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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칠리아의 암소 - 진중권

by librovely 2009.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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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의 암소                                                                                     진중권               2000               다우



무식한 나는...
이 책도 미술 관련 책이라고 생각했다...
시칠리아의 암소라니...왠지 무슨 동굴벽화 느낌이 나지 않는가? 아닌가? ㅡㅡ;



2000년에 출판된 책이고 그간 썼던 저자의 표현대로 하자면 잡글들을 모은 책이니까...
글이 쓰여진 시기는 1990년대 말이나 2000년 초반이었겠지?  하여튼 진중권이 누군지도 모르던 그 시기에 그가
잡지며 신문이며 여기 저기 기고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니 나에게는 모든 글이 생소했고 그래서 다행이었다~~
사실 그간 오랜 스토킹으로 진중권이 안티조선운동을 했고 뭐 이문열과 젖소부인...이라는 말도 했음을 알긴 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약간이라도 구경이 가능하니 참 즐거웠다 



진중권은 지금도 신문이나 잡지 혹은 인터넷 게시판에 잡글?들을 쓰고 있긴 하다...그런 글의 대부분? 아니 전부
읽은 것 같긴 한데...그런 글들도 다 읽고 있기 재미있고 생각할 만한 것도 많이 던져주고...그래서 예전의 글도
참 궁금했고 역시 예나 지금이나 진중권의 글은 예리하고 재미있다...그래도 10여년 전의 글이라서 그런지 약간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다...? 뭐가 달랐느냐....



책과 별 상관없는 유치한 소리를 잠시 하자면...
일단 앞날개의 진중권 소개글을 읽다가 맨 마지막에 가서 피식 웃었다...아니 이런 면도 있었나?
하긴 그도 누군가 좋아했고 그래서 결혼도 했고 아기도 낳았지 않겠는가? 항상 날이 선 논객?이기만 했었겠는가...
이메일 주소가...글쎄 Kyoko 쿄코?   ^^;;  그리고 글에도 중간 중간 아이가 생겼네...아들이네...이름은 뭘로 할까...
기타 등등...아주 행복이 묻어나는 왠지 진중권스럽지? 않은 뭐 그런...게다가 마지막 부분에는 대놓고 그녀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고백...잠시 인용해 보자면...(자...진빠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ㅜㅜ)



대책없는 그 여인....
이 모든 짓거리의 추동력? 아 내게는 주판알 퉁기지 않고 내게 궁극적 신뢰를 보내는 대책없는 여인이 있다
오 내 사랑 내 몸과 영혼의 생식의 힘이여...




진심으로 부럽기도 하고...또 그 사랑 부디 영원하시길....^^;;
하여튼 글의 방향이야 지금과 다를 것이 없지만...그렇지만 아주 미묘한 차이는 있었다...그게 뭐였을까? 뭘까?



이 책은 재미있긴 했는데 그 당시의 시사성있는 내용에 대한 언급도 섞여 있어서...물론 현재의 어떤 문제에 대해
쓴 글이라도 별반 나에게는 다를 게 없다...도통 뉴스나 신문을 보냔 말이다...내가...ㅡㅡ;; 어쨌든 그 당시의 말도
안되는 짓거리?들에 대해 너희들 뭐하냐? 라는 글이긴 한데...그게 지금은 별 소용 없는 내용이었으면 차라리 좋겠는데
여전히 의미가 있었다...즉...그 당시 이상한 짓거리들이 여전히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씁쓸하지만...뭐 세상이
그렇게 빠르게 변하겠는가? 진중권이 안티조선운동을 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인식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언급을 했던데...솔직히 난 조선일보가 이상한 줄 몰랐다...우리집은 여전히 조선일보를 보고 있고...
나도 요즘 보긴한다...매일 본다...조선일보 지면 중 가장 믿을만한 지면만 골라서...그건 바로 TV 편성표...
하여튼 이젠 지하철에서 누군가 조중동을 보고 있으면 어찌나 무식해 보이면서 불쌍해 보이는지...



책의 내용은 조선일보 이인화 박정희 이문열(진중권은 이문열과 동시대인인 것이 감사할 지경이란다..ㅎㅎ)
그리고 학살 통일 변절하신 누군가... 지역감정 처세술책 언론 지식인...뭐 아주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잡?글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와 <폭력과 상스러움>과 <호모 코레아니쿠스>가 뒤섞인듯한 그런 글들이다....



아주 재미있다...(진중권이 쓴건데 나에게 뭔들 재미가 없겠는가...ㅡㅡ;)
한 자리에 앉아 낼름 다 읽었다...반나절 놀잇감...음...
어릴 때 재미있게 놀다가 말고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버리는 동네친구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 느낌...??
맨 마지막에서 두 번째 잡글인 '정신 유희 구원'이 참 재미있었다...진중권의 인생관?을 좀 알 것도 같은....
물론 그런 줄 이미 알고 있었다...각종 인터뷰 동영상과 기사들을 종합해보면 유사한 그림이 나왔었기에...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 책 뒷 표지의 빨강 글을 읽었는데....
음 감탄이 나왔다...어떻게 이런 완벽한 문장들을....
잠시 발췌해보면...

현실은 우연의 계기를 포함하고 있어 종종 예측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실에 대해 발언한다는 것은
 때로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이 위험을 끌어안지 않고서 현실에 대해 유의미한 발언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주사위를 던지면 1에서 6 사이의 숫자가 나온다고 하나마나한 예측을
내놓는 것이 아니다 우연을 포함한 판 속에 뛰어들어 게임을 하는 것이다 왜? 현실은 필연과 우연이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을 사는 자는 자기가 쌓은 모든 지식을 동원해 과감하게 배팅을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상아탑의 글쓰기와는 다른 잡글의 원칙이다 어떤 의미에서 잡글은 현실에 대해    
학學보다 더 구체적인 인식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읽자
사서 읽자 (진중권 명언 : 책은 읽는 것보다 사는 것이 중요하다)
읽으면 살림살이 좀 나아진다
난 그랬다
끝!










세분화된 학문의 특정 부분을 전공하는 자로 특수화되기 이전에
온전한 몸을 가지고 세상을 총체적으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원래 지식이란 개별적인 것 가변적인 것 우연적인 것을 사상하고 그 속에서 보편적인 것 불변적인 것 필연적인 것을
추상하여 얻어지는 것


들뢰즈
우연을 사유한다



프랑스의 속담
스타일 그것은 인간



미셸 푸코는 자기를 배려할 줄 알았던 고대인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가운데 그들이 글쓰기를 존재미학의 수단으로
삼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글쓰기는 인간이 자신이 삶을 미적 윤리적으로 조직하는 존재미학의 수단이다
나 역시 내 글쓰기를 그렇게 이해한다



애국청년을 탄압하는 미제의 앞잡이들과 보안법만 없으면 광화문에 인공기를 휘날릴 빨갱이들 사이의 만화같은
무협지를 현실로 안고 살아야 했다
한 가지 점에선 의견이 완전히 일치한다 즉 주사파나 공안검찰이나 모두 대중=주사파 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



수구언론
20년 전 5월에 자기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벌써 잊었다 이 놀라운 망각의 능력
광주 시민을 폭도로 규정하고 학살을 구국의 결단이라 찬양하고 그 뒤로도 민주화 운동에 빨간 칠을 하느라 여념이
없던 이들이 이제와서 어찌 신성한 민주화 운동의 성지에 가서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며 딴 소리를 한다



민주주의는 자기 의견을 말하고 타인의 이견을 받아들이고 상대와 토론과 논쟁을 하고 거기서 협상과 타협을 끌어내는
실천적 노하우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경찰이 동료 시민들에게 가한 이 폭력에 분노를 느껴야 한다



법정은 허위마저 합법성이라는 이름 하에 진리로 둔갑하느 마법의 장소이자 동시에 권력의 폭력이 가장 구체적으로
물질적으로 육체적으로 자행되는 도살장



역사적 사건은 사실이자 동시에 해석이다
해석의 경우 똑같은 사실을 앞에 두고도 취향에 따라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세계관에 따라 혹은 물질적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잘라진다  계급투쟁은 늘 해석의 싸움을 동반한다



지역감정이란 합리적 이유나 근거가 없는 조야한 원시적 본능이다



한 집단이 다른 인간 집단을 차별하는 것은 인종차별과 다름 없는 반인륜적 행위



유권자는 4년에 한 번 투표자에 나가 우리를 전혀 대표하지 않는 사람들의 권력에 본의 아니게 동의를 해야하는 상황



젖소 부인과 이문열 사이에 내연의 관계가 있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즉 두 사람의 관계는 한 마디로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관계다
이건 나치 선전상 괴벨스가 즐겨 사용하던 어법이다







- 내 책이니까 중간 발췌 건너뛰고 -






정신 유희 구원 

니체처럼 즐겁게 예술적 창조적으로


하나도 웃기지 않는 썰렁한 농담으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자 권력은 그 자에게 있다 (ㅎㅎㅎ)


학자들이 고상한 텍스트로 자기들의 학력을 과시할 때 나는 사정없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포착하여 주제화하고
분절화해버리는 것이다


비트겐 슈타인에 따르면 언어의 의미는 표상이 아니라 낱말의 사용에 있다 구체적 맥락속에 사용될 때 의미를 갖는다


그 집단 내에서 텍스트가 수용되는 방식이 종교적 경전을 수용하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집단 내에는 자기 비판 내지는 자기 반성의 메커니즘이 결여되어 있을 것이다
그 집단을 지배하는 담론의 통사론적 구조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을 것이라는 즐거운 예감


비판은 적극적인 이론 구성과 결합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즉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하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원래 예술가는 세계를 열어 보여주면 될 뿐
그렇게 열린 세계를 사후적으로 정비하는 건 학자들의 일


벤야민을 흉내내는 거다
그 역시 여기저기 잡글을 써서 먹고 살지 않았던가
퍼즐식 에세이


내 꿈은 삶의 예술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생존 예술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
누구 허락받지 않고 책을 번역할 자유 누구에게 욕먹지 않고 책을 쓸 자유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인정사정 보지 않고 소위 분위기라는 이름의 상황 논리 대중이란 이름의 평균성에 구애받지 않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말할 자유


심리적 풍족감으로 보상하는 방법
존재미학
객관적으로 보잘것 없는 내 삶을 주관적으로 심오하게 포장해주는 사적 이데올로기
인생을 하나의 작품으로 간주하자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으로 내 행위를 규제할 내 도덕을 내가 만들어 쓰는 거다


자기에의 배려


문체의 무거움 속에 은폐된 존재의 경박함을 드러내며
새털처럼 가벼운 문체 속에 정신의 무거움을 은폐하는 글쓰기
인정이라는 가면 뒤로 숨은 잔인성을 드러내고
공공연한 공격 속에 인간의 조건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감추는 글쓰기


참을 수 없는 동일성의 폭력
글쓰기를 하는 동안엔 난 이상적 저자가 될 수 있지 않은가
글쓰기를 통한 구원


예술 종교 철학
인간이 자기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분절화하는 이 세 가지 상징 형식
자기 삶을 분절화하는 방법
정신 유희 구원


있는 그대로 자신을 긍정
물 흐르듯 자연스레 제 삶을 형상화해 나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