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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혼자일 것 행복할 것 - 홍인혜

by librovely 2017. 10. 16.


혼자일 것 행복할 것                                                          홍인혜




홍인혜의 여행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몇몇 부분의 글은 너무너무 웃겼었다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쓴다 두 개의 꼴롸보가 돋보임....부럽다....

예전에 쓴 혼자 영국 여행간 책을 읽었을 때는 재미있는 사람이긴 한데 어쨌거나 그래도 뭔가 보통의 삶의

루트를 밟아 때 되면 연애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그렇게 살 줄 알았는데 아직도 싱글이고 그런가보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바에 의하며 주변 친구들 중 아직 미혼이 많다는 것... 내 억측일 수도 있는데 ㅋㅋ

그게 아마 작가님의 싱글 라이프가 길게 이어지게 만든 원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30대 중반은 된 거 같은 독립한 지 5년이나 된 독립 선배 작가님의 글을 읽으니 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배울점?도 많았다..... 살면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것 중 하나가...남들이 다들 한다고 그게 쉬운 게 아니

라는 것... 결혼 이야기가 아니라...독립 이야기다...이게 남들은 빠른 경우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하기도 하는

다들 하는 것인데...막상 해보니 심신 양쪽으로 섭섭하지 않게 요모조모 쉽지 않더라는 것....물론 나도 하루

하루 익숙해져가고 있다(고 믿고싶...) 그리고 결국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받아들일 때가 오겠지만...

솔직히 지금도 잘 적응이 된 것 같지는 않다... 뭐가 그런거냐고 묻는다면...집안일? ㅋㅋㅋㅋ 날 뭘로

보는가.......나로 말할 것 같으면....참을성 인내심 슥오이 대단....그러니까 지저분한 것에 대한 참을성이 

뛰어난 인간...이기에 집안일이야 스트레스가 될 정도로 하지도 않음....ㅋㅋㅋㅋㅋ 참으면 됨....

설거지 하루에 한 번 몰아서 하고 바닥 못 닦았으면 슬리퍼 신으면 됨....

그런건 별 문제가 안되는거다 원래 심신의 고통 중 신의 고통은 심적 고통이 없을 때나 느껴지는 것.... 

어쩌면 신의 고통이 심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면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설거지를 참 좋아한다... 이게 잡생각도 안 들고 소소한 성취감도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문제가 아니라 당장은 뭐 별 생각이 없지만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거다... 나 이렇게 혼자 살아도 되는건가

나 이래도 되는건가 뭐 이딴 생각들이.... 불필요한 미래 걱정은 넣어두고 싶은데....이렇게 사는 게 어때서...

라고 혼자 당당한 척 했지만 어쩌면 제일 심한 잔소리꾼은 내 안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이렇게 혼자서

살아도 되나? 이런 삶 괜찮은건가 하는 생각이 종종 찾아온다....는 것....물론 안 괜찮아도 딱히 방법은 없...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 때 꺼내보면 좋은 책이 바로 이런 책이지.... 독립하여 혼자 거주중인 여자인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조금은 위로가 되고 안정이 됨....근데 사실 내가 지금 결혼을 했고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다고 해도 저 질문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을거다...이러고 사는 게 맞나? 뭐 이딴 생각을 떨칠 방법은 없는거다

물론 남들처럼 사니까 불안감은 훨씬 덜했겠지만...세상에 공짜는 없는거다.... 덜 불안해도 자유롭지 못하고

피곤할 일도 많았겠지...물론 그 안에서 소소한 재미도 느끼긴 하겠지만...또 그러다가 징글징글한 순간도

있었을거고.... 인간이라는 게 가장 큰 기쁨 행복 따위와 가장 큰 슬픔 짜증 따위를 유발하는 요소가 아니겠는가

어쩄거나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이게 나답게 사는 거기 때문일거다.....

속으로 항상 생각하는 그 인생 모토....

저마다 저항이 작은 곳으로 흘러가는거지... 그나마 견디기 쉬운 방향으로 제 인생을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요새 헷갈렸던 건 이 삶이 과연 나에게 저항이 작은 방향이 맞았나 하는거였다....음....근데

뭐 어쩄거나 확실한 건 방법이 없다는 것....어디 결혼을 혼자 하냐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이 결혼이지 사실 나는 결혼까지 안가도 그 흔하다는(?) 남친도 없고...앞으로도 없을 예정이고.....

왜 미래까지 그렇게 단정짓냐고? 음...이제 착하게 살기로 했다...남은 여생 착하게 세상에 뭐라도 하나 기여를

하자...는 모토로...남친 폭이....남친 포기....사람 하나 살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의 제목이 혼자일 것 행복할 것

음...나는 하나는 이미 이루었다....

자 이제 두 번째 것만 이루면 된다....

행보카자...

나님아 우리 행보카게 힘내서 잘해보자...

독립한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아주 좋은 책이다


















 

여행에서의 하루가 짜릿한 건 여행자에겐 만사가 새삼스럽기 때문이라는 것

지독한 새삼스러움 속에서 감각의 단전이 활짝 열리고 그 틈으로 낭만이 속속

스며든다

 

외로움

독거인의 마음 바탕색

하지만 꼭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배고픔이 위장의 허기라면

외로움은 관계의 허기

때로 가득찬 위장보다

허기가 되레 뿌듯하고 감미로울 때가 있는데

외로움도 그와 같다

관계의 과잉으로 영혼이 부대낄 때

타자를 탐닉하느라 자아를 잃었을 때

우리는 사람을 굶어야 한다

고독이라는 처방을 받아야 한다

 

나올 수 있을 때 나와 더 지나면 진짜 못 나와요

왜요

부모님이 눈에 밟히기 시작하면 그땐 절대 못 나와요

 

혼자가 되자마자 본격 독립생활 시작이라는 축포가 팡 터질 줄 알았더니

웬걸 은하계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됐다

그런데 이 기분이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분명

느껴봤던 기분인데 뭐더라?

그래 이건 외톨이 기분이었다 고독한 여행자의 기분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면 이런 기분을 맛보긴 힘들다 하지만 혼자 여행해본

사람은 모두 이 기분을 알 것이다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여행을 떠날 때

공항버스에서 시작되어 비행기에서 다듬어지고 낯선 숙소에 도착하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그 외톨이 기분 거대한 낯섦에 압도당하는 그 기분

혼자 덩그러니 세상에 놓인 기분 기존의 모드 서버에서 로그아웃된 기분

그래 이 기분은 바로 그 외톨이 기분이야

짜릿함보다 해방감보다 설렘보다 먼저 덤벼든 것은 외로움 막막함 그리고

공허감이었다 독립하고 고작 10분이 지났는데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다행이었던 것은 이 모든 감정이 겪어봤던 고독이라는 사실

이었다 외톨이 여행을 거듭한 끝에 내가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이런 외로움에의

진입은 마치 겨울날 풀장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것 처음 차디찬 물에 들어

가면 입술이 파래지고 아래턱이 떨리고 무엇 때문에 이 고통을 감내하나 싶다

하지만 뻣뻣해지는 몸을 겨우 추슬러 발장구를 치고 팔을 휘돌리며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면 미세한 즐거움이 찾아오고 이 차가운 물도 포근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다 종국에는 물 밖으로 나가기 싫고 바깥이 더 추워지는 때가 온다

금방 괜찮아질 거야 나는 알아 분명히 알아 이건 겪어봤던 고독이니까

 

나에겐 일을 마치고 난 뒤에 또다른 자아로 로그인하기 위한 일종의 로딩 시간이

필요하다 두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체내 잔존했던 회사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다

나는 오늘의 끄트머리 내일의 목전에 있다 이 캄캄하고 고즈넉한 시간 나는 이

시간을 사랑한다 이 시간이 독립생활의 조용한 클라이맥스

 

우리는 주거생활에 있어 여러 난관에 봉착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문제는 이상한 이웃이었다

 

1인 가구 프로그램의 열성 팬이지만 내가 유일하게 불만을 갖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독립생활자의 삶을 궁극적으로 동반자가 없는 외로움으로

귀결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부분이다 외로움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독거인의 고독을 묘사하는 것에 불만이 없다 다만 이런 독거인의 디폴트 감정인

외로움을 타인의 결핍 특히 배우자의 부재 탓으로 해석하거나 언젠가 짝을 찾기

위해 감내해야 할 고행의 과정으로 묘사하는 것은 글쎄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그것은 너무 일방적인 해석이다

 

그들은 타인들이 응당 있어야 하는 공간에 잉여분자처럼 혼자 남겨진 것이 아니다

관계가 결핍된 안타까운 상태도 아니다 반려자를 찾지 못해 서글퍼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니 우리의 아무렇지도 않음에 이상한 주석을 달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혼자의 삶에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기는 원래 혼자가 당연한 세계다

우연하게도 잠시 누군가 머물다가 제자리로 돌아갔을 뿐이다

함께일 때는 함께여서 좋았고 떠나니 떠나서 좋은 나만의 완전한 세계

외로움이란 감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세계에선 고독조차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안정적으로 외롭다

타인의 구원은 글쎄 지금으로선 딱히 필요하지 않다

 

본디 집순이였던 자가 점점 진화하여 집의 여왕 집의 황제가 되어갔다

부득이한 약속이야 별수없이 나갔지만 어지간하면 집에 있고자 했다

퇴근 후엔 동네 산책을 나가는 일조차 없었다

 

나는 개인의 취향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취향만큼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취향에 부합하는 뭔가를

찾아냈을 때의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생각난 김에 취향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하고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나는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 좋다 누군가의 생일을 맞이한다고 가정했을 때

선물거리가 단박에 떠오르는 사람이 좋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취향이란 자기만의 세계를 가리켜주는 영혼의 나침반이니까

그 나침반이 있어야 자기만의 세계로 갈 수 있으니까

어쩌면 우리의 인생이란 취향에 맞는 것들로 저마다의 상자를 채워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의 취향에 맞춰 필통이나 파우치 보석함 옷장 책장

냉장고 따위를 채워나가는 과정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인간이 채울 수 있는 취향 상자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집이겠지

독립하고 빈집을 채워가며 사들인 모든 가구 가전 침구 러그 커튼 액자 식기

등등에 나의 취향이 반영됐다 각각 다른 시기에 각각 다른 곳에서 구비했음에도

온 집을 아우르는 나의 취향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내 집에도 있고 친구의 집에도

있다 집은 한 사람이 꾸리는 취향의 우주다 내 집에 와보면 내 취향이 명확히

드러나듯 남의 집에 가보면 그 사람의 취향이 오롯이 느껴진다

 

어느 순간 하나의 기술을 획득하여 일상의 레벨을 한층 높이고 인생의 맵을

대폭 넓혔다 그 기술이 무엇인고 하니 다름 아닌 혼자의 기술이다

무엇이든 혼자서 할 수 있는 기술 동행이 없고 패거리도 없는 외톨이임에도

무엇 하나 두렵지 않은 마음의 자세 평소 타인에게 분산투자하던 에너지를

스스로에게 오롯이 투여하며 자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

바로 그것이 혼자의 기술이다

고독의 망토를 두른 외톨이 황제가 되어 세상을 정복해나간다

그 망토는 남루하지만 편안하다 영원히 입고 싶을 만큼

 

인생은 결국 일인용이다

나는 나와 반려하며 나를 양육하며 나를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