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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상 여행자의 낯선 하루 - 권혜진

by librovely 2014. 1. 16.

 

일상 여행자의 낯선 하루                                                         권혜진                         2013       이덴슬리벨

 

내 또래로 보이는 방송작가가 쓴 책

<내 방 여행>이라는 책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느끼는 그 기분좋게 낯선 감각을 어떻게 하면

일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책...여행가면 하루 하루 진짜 살고 있는 느낌도 드는데 그걸 매일

느껴보면 어떨까...라는 취지?  재미있게 읽었고 그녀가 권해준 것 중 아주 일부는 나도 가끔 하는 것이고

어떤 것은 나도 해보고 싶었던 것이고 어떤 것은 생각도 안해본 것이기도 하고...

 

뭐 대단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다...그러나 작은 것들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소중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큰 행복을 만드는 비결이겠지...읽어볼만하다

저자의 블로그에 구경가보니...어려운 책을 많이 읽는 것 같던데...김기덕 형님 좋아하는 건 나랑 똑같지만

읽는 책의 수준은 뭔가 확연한 차이가... 책도 다 같은 책이 아닌거고 독서도 다 같은 독서가 아닌거고...

올해에는 알아듣지 못해도 좀 레벨 업 해서 책을 골라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뇌에 자극을 주기 위해..

뇌가 나고 내가 뇌니까...내가 고작 그 따위였단 이야기인가? ㅍㅎ

 

이 책 또한 아주 좋은 책이다

무감각한 일상...혹은 평범하다는 기준에 의해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 더 좋을 책

어떤 기발한 방법이라기보다는 최소한...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위안의 측면에서?

 

 

 

 

 

 

 

랭보의 바람구두 정신 니체의 망치 카프카의 도끼 케루악의 비트 존 콜트레인의 비밥 중학생의 oh shit

 

여행자의 시선

무엇보다도 얼마나 깊이 보고 존재를 체험하느냐는 얼마나 멀리 여행을 하느냐와 다르지 않았다

시선의 깊이 그러하기에 앞서 철학 과학 인문학을 두루 여행한 선지자들의 도움은 회색빛 일상에 색을

입혀줄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장 그르니에 <섬> 중 케르켈렌 군도 첫 문장

 

여행자는 명동 거리를 걸으며 뗴르미니 역에서 받았던 낯선 공기 추억을 열어본다

 

반복적으로 구획된 일상은 사실 어떤 공포물보다 위험하고 무섭다

 

내 욕망이 과연 내 욕망인지 누군가의 욕망을 종교처럼 따르는 건 아닌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공포영화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씽 아일랜드<maiden voyage>

 

체코 프라하를 여행했던 적이 있다 동유럽 특유의 마법적 분위기가 흐르는 그곳

 

이카루스와 여행자

인천공항 4층은 일상 우주 여행자의 비밀노트와 같은 곳  통유리 라운지 카페가 있다

 

너의 방을 보여달라 그러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노라고

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프랑스 미식가 브리야 사바행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 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노라라고 했다

한 마디로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그 사람의 정신과 철학 의지의 표현이다

 

아무 생각없이 단지 쓰고 싶은 충동으로 써 내려간 하루키의 이 데뷔작은 모두 잠든 새벽 부엌의

테이블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바로 그 충동

아무 생각 없이 솟아났다는 충동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아무나 그것을 실행하지 않는다

 

일상이여 일상을 빠져나와 스스로 예술이 될 것

 

카페 플로르

사르트르는 오전 아홉 시부터 정오까지 원고를 쓰고 점심을 먹기 위해 나갔다 돌아와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오후 네 시부터 여덟 시까지 원고를 썼다 그렇게 해서 <존재와 무>가 태어났다

 

홀로있음의 시간 세상에 휘둘리지 않을 힘을 기른다

보여주기식 노출을 위한 선택이 아닌 순간순간 자기 내면에 귀기울이면서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 - 생텍쥐페리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 괴테 <파우스트>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우주 대변동이라고 한들 어린아이가 헛간 한 구석에 죽어 있는 참새 주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광경만큼이나 감동스럽지는 못하다

 

한 잔의 차를 끓이는 행위는 그 재료가 여행해 온 시공을 고스란히 느끼는 일이다

 

세잔

사과가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사과를 보고 관찰하고 또 그렸다

사과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과일에 비해 잘 썩지 않고 오래 버텨서

세잔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로브 언덕을 올랐다 낡은 코트에 모자를 쓰고 이젤과 캔버스를 메고

20년간 꾸준히 그것에서 그는 수백 수천 장의 생트 빅투아르산을 그렸다

 

한 송이 꽃은 산다

그 순간이 바로 영원을 손에 쥐는 순간이라고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말한다

 

남이 원하는 것을 비우고 가벼워진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독서휴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실제로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사가독서라는 긴 휴가를 줌

세종대왕이 책을 느긋이 읽으라고...

 

니체는 말년에 정신착란이 악화되어 어머니 보호 속에 하얀 잠옷같은 블라우스를 입고 매일매일

새날처럼 맞았다 말년에 그는 이미 아이가 되었으니까

광장에서 채찍질을 당하던 가련한 말의 목을 잡고 꺼이꺼이 울며 쓰러진 날 이후 니체는 마비성

정신 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어머니와 함께 언덕 위 저택에서 지낸다

진심과는 거리가 먼 도덕적 가식을 버리고 의무에 대한 복종자가 아닌 생의 주체자로 스스로

가치를 정립해가자던 니체

 

벤야민

인간이 인간을 생명의 존재가 아닌 수단으로 여기게 된다면 언젠가 지금 쓰고 있는 언어마저

포기할지 모른다 그래서 여행자는 한 포기 식물과 매일 여행을 떠난다 잃어버린 언어 회복에 나선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기 북소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사과나무와 떡갈나무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소로는 침대 하나 식탁 하나 책상 하나 냄비 하나 국자 하나가 전부인 자신의 오두막이야말로

사람들이 꿈꾸는 저 너머의 성좌라고 했다 고작 28달러로 지은 자기 오두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