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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달콤한 작은 거짓말 - 에쿠니 가오리

by librovely 2012. 4. 2.

 

달콤한 작은 거짓말                                                      에쿠니 가오리                    2010                 태일소담

 

요즘 소설을 많이 읽고 있고 지금은 일본 소설을 열심히 읽고 있다

읽다보니 재미있다...소비도 습관이듯 읽는 책의 종류도 습관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같은 종류의 책만 읽고 싶어지는 게 아마도 그 부분의 뇌만 사용하고 싶어지는 것 때문인듯...익숙하니까 편하게...

에쿠니 가오리는 일본 여자 작가 중 그래도 제일 맞는듯...근데 이렇게 말할만큼 제대로 다른 작가의 책을 읽은 것도

아닌...에쿠니 가오리는 이름이 예쁘다...에쿠니....

 

만우절 기념...거짓말에 대한 소설...ㅡㅡ;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란 사실 너무 예쁜 표현인거고 한마디로 불륜...몰래 바람피는 이야기인데 그게 지저분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표현을 잘 해 놓아서인듯...담담하게...

사토시와 루리코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하기로 한다...열렬하게 사랑에 빠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둘이

아예 좋아하지 않은 것도 아닌...뭔가 묘한 마음인데..하여튼 사토시가 적극적이었고 루리코는 결혼해도 나쁘지

않겠다 정도의 마음으로 결혼을 한 것 같다...

 

둘의 관계는 상당히 쿨하다...집착 따위는 없고 의심도 없다...사실 좋아하면 집착하고 의심하고 그렇게 되는 거

아닐까? 아는 애 한 명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자기는 연애할 때 구속받는 거 좋아한다고...그 말 듣고 웃었는데

아마 그 구속받고 싶다는 게...다른 의미가 아니라 자길 좋아하니까 그렇게 반응이 나올거고 그걸 좋아한다는

그런 의미겠지....사실 상대방을 구속하고 의심하고 집착하는 것도 어쩌면 자기 자존심을 버려야 가능한 게

아닐지...일단 난 널 그렇게 좋아하거든...그러니까 이러는거야...라는 뉘앙스가 풍길 수 밖에 없으니..

 

 

하여튼 둘은 같은 집에서 살아가지만 별다른 대화도 하지 않고 고작 차 마실래? 따위의 대화만...

그래도 루리코는 사토시에게 하루 일과를 묻지도 않는데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대고...루리코는 그래도

노력한다...자신의 하루 일과를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대는 거 듣는 거 괜찮은데...별 일 없었겠으나 궁금할테니

하지만 사토시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가보다...별 마음이 없으니 그렇겠지...그럴거면 왜 결혼했을까...

사토시는 퇴근 후 방문을 잠그고 게임을 한다...음...최악이구나....각자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시간도 필요하지만

문 잠그고 게임하는 건 좀...

 

 

첫 부분에서 솔라닌 이야기를 한다...감자 싹의 독인 솔라닌...그걸 요리해먹고 사토시와 함께 죽는 상상을...하는

루리코...그녀는 아무렇지 않은듯 하지만 마음이 피폐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만드는 곰인형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함께 나타난 하루오...

하루오를 비디오 대여점에서 다시 만나는데...둘 다 영화를 좋아하는걸까?

디스 민즈 워에서도 DVD대여를 하다가 만나는데...이 소설에서는 비디오 대여점...이런 설정 괜찮구나...

일단 같은 취미 게다가 손에 든 것들을 보면 어떤 취향인지 나오는 법이고...그런 것에서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상당히 로맨틱한데...요새는 그런 대여점이 사라졌으니 안타깝구나...있어도 뭐 별 일 있겠느냐만은...

이와 비슷한 경우는 서점...서점이겠지? 이미 오래 전이지만 뉴욕 여행을 갔을 때 숙소 주인이던 여자애가 누군가와

저녁 약속이 있다고 했고 어떻게 만났어요? 하니까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데 그 남자가 다가와서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고...뭐 그렇게 대화를 하다가...아마 거기에서는 서점에서 가볍게 대화 주고받는 일도 빈번한 것 같았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가볍게 하는 일 자체가 아예 없지...남녀를 떠나서...이젠 스마트폰 덕분에 길을 물어볼

일도 없고...점점 이런 일이 사라져가는 듯...

 

 

하여튼 하루오와 친해지고 둘은 좋아하고 하루오 집에서도 만나고 하루오도 여자친구가 있는데 근데 둘은 만남...

이게 참 나쁜 상황인데 왜 소설 안에서는 예쁘게 보이는건지...게다가 그 감정이 없는듯한 사토시마저 예전 어떤

여자를 만나면서 생기를 찾고 데이트를 하기 시작...나중에는 대담해져서 스키장에 루리코와 함께 갔다가

루리코가 쉴 때 그 여자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바로 그 때 루리코를 찾아서 스키장까지 온 하루오를 루리코는 만나고

이건 뭐 막장입니다....

 

 

루리코는 항상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려고 하는데...그게 무슨 둘의 관계에 대한 말이 아니라 가정을 지킨다는

그런 의미로...그런데 그런 루리코에게 하루오는 만족하지 못하고 아예 사토시와의 무의미한 관계를 깨고

자신에게 오기를 바라는데...루리코는 그럴 생각이 없다...무리해서 요구했다가 아예 만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걸 인식한 하루오는 그냥 이렇게만 지내자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데 불쌍하기도 하고 루리코가 영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고...나중에 루리코는 하루오와의 관계를 아예 끝내기로 한다...

 

 

루리코는 하루오에게 상처가 될 말도 잘한다...사실 있는 그대로....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

왜 거짓말을 못하는지 알아?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못하는 이유가 너랑 나의 관계를 지킬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니..정말 가혹한 인간...

루리코는 대체 뭐 때문에 사토시와의 관계를 지키고 싶었을까...그런데 이상한건 마지막에 하루오와

헤어지고 나서도 사토시와 함께 죽어버리는 상상을 한다...어떤 음식을 먹고 둘이서 조용히....

 

 

이야기가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결혼생활에 대한 어떤 면을 확실히 건드려주기는 하는 것 같다...

누군가 적극적이었고 그래서 결혼했는데 그 적극적인 사람이 뒤바뀌어 버리고....

문을 잠그고 게임을 하듯...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을 했는데 오히려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바라는...

그리고 좋은 것도 아닌데 깰 수도 없는 그냥 지켜나가는 결혼생활...

루리코와 사토시는 아이가 없었는데 아이가 있다면 보통 그걸 매개체로 결혼 생활이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고...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는 드물겠지만 결혼 생활에서 느낄 오묘한 씁쓸한 감정을 조금씩 건드려준 것 같다...

각자 바람피는 건...

음...

중요한 건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데 있다고 봐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어딜 나가더라도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는 거

이 대화가 바람피는 것에 대한 답인가...?  따로 바람을 피더라도 말 그대로 한 번 부는 바람인거고

다시 돌아올거고...하루하루 같이 지내는 것에 의미가 있는거지...라는 뉘앙스...

 

 

근데 이게 이상한 게....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에서는 함께 사는(거주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거지...라고 말하는데...이랬다 저랬다 그러지...

아니 상대에 따라 다른건가? 남편에게 하는 말과 바람피는 중인 남자에게 하는 말이...?

 

 

에쿠니 가오리의 담백한 소설...괜찮구나...

글은 투명하고 대화도 깔끔한데...벌어진 일은 사실 아주 끔찍한 일이다...담백하게 쓰여져 있지만...

 

동화같다...

잔혹한 동화....

이를테면...성냥팔이 소녀의 경우 그게 예쁜 동화같지만...사실 성냥 팔다가 얼어죽는 소녀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어떤 베어가 됐든 원하는 사람 곁으로 가는 게 가장 좋다고 루리코는 믿고 있었다

 

애초에 루리코는 사토시를 애타게 사랑해서 결혼을 결정했던 게 아니었다

사토시 쪽이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이렇게 입장이 뒤바뀌고 말았을까

 

정말 반가워하는 얼굴이다 여자는 이렇듯 자기 감정을 주저없이 드러내는 용감한

생물이라는 것을 사토시는 오랜만에 떠올렸다

 

사토시와 결혼하기 이전의 루리코를 잘 알면서 지금의 루리코를 알지 못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하루오는 말하고 루리코 손에 들린 비디오테이프 다섯 개에 눈길을 주었다

그거 전부 빌려가시게요?

루리코는 대답하면서 하루오의 손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는 테이프를 일곱 개 들고 있었다

 

문득 깨달았다 사랑이 아니라 굶주림이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차 마실래요?

네 부탁해요

 

스토리는 딱 한번뿐이라서 아름다운 거예요 우리 인생처럼

 

그러고 보니 단순히 즐거웠던 적이 한동안 없었던 것 같다

 

여자는 다 다르니까 저마다 매력이 있으니까

 

중요한 건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데 있다고 봐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어딜 나가더라도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는 거

 

여기 있는 건 사랑이 아니라 굶주림이다 그렇게 말하면 도미코는 어떤 표정을 할까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거 참 간단하더라 라고 하면?

 

내가 오늘 어떤 일을 했는지 하루오는 알지만 사토시는 알지 못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도 보이는 대로 독파해버리는 추리소설 작가 이름도

 

왜 거짓말을 못하는지 알아?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

(루리코와 하루오의 대화)

 

너무하네

하루오가 입에 올린 말은 그게 다였다

 

곤란하게 안할게요 약속해요

하루오가 말했다

지금 이상은 바라지 않으니까

그래도 곤란해

라고 대답했다

이제 그만둬야 해

 

 

옮긴이의 말

 

누구와 결혼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결혼을 하고 나면 청혼했을 당시의 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과 함께 살게

되는 까닭에 -조안 헨리에타 콜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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