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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2월 6일 내송이

by librovely 2019. 2. 6.

2월 6일 새벽

2년이 지났다

송이가 죽은 날

2월 6일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송이는 숨도 잘 못 쉬고 불편해서 이리저리 자세를 바꿨다

눈은 이미 풀려있었고 전 날에만 해도 나는 그냥 일시적으로 입맛이 없어서 먹지 않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죽기 1-2시간 전 정도에 끝이 보이는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음식을 먹으면 물을

마시면 하루라도 더 살지 않을까 아니 갑자기 잘 먹게 되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지 않을까 말도 안되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입 근처에 그렇게 좋아하던 간식과 사과를 갖가 대어도 고개를 힘겹게 돌리

기만 했고 무리한 행동을 하면 더 나쁠 수도 있겠지만 아예 먹이려는 시도를 안하면 그게 견디기 힘들거란

생각이 들어서 송이를 안고 입에 물과 개초코를 숟가락으로 흐르게 넣어 봤는데 자세가 아마 불편했었나

보다 그 때 고개를 두어번 돌리더니 한 마디 비명을 지른 후 송이 눈동자는 멈춰버렸다 표정은 멈췄는데

심장은 그러고 나서도 한동안 뛰었다 그리고 심장도 멈추고 코인가 눈에서 투명한 액체가 조금 흘렀다

 

죽었구나

송이가 죽었다

나는 원래 죽음을 매일 생각하고 사는 편이다

당연히 송이의 죽음에 대해서도 수년 전부터 얼마 남았다 송이도 죽는다 하며 생각해왔다

나름 대비한다고 한건데

지금은 정확히 말할 수 있다

그게 미리 생각한다고 대비가 되는 게 아니다

방법이 없다

나는 그냥 강아지가 죽으면 담담할 줄 알았다 조금 아쉽고 서운하고 보고싶겠지 생각했는데

자주 하는 말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송이의 죽음만큼 힘들었던 일은 없었다

앞으로도 아마 나에게 중요한 누군가의 죽음 말고는 이보다 더 힘든 일은 없을거다

죽은 당일에도 힘들었지만 정신이 없었다 저녁에 퇴근하고 와서 송이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하고는

차라리 이젠 괜찮은 거 같아 라고 생각했지만 밤이 되자 죽을 것 같은 괴로움이 밀려왔다

처음에 죽고 나서는 각종 별별 후회들과 죄책감으로 범벅이 되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다음 날에 가장 고통이 심했는데 회사에서 눈물이 하루 종일 나왔다

난 정말 가족의 장례 말고도 반려견의 장례 때 최소 2일은 휴가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일이야 울면서 계속 할 수 있지만 그건 정말 인간답지 못한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회사에서야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집에 가서 송이가 있었으나 이젠 없는

그 공간에 가서 앉아 있으려니 지독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그게 얼마나 힘든지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 고통이 계속 된다면 못견디고 죽음을 택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 심했다 지나갈거라는 생각에

버텼던 거 같고 그 다음부터는 퇴근 후 방에서 혼자 그 목까지 차오르는 괴로움을 견디기 힘들어서

밖으로 돌았던 거 같다 송이가 있던 집 송이가 죽었던 내 방을 떠나는 게 차라리 나은 거 같았다

스노우캣은 고양이가 죽은 후 여행을 다녀오던데 그것도 여건이 된다면 좋은 방법 같다

아니 좋은 방법이란 말은 말이 안된다 사실 방법이란 게 없다 벼터내는 수밖에...

 

2-3달은 대략 정신이 없이 힘들었다 밖으로는 티가 안났겠지만 수시로 제정신이 아닌듯한 상태가

찾아왔다 눈물이야 툭하면 주룩주룩 흘렀다 그게 이상한 건 아니다 당연한거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는다

계속 보고싶고 생각나고 더 보고싶고 단지 달라지는 건 처음에는 후회 죄책감이 강했다면

이젠 보고싶은 마음이 더 크다는 정도 물론 눈물도 훨씬 줄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이걸 쓰면서 눈물이

줄줄 흐른다  쉬운 일이 아니다 방법도 없다 이건 해결 방법이 없다 난 아마 개를 다시는 못 키울 것이다

강아지 한 마리를 죽을 때까지 돌봐주는 건 자신있다 문제는 죽고난 후... 그게 자신이 없다

 

되게 좋아하던 개초코가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죽었다

송이 최애 간식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송이가 죽기까지 그래도 한 열흘의 시간이 있었던건데 나는 그걸 눈치도 못채고 이 중요한 시간에

혼자 영화나 보고 카페에서 저러고 놀았었다 이상하게 그 즈음 약속도 많았고.....

그게 송이가 죽자마자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저러고 다니지 않았으면 나는 송이의 건강이 심하게 악화된

걸 알았을거고 그럼 10일이라도 딱 붙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아예 먹지 못하게 되기 전에 손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게 만들었었다 저렇게 돌아다니던 내가 용서가 안 되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건 보통 겨울에 길게 여행을 가는데 이 때는 비교적 짧게 일주일만 여행을

갔었다는 것 그거 하나...... 외국에 있을 때 송이가 죽었다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송이 세상이 끝나가는 건 모르고 이런 영화나 보고.....

이 영화도 앞 부분을 늦게 들어가서 놓치고는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했었다

시한부 인생을 살게된 것 죽음이 목전인 것을 알게된 후 소원했던 가족을 다시 찾아가 만나는

그런 내용이었나?

일본 여행가서 송이 생각하며 강아지들을 찍었던 사진

도쿄 여행 때도 나는 송이 보고싶다 생각을 했었다

여행 중이라 정말 좋은데 이 호텔에 송이만 돌아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했었다

이젠 여행가도 보고싶은 강아지가 없다 다시 돌아가도 만날 강아지가 없다

그냥 송이는 항상 보고싶다

디폴드값임

얘는 시츄 털을 바짝 자른 것 같은데

너 시츄맞니?

내가 도쿄에 갔을 때 밤마다 심하게 울부짖었었다고 했다

내가 도쿄에서 돌아온 날부터 송이는 울부짖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가 낮에 1-2시간 집을 비우면 다시 울부짖었다

그리고 며칠 후 설날이라서 가족이 다 모였고 송이는 정확히 이 날부터 건강이 급속이

악화되었고 몸에서 하얀 액체가 나왔는데 나는 그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신이 나갔었나보다 나는

그리고 이때부터 송이의 눈동자가 흐려지기 시작했던 거 같다

눈의 초점이 또렷하지 않았었고 그 후로 며칠 있다가 음식을 끊고 그 다음 물도 끊고

그리고 이틀인가 있다가 죽었다

 

자기 죽음을 알았던 거 같고 가족 다 보고나서 뭔가 놓았던 거 같다

저 사진은 도쿄에서 돌아온 새벽에 만났을 때 사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이렇게 또렷한 눈동자로 한참 쳐다봤었던 거 같다

왜 이렇게 쳐다보지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했는데....

내 생각에 송이가 죽지 않고 버틴 게 내가 보고싶었다기 보다는 내가 자기가 확 죽어버리면

정신 못차릴 것을 알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뭐가 어찌되었든 송이는 죽었고 만날 수 없고 그건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나를 계속 힘들게

만들거다 해결이 안 된다

 

송이가 죽고 나서 하루도 생각 안한 적이 없고 생각 안하고 싶지도 않다

송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정말 보고싶다

 

네가 혼자 살아서 그래

네가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어서 그래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항상 하는 말이지만 나도 엄마가 있어

그게 그러니까 다른 중요한 사람이 아무리 옆에 있어도 강아지는 다른 존재라는 것

대체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

동물을 안 키워본 그리고 죽음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보면 무슨 미친 소리냐

호들갑이냐 할거다 나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나의 소울메이트 ㅋㅋㅋㅋ 급 웃긴 느낌이....

하여튼 어딘가 소울메이트가 존재해서 ㅋㅋㅋㅋ 오십 살 이전에 만나게 된다면

아니 실현 가능성이가 있게끔 넉넉하게 환갑 ㅋㅋㅋㅋㅋ 전에 만나게 된다면 나랑 비슷한 일을

겪었고 그래서 그게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아주 가아끔

해본다 왜냐면 이 부분이 나의 약한 부분이고 이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을 절대로 공감해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송이가 정말 정말 보고싶다

1년만 다시 같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송이가 살아있던 12년 동안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랐던 게 무척 후회가 된다

되게 행복했고 그래서 지금은 되게 불행하다

 

 

뭔가 헛소리만 잔뜩 써 놓은 거 같아서 금방 비공개로 돌릴 것 같기도 한데....

2년 전 나는 도쿄에 일주일동안 다녀왔고 10일 후 송이가 죽었었다

나는 내일 도쿄에 다시 일주일동안 간다

이번 여행 동안 송이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