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페

[부암동] 마마스 키친 (+ 산모퉁이)

by librovely 2011. 6. 6.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눈으로도 느낄 수 있지만 행동으로도 느낄 수 있다
뭐 이런 당연한 말을?
나이가 들었다는 건 뭔가 새롭거나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편한 것 익숙한 것에 끌리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누굴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요즘 그런 것 같아서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



자주 가지 않았던 곳에 가자고 했다 동행인이...
그래서 어딜갈까 하다가 부암동에 가기로...사실 동행인은 예전부터 효자동 두오모에 가보고 싶어했는데 두오모는
너무 비싼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한 번 가봐야지 생각만 들고 막상 가려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정신없던 날....
다 귀찮고 짜증을 넘어선 분노가 치밀던 날...  약속도 취소하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날... 그래도 꾹꾹 참고 갔는데 막상 편안한 장소에 들어가 음식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니 기분이 풀렸다
요즘 좀 조심해야겠다 너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다... 아무 일에나 쉬 흥분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약자들
노처녀계를 욕먹이는 짓이 되니...조심하자...


부암동에는 자주 가보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갔다...광화문에서 1020번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가서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내려서 몇 미터 내려가면
마마스 키친이 보인다  대로변에 있어서 찾기가 아주 쉽다...반지하 구조...아래로 걸어 내려간다



공간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우린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기자기하고 과하지 않은 소박한 인테리어...
천장에 매달린 모형 비행기가 인상적이고 또 벽에 앉아계신 분홍 토끼도 귀엽다
토끼는 초인 모양이다...초를 켜면 안된다...토끼님이 사망하기게 되니까...



한참 기다리니 주문을 받으러 오고 오래 걸린다고 미리 말을 한다
그러나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네...
두 명이 일하는 것 같은데 심하게 오래 걸렸다...
파스타를 다 먹고 기다리니 피자가 나올 정도로 음식도 따로 따로 나왔다
의도하지 않은 코스요리...



배가 고파서 그런지 기름기 많은 식전빵도 맛있고 마늘 올리브 파스타도 아주 맛있었다
그러나 고구마 깔조네 피자는 음...이게 피자 맞나? 고구마 빵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모양과 맛...
파스타는 맛있었으나 양은 많지 않았고 고구마 피자는 양은 많았으니 맛이 뭐 별다를 게 없었다....
게다가 그 피자 가격이 15000원...뚜레주르에서 먹는 고구마 빵 분위기가 느껴져서 괜히 비싸다는 생각이....
난 피자가 먹고 싶었다고.... 피자처럼 느껴지지 않은 게 위를 빵으로 덮어서만은 아닌 것 같은데...
모르겠다...음식은 솔직히 여기 그냥 그랬다...가격은 피자건 파스타건 13000-15000원 정도



그래도 오래 앉아서 대화를 나누기에는 더없이 편안하고 쾌적하고 좋았다


부암동은 거리도 홍대나 가로수길과 달리 아직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한적하고 여유롭다....






 

 

마마스 키친에서 맘 놓고 열심히 속에 응어리진 것들을 내뱉어 놓은 후...
한결 상쾌해진 몸과 마음으로 나와 걸어보기로...
보통 내 또래 사람들은 걷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동행인은 역시 젊구나...
걷자고 했다...나야 좋지...



부암동 골목도 기어올라가보고 유명한 카페와 식당을 견학(?)한 후 돌아가려다가 동행인의 눈에 산모퉁이 700m
라는 글자가 들어왔고 오르막 700미터는 심하다는 생각을 한 나와는 달리 동행인은 가보자고 했다...
나야 가능하지....
그래서 걸었는데 반도 안 간 느낌이 드는 지점에서 동행인은 아직도 멀었어? 라는 질문...?  푸념?



그렇게 걸어올라갔고 드디어 산모퉁이에 이르렀고 정말 산모퉁이에 산모퉁이가 있었다

 

 


뭔가 한국적인 촌스러움이 느껴지는 모습~
이 동물들은 정체가....





지독하게 연인이 많다고 주절댄 후 동행인이 핸드폰을 꺼내 뒤적거리더니 읽어주기 시작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1순위로 커피프린스에서 이선균이 살던 집....어쩌고 저쩌고...





이 장면...
이렇게 눈에 들어온 풍경이 가장 좋았다...
저 멀리 성곽....
대단히 가파른 저 곳...



동행인에게 물어봤다...
우리가 성곽 안에 있는거야? 밖에 있는거야?
당연히 안에 있는거라는 대답....



여길 걸어오는 동안 거의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톨레도가 갑자기 생각났고 파라도르도 생각났다...
그 때 막연하게 걸어올라가던 도로도 생각나고 우리는 입구에서 다시 걸어내려왔지만 안으로 들어가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셨다면 정말 파라도르 데 톨레도와 비슷했겠어...



다시 700미터를 걸어내려가는데 차를 타고 올라가는 연인들이 많이 보였고 중간에서 도로가 일차선인 관계로 한쪽
오르막 골목으로 후진하던 차의 튜닝한 앞부분이 바닥에 계속해서 쓸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여자 꼬시기 힘들다고
말하였고 동행인은 저 남자 속으로 울고 있을거라고 말했다



데이트 말이 나와서 그런데...
산모퉁이에 차로 가면 모든 여자들이 다 좋아할거고
걸어서 간다면 걷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나 특히 높은 구두를 신은 여자의 경우 매우 싫어할거다...
물론 남자를 아주 좋아하는 여자라면 특히 연애 초기라면 킬힐을 신었어도 아픔도 못 느끼겠지만 그런 상황이
흔하지는 않지...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