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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결혼 - 알베르 카뮈

by librovely 2010.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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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여름                                                           알베르 카뮈         1937년 집필, 1939년 출간        책세상




결혼...여름...
제목이 특이하다는 생각은 했다...결혼이라니...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결혼에 대한 주절거림은 아닐거라고 예상했고 역시 그랬다....
대체 왜 결혼이라는 제목으로 산문집을 펴낸 것일까?



본문에 결혼에 대한 언급이 있긴 하다...
우리들은 이 세계와의 결혼 하룻말의 나른한 행복을 한껏 펼친다
그렇다면...여기서 결혼이란 이 세상과의 결혼을 의미하는 것인가? 세상과의 결혼은 또 대체 무슨 말이지...
이 책의 뒷 부분에 해설이 몇 장 있긴 하지만 아직 읽지는 않았다...그 부분을 읽으면 좀 이해가 되겠지...



이 책은 알베르 카뮈의 책세상 출판사 전집 중 1권이다...그래서 작년에 주문했었고 한 번 손에 들고 20 페이지
정도 읽다가 접고는 요새 도서관에 안 가서 읽을 책이 없는 이유로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알베르 카뮈의 책은
이방인, 시지프의 신화, 단두대에 대한 성찰, 독일인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총 3권을 읽었다...
이방인은 소설이고 나머지는 에세이...알베르 카뮈의 책세상 전집은 18권이나 된다...아직도 많이 남았다...



그래서 즐겁다...나의 이해도는 전혀 검증이 되지 않지만....그와 무관하게 어쨌든 난 알베르 카뮈의 글이 너무
맘에 든다...수준의 차이야 어마어마하지만 하여튼 내가 평소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구겨넣어 놓았던 그런 질문
들을 끄집어 내어 명쾌하게 풀어놓으니 읽는 동안 즐거울 수밖에...특히 죽음의 문제...인간 삶의 유한함에 대한
속터짐? 내지는 허무함은 항상 나를 따라다닌 문제고...그렇다고 이것에 대해 딱히 누군가와 시원하게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대체 누구와 이런 문제를 이야기해 보겠는가...하지만 알베르 카뮈의 책을 읽으면 그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된다...



학교에 다닐 때 난 별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초등학교 때와 대학교 때 그나마 공부를 열심히 했고
하필 가장 중요한? 시기인 중고등학교 때는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다...그 때 줄곧 머리 속에 맴돌았던
생각은...공부해서 뭐하나...어차피 몇 십년 살다 죽을건데...무슨 소용이야...라는 생각...사실 이 생각은 여전하다
대학원에 가야지...하면서도 영어 실력이 엉망이라 시험봐도 떨어질거야...영어와 기타 등등의 기본기를 닦은 다음
제대로 공부해야지...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표면적인 이유를 대고 있지만 사실은 사실은...대학원 가면 뭐하나
어차피 좀 살다 죽을 인생인데...공부 더 해서 뭐할거야...라는 생각이....



생각해보니 난 정말 언젠간 죽을거라는 생각에 심히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도 갑자기 이 동네 사람들
100년만 지나면 싹 사라진다....라는 소리를 중얼대고 앉아 있었으니.. 병이 좀 심하긴 한듯...그런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너무 머리 속을 채우고 있으니 사는 게 자꾸 허무해지는 것 같고...뭔가 시작하려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안하고 사는걸까? 아니면 회피하는걸까? 아니면 안하는 척 하는걸까?



인생의 유한함....
내가 유일하게? 아는 철학자? 사회학자? 하여튼 에리히 프롬의 말에 의하면...삶이란 유한하니까...그것을 극복
하기 위해서는 창조를 해야 한다...물론 위대한 사람들이야 예술이나 기타 등등으로 창조를 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가능한 창조란 종족번식?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자녀를 통해 자신의 유한함을 극복할 수 있다고...
결국 결혼하라는 소리군...그래서 알베르 카뮈도 이 책의 제목을 결혼이라고 지은걸까? (농담이다...)



다시 책 제목 이야기로 넘어가서....
결혼...
결혼 이라는 제목의 산문집 안에는 다시 네 개의 산문이 들어가 있다...
그 중 첫 번째 산문 제목이 티파사에서의 결혼이다...알베르 카뮈는 참 다양한 면을 지닌 작가인 것 같다...
이방인에서는 애매모호한(나에게는 그랬다...이해가 잘 안되었으니까...) 소설가...
시지프의 신화에서는 적절한 비유가 있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에세이스트...
단두대에 대한 성찰에서는 그야말로 논리적이고 명쾌하여 뇌가 즐거워지는...뭐랄까 변호사같다고 할까?
이 책 결혼은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특히 티파사에서의 결혼에 나열된 비유 남발? 묘사는...신기했다...
자연에 대한 묘사야 헨리 데이빗 소로우도 대단했는데...물론 그와 알베르 카뮈는 묘사의 질감이 다른긴 하다..
소로우는 여성스럽다면... 알베르 카뮈의 묘사는 섬세하면서도 뭔가 남성적이다..이성적인 묘사?




다시 제목 이야기로...ㅡㅡ;
결혼...
여기에서 결혼이란 남녀의 결혼이 아니라...봄철의 티파사라는 곳에서 느낀 자연과의 결혼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그 안에서 쾌락을 느끼는...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연의 자기 자신을 찾게 되는 것...
그걸 결혼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난 자연을...그렇게 충실하게 경험한 일이 없어서 솔직히 대강 감은 오지만...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는 잘 모르겠다...이렇게 묘사를 제대로 해 놨는데도 역시 온전한 이해는 역부족...



솔직히 첫 번째 산문을 읽을 때는 자니친 묘사와 감정이입이 안되는 관계로 그리 흥미진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산문인 제밀라의 바람 첫 문장을 읽고는 드디어 내 취향의 글이 시작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정신 그 자체를 부정하는 하나의 진리가 태어나도록 하기 위하여 정신이 사멸하는 곳이 있다
티파사에서는 자연을 끌어안고 그 안에서 자연을 느끼며 쾌락을 맛보았다면...제밀라 라는 도시?에서는 뭔가
명철해지게 만드는 요소를 찾을 수 있는 모양이다...



죽음...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도 말하고...죽음이 대체 왜 신성한 것이냐는 질문도 던진다...
시지프의 신화에서도 그러했듯이 알베르 카뮈는 일단 신 혹은 신화에 대해서... 즉 검증 안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글을 써내려 간다...정확한 것만으로 생각을 해보자는 말이겠지...



현존을 깨닫는 게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음을 의미한다는 건 무슨 말일까?
현존을 깨닫는 다는 건...죽음이 올거라는 걸 정확히 알고 최소한 지금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는 말인가?
미래에 나는 죽을 것이다...죽음이 확실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내가 살아있고 현재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세계를 정면으로만 바라보고 살았다면 이젠 옆면으로 고개를 돌려 프로필을 볼 줄 알아야 하고...죽음이나 무의
끔찍한 맛도 씹어봐야 한다고 말한다...이 말 역시...죽음...우리는 언젠간 죽어서 사라져버림을 정확히 인식하라는
의미겠지...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삶에 대한 질투에서 온다는 말도 흥미로웠다...
이 부분에서 알베르 카뮈는 내가 죽어도 여전히 살아있을 것들에 대해 질투를 느끼게 된다고 말하는데...
사실 난 유명 연예인들의 죽음 혹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할 때마다 가장 괴롭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점...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세상은 아무런 동요 없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그건 내가 죽어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니까...그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받아들이기 힘들다....


카뮈는 죽음을 또렷이 의식하면 세계와 나의 사이를 갈라놓는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을 정확히 인식하면 인정하면 세계와 나의 사이가 결혼을 한 것 처럼 가까워질 수 있다는 말일까?
죽음을 인식하지 않으면 세계 속에서 사는 것 같으나 오히려 삶과 단절이 된다는 말일까?



세 번째 산문 알제의 여름에서는...
국가에 무조건 충성하며 삶의 의미를 거기에서 찾거나...가정을 이루고 애를 키우고 노동을 하며 그게 삶이라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삶이 대체 무언지 죽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루 하루 살아가야만 하고 그렇게 죽음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진실이란 오직 저 하늘이 나보다 더 오래 계속하여 존재한다는 사실....
즉 나는 죽는다는 사실?



그리고 삶을 고양시키는 것이 삶에 대한 부조리도 증대시킨다고 말한다...
그렇다...삶이 가치있다고 느끼는 만큼...우리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사실은 더욱 큰 부조리로 다가오게 될테니



희망은 체념과 같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산다는 것은 스스로 체념하지 않는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
우리가 죽음 이후에 대해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똑바로 보지 못하고
체념해버린 것이라는 소리일까...



마지막 산문인 사막에서도 역시 인간의 육체는 반드시 썩어 없어질 것이라는 답을 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
그리고 삶이 무용하기 때문에 반항은 더욱 의미가 있다는 말도 한다...시지프의 신화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아무리 해 보아야 인간은 결국 죽게 마련...이라는 말은 이 산문에서도 계속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자기 삶의 내용을 이루던 것을 포기하는 것은 절대로 절망 때문이 아니라는 말도 한다
정신이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절대로 이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을 달게 받아들이게 된다고도 한다...
그 이해하지 않으려던 것은 아마도 계속 말하던 죽음...이겠지...죽음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번다한 삶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말? 



사막은 자신의 목마름을 기만하지 않은 채 사막 속에서 살아갈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아는 사막이다
그때서야 오직 그때서야 비로소 사막에서는 서늘한 행복의 물이 여기저기 솟아나게 될 것이다
사막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말하는 것일테고 목마름이란 결국 우리는 죽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즉 우리가 죽어서 없어질 것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해야만 이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일까?
그리고 그렇게 삶의 유한함과 반드시 죽으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비로소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말....



카뮈는 정확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에리히 프롬은 창조하라...고 이야기해 주지만 카뮈는 단지...죽음을 정확히 인식해라...너는 반드시 죽는다...
라는 이야기만 주구장창 한다....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일단 내가 죽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받아
들인 후 그 다음 일을 생각해도 될 일...



여름도 읽긴 했는데...따로 써야겠다...
내용도 길고...이야기도 다르기에...이 책은 개인적인 문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면 여름은 사회적인
분위기의 내용이 많고...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실존주의자..혹은 인생 회의론자?)에 대해 가볍게 비꼬는
글...



뒷 부분의 카뮈 연보를 다시 읽어봤는데...카뮈는 자신이 사르트르와 같은 실존주의자가 아니라고 하였고
오히려 자신은 그들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그렇다..시지프의 신화에서도 그는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많이 경험하고 어떻게든 알려고 노력하며 죽기 전까지 열심히 살아보자? 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나... 결혼이라는 산문집에서도 역시 어차피 죽을 인생 대강 살다가 죽자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닌 것 같다..
죽음에 대해 직시하고(그건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니까...) 제대로 살아보자....라는 의도겠지....



자...죽음에 대해 정면으로 용기있게 바라보고 잘 받아들여보자....
난 죽는다...
난 언젠간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여기에서...아...허무하다...어차피 죽을 거 막 살다 죽자?  그냥 미리 죽어버리자? 로 나가면 안된다....
난 언젠간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러니 살아있는 이 유한한 시간 동안 최대한 제대로 살아보자...로 나아가야겠지?
그럼 이젠 어떻게 살아야 최대한 제대로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아야 하나....
여기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카뮈 전집 중에 있겠지? 있었으면 좋겠다...



스스로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정말 모르겠다...
성경책보다 카뮈책?에서 진리? 내지는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나를 보고있노라니...죄 짓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이제는...루이 코퐁의 해설과 또 똑똑한 블로거들의 해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그러면 내가 얼마나 이 글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을듯...


















옮긴이의 말

지드의 지상의 양식
장 그르니에의 섬
과 더불어 이 아름다운 책은 단연 20세기 프랑스의 시적 산문집의 3대 걸작 중 하나라고 서슴지 않고 말해도 좋다







결혼



[티파사에서의 결혼]

나를 온통 휩싸는 것은 자연과 바다의 저 위대한 무분별의 사랑이다


본연의 자기가 되는 것
자신의 심오한 척도를 되찾는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구태여 신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딱한 사람들이다
여기서는 신들이 잠자리가 되고 하루 해의 흐름 속에서 그 눈금 노릇을 한다


나는 모든 선입견을 물리치고 하나의 진실을 성취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리라
그 진실은 태양의 진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나의 죽음의 진실이다
내가 지금 도박하고 있는 것은 분명 나 스스로의 삶이다


여기서는 그 무엇이든 내 본연의 모습을 그르치지 않는다
나는 아무런 가면도 쓰지 않는다


우리들은 이 세계와의 결혼 하룻말의 나른한 행복을 한껏 펼친다


아름다운 존재들은 저마다 제 아름다움에 대한 타고난 긍지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에는 바보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향락을 두려워하는 자를 나는 바보라고 부른다


사는 시간이 따로 있고 삶을 증언하는 시간이 따로 있는 법이다
나는 오직 내 몸 전체로 살고 내 마음 전체로 증언하면 된다
티파사를 살고 그것을 증언할 일이다
예술 작품은 그 뒤에 올 것이다
거기에 바로 자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어떤 고독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 되찾는 고독은 만족감을 동반한다





[제밀라의 바람]


세상에는 정신 그 자체를 부정하는 하나의 진리가 태어나도록 하기 위하여 정신이 사멸하는 곳이 있다


나는 한 번도 내가 나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거리를 유지함과 동시에 내가 세계 속에 현존하고 있음을
이토록 절실히 느껴본 적이 없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오직 현재일 뿐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내일 역시 다른 모든 날들과 마찬가지일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 같기도 하다
인간에게 있어서 자신의 현존을 깨닫는다는 것은 곧 더 이상 아무 것도 미래에 대하여 기대할 것이 없음을 뜻한다


포기와는 아무런 공통성이 없는 거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훗날에를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것은 나의 눈앞에 있는 현재의 풍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죽음 다음에는 또 다른 삶이 온다고 믿는 것이 내게는 즐겁지 않다
내게 죽음이란 닫혀버린 문 끔찍하고 추악한 모험


사람은 그저 몇 가지 익숙한 생각들만 가지고 살아가는 법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서서 그 얼굴의 프로필을 바라보아야 한다
죽음이나 무의 끔찍한 맛을 씹어본 경험


젊음은 죽음을 껴안으면서 다시 찾아지는 젊음


사람이란 송두리째 죽어버리게 마련이라는 확신을 기피하려는 인간의 그 엄청난 노력을 병은 도와준다
진보는 바로 스스로 뚜렷이 의식하는 죽음을 창조하는 것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나 세련된 의견이 분분하면서도 죽음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생각은 매우 빈약


단순한 것은 무엇이나 우리의 이해 능력을 초월한다


죽음에 대한 나의 모든 공포는 삶에 대한 질투에서 온다


또렷이 의식하는 죽음을 창조한다는 것






[알제의 여름]


우리가 어떤 도시와 주고받는 사랑은 흔히 은밀한 사랑이다


혜안을 지닌 영혼
즉 위안받으려 하지 않는 영혼


진실 치고 그 속에 그 나름의 쓰디쓴 맛을 담고 있지 않은 진실은 없는 법


대조적인 또 다른 풍요
침묵과 권태


여름 저녁의 침묵이 일품이다


젊음의 특징은 아마도 손쉬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 천부의 자질일지도 모른다
낭비에 가까울 정도로 성급한 삶에의 충동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다
아주 일찍부터 일을 하고 10년 동안 한 사람 일생 몫의 경험을 다 해버린다
서른 살 먹은 노동자는 놀음의 모든 패를 다 잡아본 셈이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 사이에서 자기의 종말을 기다린다
그의 행복은 돌연하고 가차없는 것
그는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얻었다가 모든 것을 다 잃는 고장에서 태어났음을 깨닫는다
인생은 건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연소시켜야 할 대상이다
그러고 보면 중요한 것은 깊이 반성해보거나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다


긍지와 삶을 위하여 태어난 국민들이 있다
권태에 대한 기이한 기호
죽음에 대한 감정이 가장 강렬한 혐오감을 담고 있는 것
관능적인 쾌락을 빼고 나면 그 국민의 오락이란 건 한심하다
종교도 없고 우상도 없는 이 국민은 군중 속에서 살다가 혼자서 죽는다


따지고 보면 나는 어째서 죽음이 신성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문명된 백성의 반대는 창조적인 백성


세상에 초인적인 행복이란 없다는 것을 하루 해의 곡선을 초월한 저 너머의 영원이란 없다는 것을 배운다
내가 알고 있느 것은 오직 저 하늘이 나 자신보다 더 오래 계속하여 존재하리라는 사실뿐이다


삶을 고양시키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나 동시에 삶의 부조리도 증대시키기 마련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희망은 체념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는 것은 스스로 체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노트]


카가유의 말씨는 대개 문어체다
재구성하여 만들어낸 말씨란 뜻이다





[사막]


산다는 것은 물론 표현한다는 것과는 어느 정도 반대되는 것이다


다음날에 대하여 아무런 기대할 것이 없는 사람이 감동을 느껴야 할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저 돈담무심한 태도
희망을 품지 않는 인간의 저 위대함
저 영원한 현재
분별있는 신학자들이 지옥이라고 불렀던 것은 바로 그런 것


예언적 회화한 존재하지 않는다


육체가 제시하는 단 하나의 해답
반드시 썩어 없어지게 마련
그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


인생은 해와 함께 떠올라 해와 함께 져가는 것
sol levante col sol cadente


무용함으로 인해서 내 반항의 그 무엇이 의미 없어진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삶이 무용하기 때문에 반항은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종교에 대하여 신화는
진실에 대하여 시가 그러하듯이 삶에 대한 정열 위에 씌워놓은 우스꽝스러운 가면이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한 존재와 그가 영위하는 삶 사이의 단순한 일치
욕망과 반드시 죽어 없어지게 마련인 자신의 운명이라는 이중의 의식


유일한 세계란 다름 아닌 인간이 없는 자연 바로 그것
이 세계는 나를 무화한다
세계는 분노하지 않은 채 나를 부정한다



아무리 해보아야 결국 인간은 거기서 죽게 마련인 곳의 아름다운 장관을 나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자기 삶의 내용을 이루던 것을 포기하는 것은 절대로 절망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명징한 정신이 어느 도에 이르면 사람은 자기 가슴이 꽉 막히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리하여 반항도 요구도 하는
법 없이 지금까지 바로 나의 삶이라고 생각했던 것 다시 말해서 번다한 몸부림으로부터 등을 돌려버리는 경우도
있게 된다 랭보가 단 한 줄의 시도 쓰지 않은 채 결국 아비시니아로 가고 만 것은 모험 취미 때문도 아니고 작가
이기를 포기한 행위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된 것이기 때문이요 의식의 어느 경지에 이르면 우리는 각자의 소명에
따라 지금까지는 절대로 이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을 달게 받아들이고 말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어떤 사막의 지도를 그려보려는 기도라는 것을 여러분은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한 사막은 자신의 목마름
을 기만하지 않은 채 사막 속에서 살아갈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아는 사막이다 그때서야 오직 그때서야 비로소
사막에서는 서늘한 행복의 물이 여기저기 솟아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