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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보통의 존재 - 이석원

by librovely 2012. 12. 2.

 

보통의 존재                                                                                            이석원               2009               달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그룹(?)의 보컬(?) 잘 모른다...하여튼 가수고 그가 쓴 책...

나왔을 당시 아주 인기있던 책이라서 머리 속에 들어있던 책을 우연히 도서관에서 보고 대출...

기대를 했다...제목부터가 아주....읽어보니 딱 기대한만큼 좋았다...독특했다...솔직하고...

 

일단 이혼을 한 그런 상황이 많이 녹아든 내용...내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결혼과 이혼을 겪고 난 후 쓴 책

물론 내용 자체가 다 그런 내용은 아니지만 얼핏 얼핏 나오는 말이 내 생각 범위 밖이었기에 아주 좋았다...

이제서 음악을 찾아 들어보니...음악과 책이 아주 많이 닮았다...꼭 그 음악의 곡처럼 가사처럼 그런 책...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이걸 뭐라고 해야하나...수필계의 실존주의 ㅋㅋ 이건 과장이고

하여튼 수필 그러니까 자기 이야기라면 쉽사리 빠져들고마는 자기 우상화...자아도취~의 낌새가 전혀 안 보이는

깔끔한 책...내 기준에서는 이석원이 좋아하는 작가로 보이는 공지영보다도 훨씬 객관적으로 자신에 대해 쓸 수

있는듯... 물론 간혹 어떤 내용은 반복되어 나오기도 하고 살짝 뻔하기도 하였지만... 이를테면 서점이나 여행에 대한

그런 내용은 너무 흔해서..별 감흥이 없었는데...그래도 괜찮았다

 

내용을 보니 그는 이혼을 했음에도 여전히 주변에 여자가 꼬이는(?) 모양이고...그런 뉘앙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심 내 마음이 꼬이곤 했다...이거 뭔가 불공평하네.. 저자는 사랑의 유효기간을 3개월이라고..꼭 그럴까요?

난 정말 그 분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그건 아니라고 본다...이석원이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만나면 그 기간은

좀 연장되지 않을까요...?  소울메이트 하니까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음악이 꼭 그 드라마 삽입곡들과 잘 어울림...

글을 보니 혼자 살 생각도 하는 것 같은데...내가 뭘 알겠느냐만은...이석원은 아무래도 누군가가 필요한 영혼이

아닌가 하는...근데 본인 말대로 또 그 열정의 식음이 감당이 안되는 면도 있는 것 같고...

 

내용 중 아주 인상적인 부분 하나는 엄마 이야기...참 그 미묘한 부분을 잘 끄집어 내서 들려준다...

이석원 엄마의 내시경 이야기는 읽으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뭐랄까 예전에는 가족간의 아픔이 가난 뭐 그런

것에서 시작된다면 요즘의 가족은 정서적인 그런...가족이니까 어느 정도 의존해도 되고 아쉬운 이야기를

해도 되는데 언제부턴가 남보다도 더 심하게 서로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그래서 만들어지는 자잘한 비극?들

 

이석원의 형제는 4명이고 그 중 3명이 이혼을 했고 가족 중 4명이 자살시도를 했고 이석원도 했었고 어릴 때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살기도 했다고 한다...이상해 보이냐고? 그렇지는 않다...어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그냥 그대로 나를 놔두고 흘러가는대로 그냥 내버려두면 나도 자신(?)있다...이건 아주 살 찐 사람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 찌는 거 자신 있어...하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 어쨌든 그의 가족이 다들 예민한 영혼인 것

같고...어쩌면 사실대로(?)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이석원이 책에서도 말했듯 열정이 없는 사랑은 이어간 일이

없다고 하는데...그렇게 산다면 우리는 모두 이혼해야 하는 게 아니겠는가? 극히 일부의 소울메이트를 만난 행운아를

제외하면...근데 그냥 열정이 식어도 사랑이 없어진 것 같아도 가족인거야~ 하면서 사는 사람도 많을거고...

이 허무한 세상 뭐하러 살아...하는 생각이 밀려들면 자신의 쉴 곳 그러니까 중독된 곳이나 잡생각 안들게 만드는

무언가로 도망가 버리곤 하는게 일반적인 반면 이석원과 가족은 허무하니까 그만 살자...라고 생각한 건 아닌지...

쓰다보니 내가 이상한 사람 같은데...(이상한 사람 맞다...)

 

 

어렴풋한 느낌과 둥둥 여기저기 떠다니던 생각들을 확 잡아채서 선명하게 드러내는 글....

재미있게 읽었다...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생각은 이래저래 많아지게 만드니 참으로 좋은 책이다....

 

자 앨범만 몇 집 내지 말고 책도 2권 3권 쓰자~ (이상 항상 대출받아보는 애독자의 말씀이었음)

 

 

 

 

 

 

 

 

나는 언제나 손을 잡았을 때 아무런 느낌이 없으면 그것으로 사랑도 끝났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열정이 없어진 사랑을 이어가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껏 공공연히 나의 사랑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아무리 좋아하던 사람도 3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고 키스는 짜릿하지 않더라

나는 그런 정열의 소멸을 감당하지 못했다

 

사랑이 무엇인지 마음은 왜 변하는지 나는 여전히 모른다

그렇지만 그때 그 오징어잡이배들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도 아쉬운 것을 보면

마음이란 것이 그렇게 쉽사리 소멸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로부터 6년 뒤 헤어졌다

 

사람은 이 사적이기 짝이 없는 공간에서 내 집에 책이 몇 권 이나 있는지 우리집 가구들이 얼마나 볼품없고

남루한지 옷방에 옷은 몇 벌이나 걸려 있으며 명품은 얼마나 있는지 팬티는 몇 장을 가지고 돌려가며 입고

있는지 욕실은 얼마나 어질러져 있는지 따위를 결코 남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될 권리와 자유를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이란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모든 사적 영역이 공개 공유되기 때문이다

결혼이란 남녀 간의 사랑의 합체이기 이전에 무엇보다 사생활과 사생활의 결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버스를 타고 교보문고로 가서는 할 일도 살 책도 없으면서 밍기적거리다가 오는

것이 전부였다

 

여행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나 책을 읽을 수 있으며 통신 수단이 없어도 답답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사람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좋은 작품을 내기가 힘들다

인생의 굴곡이 험준할수록 작품에도 그만큼 진한 드라마가 담기기 마련이니까

 

만약 세상의 유에프오가 모두 거짓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진다면

지구 위의 인간들은 모두들 약간씩은 더 외로워질 것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엄마의 상전이 되었다 아들을 자신이 원하는 무엇인가로 길러내려고 억압하고 채근하던 엄마는

이제 행여 자식 일에 지장을 줄까봐 늘 노심초사하는 늙은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언제나 뭔가를 시키던 입장에서 이제는 그 어떤 작은 부탁을 하는 것도 그렇게 어려워하는 분이 되셨다

 

엄마 도대체 내시경을 왜 일반으로 받은거야? 정말 돈 때문에 그랬어?

엄마는 계속 됐다고만 하시며 단지 나의 검사 날짜를 물어보셨다 그런데 나는 그날 병원에 가서야 알았다

그 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오지 않으면 수면 내시경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인생이라는 바다 위를 표류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구원을 꿈꾸기 마련인데 나에겐 그것이 여행과 책 두 가지였다

 

책읽기 그것은 내 인생의 혁명적인 변화였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인지를  남의 삶을 엿보고 남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남의 상상을 맛보는

 

언제가 보았던 메탈리카의 다큐영화에서 보컬이 한 말

사람들하고 가까워지는 게 싫어 왠지 알아?

어떻게 가까워지는 건지 모르니까

 

그럴 때면 반사적으로 역시 결혼을 해야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한다

문제는 과연 결혼이란 걸 하면 외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결혼을 해봤기 때문에 싱글들보다는 경험적인 면에서 다소 유리한 편이라 할 수 있는데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더듬거리며 그때의 감정들을 떠올려보면 그 결론이 그렇게 밝은 것은 아니다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누군가 곁에 있어서 외롭지 않다고 느낀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연애를 해봐도 여전히 외로운 것처럼 외롭지 않으려고 결혼을 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처방 혹은 선택이

될 수 없을 확률이 높다

 

결혼이란 이를테면 영화는 평생 이 사람하고만 보겠다는 약속이다

물론 지켜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결혼이란 두 사람이 만나서 데이트를 한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한집으로 들어가 여전히 함께

있는 것 즉 데이트를 한 이후에도 쭉 같이 있다가 나중엔 데이트 자체가 없어지는 것 그게 바로 결혼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들이 하객 모으기에 얼마나 강박적으로 시달리는 지 잘 안다

우리는 결혼식 때 친구들이 얼마나 오는가를 놓고 그 사람을 판단하려 하기 때문이다

내가 우리 사회의 이러한 강요된 관계 맺기 문화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어떨 땐 너무나 숨이 막힌다

 

혼자서 일생을 자유롭게 보내길 원하는 사람은 남들이 결혼을 준비하듯 혼자 살 준비를 해야 한다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도록 자신을 단련하고 자신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의 돈과 일을 갖고 동거인을 대신해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마련해야 하며 노후 대비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혼자 해야한다는 것

 

아무리 외톨이라도 단지 친구인 사람이 없을 뿐 누구든 위안이 되어 줄 자기만의 무언가를 하나씩은 갖고 있다

그것이 책이나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어떤 취미생활이나 기르는 고양이나 개가 될 수도 있을 테지만

나에게는 오래 전부터 서점이라는 공간이 최고의 안식처이자 벗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