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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사랑의 기초_한남자 - 알랭 드 보통

by librovely 2013. 4. 2.

 

 

 

 

사랑의 기초_한남자                                                                     알랭 드 보통              2012              문학동네

 

정이현 책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알랭 드 보통의 책은 과연...하며 책을 펼쳤는데...

정이현이 쓴 첫 독자의 말을 읽고는 구미가 확 당겼다...

읽어보니 정말 그녀의 말처럼 그러하였다...그래서 즐겁게 읽었다

 

아는 이들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둘 다 정이현 책은 재미있었으나 이 책은 별로였다고 했다

난?

난 이 책도 좋았다...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알랭 드 보통 특유의 그것(?)이 다시 좀 나오기 시작함...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연애와 결혼의 차이...그러니까 연애 감정은 일상을 공유하고 아이를 함께 키워야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혼 생활과는 당연히 잘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라는 말...그게 아주 끄덕이게 만들었다...

연애는 감정...결혼은 이성...그런거지...이게 함께 가는 게 어찌보면 불가능한거다...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면 둘의 관계는

서로에게 환상을 갖고 이상화시키는 그런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이성적인

관계가 되어야 마땅하고 연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형제..그러니까 그야말로 가족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거다...

 

결혼한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내가 지금도 예전처럼 설레고 그러느냐..라고 하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가족이다

라고 했던 말...그 말을 듣고 그게 뭐야...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게 그런거구나..하는 생각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뭘 어떻게 해결해...다들 그러듯이 연인이 아니라 가족으로 생각하고 사는거지...

그런거겠지? ㅡㅡ;

 

여자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거나...남자나 여자 둘 다 연애 상대와 결혼 상대는 다르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

그런 것이 어쩌면 당연한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매력적이고 연애감정을 불붙게 만드는 누군가는 결혼 생활을

하기에는 그다지 적당하지 않기 마련이고 결혼 상대 혹은 내 아이의 부모로 함께 양육하고 가정을 꾸리기 마땅한 누군

가는 연애 감정을 일으키기에 적당하지 않기 마련인거다... 이런 경우 보통 남자는 연애 감정에 비중을 더 두고 여자는

가정을 꾸릴 것을 더 염두에 두는 것 같다...물론 사람마다 달라요...겠지만...그리고 대개 어른들 혹은 이미 결혼을 한

사람들은 연애 감정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상대를 고르라고 하는데...어쩌면 그게 맞는 것일지도...연애감정은 정이현의

소설에서도 봤듯 끝이 보이기 마련이니까...오래가봤자 몇 년이면 그 감정은 퇴색할거고 그러느니 그냥 애초에 안정감

이라도 주는 사람이 결혼 상대로 더 나은걸지도?

 

예전에는 결혼과 연애가 별개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도 인상적...

그러다가 부르주아라는 계급이 생겨났고 그들의 필요에 의해 연애과 결혼을 연결짓게 되었다고...

그러니까 사랑하여 연애하다가 결혼으로 넘어가는 게 자연스럽게 생각된 것이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어느정도는 자전적인 내용이라고 하던데...

알랭 드 보통과 정이현의 조합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읽다보니 둘은 비슷한 구석이 있었구나...

그 모양새가 어떠하든 일단 사실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

그게 딱 내 취향인거다...

사실 실상을 알아야 극복을 할 수 있는거겠지...되든 말든 일단 실상을 봐야 하는 법...

 

 

 

 

 

정이현의 이야기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다

최초의 독자로서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낭만적 사랑의 영속성을 굳게 믿는다면 그 꿈에서 영원히 깨고 싶지 않다면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열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싶다면?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된다

 

알랭 드 보통에 의해 날카롭게 묘사되는 우리 일상의 최전선 풍경은 무섭고 우습고 또 아프다

이 소설이 절절하게 읽힌다면 아마도 당신은 결혼이라는 제도의 모순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삶의 부조리를

꿋꿋하게 껴안는 의지와 용기의 소유자일 것이다

 

 

 

 

작가의 말

우리의 사랑 이야기는 많이 다르지만 우울한 정서가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하나로 엮인다

이 소설은 오래된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최초의 행복감이 자취를 감춘 뒤에 내가 그토록 매혹되었던 낭만적 사랑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사랑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낡은 사랑의 초상이 독자들에겐 암울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작가인 나는 이것이 진지하고 성숙한 조심스럽지만 보다 희망적인 답이 되길 바랄 뿐이다

 

 

 

사랑은 간절한 바람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상태

어떤 열병과도 같은 것

끊임없는 성적 판타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 유일무이하게 타당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

 

사랑이란 그에 응해줄 구체적인 실체 어떤 확실한 존재가 없을 때 훨씬 경험하기 쉬운 어떤 감정인 듯 보였다

 

에로티시즘이란 결국 벌거벗은 몸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욕망하고 있다는 심리적 기대감에서 비롯되는데

 

현대의 바람직한 결혼생활을 통해서 경험하리라고 기대되는 감정들 가운데 새삼스러울 만한 것은 전혀 없다

그것은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각종 예술과 문학작품 속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럼에도 현대의 결혼에 담긴 야망이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면 이는 결혼이 그러한 감정들을 평생에 걸쳐

단 한 사람에게만 품어야 한다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18세기 리베르탱(자유분방 연애를 추구하던 자유 사상가를 일컫는 말)은 **에 관련된 감정의 레퍼토리를 상당히

능숙하게 꿰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성애의 탐험가들 역시 자신이 추구하는 쾌락을 인생의 동반자를 찾아 우정을

나누거나 아이들로 북적이는 탁아소를 차리는 국면으로 전개하지 않았다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성인들은 인생에서 낭만적 사랑과 성애 그리고 가족이란 요소가 양립할 수 없다

고 믿었다 혹은 적어도 각각의 측면이 독립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8세기 중반 이후 유럽의 부유한 나라들의 특정 사회계급을 중심으로 주목할만한 하나의 새로운 이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즉 결혼을 하고 난 다음부터는 부부는 자식을 위해 상대를 참아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깊이 사랑하며 서로를 계속

욕망해야 한다는 놀라운 생각이 등장한 것이다

 

부르주아의 야심찬 낭만적 이상이 구축되는 과정은 당대의 소설에도 뚜렷하게 자취를 남겼다

제인 오스틴 작품들이 여전히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등장인물들에 불어넣은 그녀의 열망이 우리 자신의

열망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한편 그것이 형성되는 데에도 기여했기 때문이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베넷이나 맨스필드 파크의 페니 프라이스처럼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소망과

배우자에 대한 진실한 감정이 잘 어우러지기를 우리 역시 간절히 바라고 있다

 

평균적인 부부들은 커뮤니케이션 요리 미학 교육 정치 패션 재정에 이르기까지 온갖 영역에서 끊임없이 상대에게

자신의 이상을 관철하려 든다

 

그들은 사랑하면 정욕이 사라졌고 정욕을 느끼면 사랑할 수 없었다

이러한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가사를 돌보고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여러가지 관료행위...시간엄수 자기절제 권위 기타 규정에 반하는 것들에 대한

금욕적 행동강령 준수하기와 관련

반면 **는 과대망상 상상력 희롱 절제력 상실과 같은 정반대의 자질들을 요구하며 이는 통제와 조절을 거부한다

 

 

우리는 내일 아침밥을 함께 먹지 않아도 되는 사람

앞으로 삼십 년 동안 절대 다시는 마주할 필요 없는 사람과 고무 마스크를 쓰거나 ****을 흉내내는 쪽을 훨씬 마음 편하게

생각한다

 

**에 해당하는 고대 단어 알다

알고싶다는 간절한 열망

그는 그녀의 목덜미 옷장 책장에 꽂힌 책들 샤워를 마친 그녀의 머리카락 냄새를 알고 싶었다

낯선 사람에게 당신의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까지 궁금하다고 고백하느니 차라리 그 사람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쉽고 훨씬 정상에 가까웠다

 

결혼에 임하는 현실적인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맹세합니다 당신에게 오직 당신에게만 실망할 것을 맹세합니다

내 후회의 유일한 대상이 당신일 것을 맹세합니다

당신만 아니었더라면 평생 수없이 바람을 피웠을 거라는 후회의 본보기일 것을 맹세합니다

 

 

결혼의 곤란한 점은 해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도 느낄 수도 경험할 수도 없는 것들 투성이라는 겁니다

기쁘거나 행복한 순간도 가끔은 있지만 많은 시간 그것은 짐작보다 훨씬 더 씁쓸하고 고달프고 무미건조하고

짐스럽습니다 결혼은 노동과 마찬가지로 고난과 시련으로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 어떤 기쁨을 찾아내는 것은

각자의 몫이죠 저는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들을 위한 책 동지적 연대감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알랭 드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