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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연애소설 - 가네시로 가즈키

by librovely 2012. 3. 30.

 

연애소설                                                                가네시로 가즈키                        2002         미래엔

 

일본 소설을 별로 읽지 않았는데...사실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가 된 건 일본 소설이었다...

근데 좀 읽다보니 그게 그거같고 질리기 시작...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내 감성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지

일본 소설이 그다지 별로인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하여튼 일본 소설 그것도 남자 작가의

소설을 읽다니 신기한 일이다 나에게는...

 

 

우선은 내 생애 첫 데이트 때를 생각해 보자

라는 첫 문장을 읽자마자 이 책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빌려서 들고와 단숨에 다 읽었다

200페이지 조금 넘지만 책이 작아서 금방 읽는다....읽는 동안 재미있었다...3개의 단편인데..약간 느낌이

비슷비슷한 것 같았는데... 일본소설의 특징... 스토리가 기억이 안난다...발췌부터 하고 이어서 써야겠다...

 

 

 

[연애소설]

나 하드보일드 소설 애독자거든 그래서 황당한 스토리 전개 전혀 생소하지 않아

다른 가족도 없고 나 여기서 혼자 살아

여기는 박물관 같은 곳이야 차갑고 쓸모없고 손댈 수 없는 것들만 잔뜩 모여있지

언제부터 혼자 살고 있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친척집을 전전하다가 열여섯 살 때 다시 돌아왔어

 

너 운명이란 거 믿니?

글쎄 잘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안 믿어 아니 믿고싶지 않을거겠지

자기 의지와 행동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휘저으면 짜증나잖아

하지만 아주 귀여운 여자애 만나면 운명을 믿고 싶어지지

 

그는 남아돌아가는 많고 많은 시간을 주로 할아버지 서재에서 지냈다

서재에는 세계문학전집을 비롯한 많은 책들이 서가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고 선반에는 방대한 클래식

음반이 꽂혀 있었다 멜빌 포크너 셰익스피어 로렌스 오승은 릴케 발자크 플로베르 보르헤스 톨스토이 체호프

특히 푸슈킨

바흐 모차르트 브람스 쇼스타코비치 브루크너 드뷔시 드보르자크

특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내 눈에 그녀는 모든 약속에서 해방된 사람처럼 보였어

중력이나 규율 그리고 운명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에서 말이야

 

그녀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었다 그녀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그녀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만 생각했다

그녀만이 그의 치유될 수 없는 고독을 메우고 있었다

 

그녀가 이 길 저 앞에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고 걸음을 내디디지 못하고 있다

그는 갑자기 소리내어 엉엉 울고 싶은 고독감에 사로잡혔다

그녀가 저 앞에 있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없을 때의 두려움을 인식하고 만 것이었다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하고 소중한 일은 약하디 약한 얼음조각 같은 것이고 말이란 망치 같은 것이다

 

나는 나의 매일을 생각했다

별 이렇다 할 것도 없이 싱겁게 지나가는 방대한 시간의 축척

뭔가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그 무게에 짓눌려버릴 것이다

 

 

운명은 언젠가 내게 소중한 것을 줘놓고는 또 언젠가 가차없이 그것을 빼앗아가 버릴 것인가

 

가끔 나는 그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 어릴 적 처음으로 좋아했던 그녀가 떠오르고 조금은 슬퍼진다

그녀는 내가 살아가는 싱거운 시간의 흐름에 묻혀 점차 그 모습이 멀어졌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장소로

나는 지금 분명하게 생각한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 그리고 그사람을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그 손을 절대 놓지 않으리라고

그렇다 설사 사자가 덮친다 해도

 

결국은 소중한 사람의 손을 찾아 그 손을 꼭 잡고 있기 위해서 오직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싱겁게 흘러가는

시간을 그럭저럭 살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요?

 

주인공은 자신의 첫 데이트 이야기를 한다...노는 아이였던 그는 자신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도록 학습 지도원으로

뽑힌 모범생 여자아이와 공부하며 만나 데이트도 하고 그러는데 어느날 다른 학교 아이들과 싸우다가 정학을 받고

그 여자아이 앞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여자아이가 전화를 걸고 연락을 했으나 피해버린 아쉬운 기억을 갖고 있다

이런 주인공은 법대에 가고 어느 날 빌린 노트를 돌리곤 했는데 그 노트가 돌고 돌았던 듯...

 

그 노트로 인해 어떤 독특한 아이와 만난다..그는 주인공 덕분에 어떤 여자를 알게 된 과에서는 투명인간으로 불리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 특이한 아이...그는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죽게 되는 이상한 운명을 지닌 주인공...

가족도 친척도 죽었고 친구도 죽었고...그래서 사신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하고 혼자 살고 있다...그런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는 누구와도 인연을 맺지 않으려 하는데 어느 날 계단에서 넘어져 그의 품으로 들어온 여자가 한 명 있었고

그녀는 그의 복사된 노트를 보고 필기가 잘 되어 있다며 대화를 시작...그렇게 둘은 풋풋하게 연애를 시작

그녀만은 다를거라고 느낀 것 같다...자신에 대해 말해도 두려워하지도 않고...그러나 결국 그녀도 죽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다...문체가 담담하고 읽기 즐겁다...

 

무슨 의미일까...

상대방을 죽게 만들 운명이라서 피하다가도 결국 품으로 뛰어든 운명같은 여자와 다시 연애를 하고

그녀도 죽어버림...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는데..쉽게 생각하면 어차피 연애는 모두 끝이 있기 마련...그걸 두려워해서

시작을 아예 안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아니면...꼭 끝이 아니라도 뭔가 나쁜 결말을 그려놓고 피하는 그런 상황에 대한 이야기일까...

그러지 말라는...어쩌면 이야기의 주인공도 첫사랑을 마음과 다르게 피해서 놓친셈이니까...

마지막의 글도 그런 뉘앙스고...

모든 연애는 하다못해 죽음으로라도 이별로 끝이 날 수밖에 없는거다...

그게 뻔히 보이지만 그래도 뛰어들어라...뭐 그런 내용이라고 보임...적당히 묘하게 재밌다

 

[영원의 환]

선생님도 남자니까 아시겠죠

죽기 전에 꼭 죽여야 할 놈이 있습니다

 

연애라고 하기에는 그저 일방통행인 관계였지만 그런 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그녀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그녀의 가치관이 나를 인도해 주었다

그녀가 별 볼일 없다고 하는 일은 웃음으로 날려보냈고 화를 내는 일에는 침을 뱉었다

그녀가 권하는 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였다

 

죽기 전에 우에하라 아야코를 죽게 한 원인을 제거할 것

 

행복하고 싶으면 불필요한 통찰력이나 상상력은 없는 편이 나아

그리고 눈앞에 존재하는 죽음 따위 싹 무시하고 쾌락을 좇으며 사는 편이 훨씬 낫지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살아

 

암에 걸린 남자가 죽기 전에 어떤 남자를 죽이려고 한다...

그 남자는 교수...자신이 좋아한 여자가 좋아했던 나이든 남자...그러니까 그녀는 불륜관계였던거고

그 교수를 좋아하는 마음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용당하다 버림받은 셈..낙태 수술도 하고...

그런 그녀에게 돈을 쥐어준 교수...에게 상처받고 그녀는 자살을 한다...

그리고 그녀를 좋아한 주인공은 암에 걸렸고 교수를 죽이러 가려고 마음 먹는데 청부살인업자가 우연히

그를 찾아와 스토리를 듣고 교수를 대신 죽여주는 그런 이야기...

 

뻔하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이런 이야기로 감정이 정화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다...

내가 누군가 좋아하는데 그 사람은 다른 사람 때문에 힘들어 하고...그러면 증오와 질투가 합해져서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거 아닐까...물론 실행은 안하지...감정이 그렇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여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걸 이용하는 남자들이 있지..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

아주 잔인하다...다른 이유로 이용하는 경우보다 더 강하게...?

 

 

 

[꽃]

가을은 후회와 기억의 계절

첫 데이트 때 본 <철도원>이라는 이탈리아 영화

 

이 단편이 가장 식상했던 듯...

뇌 수술을 해야 하는 25살 남자...그 수술은 그 이전의 기억을 잃을 수도 있는 수술...

그는 여자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의 반응은...짜증...

어찌할지 갈피를 못잡는 남자에게 자동차 운전을 장기간 해주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나오고

그는 어떤 노교수? 변호사 하여튼 그를 태우고 운전...그러면서 들어보니 그들의 코스는 그 노인의

자동차 신혼여행 코스였나?  운전하며 그의 스토리를 듣는다...지금은 죽은 이혼한 그의 부인 이야기

둘은 좋아서 결혼 했으나 가난했고 그러다가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공 비슷하게 했으나 뭔가 표현을

서로 안해서 오해하고 헤어지기로 했나...그리고 떨어져 살다가 부인은 죽었고 나중에 찾아가 보니

그녀는 그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스크랩하고 그런 스토리...좀 식상...

이 이야기의 교훈은 있을 때 잘 표현하고 잘 해줘라...인 것 같다...

다분히 남자들이 읽고 공감할 그런 이야기구나...내가 더 잘해줄 걸...뭐 이런 후회를 불러 일으킬...

 

 

첫번째 소설이 가장 괜찮았고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약간 흥미진진한 그런 구성...

어떤 이야기가 나올려고 이러나..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개...

가네시로 가즈키의 연애 말고 다른 주제를 다룬 책을 읽고 싶다..

이 작가는 법과도 관련이 있는 거 같고...학창시절에 많이 놀아 본 그런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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