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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일의 기쁨과 슬픔 - 알랭 드 보통

by librovely 2009.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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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2009                  이레
THE PLEASURES AND SORROWS OF WORK



알랭 드 보통의 새로운 책을 많이 기다렸다
알랭 드 보통의 출간된 책은 다 읽어봤고 한 권도 맘에 들지 않은 책이 없었고 너무 좋았던 책도 몇 권 있었고
아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이라는 책은 좀 별로였던 것도 같다...그 책이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인데...
하여튼 이 책을 발견?하고 정말 기뻤다...게다가 일에 대한 내용이라니 더 기대가 되었다



책의 앞 뒤에 쓰여진 글을 읽으니 정말 기대감이 최고조에...
일은 우리의 끝없는 불안을 잠재워줄 것이다
일은 우리에게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일은 우리를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할 일이 있을 때는 죽음을 생각하기 어렵다 
금기라기보다는 그냥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일은 본질상 다른 데로는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오히려 바로 그 점 때문에 일에 감사한다
아... 내가 읽고 싶었던 바로 그런 내용들...완벽하다.....라고 감탄하며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음...
내용이 나쁜 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주 흡족한 책이다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이 쓴 책이라고 생각하고 봤을 때에는 말이 좀 달라진다
좀...실망스러웠다...왜 이러셨어요...안 그러셨잖아요~ 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
알랭 드 보통의 글이라고 보기에 너무 아쉽다...이 정도였었나....물론 책의 표지에 인용한 저 문구는 상당히
맘에 든다...바로 저런 문장이 알랭 드 보통스러운 글이다...그러나 그 부분은 좋았으나 전체적으로 너무 아쉽다



책의 첫 부분을 읽자마자 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가 결혼을 했음을 글의 일부분을 통해 알게 되었고 또 아들?이 있음도 알게 되었고 본의 아니게
이런 그의 사적인 것과 뭔가 달라진 글을 연관짓기 시작하는 나를 발견...그의 글 중 이런 문장이 나온다
어떤 순수를 깨뜨리는 행동 같다
이 문장이 확 와 닿았다...바로 이런 느낌...알랭 드 보통의 순수가 깨진 것 같다.(말도 안되는 소리 작렬 중..ㅡㅡ;)
아.. 책의 앞부분에 한국인 독자에게 쓴 편지가 있었는데 그 글에도 그가 한국인 독자 덕분에 '우리' 집을 얻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말이 나왔구나...



난 알랭 드 보통을 너무 이상화시켜 바라봤던 모양이다...그의 글에 농담식으로 나온 돈 이야기가 싫었고...
그 다음 부터는 책에 가끔 등장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단어에도 살짝 거부반응이 일었다...뭔가 계산하고 괜히
써 넣은 느낌이 들었기에...그의 이전 책들에서 한국은 전혀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왜 갑자기....
한국에서 유난히 그의 책이 많이 팔린 것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결혼을 했고 그가 아이를 낳았고 그게 도대체 순수가 깨졌다는 것과 무슨 상관인가?
(어느 책에선가 본 바에 의하면 사람이 대단한 성취를 보이는 시기는 대부분 20대 초반이고 그 이유는
모든 인간의 성취의 근본적 동기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 이성에게 어필하려는 것이기에 그렇다고 하는데..ㅎㅎ)
상관 없는 게 당연한데...글이 예전처럼 날카롭고 새롭지 않고 덜 재밌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가정이 생기니까 이젠 돈을 벌려고 글을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글이 아쉬우니까 이렇게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의 책을 생각해보면 정말 글을 안 쓰고는 못 버틸만큼 그의 생각은 가히 아름다웠는데...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별 다를 것이 없다...이미 다들 많이 생각해보거나 다뤄진 내용을
알랭 드 보통의 문체로 그냥 재탕한 이 느낌....알랭 드 보통의 글 답지 못하다...아...아쉽다....



앞부분은 여행의 기술의 내용과 좀 겹치고 참치가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놓은 건 참...
읽기에 그냥 재미는 있었으나 알랭 드 보통에게 이런 정도의 내용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지나친 분업으로 인한 문제야 이미 많이 다뤄진 내용이라서 특별할 것이 없었고...물론 구체적인 장면을
관찰하고 주저리 주저리 써 놓은 것은 재미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위계적인 사회보다 지금의 능력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더 받게 되고 그 원인도 자신에게 있다고 느낀다는 내용은
이미 그의 책 불안에서 다뤘던 내용과 겹치고 그림은 우리가 못 보던 것을 보게 만들어 준다는 내용도 어디선가
깊게 다뤄졌던 내용이고...으으음....



아쉽긴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대단히 좋은 책이긴 하다   
아주 재밌게 읽었다
그러나 아쉽다....
저자가 알랭 드 보통이기에 아쉽다...
(그래도 후반부는 매우 좋았다....후반부는 다분히 '알랭 드 보통'스러운 글이었다~~ )
다음 책은 언제쯤 나올까? 







어떤 순수를 깨뜨리는 행동 같다



거대한 바다와 비교하면 사람은 늘 아주 작아 보인다



실제로는 그런 곳들 역시 권태와 훼손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만
멀리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한동안은 혼란스러운 행복의 백일몽을 지탱해줄 수 있는 것이다



항구 설비들의 규모가 아무리 비인간적으로 보인다 해도 그토록 거대한 항구를 창조해낸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개인적이고 산문적인 욕망이다



현대의 집단적인 정신이 보여주는 광대한 지성 앞에서 스스로의 보잘것없음과 무지함을 느끼는 순간 기쁨을
맛본다



직업의 물질적 혜택보다는 그 일 자체가 주는 재미를 더 높이 평가한다



근대 이전의 여행자들의 습관
노동 현장을 관찰하는 것이 무대나 교회 벽을 구경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울 수 있다고 생각



런던 가장자리의 부두 끝에 서 있는 사람
이 책은 그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현대 일터의 지성과 특수성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일이 우리에게 사랑과 더불어 삶의 의미의 주요한 원춴을 제공할 수 있다는 그 특별한 주장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볼 생각이다 



물건들의 제조와 유통과정
소외과정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경이 감사 죄책감을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박탈당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정신들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진부하기 짝이 없는 기능들을 단순화하거나 가속화하는
데 삶의 대부분을 보낸다
우리가 매일 자제와 질서의 재단 앞에 복종하면서 속으로는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로렌스는 이 비스킷의 저자인 셈이다
요즘 비스킷은 요리가 아니라 심리학의 한 분야입니다



쾌적한 탐닉의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 작은 건포도 조각과 초콜릿 칩이 들어가는 것도 필수였다
그러나 노골적인 퇴폐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은 막아야 했기 때문에 크림은 넣지 않았다



20세기 초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 '능률의 원리'
전체적인 일반지식 대신 정밀하게 제한된 분야에서 개별적인 능력을 육성하는 구성원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사회의 부도 늘어난다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
삶이 얼마나 의미있게 느껴지는지 묻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히게 된다



자신이 작업 시간에 한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상상하는 순간에만 의미있게 보일 수도 있다



호퍼의 작품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그 표정을 보면 그녀의 생각이 어디 먼 곳에 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과자를 빠르게 만드는 데는 분명히 전문가이지만 아직도 감정적 안정이나 결혼의 조화를 이루어줄
믿음직한 수단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식사 때가 되면 지방의 가족 레스토랑에서 종종 나타나는 강요된 친밀감이 두려워 도로변 휴게소의 익명성
속에서 먹는 쪽을 택했다



한 직원이 핌블스라고 부르는 만화 캐릭터들이 인쇄된 공짜 스티커 증정 행사를 골자로 한 슈퍼마켓 프로모션을
고안하는 데 3개월을 보냈다는 소식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은 슬픔뿐이다



상업적인 사회는 종종 비도덕적인 정책을 펼치고 이상을 무시하고 이기적인 자유주의에 빠져들지만 그럼에도
물건이 많은 상점과 돈이 그득한 금고를 갖추어 신전이나 고아원을 건설할 자금을 댈 수 있다
수단의 진지함과 목적의 하찮음 사이의 괴리를 피하기 어려운 산업



겉으로는 유치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이 우리의 생존 자체를 위한 투쟁과 절대 거리가 멀지 않다



경제적인 필요가 없어도 일은 구해야 한다고 암시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처음이다
직업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 사귀게 된 사람에게도 어디 출신이냐 부모가
누구냐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는 만족과 보수를 받는 자리는 구조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이런 태도는
그 이후 2천 년 이상 지속되었다
이 그리스 철학자에게 경제적 요구는 사람을 노예나 동물과 같은 수준에 놓는 것이었다



결혼 안에도 로맨스가 있을 수 있다
보수를 받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때까지 귀족은 비관적으로 또는 어쩌면 현실적으로 쾌락을 연애와 취미라는 부차적 영역에 한정시켰지만
유럽의 부르주아지는 이 쾌락을 결혼과 일로 가져오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으며 우리 또한 이런
흐름을 이어받아 살아가고 있다



그저 남들 하는대로 평범하게 살기만 하면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이냐 하는 문제에
관한 직관을 얻을 수 있다고 당연시하는 착각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우리 삶의 의미가 이미 만들어진 결정적인 형태로 드러나고
그러면 우리에게서 혼란 질투 후회의 느낌이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로 우리를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보기 드물고 얻기 힘든 심리학적 성과다



예외가 규칙으로 잘못 표현될 때 우리의 개인적 불행은 삶에 불가피한 측면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저주처럼 우리를 짓누르게 된다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운명에서 갈망과 오류를 위해 마련된 자연스러운 자리를 부정하여
우리가 경솔하게 결혼을 하고 야망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집단적인 위로를 받을 가능성을 부인해버린다



근대를 살아가려면 고통스러운 심리적 적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달았다



여러 해의 노동의 결과를 사방의 벽에 걸어놓고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작업은 많지 않다
우리의 모든 지능과 감수성을 한 장소에 모아둘 기회는 더군다나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거대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집단적인 기획들 속에서 희석되고 그러다 보면 작년에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해진다  우리가 어디로 간 것이고 도대체 무엇이 된 것인지 궁금해하다가 결국 퇴직 기념 파티
같은 분위기에 젖어 우리의 사라진 에너지들을 바라보게 된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어떤 것을 깨우치는 특성이 있다



일요일 오후면 느끼곤 하는 그 제멋대로 둥둥 떠다니는 노스탤지어와 불안을 압축해서 모호한 구석이 전혀 없는
하나의 명료한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아무 도움 안 되는 투덜거림만 늘어놓기 십상인 주위의 친구들한테서도
공감과 동정을 끌어낼 수 있을텐데



랄프 윌도 에머슨
진정한 시인은 공장촌이나 철도가 벌집이나 기하학적인 거미줄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자연 질서 안에 포함된
것이라고 본다 자연은 그 생명력 넘치는 품 안에 그것들을 빠르게 받아들이며 미끄러져 가는 자동차들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한다



자신들이 구경거리가 된다기보다는 거꾸로 바깥 구경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직원들은 아무런 자의식 없이
창가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통근자들이 서로 은밀히 평가하고 심판하고 비난하고 욕망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다른 일에 몰두라고 있는 척
하는 것이 얼마나 더 편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발광과 파국에 이른 것이 분명한 이 이야기들은 역설적으로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런 것들과 비교할 때 우리는 제정신이고 복을 받았다고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일상을 확인하고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욕망을 단단하게 묶어둔 것이 너무도 감사하고 놀라운 자제력을 발휘하여 동료를 독살하지 않고
친척을 앞마당에 묻지 않은 것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자유의 끝이라는 뜻이지만 동시에 의심과 잡념과 변덕스러운 욕망의 끝이기도 하다



명함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가 우연적인 우주에 나타났다가 곧 사라질 덧없는 의식 한 조각이 아니라
비즈니스 유닛 시니어 매니저라고 말해준다



동료들이 그 직책을 근거로 나에 관하여 가정하는 것들이 나를 제어해주는 덕분에 새벽의 외로움 속에서도
과거에는 가능했지만 이제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게 되니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사무실에서 하루가 시작되면 풀잎에 막처럼 덮인 이슬이 증발하듯이 노스탤지어가 말라 버린다
이제 인생은 신비하거나 슬프거나 괴롭거나 감동적이거나 혼란스럽거나 우울하지 않다
현실적인 행동을 하기 위한 실제적인 무대다



사장
그는 속으로는 자신이 보통 사랑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 때에만
다시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구를 돌아다니며 냉방이나 난방이 조절된 공기를 마시고 회의를 주재하는 동안 그의 인격이 텅 비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아무 할 일 없이 방에 혼자 있어본 지 10년이 넘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 권태가 연민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오래전부터 늘 바빠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우리 행동의 더 큰 목적을 고민하지 않으면서 그냥 벽돌을 쌓고 컨테이너에 물을 넣었다 빼고 모래를 한 구덩이
에서 다른 구덩이로 옮기는 일이 주는 만족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반사 신경을 가혹하게 테스트하는 컴퓨터 게임을 하다 갑자기 벽에서 플러그를 뽑아버린 느낌이다
짜증이 나고 불안하다 그러나 동시에 부서질 듯 피로하다
도저히 무슨 의미있는 일을 할 기분이 아니다 책을 읽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우리 욕구의 의미심장한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을 충족시키는 방법은 아직도 상업의
매커니즘에 묶여 있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상은 상상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창업자 정신으로 혁신적인 학교와 진보적인 정치 집단을 조직하고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실제 사례들이 비록 감질날 정도로 적기는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나는 나 자신이 그런 사람들을 얼마나 깊이 존경하는 지 알고 있다
그들이 이룬 일들을 접하면 나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우리(그러니까 니체의 말처럼 아직 나 자신이 되지 못한 많은 수의 우리)는 혼자 있을 때면 우리가 해보고 싶어
하는 여러가지 일을 그려보면서 스스로 세상을 더 낫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루이넨루스트 Ruinenlust (독일어)
폐허에서의 기쁨
사회가 발전할수록 파괴된 것들에 대한 관심
자신의 성취가 덧없음을 떠올리며 정신을 차리고 구원을 얻는 듯한 느낌
폐허는 권력과 지위 소란과 명성을 향한 우리의 욕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힘을 다해 미친 듯이 부를 추구하는 우리의 풍선 같은 어리석음에 구멍을 낸다



옷가방을 들 때 무릎이 편안하게 구부러지는 회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
남아있는 만 개의 하루를 하나하나 헤쳐나가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



할 일이 있을 때는 죽음을 생각하기 어렵다
금기라기보다는 그냥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일은 본성상 그 자신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면서 다른 데로는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일은 우리의 원근감을 파괴해버리는데 우리는 오히려 바로 그 점 때문에 일에 감사한다
우리가 이런저런 사건들과 난잡하게 뒤섞이도록 해주는 것에 파피로 엔진오일을 팔러 가는 동안 우리 자신의
죽음과 우리 사업의 몰락을 아름다울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게 해주는 것에 그것을 단순한 지적 명제로 여기게
해주는 것에 감사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근시안적으로 행동한다  그 안에 존재의 순수한 에너지가 들어있다



코앞에 닥친 회의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묘지의 교훈을 태만히 하는 것
가끔씩만 책을 읽는 것
마감의 압박을 느끼는 것
동료를 물려고 하는 것
오전 11:00에서 오전 11:15까지 커피를 마시며 휴식 이라고 적힌 회의 일정을 꾸역꾸역 소화해 나가는 것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결국 생활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현자들이 가르친 대로 죽음에 대비하는 것은 죽음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기획의 궁극적인 운명을 직접 목격한다면 우리는 바로 몸이 마비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우리의 가엾는 불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취가 가능한 몇 가지 목표로 집중시켜줄 것이다
우리에게 뭔가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놓아 줄 것이다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