열등감도 느끼지 않는 것 같고 또 다른 사람의 좋은 점에 대해 질투 따위 없이

잘도 인정해주고...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쓸데없을 오해 따위도 하지 않는 것 같고...그러했다....

마음이 참으로 안정되고 튼튼하더라는... 그 바탕이 된 게 견고한 자존감이 아닐까 하는...

자존감이 높다고 스스로를 우월하게 생각하거나 자존심이 세다는 건 아니고...어쩌면 우월감에 고취되어

있거나 자존심 상해 운운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 나도 높은 게 있긴 하다 자존감 말고....

뭐라고 불러야 할까? 병신감...병신감이 높다...나는 내가 얼마나 병신인지 참으로 잘 알고 있'읍'니다

 

 

날씨가 아주 덥다

습도도 높고 방에 에어컨이 없는 가난한 인생에게 이런 날씨는 너무나 가혹하다...

가난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써볼까...

얼마 전에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 있다가 정류장 기둥에 붙어있는 전화번호 휘날리는 전단을 보았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영어 노래 가르쳐드립니다 월 3만원...010- @$#%  - *&^*

그걸 보면서 생각해 보았다 월 3만원이라면 도대체 몇 명을 가르쳐야 먹고 살 수 있는거지?

30명을 모아도 90만원이잖아... 게다가 전단지의 전화번호를 아무도 떼어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느낌이고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졌다... 부자로 남을 부리면서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 라면 뭐 안되도 된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게 아니라 그냥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은데 그것조차 잘 안되네? 라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하여튼 기분이 우중충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가만... 월 3만원이라면 횟수는 적혀

있지 않은거니까 1번 30분 정도 가르쳐 주고도 3만원을 받을 수도 있는거잖아? 하며 혼자 뻘생각에 웃어 넘겼는데

나중에 엄마한테 저 전단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뭐 꼭 생계를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학생이 용돈을 벌려고

하는 걸수도 있지 않느냐는 말에 그렇다면 다행이고...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그렇고...

가끔 가장 하드코어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나의 결론은 실직이다 실직이나 취직을 아예 못한

그런 상황...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보다 더 하드코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가 죽은 상황은 제외하고

생각한거고...솔직히 실연당하는 것보다 나는 일자리가 없고 생계가 막연할 때가 훨씬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런 것 같다.. 일자리를 3년 안에 20만개 늘리겠다고 하던데...사실 일자리는 수도 중요

하지만 질도 중요한거고...

 

 

다시 하던 소리로 돌아가서....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 (잠언 18장 21절)

음...망했네...

덜 망하게 이젠 말조심 좀 하고 살아야겠다... 생각 좀 하고 말하자... 애매하면 그 입을 아예 다물어버리자...

일단 사람을 만나면 많이 떠들지 말고 듣는 방향으로...조금씩 조금씩 바꿔봐야겠다...는 나도 믿지 못할 소리를

슬며시 써본다...

 

 

내가 참 시르다...

사실 자존감이 낮은 인간은 나였나 봄...나였네...나군...나다...나인가? 나임...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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