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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다른 남자 - 백영옥

by librovely 2015. 4. 12.

 

 

 

다른 남자                                                                               백영옥            2014            위즈덤경향

 

백영옥...스타일이라는 소설을 읽어본 기억이 나는데 그게 재미가 없거나 아주 별로였던 건 아니지만 뭔가

조금은 가벼웠던 그런 소설로 기억에 남아 있는 것도 같은데 그게 정말 그 소설이 그래서 그렇게 기억에

남은건지 아니면 작가라고 하기에는 귀엽고 여성스러운 작가의 사진이 그렇게 기억하게 만든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하여튼 뭔가 남다른 남자들의 인터뷰라는 건 상당히 솔깃하게 만들었지만 그 인터뷰를 한 사람이

하필 백영옥이라니 음....뭔가 맘에 쏙 들 내용은 많지 않을 것도 같구나...생각했고 또 숱한 이름들에 어찌

하여 진중권 이름이 없느냐...하며 음 역시 별로일 거 같긴 하지만 사서 읽는 주제도 아니고 그냥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읽어봤는데 오호~ 상당히 재밌고 골똘하게 만드는 것도 있었고 백영옥 작가님 글 좋네 좋아...하며

읽었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인터뷰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했다 질문이 상당히 괜찮

다는 생각이 들어서...

 

권일용과 백영옥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거창하게 소명의식 따위 운운하지

않고 그냥 남에게 도움이 되기에 한다는 담백한 이야기...평소 자기 직업에 대해 어릴 때부터 이걸 하려고 생각

한 건 아니었고 대단한 사명감 그런 건 없다 내가 대체 뭐라고....그런 사명감 소명의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만약 내 직업이 이주윤(갑자기 이주윤...)처럼 간호사였다면...그리고 그 간호사 직업에 대해 단지 직업이니까

내 기준에서 책임감있게 윤리적으로 부끄러움이 없게 하려고 노력은 하려는 정도의 마음은 있는거다...식으로

말하면 누군가는 저런 인간은 저 일 하면 안된다...는 뉘앙스를 보이는 경우나 뜨악~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나는 오히려 그런 반응이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다...이 일은 내가 꼭 해야하는 일이다 나만 제대로

할 수 있고 나는 어릴 때부터 그 일을 하기 위해 생각해온 사명감에 불타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어찌 자기 입

으로...일하며 느낀 것 중 하나가...나는 이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이런 내 주제에 이 일을 계속 해도 되는걸까

어쩌고 저쩌고 여러가지 고민과 죄책감 따위에 휩싸인 사람이 오히려 내 눈에는 그 일을 제대로 하는 것 같아

보였고 나는 이렇게 저렇게 잘 하고 있다고 입만 열면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아 보였다...너 자신을 알라...그게 괜히 명언은 아닌거다...부족함을 알아야만 발전이 있는거겠지...

 

유성용 인터뷰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뭐라더라...자신이 뭐라고 말하든 어차피 세상은 자신을 오해하고

맘대로 생각할거라고 했나? 하여튼 그게 상당히 인상적...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은 애매한 느낌이...직업도 그만두고 여행을 다니는 그를 얼마나 룰에서 벗어나면 오지랖 떨어대는 사람들이

괴롭혔을지는 뭐...물론 나도 그 오지라퍼에 속하는 사람이긴 하다....남들과 다른 부분에서만 짜증내고 내가

뭔가 평균적 룰에 들어가 있는 부분에서는 나도 그들처럼 무척이나 오지라퍼~였던 것도 같고...여행은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여행에 심취한 사람들을 보면 또 별나라 사람처럼 바라보기도 한거지...

어쨌거나 무슨 말을 하건 오해할텐데...라는 말에서 그가 받았을 상처들이 보이는 것도 같아서 안타깝...

그러면서 나 또한 사람들에게 오해받곤 하는 부분이 생각나서 뭔가 동병상련의 느낌도...

 

읽은 지 오래 되어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여튼 좋은 책이었다

질문과 대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움... 평소 못해본 생각들이 있었고 의미 있었다

인터뷰 전 나온 사진을 보며 한 명 한 명 직업을 추측해봤는데 대부분 추측 불가능이었다...ㅎㅎ

대개가 나이가 좀 있는 그러니까 아저씨라 불릴 나이의 남자들인데 이렇게 멋진 아저씨들이 많다니...

사람이 멋진 건 나이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멋진 인간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멋져 지는 모양이었다...

반대로 별로인 사람은 그야말로 진상 느끼하고 탐욕스런 중년, 고집스런 자기가 세계의 중심이자 답인 노인으로

진화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요새 나 스스로가 잘 늙어가지 못하고 요상해지는 기분이 많이 들어서 이런 방향

으로도 골똘해지게 만듦...

 

 

 

 

 

 

 

서천석

누군가와 헤어지고 싶다면 상대편이 나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나를 욕하며 깨끗이 잊게 해주는 편이

더 속 깊은 행위라는 글이 눈에 보였다 좋은 역할을 할 수 없다면 나쁜 역할을 받아들이라는 게 사랑 이전에

한 사람의 어른이 배워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낙관주의는 그저 정신 승리가 아닙니다 가능성도 없는 일을 나 혼자만이 잘 될 거야 하며 버티는 마음도 아닙니다

지더라도 다시 한 번 도전하려는 태도입니다

 

시간은 저에게 모든 것이에요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변화도 결국 시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사람과의 인연도 어떤 시간을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결정이

되기 때문에 저는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자 우리의 많은 것들을 설명해주는 게 시간이라고 생각

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어디에 시간을 많이 쓰는지가 보여주는 것이지 내가 설명한다고 해서 나를 보여

주는 건 아니거든요

 

 

 

조수용

레코드 가게에 들러 CD를 사지 않고 서점에 들러 책을 사지 않던 순간부터 내 삶이 좀 시시해졌던 생각을 끝내

지울 수가 없다 디지털은 적어도 내겐 편리함보다는 마음껏 길을 잃을 자유와 우연한 만남을 제거한 형태의 억압

처럼 느껴지곤 했다 이야기가 사라지는 삶이 나는 조금 재미없다

 

전 포트폴리오는 믿지 않거든요 사람이 믿을 만하고 괜찮으면 일은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야 사람에게 자기 일을 제대로 설명해내는 게 중요

 

무지란 회사를 좋아해요 무지는 브랜드가 없다는 뜻의 브랜드잖아요 극강의 실용주의를 지향하고 디자이너들에게

과감하게 투자해요 무지는 집도 팔아요 땅을 사서 찾아가면 무지가 집을 지어주는 거죠 그 집이 기가 막혀요

무지 하우스 무지 플라워 그렇게 컨셉을 갖고 식당도 카페도 하죠

 

전 크리에이티브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봐요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얻어지는 거죠

그린 팩토리의 주차장은 층마다 소리가 다르게 나서 아 새소리가 나는 층에 세웠지 하는 식으로 기억하고

엘리베이터에서 새 그림이 있는 버튼을 누르면 손쉽게 해결되죠

 

소비란 살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 너머엔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백영옥 - 드라마 <셜록>에서 세기의 팜므 파탈 아이런 애들러는 21세기의 섹시함은 지능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박상연

요즘은 일어나면 담배를 피기도 하고 안 피기도 하고 그냥 멍하게 한 시간쯤 앉아 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해요

왠지 다른 사람들도 그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요즘 멍한 사람이 없잖아요 다들 뭔가를 하고 있어요

소통하잖아요 그것도 24시간 동안 소통을 왜 이렇게 하는 지 모르겠어요

 

백영옥 - 문득 한나 아렌트가 <활동적 삶>에서 인용한 카토의 경구가 떠올랐다

겉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는 때는 없으며 홀로 고독에 빠져 있을 때만큼 덜 외로운

때도 없다

 

 

 

권일용

 

눈이 먼 장님이 등불을 들고 다녀요

나를 못보면 사람들이 내게 부딪칠까봐 그래서 들고 다니는 등불인거예요

 

백영옥-직업이란 본질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남에게 필요한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 남이 내 직업에 돈을 지불하고 나는 그 돈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라는 말을 내게 건넨 건 정신과 의사 서천석이다

나는 직업과 꿈을 연결시켜 가슴 뛰는 일을 하지 않으면 마치 실패자처럼 느끼게 되는 요즘의 세태를 떠올렸다

꿈=직업 상식에 가까운 이런 공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건 직장이 과연 자아를 실현하는 장이 될 수 있을까란

생각 때문이었다 실상 직업이란 내가 아니라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원래 직업이란 대가를 받고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 직업은 자아실현과 거리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요즘의 모든

정황들은 마치 직업으로 꿈을 이루는 것만이 최고의 삶인 듯 가르치고 있다 젊은이의 꿈을 착취하는 사업들이 날로

번창하는 걸 보는 마음은 참으로 편치 않다

 

이 일은 저 말고도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제가 이 일을 하는 건 소명의식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고

도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유성용

정신적인 고통에는 오로지 하나의 해독제가 있을 뿐이다 그것은 육체적인 고통이다 - 마르크스

 

우리는 걷기 열풍도 다이어트라든가 파워 워킹이라든가 엄청 쓸모 있는 걷기만 하잖아요

어린 아이들을 보면 버려진 냉장고나 비닐봉지 같은 걸로도 열심히 놀잖아요

우리는 세상의 쓸모만 볼 수 있는 눈밖에 안 남은 것 같아요

 

벡영옥 - 인터뷰는 그냥 지어서 써주세요 소설처럼 어차피 다 날 오해할 텐데

라고 말하며 사라지던 그의 뒷모습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홍성남

신부나 스님을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오해입니다

출가하는 사람들은 독한 부분이 있어요 나를 알고 싶은 갈망이 강하니까요

 

아예 전쟁을 벌려야 되는 거예요 그건 싸워서 이겨야 돼요

그런 놈들을 용서해주면 내가 무기력해집니다

 

어떤 심리학자가 인간이 종교를 가지면 좀 더 포악해진다는 말을 하기도 했어요

주님의 뜻을 자기 뜻으로 합리화시키면 포악해집니다

 

 

 

금태섭

소설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회보다 개인적인 데 더 관심이 많아요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보르헤스구요 오르한 파묵 조이스 캐롤 오츠

 

 

 

강신주

연봉이 아예 상향으로 가서 남녀 모두 1억 5천이면 그렇게 강하게 정서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거예요

경제가 안 좋으면 사랑이란 관계에 경제의 상황이 투사가 되는 거죠

사회가 너무 힘들어진 거예요

 

의외로 타인들은 상처 안 받아요 뭔가를 선택해야 할 때 인간의 마지막 비겁함은 주변 사람에게 내 행동이

분명 상처를 줄 거란 착각을 하는 거지요 죄책감은 비겁해지는 최고의 방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