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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모든 국적의 친구 – 김이듬

by librovely 2018. 1. 22.

모든 국적의 친구                                               김이듬                2016         문학동네


슬로베니아에 대한 김이듬의 책이 아주 좋았다

이 책은 그 책에 비해서는 별로였지만 뭐 그런대로 재밌게 읽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인터뷰하는 책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기 자신의 머릿속 상황도

글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고 한계가 있는데 다른 사람의 머릿 속을 언어로 표현한 것을 듣고 또 다시

작가가 글로 써야 하니까 뭐랄까 번역?과정과도 같은 단계를 거치면 진짜가 조금씩 옅어져 갈 수 있고

무엇보다도 그냥 자기 속에 대해 자기가 쓰는 게 최고다...라는 생각도 들고...물론 외국인이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해 한국인의 입장에서 그러니까 한국 문화에 젖어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알아보는 것은 또

의미가 있긴 하다는 생각도....하여튼 이런 류의 책을 몇 번 읽었는데 항상 그랬던 것 같다....개운치 않아

내가 원하는만큼 그들의 머리 속을 알아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는....일단 한 사람에 대해 고작 

몇 쪽으로 설명한다는 게 쉽지 않은...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있었다 외국 여행을 하는 이유도

그렇고 이렇게 외국인에 대해 쓴 책을 읽는 것도 그렇고 이미 나에게는 익숙하고 상식처럼 된 삶의

방식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주니까.... 마지막 부분에 나온 김이듬의 글이 좋았다


나는 그들을 통해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사는 법

이상의 인생을 배웠다 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으나


이걸 내가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지만....





 



장미 노래는 많다

나는 가시를 노래하고 싶다

-Olav H. Hauge

 

나 잠깐만 죽을게

단정한 선분처럼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니체

인간은 방황하는 동안 살아 있다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저는 죽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I have decided not to die

 

나는 매일 20킬로미터씩 걸어 책 읽는 것도 뇌운동이 되는 것 같아

4년째 이태리어를 배우고 있어

 

그는 나의 동서남북이었고

나의 주중이고 나의 일요일 휴식이었으며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나의 이야기 나의 노래였다

W. H. 오든 <장례식 블루스>

 

내가 만난 파리 사람들은 나에게 예쁘다거나 잘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옷이 잘 어울린다거나 기분이 좋아 보인다든가 그렇게 표현했다

그들은 자신의 잣대로 미추를 구분하여 직접적으로 말하는 게 일종의 성추행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걸까?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면서 예쁘시네요 참 미인이십니다

피부가 고우세요 외모 가지고 그러지 말기

 

가끔은 새의 주검처럼 길 한가운데서

나는 종종 죽기도 하는 것이다

 

여름 바캉스가 2-3주 겨울 바캉스가 2-3

1년에 5주는 법적으로 바캉스

 

필요없는 외로움 필요없는 여행 필요없는 음악

이런 게 값싼 잠자리보다 나를 더 매혹시킨다

내가 큰 강과 토지와 신선한 공기를 소유했으므로

 

한국과 달리 주위의 시선에서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감성적으로도 많이

열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가끔 기분 좋은 코드가

느껴졌거든요 그런 독특함이 보통의 사람들에게서도 한번씩 보여지는데 뭔가

영화를 보는 듯한 쾌감이 있었어요 제 생각에는 어느 나라든 그 나라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와 잘 맞는 곳인지 혹은 내가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지 느낌이

오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건 시간이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하고자 마음먹으면 사랑에 빠진다는 대사를 <사랑해 파리>에서

들은 적 있는데

 

어떤 날에 나는 마레 지구의 메르시에 꽂힌 책을 뽑아 보며 커피를 마셨다

흐린 날만 계속되던 10월의 어느 하루 톱으로 해를 써는 것처럼 햇살이 떨어지던

날에는 센 강변에 한나절 앉아 있다가 두 병에 10유로 하는 와인을 사가지고 숙소로

들어가서 마시다 토하고 다시 마셨다 왜 그랬는지 아마 미쳤었나보다 파리를 떠나기

이틀 전에는 페르라셰즈 공동묘지를 다시 돌아보며 묘비에 적힌 죽은 이름을 백 명

정도는 불렀던 것 같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들을 통해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사는 법

이상의 인생을 배웠다 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