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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 고솜이

by librovely 200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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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커피하우스                                      고솜이                2008'               돌풍



이제는 안녕~한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웃님이셨던 고솜님의 소설
궁금했다.  어떤 소설을 쓰신걸까?
사실...어느정도 예상도 했다고 하면 오버일까?
블로그에 가보면 느껴지는 그 분위기가...소설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http://blog.naver.com/gosom_e



블로그에 가보면 재즈음악과 슬로우푸드 책  싱글 자유 이런 단어가 둥둥 떠오를 것이다.
그런 요소들이 소설에서도 둥둥 떠다닌다.
블로그에 그리 자주 글이 올라오지는 않지만 나는 자주 들락거리며 옛날 글도 읽고 흐르는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직장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블로그를 쳐다보면 뭔가 여유가 생기고 자유로운 혹은 소박한
느낌이 들듯이 이 소설도 읽으면 그런 느낌이 든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좀 뻔하다....
그럼 읽기 지루하고 무의미했느냐...
그건 아니다.


재미있게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갔다.
고솜님의 특징인 해박한 음식관련 지식들...묘사들이 아주 인상적이다. 음악 묘사도 그렇고...
그리고 아기자기하면서도 과하게 친절하지는 않고 담백한 문체가 종알종알 듣고 있기 괜찮다?


배경은 홍대일듯...
미대생인 주인공이 우연히 카페를 개업하는 주인과 인연을 맺고 오픈 전부터 함께 하며 카페를 함께
꾸려나가는 그런 내용이다. 주인공은 풍족한 형편은 아니고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아버지마저 아프신 상태...


카페 주인은 독특한 캐릭터이다.
브이포벤데타의 브이네 집~이 떠오르게 만드는 책을 잔뜩 쌓아놓은 집에 사시며 음식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음식 솜씨 또한 빼어나며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고 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며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나 마음은 따뜻한...40대 미스테리 여성~
카페 주인의 캐릭터에서 살짝 살짝 고솜님 캐릭터가 느껴지기도 하고 그랬다.
나이는 맞지 않는 것 같지만 하여튼...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딱 올드미스 자유열전과 런치브레이크 스토리가 뒤섞인 정도의 느낌이다.
내용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그리고 만족도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즐겁게 소소하게 편하게 읽어나갈만한 책이다.


주제는?
자유롭게 편하게 삶을 꾸려 나가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고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말고 인간답게 자기답게 사는 것이 답이라고 말한다.
이 주제가 편안하고 아기자기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아니 간혹 대놓고 나오기도??



뒷통수를 칠만한 주제나 내용은 아니지만...
카페에서 여유롭게 햇살을 즐기며 혹은 영롱한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읽을만한 소설 되겠다.











사실 먹을 것은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것이에요


에밀졸라의 <제르미날>
길고 심각하지만 읽고 나면 읽지 않았으면 어쨌을까 하는 생각이 들 거예요


뛰어난 재능 이전에 뛰어난 열정이 없다는 사실
열정은 재능보다 더 갖기 힘들다


우린 아직 어리고 친구사이에 결혼 같은 게 뭐 대수야? 난 결혼하고도 지후랑 만나고 싶은데...
갑자기 견딜 수가 없었다


듀크 앨링턴의 카페오레


달리는 자서전부터 쓰고 인생을 살았거든요


유리와 나는 제일 친한 친구면서도 벽창호처럼 서로 다른 말을 할 때가 있다


케니지 스페니쉬나이트


그날 시간은 매우 천천히 흘렀다
하루종일 손님은 오지 않았고 비가 쏟아졌고 커피 향이 빗줄기 사이로 번졌다
수요일의 커피하우스는 현실이고 쇼팽의 피아노 전주곡은 예술이지만
우리는 카페오레를 마시면서 그 둘 사이에서 비교적 여유있는 시간을 보냈다
가끔은 말이야 이런 날도 필요해


남편은 없는지 이혼이라도 했는지 부모님은 살아 계신지
그와 같은 소소한 일들이 궁금해졌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런걸 알고 있든 없든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한 간격을 두지 않으면 인간관계란 어느 순간 변질되고 만다
사람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영화 아웃오브아프리카
뭔가를 좋아하거나 관심을 기울이면 그 근본부터 파고들고 싶어지는구나
그런 게 바로 인간의 위대한 점이구나


진정 내 탓이라고 여겨지는 일에만 반성하면 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진짜 자신의 탓이라고 말할 만한 실수는 별로 없어


내 인생에서 로마란 장소가 아니다
꿈도 아니다
그저 무존재다


겁이 났기 때문이야
남과 다른 삶을 사는 건 불안한 일이거든



사람들은 남보다 잘사는가 아닌가로 행복을 저울질해
그런 행복은 모두 비교로부터 파생되는 거야
행복과 불행의 감정 자체가 오염되어 버린 거지
사람들은 고립되면 불안해하고 동시에 고립을 벗어나는 것도 두려워해
애초에 사람은 혼자 태어났는데도 말이지
그것도 우연히
살아가는 것도 우연의 연속이야


불안하든 안하든 넌 자유의지에 따라 불안하지 않을 수 있어



우린 어떤 일도 미리 계산할 수 없다는 거야
뭔가를 미리 짐작하고 미래에 생길 일을 미리 계획하고 그러는 건 부질없는 짓이야
그런 왜곡이 세상을 어둡게 만들고 있어
아주 조금씩 우리는 계획된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모든 게 자신의 무능력 탓이라고 자학하게 돼
자학이 증오를 낳고 증오가 무감각을 낳는 거야


결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의심의 고삐르 늦추지 않으면서도 궁금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결혼하면 행복해지나요?


모두 비교로부터 파생되는 거야


주인은 서재로 사용하고 있는 건넌방을 내주었다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에서 자야했지만
내게는 그 어떤 왕비의 방보다 아늑했다
평온한 날들이 흰눈처럼 쌓여갔다
커피를 만들고 서빙을 하고 청소를 하고 시장을 보고 책을 읽고 깊은 잠을 잤다


수요일의 커피하우스에서는
오늘도
오늘의 커피와
오늘의 샌드위치를 판다
커피향이 언덕길을 타고 올라와 작은 집에 갇힌 손님들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