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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by librovely 2014. 9. 16.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2013                       문학동네

 

문학동네...유명한 출판사...근데 왠지 생소한 느낌도 들고 희소성이 생긴 건 왜죠?

언제부턴가 유명 출판사들이 임프린트라고 브랜드들을 만든 거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느끼기에는 뭔가 자기 출판사 이름을 걸고 출판하기에는 좀 가볍거나 뭔가 약간 상업적인 책을

그런식으로 출판하는 느낌...이 드는데 아닌가...

 

어쨌거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이 책은 당당하게 문학동네 이름을 달고 출판되었기에...

책 날개의 김영하 소개를 읽어보니 한국에서 즐겁게 써 먹을 수 있는 대학이름을 쓰지 않았다

물론 우리는 다 알지 그가 어느 대학 출신인지...그리고 이젠 그런 거 안 써먹어도 될만큼 인정받기도 하고

(초기작부터 안 썼을까? 그랬을지도...ㅎ)

 

작년 이맘때였나? 출판되었다고 한참 많이 눈에 들어왔던 책인데 읽어봐야지...하고는 잊고 살다가

책 빌리러 갔다가 북트럭에 쌓여있던 책 중에 보여서 집어왔다

멍청함에 이유가 있겠지...난 소설을 잘 못 읽는다 읽긴 읽었는데 읽은 게 아님....

이상하게 스토리도 등장인물 캐릭터도 쉽게 잊어버리고 내용도 잘 정리가 되지 않고 가장 큰 문제는

숨겨진 주제 따위를 잘 못찾아내고 껍데기만 읽고 이게 뭐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많이 읽다보면 좀 나아질까? 그나마 고전이라 불리는 건 이해도 잘 되고 읽어지는 것 같은데 현대 문학은

특히 한국 현대 문학은 나에게 가장 난코스...특히 한국 젊은 남자가 쓴 소설이 최고난이도....

이해가 안가...

 

김영하의 책은 퀴즈쇼...를 읽었었는데 그 책 좋긴 했는데 뭔가 데자뷰~

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도 읽어봤구나 그 책 또한 비슷했다 묘하고 섬뜩한 느낌이 들었던 거 같은데

역시 데자뷰~ 어디선가 읽어본 느낌이 옅게 들었던 이유는 대체 뭔지....내가 이상한거겠지...

상도 많이 받고 외국 이 나라 저 나라 번역본까지 출판되는 거 같은데...

 

그럼 살인자의 기억법은 어땠나?

일단 문체 묘하고 좋다  살인자라도 뭐 특별히 다를 거 같지 않은데 현실에서의 살인자야 자기 화를

못 이기거나 뭐 이러쿵 저러쿵 도덕성 바닥 문제...공감능력 결여..하여튼 말투까지 이상할 거 같지는

않은데 음...그렇지 살인자도 종류가 있는거다...이유가 있는 살인과 그냥 살인 자체가 목적인 경우

이 책은 살인을 위해 살인을 하는 살인자...그런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연쇄 살인자

남을 죽이면서 강렬한 즐거움을 느끼는 거였나?

 

주인공은 뭔가 감정 소거된듯한 묘한 말투로 머리 속 생각을 읊어나가는데 감정이 소거된듯한 그

말투 때문에 오히려 되게 명료한 느낌이 든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살인자는 나이든 노인...

그는 알츠하이머 환자...기억이 사라진다 그래서 노트에 적어대는데...이런 설정 뭔가 익숙해...

하다보니 떠오르는 건 얼마 전 1권 거의 끝 부분까지 읽었다가 잡은 고기라서 내동댕이 친 움베르토 에코

<프라하의 묘지> 그 책에서는 알츠하이머는 아닌거 같고 벌써 기억이 가물거리네 내가 알츠하이머인듯

하여튼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서 일기처럼 그날 그날 기록하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그 책은

더 심한게 자기가 누군지도 모른다 직업도 자아도 없는거다...기억이 없으니...하여튼 그 책이 떠오름

왜 난 김영하 책만 읽으면 항상 데자뷰 느낌이 드는걸까...중반부에서는 자신이 스스로를 또 다른 사람처럼

여기며 착가하는 느낌이 들어서 적의 화장법이 떠오르기도 했는데...근데 읽어갈수록 다르구나...새롭다...

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거나 스토리는 색다르지만 뭔가 자꾸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이 떠올라...

문체가 비슷한가..왜지?  읽은 지 오래되어서 기억도 잘 안나는데...

 

읽은 지 고작 1-2일 정도 지났는데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는데 일단 간단 명료한 살인자의 말투와

그 말들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읽고 앉아있는게 그 자체로도 뭔가 개운하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는데

스토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연쇄 살인범이 어느 날 부부를 죽이는데 그들이 딸은 죽이지 말아달라고

하고 은희라는 그들의 딸은 자신이 잘 돌보겠다는 뭐 그런 약속을 하고 그들을 앞마당 대숲 아래에

묻은 후 더 이상 살인을 하지 않았나 그리고는 은희라는 아이를 딸로 삼아 키우고 있었는데

현재 자신은 70대 노인 딸 은희는 서른 즈음? 

 

그러던 어느 날 근처에서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살인자는 자신의 딸 은희가 살인 희생자가 될까봐

걱정하게 된다 살인자로 의심되는 박주태라는 자가 등장하기에...게다가 그가 은희의 남자친구로

눈앞에 나타나고...그래서 살인자는 마지막으로 박주태를 살인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데...

난 사실 이 박주태라는 인간은 살인자의 젊은시절 자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속에서

현재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젊은 시절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치매가 원래 그런 거

아닌가...거울하고도 이야기하고...정신에 이상이 온 것이기에 그 영화 장화홍련처럼 자신이 딸도

되었다가 새엄마가 되었다가 하기도 하고...그런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나중에 알게된 건 은희는 딸이 아니라 자신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였고....

은희의 부모를 죽일 때 은희도 같이 죽였던 거고...박주태는 경찰이었고...안형사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는 박주태였고...뭔가 되게 뒤죽박죽...하여튼 살인자는 주변 인물을 다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거고...이 지점에서 난 또 자신이 연쇄 살인범이었다는 것도 다 망상이었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근데 그건 아니었다 대숲에서 연달아 발견되는 백골들...

 

그렇게 연쇄 살인범이자 치매에 걸린 주인공은 자신이 그렇게 지켜내려고 애썼던 은희라는 딸이

아예 살아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과 마지막으로 집요하게 죽이려 했던 박주태라는 자가

살인자가 아니라 경찰이었음을 알게되고 혼란한 상황 속에서 기억은 점점 더 옅어져가고 결국

하나의 점이 되었다가 먼지가 되어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죽었다는 소리겠지...

 

뒷부분을 읽어가면서 음...예상과는 다른데...하다가 뭔가 스물스물 무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별거 아닌 반전(?)인데 왜 이리 섬뜩하지...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일단 이런거였다

살인자가 자신이 가장 큰 쾌감을 느낄 수 있었던 연쇄 살인을 멈추고 남은 인생 동안 그렇게

지켜내려고 했던 은희라는 것이 사실 존재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예전에 죽여버린 지 오래다...

이 중 어느 지점이 섬뜩했냐면...모든 걸 걸어 지켜내려고 했던 믿고 인생의 목표 내지는 이유

처럼 믿었던 그것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죽기 직전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

이거 되게 무서웠다...왜냐하면 난 기독교인이고...나의 경우 내가 가장 집요하게 믿고 의지하는

것이 사실은 없었던거고 아무것도 아니었던거고 그걸 죽기 직전에서야 깨닫게 되면 어땠을까

뭐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거 같다...아 써놓고 보니 되게 벌 받을 소리를..,, 그게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 얼마나 끔찍한가 뭐 그런 의미로 쓴거다...라며

혼자 마음 추스리기...이렇게 마지막까지 잡고 늘어질만한 자신만의 목표나 진리 따위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어쩌면 이런 식의 두려움...이 가장 큰 공포를 유발하는 게 아닐지...

 

어쩌면 살아가는 동안 믿고 잡고 있는 그것들 우리가 살아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그것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거라면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살인자처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인거겠지...그러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진리로 생각했던 것이 진리가 아님을 알게된 순간

내가 병에 걸렸었다는 것도 인지하게 되고...이런 거 쓰다보니 갑자기 몇 년 전에 본 프로메테우스

영화가 생각난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보러 갔었는데 되게 충격적인게 우리는 신 하면 무조건 옳고

착하고 뭐 그런 식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 영화 속 인간들이 찾아 헤맨 신은 악했다...

맞나?? 인간을 다 죽이려고 한 게 인간을 창조한 신 아니었나 그 영화에서는?

 

그리고 또 무서움 유발의 원인은 마지막 부분...죽어가면서 기억도 점점 사라져가고 그냥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로 끝이나는 것...죽음이 그냥 끝인 것...태어나기 전 나는 없었듯 죽고 나도 나는

존재하지 않는...내가 존재하지 않는 그 상상하기 힘든 상태...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는 분명 존재하지

않았고 그런 상태가 분명 있었는데 내가 죽으면 또 그 상황이 되는건데 그게 상상이 불가능...한데

어쨌거나 그런 상황으로 끝이 나니까...아이고 되게 허무해...허무한 건 참 공포와 우울의 구덩이로

밀어넣는 것 같다...

 

아닐거야 다 아닐거야...이건 허구고 소설인거지...하지만 참 상상만으로도 무서워지는 생각

뭔가 머리에 담아서는 안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불편하고 섬뜩하지만....그러라고 썼겠지

근데 여전히 작가가 어떤 주제를 다루려고 이런 이야기를 쓴건지 조차 파악을 못하겠다...

맨 뒤에 쓰여 있는 문구가...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인데...이 글을 읽으면 뭐 시간이라는 게 결국 죽음을 의미하는 거 같은데...사실 우리는 살인자...

연쇄 살인자 하면 되게 무서운 느낌이 드는데 어찌보면 시간은 모든 생명체를 죽음으로 밀어넣는

궁극의 연쇄 살인자인거지...

 

해설은 읽지 않고 남겨두었고 작가의 말은 읽어보았는데...

낯선 세계로의 문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작가는...그리고 이 소설을 쓰는 데 오래 걸렸다고 한다

스토리 진행은 되게 빠르지만 창작할 때 시간을 오래 걸렸나보다...장황한 문장보다 간결한 문장이

더 시간이 걸리는거겠지... 그리고 이런 말도 한다

이것은 내 소설이다 내가 써야 한다 나밖에 쓸 수 없다

음...그러게...그렇게 말할만하다...뭔가 살짝 뻔한 느낌도 들지만 어쨌거나 그 소재를 이렇게 묘한

분위기로 휘감아 글로 써내는 건 김영하만 할 수 있는거겠지...읽어본 김영하 책 중 이 책이 가장 좋다

(고작 3권 읽고는...)

 

전체적인 스토리는 저렇지만 또 페이지마다 문장마다 뭔가 골똘하게 생각할 것들을 많이 박아놓은 느낌

내가 그런 걸 인식할 배경지식도 없고 이해력도 떨어지지만 음미할 문장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시처럼...장문의 시와 같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내가 소설보다 더 이해력 떨어

지는 장르가 있었구나...시...이건 아예 시도도 안함....

 

뭔가 역시 제대로 이해하고 읽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다른 사람의 독후감을 얼른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 있는 해설도...근데 그 해설은 분명 작가가 동의해서 책에 실었을테니 작가의 의도

에 부합하는 내용이겠지...하며 기대감이 들다가도 그냥 부탁했는데 그거 그런 의미 아닌데...하며

안 실어주기도 뭣하고 해서 그냥 뒤에 실렸을 수도 있잖아...? 라는 말도 안되는 건방진 생각도 드는...

확실한 건 해설을 읽든 남의 독후감을 읽든 부끄러워지는 경험을 하리라는 것...

내가 대체 뭘 어떻게 읽은거야...하는 식의....

 

김영하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근데 전작보다는 이후의 것들을 읽어보고 싶다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세계에서 인정받는 작가가 나오면 좋겠는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다음 작품은 데자뷰~ 느낌이 훨씬 덜 들 것도 같고 사서 읽어도 좋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사서 읽으면 안 좋은 책도 있냐....내가 쓰고도 참 못되먹었다는 생각이...그냥 가난해서 그래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엥겔지수가 너무 높아서 그래...이게 다 밀가루 값 폭등 때문이야...라며

헛소리로 마무리)

 

아 하나 더...

책 첫 페이지에 살인을 멈춘 이유에 대해 이렇게 쓰여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작가도 그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더 잘쓸 수 있을거야...

이 희망이 사라진 경우 더이상 쓸 수가 없게 될거고...이게 가장 두려운 것일테고

 

 

 

 

 

 

 

 

 

몽테뉴의 <수상록> 누렇게 바랜 문고판을 다시 읽는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근심으로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삶에 대한 걱정 때문에 죽음을 망쳐버린다

 

요즘 시인들 시는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그래도 이런 구절은 좋다 적어둔다

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  김경주<비정성시>

 

돈은 내고 사는 거냐니까 다들 그렇게 한다고 했다

내 시가 실린 지방 문예지 200부가 집으로 배달돼왔다

등단을 축하한다는 카드도 동봉돼 있었다

한 부만 남기고 199부는 땔감으로 썼다

어쨌든 나는 그뒤로 시인으로 불렸다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는 마음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

 

옆집 개가 자꾸 우리 집을 들락거린다

마당에 똥도 싸고 오줌도 지린다

나를 보면 짖어댄다

여기는 내 집이다

이 똥개새끼야

개는 돌멩이를 던져도 달아나지 않고 주위를 맴돈다

퇴근한 은희가 그 개는 우리 개라고 한다

거짓말이다

은희가 왜 내게 거짓말을 할까

(심오한 이야기일텐데 단세포적으로 읽고 이 부분에서 깔깔거렸다...)

 

머리가 복잡하다 기억을 잃어가면서 마음은 정처를 잃는다

 

프랜시스 톰프슨이라는 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서 태어나 자신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그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끝없이 계속했고 나는 점점 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해졌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빌었다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있다면 제발

용서해달라고

(이 부분 되게 슬펐다...이상하게 슬픈데 왜인지 잘 모르겠는...아니 대강은 이유를 알겠는데..

그냥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한 게 뭔지 조차도 감이 안 올만큼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살다가

죽음에 쉽게 이르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도...아니 너무 잘못한 게 많아서

헤아릴 수가 없는걸까)

 

사람들이 하는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다

 

미지근한 물속을 둥둥 부유하고 있다 고요하고 안온하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공 속으로 미풍이 불어온다

나는 거기에서 한 없이 헤엄친다 아무리 헤엄을 쳐도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소리도 진동도 없는 이 세계가 점점 작아진다 한없이 작아진다

그리하여 하나의 점이 된다

우주의 먼지가 된다

아니 그것조차 사라진다

 

 

(발췌를 뭔가 엄한 곳만 해 놓은 느낌이 드네...이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