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철학

우리는 모두 빛나는 예외 - 전아론

by librovely 2017. 4. 30.

우리는 모두 빛나는 예외                                      전아론                     2016                       샘터


아직은 어린듯한데 이십대 후반이거나 그랬던 거 같다 대학내일이라는  잡지인가 하여튼 그거 편집장일을

하고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고 글도 쓰고 해서 앞으로도 글 쓰는 일을 하며 살고싶어하는 것 같다

문장이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은데(내가 뭘 안다고 평가하고 앉았 ㅋㅋㅋㅋ) 일단 줄 간격이 넓어서 글이

생각보다 너무 조금...그래도 읽으면서 통찰력있는 내용도 조금 있어서 재미있었다 뭔가 나와는 참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는 느낌도 있었고... 하여튼 그랬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글이 좀 가볍

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한 10여년 내지는 20여년 더 살고 더 쓴 맛? ㅋㅋㅋㅋ을 느껴보면 더 좋은

에세이가 나올 것만 같은 느낌....어쨌거나 어떤 일에서 생각할 것을 뽑아내긴 잘 하는 것 같은 느낌이....

그냥그냥 즐겁게 읽었다







누군가와 살기에도 적합한 인간이 아니고 심지어 혼자 살기에도 그다지 적합한 인간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고양이에게도 애인에게도 친구나 가족에게도 그저 거기 있고 함께 지내는 것

외에 다른 것은 부디 요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인간도 고양이처럼 제멋대로인 생명체인건 마찬가지이니까


20대 초반엔 적당한 호응이면 되었다 그저 그런 피상적 관계들이 하나둘씩 정리되어가는 이십대

중반을 지나면서 대화를 위해서는 내 얘기를 하는 것이 꼭 필요했다

그 시절에 사람들은 곧잘 서운함을 내비쳤고 너를 잘 모르겠다는 말을 여러 변형된 어법으로

자주 전했다 나조차도 나를 모르겠는 기분이었다


죽음이란 정말 너무나도 끔찍할 정도로 허무하고 간단했다

아 이럴수가 그렇다면 대체 나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한동안 그 질문의 답이 너무도 강렬하게 없음으로 느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혼은 아무나하고 하는거야

감정이란 변하고 사라지는거야 결혼은 변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해서 결정하는 게 좋아

은희경 <타인에게 말걸기>


각자가 가진 고유한 장점 그 장점들의 합 그것으로 사랑이 시작된다

반면 단점은 숨겨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깊이 들여다봐야 보이기 시작한다

사랑이 연애로 발전되면서 스스로도 지우고 싶은 결함이 둘 사이에 모습을 드러낼 때

관계는 기로에 선다

하지만 마침표를 쉼표로 바꿀 수 있는 힘만 있다면 그 관계는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재미있게도 상대방의 단점이 내가 견딜 수 있는 종류의 것인가 하는 문제다

세상에 다채로운 장점들이 있듯이 단점 또한 마찬가지다 각자 끌리는 장점이 다르듯이 각자

포용 가능한 단점도 다르다  내 경우 어느 정도의 거짓말은 이별 사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권위적이거나 서로 통제하는 규칙이 필요한 사람은 괴롭다 재미있게도 내 친구는

나와 정반대다 그녀는 둘 사이의 약속을 섬세하게 만들고 철저하게 지키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친 충돌도 불사한다 어떤 사람은 한시도 떨어져 있는 걸 싫어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면 힘들어한다 불성실한 것을 질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루한

것을 못 참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보면 연애의 최종 결정권은 우리가 드러내 보이고 싶은 장점

이 아니라 가장 숨기고 싶은 단점들이 쥐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서머싯 모옴 <달과 6펜스>

어차피 모든 것이 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무척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힘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우주를 고스란히 만난다는 뜻


이십대로 넘어오면서 나는 조금 변했다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혼자여도 괜찮다는 것 나를 망칠 자유까지

주어진다는 것


아무리 밀접하게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다 해도 서로 가지고 있는 기억의 조각이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사람은 없다

특히 나쁜 기억에 관해서는 더 그렇다

내 마음이 다쳤던 순간을 똑같이 아프게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 상처는 오직 나에게만 생긴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