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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

by librovely 2008.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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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알랭 드 보통                          2000'      생각의 나무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





몰랐다.
알랭 드 보통의 이런 책이 있는 줄...
연수중 쉬는 시간에 연우님 블로그를 주루룩 읽어보곤 했는데...(이상하게 네이버에서의 블로그보다
티스토리에서의 글이 더 잘 읽힌다...이유가 뭘까? 요란한 녹색 테두리가 없어서 차분해서 그런가?)
그 중 이 책이 와 닿았다...



알랭 드 보통은 아직도 할 말이 있나? 이 사람 또 무슨 이야기를 써 놓았을까? 궁금하다...
그래서 바로 대출을...사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사서봐도 아니 사서 봐야할 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본 딴 제목...공교롭게도 요즘 도서관을 안가서 읽을 책이 떨어진 관계로
그 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단행본...10년도 넘은 아주 예전에 구입하고는 여태 안 읽은 ㅡㅡ;;
그 책을 가방에 넣고 온 날이었다... 신기하구나...



원제는 철학의 위안이구나....개인적으로 그냥 원제가 나아 보이는데...그리고 제목에도 작가의 의도가
있는 것이고... 하지만 판매를 생각하면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 낫겠다...기억도 잘 되고...



인기없음
충분한 돈을 갖지 못함
좌절
부적절한 존재
상심한 마음
곤경
..................에 대한 위안을 들려주는데 철학적인 내용으로 위로를 한다.



음...저 6가지라면 나의 자아와 일치하는 것들이니 나를 위한 책이구나...ㅡㅡ;;
사실 큰 기대를 하며 책을 편 것은 아닌데...소크라테스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1장부터 다소 과장하자면
너무 재밌어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역시 나는 알랭 드 보통의 사랑 시리즈보다는 이런 내용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물론 사랑 시리즈도 훌륭하지만...역시 감정이입의 문제... 사전 지식? 사전 경험의 문제?



우리는...아니 나는 무식하다. 뭐가 무식하냐면...
철학...우리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도덕 혹은 윤리 시간에 배우는 그 철학을...제대로 못 배웠기에...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소크라테스하면 떠오르는 것이 악법도 법이다. 요딴 말 한 마디....
사실은 저게 핵심이 아닌데...엉뚱한 말 한마디로 핵심을 완벽히 비껴나간...이것도 모종의 음모가? ㅎㅎ
내 생각이 옳다면 그걸 굽히지 않겠다의 의미지...법이 이상해도 법이니까 무조건 지켜야 해~가 아니다...
그 반대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






1장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통해 알랭 드 보통은 상식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자신의 이성을 적극 활용하여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보면 말도 안되는
일들이 예전 어느 시기에는 상식이었다...지금의 상식은 100년후 미친짓으로 보일 수도 있겠구나..ㅡㅡ;;
상당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었다...사실 나 자체가 상식적인 인생을 못 살고 있으니....
이 내용들이 많은 위안이 되었다...이런 위안을 주자는 내용은 아니었겠지만 뭐 내 맘이지...




2장은 충분한 돈을 갖지 못한 데 대한 위안의 내용인데 쾌락을 추구한 에피쿠로스학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피쿠로스 학파 하면 그냥 진탕 쾌락만을 추구하는 요상한 학파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그들이 말한 쾌락이라는 것이 우리가 떠올리게되는 쾌락과는 거리가 있다.
에피쿠로스 학파의 이야기는 에리히 프롬과 슈마허의 생각과 통한다. 소유를 늘림에서 쾌락을 찾지 말고
소유욕을 줄임으로 쾌락을 늘려라...정신적인 쾌락을 추구하라...그런거였군...이들의 생각에도 많은
공감을...




3장은 좌절에 대한 위안으로 세네카라는 철학자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짝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떠오르기도 하고...억울하게 네로(이 녀석이 그렇게 악랄한 인간인줄은 몰랐다...내용이 끔찍....괴물...)
에 의해 죽게 되는데도 소크라테스가 그러했듯이 세네카도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다...
좌절이라는 것은 뭔가 예상하지 못한 부당한 일이 벌어질 때 샘솟는 감정이라는...하지만 인간의 삶이란
좋은 일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불행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는 것...이것을 인정하고
내 손을 벗어난 일들이 있음을 자각한다면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좌절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다...우린 꼭 모든 일이 잘 되는 것만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 인간의 손을 넘어선 일이 있는 것이다. 그런 문제를 놓고 좌절해 보았자 변하는 것은 없다.
이 내용을 읽으니 어느정도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4장은 부적절한 존재에 대한 위안인데...아...정말 재밌다...3장에서 잠시 늘어졌다가 4장에서 눈이 번쩍~
몽테뉴....이 사람 너무 재밌다...당대의 지식인들이 근엄한척 하며 어찌보면 사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지식들을 괜히 어려운 말을 사용하여 주절대는 것을 보고는 솔직하고 유머러스하며 통찰력있는 몽테뉴는
뭔가 참을 수 없음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는 지식의 가치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정도로 보았으며....
당시 고결한 척~ 하느라 인간의 삶 그 자체이지만 전혀 철학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하나씩
고찰해보는 일을 한다. 이를테면 생리적인 것이나 성적인 것들... 그리고 내 문화가 정상이고 니 문화는
미개하다...는 식의 당시 유럽인들의 생각도 문제시한다. 그러면서 잠깐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있는데
그게 또 상당히 강하게 다가왔다.
문화적 상대주의는 국수주의만큼 잔인하다.
그렇군...그가 쓴 수상록이 너무 읽고 싶어졌다...아...나는 몽테뉴가 너무 좋다~




5장 상심한 마음을 위한 위안에는 쇼펜하우어가 등장하는데...강하다~~정말 재밌다 !
어디선가 주워듣기는 한 이름이다..쇼펜하우어...그가 누구인지는 전혀 몰랐다...음...뭐 모르는 사람이
한둘인가? 뭐 어때...어떻긴 무식하지....5장의 앞부분은 쇼펜하우어의 인생이 출생부터 죽음까지 재밌는
말투로 수페이지에 걸쳐 쓰여있는데 정말 재밌다. 아주 독특한 인생을 살다간 철학자...읽으면서 수시로
소리내서 웃어댈 수밖에 없었다...집에서 읽었으니 망정이지.. 산책을 다녀온 그의 부모가 깊은 절망에
빠진 쇼펜하우어를 발견한 것이 그가 6살 때 였다고 한다...(알랭 드 보통의 글은 상당히 유머러스~
그가 쓴 내용 자체고 재밌는 요소가 많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식 또한 상당히 웃기다...)
이 부분과 그가 사랑했던 푸들과의 내용이 정말 웃겼다...타인에게 인정 못받는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는
말들도 재밌고...쇼펜하우어에게도 관심이 마구 마구 샘솟았다...재밌는 것은 쇼펜하우어가 몽테뉴의
수상록을 열심히 읽고 공감했다는 것...역시 같은 종류~~



5장에서 말하는 상심한 마음이란 사랑에 실패하였을 때 느끼는 그 상심한 마음을 일컫는다...
나는 경험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그 사랑에 실패하였을 때 느끼는 상심은 아주 대단히 고통스러운
감정 같은데...과연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게 극복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쇼펜하우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 쿼크나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그 유전자 녀석이 인간의 감정을
조종한다는 그런 내용의 뿌리가 쇼펜하우어의 생철학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음...생철학이 이런
내용이라니...시험보려고 대강 외웠던 기억만 나는데...참...이런 식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몹쓸교육이군..



하여튼 남녀간의 사랑이란 것의 실상은 종족번식의 수단일 뿐이라는 것... 그는 플라톤이 쓴 향연에서 말하는
사랑 타령을 보고는 냉소를 터뜨릴 것 같다...둘의 이야기는 너무나 다르다...일단 눈이 맞는 인간의 종류부터
다르다. 쇼펜하우어는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에게 끌린다...즉 자신과 좀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고 한다...그래야 제대로 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으니까...반면에 플라톤이 쓴 향연에서 말하는 사랑의
대상은 자신의 본성과 일치하는 어찌보면 또 다른 나 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다. 뭐가 맞는걸까?



어른들이 하는 말 중...달라야 잘산다...너무 비슷하면 싸워서 안된다? 뭐 이런 말도 있고...
키 작은 남자들이 유독 키 큰 여자를 원하는 경우도?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보면 확~ 끌리는
것도... 여자가 남자의 땀 즉 페로몬에 노출된 경우 자신의 유전자와 반대되는 자의 것에 강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런 것들이 다 쇼펜하우어의 말과 통하는 그런 예인가?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저렇게 훌륭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출산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진다고...그리고는 아이를 출산하는 일을 끝낸 다음에는 더 이상 서로 끌릴 이유가 없기에....
서로의 너무나 다름을 깨닫게 되고는 사랑하는 마음이 식어 원수?가 된다는 것...그게 당연하다는 것...
이 말이 맞다면...상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



누군가를 좋아한다. 그가 나를 안 좋아한다. 그렇다고 상심하지 마라...니가 못나서 그가 싫어하는 것이
아니란다. 그의 유전자와 너의 유전자 조합이 좋지 못할 뿐이란다...너의 유전자와 결합하여 부족분을
온전히 상쇄시켜줄 운명의 대상이 분명이 존재한다. 그를 만나면 너는 불같은 사랑에 빠질 수 있단다..
또한...결혼 후 식은 마음에 대해서도 상심할 필요가 없다..당연하다 라는 가르침을 주신다.
결혼 전 전기가 통한 이유는 아이 출산이다. 이젠 아이를 출산하여 더 이상 비정상적인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다. 현실이 보인다. 둘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당연하다. 그런 사람끼리 만난 것이니까...상심하지 마라...



음....쇼펜하우어의 말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별로 믿고 싶은 말은 아니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 아니면 같은 사람에게 끌린다? 사실 이런 생각을 종종 해봤었다...
나는 어떤 사람을 기대하는가...큰 거 바라지 않는다...그냥 나랑 비슷했으면 좋겠다...뭐 이런 생각...
나만큼 머리가 살짝 떨어지고 나만큼 외모가 별로이고 나만큼 키가 살짝 크고 나만큼 돈을 벌고...
나와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즉..나의 남자 버전을 찾았던 걸까?
음...그렇군...그래서 못 찾았군...딱 나와 비슷한 인간 슈렉2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ㅎㅎㅎ



반면에 나와 다른 사람에게도 많이 끌릴 것 같구나....
이를테면 달리기를 아주 잘한다거나 두뇌가 우수하거나 재력이 있거나 인간관계가 좋거나 잘 생겼거나?
뭘까? 나랑 비슷한 사람을 찾는다면서 또 이렇게 멋진 조건의 남자도 좋다는 건 완전 상반된 이야기...
결론은? 나는 나 스스로를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런건가? 그랬나? 윽...당황스럽다....??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하여튼 뭐가 맞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절충하자면??
나와 비슷한 성향이면서 몇 차원 높은 사람을 원한다? 결론은? 그런 사람은 너 안 좋아한다..정답인듯~~





6장은 곤경에 대한 위안을 주는 이야기로...니체에 대해 말한다.
니체...난 니체에 대해 전혀 모른다...<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라는 소설에서 잠시 간접적으로 보았을 뿐...
니체는 동시대인은 전혀 고찰해볼만한 인간이 없으며 자신의 관심은 4명의 과거 인물에게 있다고 말한다.
니체가 말하는 그 초인...에 가까운 인물들이란...


몽테뉴
아베 갈리아니
스탕달
괴테


니체는 곤경을 통해서 인간은 위대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6장의 주된 내용이다.
곤경을 억지로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그걸 통해서 성장하라?
니체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웃기다~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이 언급하는 철학자들이야 모두 대단한
천재들이지만 그들이 스스로의 입으로 나 잘났다~고 말하는 것이 왜이리 코믹하게 느껴지는 건지...ㅡㅡ;



- 철학자의 대다수는 멍청이들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품위있는 인간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다.
- 나는 나 자신이 언젠가는 신성한 사람으로 선언될까 몹시 두렵다.
- 2000년경이면 사람들은 나의 작품을 읽고 많은 것을 깨달을 것이다.
- 내 책의 독자는 책을 읽을 때 신발을 벗으리라고 잠작한다.
어찌보면 사실일 수도 있는 말들이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앞서 언급된 철학자들의 계통?이 니체까지 이어진다. 니체는 무슨 버러지 집듯이 쇼펜하우어의 책을
집어들고는 책장을 넘겼다고 한다. 그러나 읽어나가면서 강한 영향을 받게 된다. 나중에는 그를 넘어선
의견을 제시하긴 하지만...몽테뉴와도 당연히 통할 수밖에 없다. 몽테뉴는 플라톤을 혐오했다고 한다.
니체도 플라톤에 염증을 느꼈다는데...한 쪽은 너무 긍정적...한 쪽은 너무 부정적인 느낌이...
그럼 나는 어느 쪽인가? 연애중이거나 연애가능성 모락모락 시점이라면 플라톤에게 동의를~~
'아...잃어버린 시간을 반쪽을 찾아서....인간의 감정 중 가장 고귀한 감정은 사랑의 감정~어쩌고..중얼중얼..'
인생이 무미건조하다못해 불이날 지경이면 아마도 니체나 쇼펜하우어에게 동의를~~
'사랑은 개뿔...동물적 본성에 따라 종족 번식을 하려고 뭐가 뭔지도 모르고 저렇게 바보같이 서로 휘둘리고
있다니...니들 인생이 불쌍하다.. 나같은 사람은 알아보지도 못하는 바보들 같으니...궁시렁 궁시렁...'



사실 뭐 나만 그런건 아닌 것 같다...쇼펜하우어가 여자에게 (그것도 지보다 20살은 족히 어린 여인들에게)
거부당하던 시기에는 아주 사랑의 감정을 부정하더니 말년에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또 어떤 어린! 여인이
자신의 모습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겠다고 집에 뻔질나게 들락거리자 여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누그러졌으니... 오죽하면 그녀와 자신이 결혼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기뻐했을까...쯧쯧



니체는 사실 쇼펜하우어처럼 그렇게 이성간의 사랑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결혼한 친구를 부러워 하였으며 또 사랑에 빠지기도 했으니...여기서 비극적인 것은 쇼펜하우어는 유독 어린
여인들에게 끌렸다는 비극적 요소가 있었다면 니체는 상대가 자신과 아주 친한 친구의 부인 혹은 바람기로
유명한 루 살로메였다는 것...쯧쯧...



곤경에 대한 내용의 장인데도 내 머리속에는 니체와 연관된 여인네들 내용만 가득한 모양이다....왜 이러지...
위대한 철학자도 고독을 씹어드셨다는 것에서 대단한 위로를 받는 모양이다....
음...이 책의 원제...철학의 위안...
맞구나..위안을 주는구나...알랭 드 보통이 의도한 바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식의 위안이긴 하지만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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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인기없음에 대한 위안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에는 지적 회의를 품어보자는 초대장이 동봉되어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 인기 있는 그 무엇인가가 이치에 닿는지를 가리기  위해서 거듭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다
너무도 명백한 것이라거나 당연한 것으로 선언된 것들 중에서 실제로도 그런 것들은 거의 없다


비판의 가치는 비평가들의 숫자나 지위 고하가 아닌 그들의 사고 과정에 달려 있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평가와 자신의 실재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2장 충분한 돈을 갖지 못한 데 대한 위안

만약 미각의 쾌락을 빼앗고 성적 쾌락을 빼앗고 듣는 쾌감을 빼앗고 또 아름다운 형태를 봄으로써 일어나는
달콤한 감정들을 빼앗아버린다면 나는 행복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에피쿠로스의 시각에서 보면 철학의 임무는 우리 각자가 원인 모를 우울증과 욕망의 충동을 해석하도록
돕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어 그릇된 계획을 세우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었다


한 인간이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혜가 제공하는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우정이다
무엇인가를 먹거나 마시기 전에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조심스레
고려해보라


불안을 다스리는 데는 사색보다 더 좋은 처방이 없다
문제를 글로 적거나 그것을 대화 속에 늘어놓으면서 우리는 그 문제가 지닌 근본적인 양상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냉정한 분석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불행하게도 이 세상에는 사치스런 생산품과 비용이 많이 드는 생활환경을 선택하도록 유혹하는 이미지가
흘러 넘치는 반면에 검소한 분위기나 검약을 실천하는 개인들은 크게 부족하다
우리는 소박한 희열 말하자면 어린이와 어울려 즐기는 놀이나 오후 햇살 깨끗한 집 갓 구운 빵에 치즈를
바르는 행위 등에 정성을 쏟으라는 권고는 좀처럼 듣지 못한다


예술이 이런 편견을 바로잡아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3장 좌절에 대한 위안

우리는 인간 존재의 피할 수 없는 불완전성과 화해해야 한다
- 세네카


인간에게 닥칠 수 있는 사고는 어떤 것이든 그게 제아무리 드물고 시간적으로 멀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것에 대비해 우리 자신을 준비해야 하는 일어남직한 일들이다


인간에겐 어떤 사건들을 바꿀 만한 힘은 없을지 몰라도 그 사건에 대한 각자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는 주어진다
그리고 그 독특한 자유를 발견하는 것은 숙명을 자발적으로 수용할 때다





4장 부적절한 존재에 대한 위안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왕좌에 앉아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엉덩이 위일세
왕과 철학자들도 똥을 눈다네 부인들도 마찬가지라네
- 몽테뉴



여행하면서 몽테뉴는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여기는 관념들이 지방에 따라서 얼마나 뚜렷하게 달라지는지를
관찰했다



1533년부터 수상록 3권이 출간된 1588년 사이에 신대륙 원주민 인구는 8천만명에서 1천만명으로 그 숫자가
대폭 감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인들은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스스로가 잘 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뚜렷한 선악의
관념을 가지고 인디오들을 무자비하게 도살했다
그들의 이성은 정상적인 인간은 바지를 입고 아내를 한 사람 두며 거미를 먹지 않고 침대에서 잠을 자는
존재들이라고 일러주었다



몽테뉴는 야만과 문명화 사이의 구분을 없애려고 시도하지는 않았다
각 나라의 관습에는 가치의 차이가 있다 (문화적 상대주의는 국수주의만큼이나 잔인하다)
그는 단지 야만과 문명화를 구분하는 방식을 수정한 것이다
국적과 친숙함의 여부를 선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



몽테뉴는 편견의 국경을 뛰어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로 자신의 서재를 채웠다
그는 그러한 책들에 의지하면서 자신만의 속성을 지켜나가는 데 따르는 외로움을 줄일 수 있었다



에피쿠로스처럼 몽테뉴는 우정을 행복의 필수 요건이라고 믿었다
한동안 몽테뉴는 운 좋게도 그런 우정을 누릴 수 있었다
스물 다섯 살에 보르도 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던 스물여덟 살 난 작가 에티엔 드라 보티에를 소개받았다
그들의 만남은 단번에 우정으로 피어났다
우리는 일찍부터 서로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직접 눈길을 마주하기 전부터 이미 서로를
갈구하고 있었다



몽테뉴는 믿기를 그 우정은 3백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사건이었다
흔히들 친구나 우정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우연 혹은 유사함으로 연결되는 친밀한 관계나 면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관계를 통해서 우리의 영혼들은 서로를 격려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우정에서는 영혼들은 서로 한데 어울리며 녹아버리기 때문에
두 영혼은 결합한 솔기마저도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그만이 나의 진정한 초상을 들여다볼 특권을 누렸다



우리가 누군가를 친구로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이 친절하고 어울려 즐길만한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우리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해해줘서이기도 하다



저술 행위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실망에 자극받은 것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다른 곳의 어느 누군가가 이해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고무되었다
그의 책은 특별히 누군가를 향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향한 말걸기였다
그는 서점을 찾을 이방인들에게 자신의 가장 내밀한 자아를 표현하는 행위의 역설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떠한 개인에게도 말하려 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나는 대중에게 말하노라
그리고 나의 가장 은밀한 사고들을 꿰뚫고 있는 서점의 진열대를 나의 가장 충직한 친구라고 부르고 싶다



몽테뉴는 지식을 두 범주로 즉 학식과 지혜로 구분했다
학식의 범주에는 논리학 어원학 문법 라틴어 그리스어가 들어갔다
그리고 지혜의 범주에는 그보다 훨씬 폭넓고 이해하기 어렵고 가치있는 지식의 종류를 넣었는데 여기에는
사람들이 잘살 수 있도록 이를테면 사람들이 행복하게 도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당되었다
몽테뉴의 지식체계에서는 한 권의 책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삶에 유익하고 타당한가라는 점이다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으면서도 마음을 꿰뚫어보듯 우리들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생각들을
우리 자신들마저도 도저히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심리적으로 정확하게 그려내는 저자들을
만나면 누구나 그들의 글을 인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들은 우리 자신들보다 우리를 더 잘 아는 것 같다







5장 상심한 마음을 위한 위안


내가 겨우 여섯 살이던 때 나의 부모님은 어느 날 산책에서 돌아왔다가 깊은 절망에 빠진 나를 발견했다
쇼펜하우어는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철학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
인생은 슬픈 일이지 나는 삶을 곰곰 생각하는 데 내 삶을 바치기로 작정했노라
한 친구가 여자를 만나려고 노력할 때라고 귀띔한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너무나 덧없고 확실치 않고 쉬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고 우기면서
그 제안을 물리친다



쇼펜하우어는 스스로 걸작이 될 것으로 믿은 <의자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집필을 끝낸다
그 책에서 그는 자신에게 친구가 없는 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천재성을 타고난 사람은 좀처럼 사교적이기 어려운 데
어떤 대화가 있어 그 자신의 독백만큼 지적이고 유쾌하겠는가  ^^;;



여행길에 오르기 전에 그는 자기 친구 프리드리히 오산에게
책이나 잡지 정기간행 문학지 같은 곳에 나에 대한 어떠한 언급이라도 있는지 살펴봐달라고 부탁한다
오산은 그 일이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



마흔이 된 후로 그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우수한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인간 불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



이제 그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는 존재는 그가 느끼기에 인간이 결여하고 있는 겸손과 상냥함을 갖춘 듯한
푸들이다 ^^;;
그는 이 푸들을 선생이라고 높여 부르면서 애정을 듬뿍 쏟고 동물의 복지에 예민한 관심을 갖는다
사람에게 가장 진실하고 충직한 친구인 매우 영리한 개를 고리로 묶어두나니 !
나는 그런 처지의 개들을 볼 때마다 개에게는 심심한 동정을 개의 주인에게는 강한 분개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트마가 죽는다 (푸들이름)
그는 훗날 자신이 가장 아끼는 개가 될 부츠라는 이름의 갈색 푸들을 한 마리 산다
군악대가 자신의 집을 지나갈 때면 그는 대화 도중에도 벌떡 일어나서 창가에다가 부츠가 바깥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의자를 놓아주었다고 한다 그 동물은 이웃의 어린이들 사이에 꼬마 쇼펜하우어로 불린다 ^^;;



이성의 계획이나 판단 모두를 뒤틀어놓을 만큼 막강한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그 힘
생에 대한 의지
인간 존재의 내부에 고유한 살아남고 싶고 번식하고 싶어하는 본능적 욕구



사랑이 삶을 지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랑은 다음 세대의 구성을 결정한다 이를테면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인간 종족의 존속과 특별한 구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랑이 갖는 가장 심오한 미스터리의 하나는 왜 하필 그 사람인가? 왜 하필 그녀인가? 이다
우리는 마음대로 모든 사람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건강한 아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에 대한 의지는 우리로 하여금 아름답고 지적인 후손을 가질 기회를 높여줄 사람 쪽으로
향하도록 한다
만남의 초기에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두 사람의 무의식 세계는 둘간의 성교를 통해 언제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을지를 저울질할 것이다



사랑의 본래 계획에는 행복이란 절대로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겠는가
역설적이게도 가장 염세적인 사상가들이 가장 쾌활할 수 있는 법이다



예술의 정수는 그 하나의 이야기가 수천명에게 적용된다는 데 있다
더불어 우리의 이야기가 수천 명의 이야기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서도 그만한 위안이
따른다







6장 곤경에 대한 위안

헌책방에서 그는 우연히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뽑아 들었는데...
처음에 나는 쇼펜하우어의 책을 무슨 버러지를 집듯이 집어 들고는 책장을 넘겼다 어떤 수호신이 나를 향해
이 책을 집에 가져 가거라 라고 속삭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나는 새로운 보물을 안고 소파 귀퉁이로 몸을 날리고는 그 역동적이고 음울한 천재에게
나 자신을 맡겼다 행간마다 단념과 거부 체념이 아우성 치고 있었다



니체는 자신의 식사와 학업 진도에 대한 보고 대신에 홀어머니와 열아홉살 난 여동생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인생이란 고통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또 인생을 즐기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우리는 더욱더 그것의 노예가 된다는 것을 잘 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삶의 아름다운 면을 얻기를 포가하고 금욕을 실천해야 한다  ^^;;



완성이란 고통을 피함으로써 달성되는 것이 아니고 고통의 역할을 선한 무엇인가를 이루는 과정에 겪는
자연스럽고 또 피할 수 없는 단계로 인정함으로써만 가능한 것이었다



위버멘쉬 (초인)
이 세상에 살아있는 인물 중에는 내가 궁금해하는 인물은 하나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은 오래 전에 죽은 사람들이다
예를 든다면 아베 갈리아니 스탕달 혹은 몽테뉴 같은 이들...



그는 또 다른 영웅 괴테를 덧붙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들 네 사람은 아마 원숙기를 맍은 니체가 완성된 삶을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지 파악하는 데 가장 풍부한 열쇠를 제공하는 인물들일 것이다
그들은 공통점이 많았다 그들은 많은 호기심을 보였고 예술적인 재능을 타고났고 성적으로도 매우 왕성했다
그들은 어두운 면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호탕하게 웃었으며 춤을 즐겼다 그들은 따뜻한 햇살과 원기를
북돋우는 맑은 공기 남부의 식물 바다의 숨결 그리고 육류와 과일 달걀로 이어지는 식사에 끌렸다
그들 중 몇 명은 니체처럼 섬뜩한 유머를, 말하자면 염세적인 정신의 바탕에서 우러나오는 유쾌하면서도
사악한 웃음을 지을 줄 알았다 그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탐험했고 니체가 생이라고 부른 것들 이를테면
용기와 야망 위엄 강인한 품성 유머 독립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이 세상 깊숙이 관여했다



니체가 꼽은 영웅들은 또한 거듭 사랑에 빠졌다
아 세상의 모든 온전한 움직임은 결합으로 향한다 라는 사실을 몽테뉴는 잘 알았다
74살의 괴테는 19살의 여인에게 혼을 빼앗기고 만다
스탕달의 일기에는 수십 년에 걸친 여성 편력으로 가득했다



우리로 하여금 행복하다고 느끼게 한다고 해서 모두가 유익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 것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