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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한국미술_여백의 발견 Void in Korean Art - 삼성미술관 리움

by librovely 2007.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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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_여백의 발견Void in Korean Art       -   삼성미술관 리움

 

 

 

여백...

한국미술하면 떠오르는 말...

삼성미술관 리움의 이번 기획전인 여백의 발견에서는 한국미술에서

여백의 의미를 자연, 자유, 상상 이렇게 세 가지로 보았다.

그리고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그림부터 사진, 소품(?) 등을 전시

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오래된 한국미술품과 현대의 한국미술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는 것... 한국적인 것을 현대적인 눈으로 재조명하여

창조해낸 미술품들이 마음을 붙잡았다...

 

 

이를테면... 배병우의 사진...

소나무 하나를 앞에 두고 나머지는 새벽 특유의 희뿌연 느낌으로

가려져있는 그 사진... 현대적인 미술의 장르인 사진으로도 한국의

여백의 미를 정말 절묘하게 잘도 표현했다는 느낌이 든다...

원근에 의해 여러 진하기로 표현된 그의 사진은 꼭 먹물로 농담표현

을 한 수묵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멋지다.

 

 

고려청자유약이라는 제목의 작품도 참 마음에 들었다.

(제목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고려청자의 색으로 칠해진 단색의 면일뿐인데도 거기에서 청자를

보며 느꼈던 그 오묘한 색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느껴졌다면 과장

일까?  고려청자는 그 도자기의 형태와 무늬 그리고 색상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데 이 고려청자유약이라는 현대의

작품은 고려청자 중 다른 것을 생략한 채 오로지 그 색만을 드러내

놓은 느낌이 들었다... 여백...비움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도자기인 백자달항아리...

이 도자기는 유명하다지만 나는 사실 처음 접했다...

너무나도 순수하다 못해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나의 무식함의 세계..

내 머리속만큼 제대로 비움을 실천한 것이 있을까?

한국의 여백의 미는 내 머리속에 있었다...? ㅎㅎ

 

 

이 도자기는 어찌보면 단순할 수도 있다...근데 왜 대작일까?

아무 사전지식 없이 봤더라도 난 이 도자기를 좋아했을 것 같다.

일단 모양이 너무 아름답다...고려청자처럼 늘씬한 모양은 아니지만

뭔가 고급스럽거나 유려한 느낌은 안들지만...참 따뜻한 느낌이...

이 도자기 앞에서 오래 구경을 하고 서 있었는데...

 

 

보는 동안 참 기분이 좋았다...동그란 모양이 참 좋다...

그리고 하얀 바탕색에 별 의미없어 보이는 어찌보면 얼룩처럼도

보이는 불규칙한 무늬... 무늬의 색 자체도 그다지 강한 색이 아니라

흰색 혹은 무늬 자체도 여백으로 느껴진다...무늬이면서도 여백같은

이 도자기를 구경하는데 동행인이 와서 설명을 해준다...

 

 

옛날에는 이 도자기를 한번에 만든 것이 아니라 위와 아래 이렇게

반을 따로 만들어서 이어붙인 것이라고... 그러고 보니 정말 가로로

반을 나누니 대칭적으로 보이는구나... 그리고 동행인이 이 도자기

뒤로 와서 서보라고 한다. 그래서 뒤쪽으로 가 쳐다보니 구리선으로

만든 현대미술품 달항아리가 겹쳐서 보인다...그러고 보니 둘이

모양이 비슷하다... 재미있구나~

 

 

인왕제색도...그 유명한 정선의 인왕제색도...

미술 시험문제 단골손님이라 무슨 그림인지도 모르면서 무의미하게

진경산수화라고 외워댄 기억이 난다... 위대한 예술작품 이러면

사실 서양의 유명화가만 떠오르지 한국의 유명한 작품들은 잘

떠오르지 않았는데...그러니까 나에게는 그렇게 한국의 전통미술이

별로 존재감이 없었는데... 이번 미술 전시를 보고는 정말 다시

보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인왕제색도를 대면하고 있자니...

오르셰 미술관전에서 고흐의 그림을 보고 있을 때 보다 더 큰

뭐라고 해야하나...음...뭔가가 느껴졌다...내가 이걸 직접 보다니..

그런 느낌인가? 하여튼 감동적? 영광? 뭐 이런거?

 

 

인왕제색도는 사실 여백의 미가 느껴지지는 않았다...별로...

여백은 빈 공간이 많아야 하는거 아닌가? 인왕제색도는 빽빽하게

그림이 그려져 있던데... 내가 뭔가 잘못 감상했을 것이지만...

물론 중간에 희뿌연 부분이 있고 거기에서 깊이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빽빽한 부분만 자꾸 눈에 들어와 여백의 미를 가려버린다..

하여튼 나에게는 그랬다...그리고 인왕제색도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ㅎㅎㅎ 대작이지만 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인왕제색도 앞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왕제색도가 있었는데...

인왕제색도를 검정 바탕에 반짝이는 점들을 붙여서 표현한 것...

사람들은 이 작품이 상당히 맘에 드는지 그 앞에서 감탄들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나에게는 별로였다...다른 현대적 해석작품은

맘에 쏙쏙 들더니만...왜 유독 이 작품은 식상하게 느껴졌을까?

이런 방법 이미 많이 본 거 아냐? 앤디워홀의 마릴린먼로 혹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이렇게 점으로 표현한 현대 작품

많이 있지 않나? 하여튼 그것도 그렇고 이 인왕제색도의 현대작품

에서는 인왕제색도가 느껴지지 않았다...아무래도 내가 인왕제색도

원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장욱진의 작품도 재미있는데...

리움 미술관의 부관장의 설명에 의하면 장욱진은 서울대 미대 교수

도 했던 사람인데 무위자연을 직접 실천하며 살겠다고 교수직도

그만 두고 자연으로 돌아가 유아적인 자연스런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고 한다...그래서 그의 부인은 홀로 서점을 어렵게 운영하며

생계를 떠맡았다는 설명...그러면서 웃으면서 하는 말이 자신이야

무위자연해서 좋지만 부인은 엄청 고생하게 되는거라고...^^;;;

미술관의 부관장이면 상당히 목에 힘이 들어가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적인 유머를 구사하며 설명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배병우 사진 설명도 재미있게 했는데 그 사람은 그 여백의 미를

위해 꼭 새벽에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데 그걸 일반인들이 많이

따라하려고 그 시기에 찍는데 뭐 누가 찍어도 새벽에만 찍으면

배병우 사진이 되는줄 아는 모양이다 라며 막 웃는데 참 웃겼다...

늦게 가서 설명을 끝부분만 들은 것이 너무 아쉽다...아쉬워...

부관장은 나이도 지긋?하신 것 같은데 재미있고 설명하는 모습이

정말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인생이 즐거워

보였다...

 

 

또 인상적인 설명 중 하나는..

어디더라...국립박물관? 하여튼 그  곳에서 가져온 미술품은 45일

후에 반납해야 한다고 한다...그래서 몇몇 작품은 전시 중간에

다른 작품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그 이유가 그 박물관 관장은 절대

작품을 45일 이상 외부에 빌려주지 않는다는 것...참 재미있다.

그 관장이 미술관에서 상영해주는 동영상에 등장하시는데...

올 브라운 코디에 머리도 염색하고 풔머까지 한 모습이 참 아리스트

적이다..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주름은 많은데...생각은 상당히

젊을 것 같다는 요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런 사람들을 보며 또 하나 느껴지는 것이...

왜...회사나 혹은 어떤 단체의 장 들은 좀 거만하거나 느끼하거나

권력적인...가부장적인... 뭔가 파쇼?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이를테면 2:8 헤어스타일에 목에 힘주고 얼굴에는 가식적인 웃음...

아니다...이건 기업인의 이미지보다는 정치인들의 이미지네...ㅎㅎ

내 편견일뿐일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솔직히 어떤 위치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참 인맥관리 잘했겠구나...그 조직안의 정치를 잘

하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미술관장들의 이미지는 그런것과는 거리가 멀다...

여긴 정말 실력위주인가?

근데 미술계는오히려 실력을 가늠하기가 애매하지 않나?

출세를 위해 미친듯이살았을 것으로는 영 보이지 않는 이미지의

사람들인데...음...

 

 

김홍도의 병진년화첩도 참 좋았다...

특히 달이 걸린 나무 그림...나무와 달만 있고 배경은 여백으로

처리되어 있는데 정말 심원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가끔은 말로 직접 표현하지 않는 것이 더 강하게 다가오듯이...

그림도 역설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것이 더 강하게 표현이 가능한

걸까?  그림은 그리려고 그리는 것인데 안 그린 것이 더 강해...

이게 무슨 소리?

이 전시에서도 그런 뉘앙스의 설명이 있었는데...

그러니까 그림이 거꾸로 여백을 드러내기 위하여 존재할 수도

있다는 그런 의미...그림이 있기에 여백이 있고 여백이 있기에

그림이 있을 수 있는 것... 상당히 재밌는 생각이다.

 

 

백남준의 작품도 하나 있었다...

역시 비디오아트적... 근데 비디오 아트가 뭐냐...ㅎㅎ

하여튼... 불상이 화면을 보고 있고 그 화면에는 그 화면을 보고있는

불상의 모습이 있다...화면 뒤에 카메라가 있어서 불상을 동시에

찍어 보여주고 있는 것... 제목이 TV부처...이건 무슨 의미일까?

이건 공간의 여백을 나타낸 작품이라는데... 부처와 TV의 공간...

나는 그런게 느껴졌다...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다..라는...

내 안의 나를 한 걸음 물러서 여백의 공간을 두고 바라봄...

그렇게 하다보면 부처가 될 수 있다? 뭐 이런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갔다... 사실 의미를 잘 모르겠다...

 

 

그 유명한 윤두서의 자화상...

이 작품도 교과서에서만 숱하게 보다가 직접 보니 기분이 너무

묘했다....자화상인데 얼굴부분만 그려져 있다...나머지는 여백...

근데 사실 이 작품은 원래 몸도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희미해지다가 아예 안 보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근데 왜 이 전시에 함께 전시되었나? 뭐라더라? 아.. 자연스럽게

소실되는 것도 일종의 여백을 그린 것이라는 의미라나...흠...

 

 

다소 억지스럽지만 어쨌든 여백으로 인한 윤두서 할아버지의

강한 얼굴의 드러남이 느껴지니 모로가도 서울을 가면 되는거니까

뭐... 난 소실된 부분보다 여태까지 남아있는 부분이 어쩜 저렇게

색이 바래지 않고 잘 보존된 것인지가 궁금했다...역시 쓸데없는

것에만 초점을...

 

 

김환기의 하늘과 땅 이라는 작품도 인상적...

파아란 바탕에 선을 죽죽 그어 무수히 많은 작은 칸을 만들고

거기에 점을 하나씩 찍어 번지게 하여 그린 독특한 그림...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점을 찍어가며 표현했다는데...

미술작품이라기 보다는 뭔가 수행을 종교적 수행을 한 분위기??

어쨌든 작가의 그 심정이 조금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김홍주의 무제라는 작품은 백두산의 천지를 가운데를 하얗게

비워버린 작품인데... 이건 나에게는 별로...ㅎㅎ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뭐 본듯한 것이 왜 나쁘냐고 한다면...

미술... 예전에는 미술이 그림 이쁘게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미술은 생각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새로운 질문이나 생각을 던져주는 것이 난 좋다...

그래서 그렇다...

 

 

호랑이 그림도 있었는데...소나무랑 호랑이가 같이 있는 유명한

그림...이 그림도 가까이서 보니 인쇄물에서 느껴지지 못했던

것이 느껴졌다...호랑이의 털 그림이 정말 그 특유의 질감이 느껴

지는 듯 한 것...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유독 이 그림에는 눈을 가까이

대고 뭐라고 중얼중얼 하고 있었다...나도 그랬고...

 

 

자유를 주제로 한 현대미술작품도 좋았다...

특이한 건 자유를 표현한 무늬(?)가 모두 유사했다는 것...

불규칙적으로 직선을 꺾어 그린 그림....

도자기의 무늬도 그랬고...그림도 그렇고...

오래 전의 도자기 무늬도 그랬고....

그걸 보는 나 또한 그 선들이 정말 자유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기했다...

 

 

작품 수도 꽤 많고... 많은 것 맞나? 하여튼...

한국 미술이라고 하기에 지루하고 별로 볼만한 것이 없을 것이라는

무식한 생각을 하고 갔는데...전혀...전혀 그렇지 않다....

도자기 몇 개랑 먹으로 대강 그린 그림 몇 장 있겠지 뭐...

이런 그야말로 무식한 생각을 갖고 간건데...

 

 

정말 한국 미술도 대단하다...

한국인이면서 오히려 서구 미술보다더 우리의 미술에 대해 무지

했음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고...또서구미술과  우리의 그것을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차이가 있음을 제대로 느꼈다...비교하면

안된다...비교하기에는 차원이 다르다고 해야하나?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한국 미술에 깊이가 있어서

그럴까? 우리나라 전통작품은 정말 마음속 깊이 들어와 안기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을 대할 때 작가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라고 예상되는 그 느낌이 깊이 다가왔다고 해야하나...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가 한국 미술의 미를 알리는 것이라던데...

나처럼 정말 한국의 미를 암기해서 알고 있었던 사람에게는

너무 좋은 전시였다... 백번 듣고 외우기 보다는 단 한 번이라도

이런 전시를통해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마아이들도 조용히 와서 감상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

는데... 요즘 아이들 많이 폭력적이고 즉흥적인데...이런 한국의

미를 체험하면 좀 차분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것은 다 그만두고 일단 한국의 미술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대만족인 그런 전시였다...

다음에는 박물관에 가면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다르게 보일 것 같다...^^

 

 

리움의 상설관은 본 일이 없어서 보러 갔는데...무리다....

데이패스...제도가 있는걸로 아는데..그거 비추다...왜?

기획전만 봐도 1-2시간은 걸리고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힘들다...

전시가 심적인 휴식에는 좋을지 몰라도 보는 동안 머리가 쉴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느낌이...항상 기분을 좋으나 피곤은 하니까...

 

 

하여튼 기획전으로 보고 상설전에 가니 눈은 보고 싶은데 체력이...

그래서 그냥 대강 훑어보고 나왔다...근데...상설전도 상당히~~

도자기 있는 그 쪽은 아예 가지도 못했고 그냥 그림이 있는 쪽만

봤는데...총 3층이나 되어서 볼 작품도 상당히 많고 작품들이 모두

괜찮았다...맘에 들었다... 특히 현대미술이 전시된 1층이 최고...

시간만 많다면 차근차근 보고 싶었다...

상설전만 보러 가도 정말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