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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오영욱

by librovely 2010.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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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오영욱                   2008                 예담




오기사
이젠 오기사란 택시기사가 아니라 건축기사임도 알고 블로그에도 들락거려봐서 여행이 주가 아니라 실제로
다른 직업을 갖고 있음도 알았다  그게 뭐가 어떠냐고... 여러 의미가 있다



일단 책을 돈내고 사서 보는 게 아니라 빌려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많이 줄었다
그는 나보다 훨씬 먹고사는 문제가 없는 게 확실하기에 오로지 인세로만 살아간다고 생각했을 때 보다 맘이 편한..
물론 나같은 인간만 있다면 그건 큰 문제지만 많은 이가 사서 보고 있음을 그의 블로그 인기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기에...이런 좋은 의미도 있는 반면...



지난 번 책을 읽을 때는 그냥 저냥 건축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좀 다니다가 그만두고 바르셀로나에서 놀면서
스페인어나 좀 배우며 사는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나나 그 사람이나 비슷한 인간이다 라는 그런 느낌?
친근한 느낌? 약간의 루저스러운 공감도 해가며... 낡은 방 어쩌고 이야기하거나 맨날 낮잠만 늘어지게 자는 듯한
글이나 그림을 봤을 때 나보다 월등한 건 그림 그리는 솜씨와 글 잘 쓰는 것 말고는 없겠거니..했는데
알고보니 멀쩡한 학교 나오고 멀쩡한 일을 하고 일이 너무 많아서 바빠 죽는 분위기라니.. 처음에는 좋겠다....
하다가 나중에는 슬슬 열등감이...왜 같은 인간인데 저 사람은 저렇고 나는 이렇고...하여튼 난 잘난 사람이 싫다
게다가 잘났음에도 못난 척 해서 진짜 못난 사람이 나랑 비슷한 사람인가봐 하며 흐뭇한 동질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 더 싫다....물론 농담...이라고 말해야겠지...



하여튼 책 빌리러 갔다가 생각나서 두 권의 책도 빌려왔고 허리의 빠른 치료를 위해 날마다 하는 온열 의료기
위에서 할머니처럼 등과 허리를 지져대며(?) 읽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괜찮은 책...
이 책에도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보면 자신의 외모를 상당히 맘에 들어하는 것 같다....



사진을 여러 장 찍어서 이어 붙인 게 신기하고 보기 좋았다 사진을 제각각 찍어서 크기를 조절해서 이어놓은
것 같은데 신기하다...그림도 역시 멋지다...그림은 정말 타고나는 것 같다...그림을 잘 그리면 여행가서 사진
대신 가끔 그림을 그려도 좋을 것 같긴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너무 오래 걸릴 것 같기도 하고....



길 위에서 기록하고 그린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이라는 글이 표지에 쓰여있는데...
커피는 맞는데 사랑에 대한 기억은 아주 살짝 나와있어서 좀 아쉬웠다...
하긴 개인적인 것들을 책으로 출판해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그러려면 표지에도 그런 말은 빼는 게....
그래도 다른 면에서는 속을 내비치는 글도 있고 그 글의 내용은 누구나 그런 일이 있을 만한 것들이기에...
그리고 그런 내용을 참 적절한 문장으로 표현해 놓았기에 정작 글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뭔가 많이 읽은 느낌이...
그림을 보는 것도 글을 읽는 것 만큼 읽을 수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림과 글의 비중이 딱 스노우캣의 그것과 비슷
여러모로 볼수록 남자 스노우캣 버전
재미있게 읽었다
또 책을 내면 좋겠다
물론 나는 빌려서 보겠지....만.....




그림 끝에 쓰여진 ㅇㅇㅇ 이 뭘까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알았다














지구는 어쨌든 그리 크지 않은 별
인생들은 비슷비슷했고
도망칠 곳은 마땅히 존재하지 않았다
보통 일탈 자체보다는 일탈의 과정이 더 짜릿한 편이다
그냥 일상적으로
매일 가던 카페에 또 찾아가서
안녕 인사를 하고
카페에 놓인 그날의 신문을 훑어보며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도
충분히 짜릿했다

어쨌든 이곳은 바르셀로나인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뉴욕뉴욕 호텔의 가짜 뉴욕 거리에 가서
크림치즈를 얹은 블루베리 베이글과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고
가을 정취가 흐르는 가짜 센트럴파크에 가서
블랙잭 테이블에 앉아
지난 밤에 땄던 돈을 도로 잃었다

도박은 인생 같은 것





이 편견의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나 역시 지독한 편견에 빠져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




완전한 천국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았다
애써 증명해 보이지 않더라도 결론은 명확할 뿐이다
어차피 인간들이 모여 만들어낸 세상이었고
웬만한 사람들은 보통 완벽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