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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지하철 의자에서 영역 확보하기

by librovely 2014. 10. 21.

언제부턴가 운동화만 신는다

예전에는 7cm 이하의 신발은 신지도 않았었는데 아니 신발이 아니라 구두...구두나 샌들만 신었지

운동화 따위(?)는 신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언제부턴가 운동화만 사고 운동화만 신는다

 

구두도 사긴 산다

구두도 신긴 신는다

구두를 살 때는 만나는 남자가 있을 때이고 구두를 신을 때는 남자를 만나러 가는 때이다

그게 끗

결코 평범한 외출(=여자 만나는 대부분의 외출이나 출근)시 높은 굽의 구두를 신는 일은 없다

언제부턴가 남자를 소개받을 일이 (아주 드물게)생기는 경우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곤 하는데

말을 하면 아주 귀찮아진다....그러니까 뭐 무조건 만나라 모드로 옆에서 계속 간섭을 하기에...

아니 나 혼자 무조건 만난다고 되나요? 나 혼자 만나기로 결정내리면 되는거냐고요 이게...ㅜㅜ

그렇게 해서 되는거면 나는 연애 우등생 남자 부자가 되었을 것이야....

 

하여튼 그랬는데 그런데 그런데 말 안해도 이젠 다 알아버리는 느낌이...

그게 내가 신지도 않던 7-8cm 굽의 구두를 꺼내면 '남자 만나러 가는 거임' 티가 다 남...

어쨌거나 구두 좀 신어보고 싶네...구두 신을 일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

몇 년 째 갈 일이 없는 구두 굽 좀 닳아서 갈아보고 싶네

뭔소리...

이게 하려는 이야기가 아니고...

 

이 날 그러니까 저 커피 마신 날 동행인과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자리가 난거다 나보다 2달이나 먼저 태어나신 동행인에게 자리를 양보했고 그렇게 동행인이 앉았는데

글쎄 바로 옆에 앉아있던 40대 중반의 아저씨가(그래봤자 우리와 7-8살 차이일 뿐이네 아오...슬픈 현실) 눈을

슬그머니 감더니만 동행인 쪽으로 고개를 떨궈대기 시작했다...망할...이상한 건 그 반대편 남자 쪽으로는 절대

고개를 떨구지 않고 동행인 어깨로만 고개와 상체를 자꾸 기울여대는 것이었다...아니 그렇게 갑자기 잠에 빠져

드나요? 음...짜증이 났다...동행인은 의외로 별 상관 없는듯 했지만 나름대로 짜증나고 난감한 표정은 숨길 수

없었는데...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귀 있으면 들을지어다...

 

-되게 이상한게 뭔지 알아? 지하철에 앉으면 조는 사람이 꼭 여자 쪽으로 존다 기다려봐 분명 계속 너에게만

 기울어질걸

이러자 동행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낄낄대기 시작 그래서 난 계속 이어 나갔다

-뭐 어때? 저렇게 조는데 내가 하는 말이 들리겠어? 만약 들린다면 저렇게 너에게 몸을 기울여대는 건 완전

이상한 일이지...그러니까 들려도 아무 말 못할걸~

역시 동행인은 계속 낄낄 웃겨 죽겠다는... 그 아저씨는 아까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조는 모드였다

진짜 조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난 가짜임이 확 느껴졌는데 뭐 아닐 수도 있지...

그렇게 있다가 맞은 편에 자리가 주루룩 나서 옮겨 앉아서 아저씨를 마주 봤는데 그 아저씨는 여전히 조는 모드

내가 동행인에게 말했다

-저 아저씨 기다려봐 이따가 자기 내릴 때가 되면 갑자기 눈 뜨고 확 내릴걸 기다려보셔~

정말 얼마 후 지하철이 서자 그 아저씨는 그렇게 몸까지 기울여대며 졸더니만은 벌떡 일어나서 순식간에 내렸다

음...저러고 싶을까? 왜 저럴까?

 

숙녀 발랑기에서 이주윤이 했던 그 말...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붙어 앉는 지하철 의자가 음란해 보여 가능하면 걷는다는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

지하철이건 버스건 사실 처음보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그렇게 가까이 앉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내가 예민 유별을 떠는건지 모르지만...난 옛날부터 버스에 타면 일단 앞 쪽은 거의 노약자석이니까 피하고...

뒷쪽에 앉을 때 다리를 올리고 앉아야 하는 그 불편한 자리에 앉았다 그냥 혼자 앉는 게 좋으니까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서 불편한 자리에...물론 멋진 남자가 앉아준다면 나도 모르게 어이쿠 감사합...이럴지도 모르지

근데 꼭 이상하게 아저씨들이 앉아...갑자기 뜬금없이 그 이야기가 떠오르네...누가 했던 말이더라?

나를 가입시켜주는 클럽에는 가입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그거지...내 옆에 자발적으로 앉을 남자 따위는

뭐 말 다 한거지... 멀쩡한 멋진 남자는 내 옆에 앉느니 차라리 손잡이를 부여잡고 서 계실게 당연하잖아~

 

하여튼 그 자리에 앉아 있는데 다른 빈 자리가 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굳이 내 옆자리에 앉는 아저씨가

있다 그럴때면 정말이지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내가 알고 있는 유창한 욕설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오기

시작한다 물론 그걸 입밖으로 낼 수 없지만 뭔가 되게 분노가 치밀고...거기에 자리까지 넓게 차지하거나

팔꿈치 따위로 내 옆구리를 의도적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으나 심증은 되게 강하게 오게 건드리는 경우

주먹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었는데...이게 나이가 드니 좀 덜하더라...그리고 스모키 화장 너구리가 되도록

진하게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확률이 더 적어진다는 것도 알게됨...ㅋ 역시 스모키 화장은 느끼한 아저씨

퇴치용으로 유용하구나 문제는 멀쩡한 남자들도 다 퇴치된다는 것이지...아니 뭐 스모키의 문제는 아니지..이건

 

이런 소리를 늘어놓으면 너 참 이상하다,..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남의 입장도 마찬가지로 배려하는 교양있는

서울사람 경기도민이기에...나 또한 내가 앉으면 불쾌한 느낌이 들 남자 옆은 알아서 피해준다고~

상쾌한 발걸음으로 내 옆자리에 어떤 미소녀가 앉을지 몰라~ 생각하며 버스나 지하철에 올랐을 꿈나무들의

꿈을 짖밟는 짓은 아니합니다....그러나 또 그런 꼴을 내 눈으로 보기는 힘이 드니까 다른 방법으로 차단을...

그러니까...미소녀가 있으면 멋진 남자 앉기 전에 내가 홀랑 가서 앉아버리는거다~

 

다시 이주윤 이야기로...

그게 그러니까 여자가 남자랑 만나서 그렇게 몸을 붙이고 옆자리에 앉게 되려면 엄청난 호감과 많은 대화가

오가야만 가능한건데...(나만 그런가? 다른 여자들은 그거 쉽게 가능했나요? 나랑 미스 홍당무만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나?) 그런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처음보는 아저씨들이 그렇게 옆에 앉아서 졸며 어깨를 툭툭 쳐대고

주머니에 도대체 뭘 그렇게 넣어두신건지 팔꿈치를 벌려대며 내 옆구리를 그렇게 건드려대는건지...

10여년 전만 해도 일명 쩍벌남...그러니까 다리를 그 길지도 않은 참으로 단촐하기 그지 없는 다리를 그렇게 벌려서

앉아 건드려대더니 이건 워낙 말이 많이 나오고 쩍벌남이라는 용어가 나오니까 줄어든 것 같다...생각해보면 참

언어라는 게 중요하긴 해...생각을 지배하는 건 맞지...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지칭하는 단어가 나오면 그것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다...개똥녀 이후로 개똥 안 치우고 도망가는 일이 줄어든 거 같고 쩍벌남이라는

단어가 나온 이후로 다리를 벌려서 앉는 일이 확실히 줄어들었지...물론 이휘재가 롱다리 숏다리라는 말을

만들어서 수많은 사람에게 아픔을 주기도 했지만...저 말이 있기 전에는 키가 크다 작다 정도만 말했지 다리의

비율을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은데...더 써 볼까? 얼굴이 브이라인이네 물광피부네 몸이 에스라인 엑스라인

이딴 단어들은 여성의 외모를 더 세세하게 쪼개서 평가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피부과 성형외과 화장품 회사는

신이나게 되는 결과가...그래서 그런지 외모를 지칭하는 신조어는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 같다

 

다시 하던 이야기로...

이 날 동행인에게 머리를 일부러!! 떨궈대던 그 아저씨를 보고 들을테면 들어라...이야기를 했던 이유가...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였다

나같은 경우 외모가 무기가 되어 주어서 사실 보통의 여자들보다는 저런 류의 불쾌한 일이 그래도 빈번하지

않은 편인데 아마...한번은 남자 셋이 앉아 있는 곳에 서 있었다 셋 다 체구가 유별나게 작은 사람들이 아니었고

어쨌건 그들 중 가운데에 앉아있던 남자가 일어나길래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앉았는데 이상하게 자리가

좁았다 원래 앉았던 남자보다 내 어깨가 내 상체가 넓을 리가 없는데..그런데 되게 좁은 것이었고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나는 어깨에 힘을 주고 양 팔을 가운데로  모아 교차시켜서 최대한 닿지 않도록 앉았는데 그런데도

양쪽 팔에 다 옆 사람의 몸이 닿는 것이었다...계속 생각했다...이해가 안가...이게 말이 되나? 아까는 나보다

덩치가 큰 남자도 편하게 그냥 평범하게 앉아있었는데?  잠시 후 굳히기 행동이 들어왔다 한 쪽에서 졸기 시작

조는건지 뭔지 계속 어깨를 내 어깨와 팔에 툭툭...슬쩍 밀었더니 깨는 척 하더니 다시 시작...그래서 가방을

확 들어서 둘 사이 팔에 끼워 놓았더니 잠깐 다시 잘 앉는 척...근데 이번에는 반대쪽에서 짐 뒤적이며 옆구리

건드리기...아오 양쪽에서 계속 치니까 신경질이 확 나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 맘껏 닿아주마

난 그동안 한껏 움츠리고 있던 어깨를 수컷이 암컷 꼬실 때 혹은 수컷끼리 영역 싸움할 때 덩치 커 보이게

공기를 불어넣어 몸을 부풀리듯이 있는 힘을 다해 확 벌렸고 양쪽 팔에 힘을 확 주어 둘 사이에서 확 제꼈고

양쪽 사람의 팔을 확 밀어버렸다 그러자 양쪽 사람들이 다 갑자기 몸을 정상적인 상태로 만든건지 내 팔에

닿는 팔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내 영역(?)은 무척이나 넓어졌다 그래 이거지...이래야 말이 되지...황당해...

그렇게 나는 아주 넓게 자리를 쓰며 앉아 있었고  보니 옆 아저씨는 팔을 아까 나처럼 오버해서 모아 좁게

앉아 계셨다...그러니까 내가 짜증나서 확 벌린 걸 아는거지...이런 더 짜증나는...

앞으로는 조금만 그런 식으로 불편하게 해도 나는 있는대로 더 팔을 벌려 자리를 차지해 줄거다...가만안둬

 

몇 번 여행을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나는 우리나라 대중교통에서처럼 타인의 몸을

그렇게 건드려대는 일을 본 적이 없다...대중교통수단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거 아니냐고? 그런 거

감안해서 생각해도...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 몸을 건드리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올해 초에 이탈리아 바티칸 투어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밀고 지나가고 자리 선점하느라 오버 떠는 거 보고

치를 떨었는데...(이 경우 여자들....여자도 마찬가지야 목적만 다를 뿐이지...) 물론 아닌 고매한 인간들도

많이 존재하지만 어쨌거나 저런 면이 분명 있다...

 

여기까지 쓰니 불현듯 누군가는 너 혼자 착각하는 거 아니냐 오바떨고 유난떤다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몇 년 전 버스 안에서 낄낄댄 기억이 난다

교육을 받으러 외진 곳에 갔다가 밤에 몰래 몇 명이 도망을 나왔는데 그 도망나온 사람들은 지쳐서 수다 떨

여력도 없고 해서 좌석버스에 각자 한 명씩 타고 옆 자리에는 짐을 놓고 널부러져 있었는데 그녀들 중 하얗고

예쁘장한...그러니까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외모의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어떤 정거장에서 아저씨가 타더니만

아니 빈 자리가 수두룩한데 굳이 그녀 옆에 앉는 것이었다... 짐까지 치우게 하고...

그걸 보고 뒤에서 낄낄대며 불쌍해했는데...(이럴 때는 그렇게도 내 외모가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하여튼 이상한 사람 분명 있다...있어...

 

알랭 드 보통이 그랬다 어떤 책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강요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지 않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라고...(정확하지 않지만 뭐 이런 뉘앙스였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우리나라에게 필요한 말이구나 했는데...그 환경이라는 게 물리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인간 개개인의 시민의식(거창하게 시민의식!)까지...포함해야...

 

스위스에서는 가장 큰 도시에 가도 낯선사람들과 함께 버스나 열차를 타는 일을 피하고 싶은 욕구가 로스앤젤레스나 런던만큼 강해지지 않는다 취리히 전차는 청결하고 안전하고 따뜻하고...모든 인간이 귀중하다는 인식을 회복할 수 있을 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그런 인식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과 태도를 조성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어둡게 보지 않는다
알랭 드 보통 <불안>

 

 

졸리다

자야지....

내일은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볼까?

버스가 급 정거를 하면 옆 자리에 앉은 훈남에게 은근슬쩍 확 기대는거지...

너야 싫겠지만 화를 내기에는 여의치 않을거야....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거지...깔깔깔 

옆 자리 여자들에게 기대고 밀고 하는 아저씨들은 여전히 많을테니 나도 똑같이 하는 아줌마가 되어

진정한 남녀평등을....

ㅡ.ㅡ

농담이다(라고 해두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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