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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 - 어네스트 헤밍웨이

by librovely 2011. 2. 19.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                                      어네스트 헤밍웨이       2004        아테네




헤밍웨이
그의 책은 단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름은 참 많이도 들었다 어디에서? 여기저기에서...특히 여행책자에서...


그는 여기저기 나라를 다니며 집필작업을 한 모양이었다
쿠바에도 싱가폴에도 파리에도 그가 머물던 호텔이나 카페 혹은 즐기던 음식에 대한 그런 이야기를
남겨 놓았으니...



여태까지 본 그의 사진이 대부분 노년기의 것이었고 또 그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 때문인지
그냥 헤밍웨이 하면 난 나이든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헤밍웨이의 젊었을 때 사진도 나오는데...
저 위에 찍은 사진이 가장 멋진 것 같다..헤밍웨이도 젊었을 때는 잘 생겼구나...
헤밍웨이에 얽힌 이야기는 흥미로웠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소설은 별로 읽어보고 싶지 않았다...
그가 머물던 호텔인 싱가포르의 래플스 호텔도 그가 마셨다던 어떤 음료도 다 궁금했지만
정작 그의 작품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아마도 그 이유는 내가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해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소설을 잘 읽지 못해서...난 소설이 가장 어렵다...나에게는 그렇다...



보통 여자들은 소설을 좋아하던데...
이상하게 나에게는 소설 읽기가 쉽지 않다...성격이 급해서 그럴까...단도직입적으로 핵심을 던져주지 않고
이리저리 이야기 안에 녹여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있을테고...머리가 나빠서 그럴 수도 있고...음



하여튼 그런 헤밍웨이인데...
이 책은 저자가 헤밍웨이이면서 소설도 아닌 것 같아서 관심이 갔다
게다가...파리...게다가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작업하던 내용이 들어있는 것 같아서....
바로 이거다...난 그게 참 궁금했다...파리 카페에서 작업했다던 작가들의 일상 같은 것...



헤밍웨이가 20대 초반일 때 7년 동안 파리에서 머물면서 그 당시 사랑했던 여인이자 아내였던
해들리와 어린 아들 범피(?)군과 그와 어울렸던 거트루드 스타인, 스콧 피츠제럴드 그리고
셰익스피어앤컴퍼니 책방을 운영하던 실비아 비치...등과 얽힌 이야기들이 담담한 문체로
그려진다...



아직 유명하지 않았던 때라서 배고픔과 가난을 견디는 내용도 나오고...
그는 가끔 한 끼를 거르기도 할 정도...그런 와중에도 카페에 가서 글을 썼고...
카페를 하루에도 여기 저기 옮겨 다니기도 했고 또 돈을 모아 여행 중에 또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그런 힘든 상황임에도 그의 아내 해들리는 불평하기보다는 믿고
곁에서 그를 잘 도와준 것 같다...그런 그녀와는 대체 왜 헤어진건지....



왜 헤어진건지 끝 부분에서 대강 짐작할 수 있다...헤밍웨이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된 것
그리고 나중에 연표를 보니 그는 결혼 이혼 또 결혼 또 이혼 또 결혼...하여튼 여러 여자를
좋아했던 모양이다...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은...그가 자살을 했다는 것...



헤밍웨이가 자살을 했을 줄은 전혀 몰랐다...
그의 나이 60대에 죽었길래 나는 이 사람도 사고로 죽었나 생각했다....건강해 보여서...
그런데 한참 힘들 때는 창작열을 불태우며 견디더니 정작 노벨상까지 타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던 그 때에 왜 자살을 택한건지...음...



처음부터 끝까지 소소하게 재미있다...번역본이지만...그래도 그의 글은 참 정돈된 느낌
어찌나 술술 깔끔하게 읽히는지...다 재미있는데 가장 재미있던 부분은 그 유명한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와 여행가서 있었던 일에 대한 내용...무미건조하게 있었던 일을 적어
내려갔는데 내용 자체는 아주 코믹할 지경...위대한 작가도 알고보면 다 똑같은 인간... 



하루 하루 창작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헤밍웨이의 모습...오늘은 얼만큼 썼고
다음에는 얼만큼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모습...그리고 가난한 중에도 여행을 가려고
돈을 모으고 또 돈이 얼마 남았고 어디에 낭비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여행을 갈 수는 있다
고 스스로 다독이는 모습...가난해서 점심 초대를 받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점심을 거르고
저녁 먹을 즈음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셰익스피어앤컴퍼니에서 무료로 책을 맘껏 빌려볼
수 있음을 알고 즐거워하는 모습...


뭔가 풍족하지 않은 그런 상황에서도 꿈을 갖고 하루 하루 열심히 사는 그런 모습들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고 행복하게 느껴졌다...어쩌면 헤밍웨이는 그 때가 더 의미있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오히려 작품이 알려지고 인정받고 돈과 명성이 그에게 주어졌을 때에는
다음 작품에 대한 중압감과 더불어 이미 이뤄졌기에...더 이상 추구할 목표 상실(?)로 인해
허무함을 느낀게 아닐까?  그래서 자살로 이어진 게 아닐까...


교회에서 말하는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그 말이 제발 겁주기 위한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자살에 이르는 마음 약하고 생각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다음에는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어쨌든 난 헤밍웨이가 좋다...
헤밍웨이라는 사람이 참 마음에 들었다...



위대한 작가의 젊은 시절...무명이던 불안하고 배고프던 시절의 이야기...
고흐가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가난한 가운데 힘들게 작업을 하던 모습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오듯
이 책 속의 젊은 무명 작가 헤밍웨이도 슬프면서 아름답게 느껴졌다

















만약 당신이 젊은이로서 파리에서 살아보게 될 행운이 충분히 있다면
그렇다면 파리는 이동하는 축제처럼 당신의 남은 일생 동안 당신이 어디를 가든 당신과 함께
머무를 것이다
- 1950년 한 친구에게 어네스트 헤밍웨이 -














난 언제나 걷는 것과 추위와 작업 때문에 배가 고팠다



나는 작업에서 행운이 많았다는 걸 생각하면서 끝도 없는 계단을 내려오는 것은 너무나 멋진
일이었다  나는 언제나 한 문장을 완벽하게 완성하는 순간까지 일했고 또 다음 문장을 찾은
후에야 멈추었다  그리고 나면 다음날 다시 계속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때때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그것을 진척시킬 수 없었고 그럴 때면 나는
불 앞에 앉아 작은 귤 껍질을 불꽃 위에다 누르며 그 타닥타닥 타는 파란 불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혹은 일어서서 파리의 지붕들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에 잠겼다
걱정마라
넌 그 전에도 썼었고 앞으로도 쓰게 될거다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된 한 문장을 써라



나는 그녀들이 우리가 결혼했고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시간이 이 사실을 결론짓겠지만)
용서해준다고 느꼈으며
(저 괄호 안의 문장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진다...)



작품에 대한 생각을 않고 다시 쓰는 작업에 착수하기 전까지 그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있고 또 여행을 떠난다해도 그 책들을 가지고 갈 수도
있어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지
-실비아는 헨리 제임스의 책들도 가지고 있나요?
물론이고 말고
-정말이에요? 당신이 그런 곳을 발견했다는 것이 우리에겐 행운이에요
우리는 언제나 운이 좋잖소
(실비아 비치가 운영하는 셰익스피어앤컴퍼니에 대한 헤밍웨이와 부인의 사랑스런 대화~)



사람들이 충분히 먹지 못했을 때 아주 허기짐을 느낄 그런 것들이 파리에는 있었다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미국에서는 아무도 사지 않는 이야기들만 쓰고 있었을 때
그리고 집에 와서는 밖에서 누군가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고 말할 때 갈 만한 가장 좋은
장소는 뤽상부르공원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 기나긴 길에는 먹을 것이라고는 전혀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곳에 일단 도착하면 언제나 뤽상부르박물관까지 갈 수 있었는데 텅 빈 배가 시장기로
인해 푹 꺼진 느낌이라서 모든 그림은 더욱 선명하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나는 배가
고플 때 세잔을 더 잘 이해하는 걸 터득했고 그가 어떻게 풍경을 그렸던가를 진정으로 꿰뚫어
볼 수가 있었다  나는 그가 그림을 그릴 때도 역시 배가 고팠었을까 하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어느 누구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쓴다
그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유형의 문학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언제나 사람들이 그림을 이해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를 이해하게 되고야 말리라
그것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또 믿음만을 요구할 뿐이었다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 식량을 아껴야 될 처지라면 자기 스스로 배고픔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리라  배고픔은 좋은 훈련이고 교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그들을 더 정복하게 된다


겉장이 파란 노트 한 권 연필 두 자루 그리고 연필깎이와 대리석 테이블들
이른 아침의 향기 맺힌 땀 그리고 그것을 닦기 위한 손수건 한 장 그리고 행운
이것이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여전히 너무나 가난했고 나는 항상 점심식사에 초대되었다고 말하고는
두 시간 동안 뤽상부르 공원을 산책하면서 글을 썼으며 그리고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훌륭했던
점심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적게나마 절약을 하곤 했다
스물 다섯의 한창 나이에 당연히 중량급의 체중이라 식사를 거를 때는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이런 것은 또한 지각을 예민하게 했고 소설 속에서 대부분 나의 등장인물들이 엄청난 대식가들
이거나 미식가들 혹은 탐식하는 사람들이며 그들 중 대부분은 언제나 한잔 마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스콧은 전혀 행복하지 못했었나요?
어쩌면 그렇겠지
불쌍한 사람이애요
난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어
그게 뭔데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절대 여행하지 않기로 하는 것 말이야













쓴다는 것 그것은 최고로 고독한 삶이다
작가는 고독 속에서 작품을 완성하며
그리고 정말 훌륭한 작가라면 날마다 영원성이나 영원성의 부재와 맞서 싸워야만 한다
- 1954년 노벨문학상 당선 소감 헤밍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