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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이런 저런 생각들

by librovely 2017. 5. 5.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오랜만에 만나 수다 엄청 떨고 아니 수다 떨 시간이 부족했다 곤란해 곤난해 부족해

하여튼 그러고 나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원래 다들 휴일이 아닌 평일에 퇴근 후 간다고 했는데 나는 미리

잡아 놓은 약속이 있어서 미룰 수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그냥 약속을 깨지 말고 그 다음날 혼자 가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약속한 친구에게 장례식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그냥 다른 날 보자고 아무렇

지도 않은 척 얘기하길래 정말 그럴까 하다가 그래도 내가 보고 싶길래 아니다 하니까 친구도 그래 그냥

보자는 반응을 보여서 내 맘이 네 맘이구나 했다.... 뭔가 확실히 이런 면에서는 비슷한 구석이 있음....

그게 뭐냐면.....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오늘 약속을 미루려고 했다가 말았다가 했지 않느냐 말을 하면서 우리는

둘 다 좀 심한 거 같다는 말을 했다...솔직히 심하단 표현을 했지만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이지 나는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하여튼.... 다른 사람들은 약속을 했어도 귀찮으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깨기도 하는데 우리는 정말 아파서 약속을 깨야 할 상황에서도 말을 못하고 아픈 몸 질질 끌고

나가지 않느냐고... 친구의 말이 우리의 현실이기에 맞아맞아 우리가 그 꼴이지 이러며 웃긴 했는데 뒷맛이

씁쓸....그러면서 남자 얘기로 넘어갔는데 우리는 소개팅을 하면 서로 어땠다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일이 많았는데 둘 다 똑같은 게 다시 볼 마음이 있으면 첫 만남에서 돈을 별로 안 쓰고 다시 아예 안 보고

끝을 낼 생각이면 만난 날 기를 쓰고 돈을 쓰고 끝을 낸다는 것...그러니까 잘해줘야 할 사람에게 여우같이

잘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엉뚱한 사람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잘해주고...뭔가 그런 면이 있다는 말.....

빙신인거지.... 세상의 흔한 사람들 기준에서는 상당히 빙신임....ㅋㅋㅋㅋㅋㅋㅋ 괜히 친한 게 아닌.....


아픈데도 꾸역꾸역 약속을 지키러 나가는 건 뭐 그런거겠지...약속을 깨서 남을 속상하게 만들면 그 사실이

스스로를 더 부대끼게 만들기에 못하는거다.... 시켜도 못하는거다...천성....타고나는 면도 있고 또 어릴 때

부터 그렇게 길러지거나 습관화되어버린 면도 있는거겠지...이젠 뜯어고칠 수 없는 나이....


어쨌거나 다음 날 아침에 약속 하나 클리어한 후 혼자 장례식장으로 향하는데 어제 너는 언제가니

나는 다음날 오후에 갈건데 라고 톡을 남긴 지인에게 답이 왔다 자기도 가겠다고...그래서 전화를 해보니

이 사람에게는 아무도 장례에 대해 알려주질 않은거고...내가 괜히?? 얘기해서 알게된 것이었다 그리고

갈지 안갈지 어제 고민하다보니 때를 놓쳐서 못갔다고도 했다...그래서 뭔가 신경이 쓰여서 그냥 네 마음

대로 해라 난 당연히 너에게도 연락을 한 줄 알았다고 하니까 알면서 어떻게 안가냐고 해서 그냥 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테니까 신경쓰지 말아라 내가 괜히 알려줘서 왠지 미안하다....라고 했더니

그러면 자기 돈을 뽑아서 대신 내줄 수 있느냐고...해서 나 현금카드 없는데...라고 하니까 아니 그냥

자기도 가긴 가야겠다고 했는데 음....가기 싫은데 가긴 가야겠고 그래서 갈등하는 모양이었고 뭔가 참

별로다...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뭐...자기 맘인거지.. 그 정도 관계인건가보네...생각이 들었다....

별로다...라는 묘한 느낌은 이미 지난 모임에서의 태도에서도 드러나긴 함...

너는 그런 애구나.. 아니 그런 애였지...

십여년 전에 좀 요상해...라고 느끼게 만들었던  정확히 표현하자면 비양심적인 행동을 보였던 순간들이

조금씩 떠올랐다 어쨌거나 결국 오기로 해서 기다렸다가 같이 장례식장에 들어 갔는데...


생각보다 그래도 상을 당한 사람이 많이 힘들어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는데 그게 뭐 지금이야 손님이

오고 그러니까 그렇지....아마 나중에 아주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겠지...하여튼 나는 남이 울면 자동으로

눈물이 쏟아지는 나답지 않은 병이 있어서 가는 동안 걱정했는데... 송이까지 생각나서 콜라보로다가

아주 눈물 쏟을까봐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런저런 잡담으로 한 시간

넘게 수다를 떨어대다가 다른 손님이 왔다길래 일어났는데 가는 길에 수년 전에 보고 못봤던 남편님을

만났는데 장모의 죽음임에도 상태가 좋지 않으셨다...우리에게 인사하라며 소개를 해주니까 갑자기 눈이

마주치더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서 순간 나도 눈물이 쏟아

질뻔 해서 겨우 외면....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다...송이가 죽고 나니 누군가의 죽음이 얼마나 끔찍한

뭐 표현할 단어가 없는 그런 상황일지 조금은 상상이 가기에...하여튼 그렇게 인사도 잘 못하는 모습을

보고 나왔는데...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 잘했네... 저런 남편이면 뭐 잘 지내겠구나... 자신의

부모님도 아닌데 저렇게 정신 놓고 슬퍼할 정도면... 하여튼 어쩌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한데 그런데

생소한 이 상황....  돈이 많건 잘 생겼던 직업이 좋건 똑똑하건...그런 누군가의 남편이 있어도 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와 정말 결혼 잘했네...라는 생각을 장례식장에 와서 해보게 되는.....


진심은 사소한 것들에서 드러나는 것이지...물론 저 일이 뭐 사소한 일이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순간순간의 작은 사이들에서 진심이 보이는 것 같다...


내일은 노는 날이지만

그래도 일찍 자야겠다

그래야 일찍 일어나서 오래 놀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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