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했다
어제 매우 피곤했다
어제 밤에는 오랜만에 너무 피곤해서 잠이 잘 안오는 상태까지 겪었다
물론 뭐 일로 바빴던 건 아니고 개인사로 인한 것이지만 하여튼
그러나 오늘 약속이 있었다
어제 그렇게 맹구같은 행동만 안 했다면 사실 별로 피곤할 필요도 없었던건데
약속은 이미 잡혀 있었고 취소하기에는 영화도 예매까지 해 둔 상황이라 힘들어보였다
피곤한 몸을 그야말로 질질 끌고 나섰다 눈은 떴으나 정신은 잠든 것 같은 멍한 상태로
하필 비까지 내린다 비오는 날은 싫어하지는 않는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좋아하는 면도 있지
실내에 들어가서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비가 올 때의 그 특유의 서늘함과 회색과 청색이 뒤섞인 기운을
느끼는 것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젖은 시멘트향과 젖은 나무향과 젖은 흙냄새를 맡는 것도 좋다
그러나 밖에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끔찍하다 그것도 대중교통 이용은 절망스러운 날씨
역시 오늘도 사람들은 우산으로 내 우산을 찍어대고 밀어대고 키 작은 꼬마들은 우산 끝으로 내 옷을 찔러댔다
버스타고 내릴 때도 매우 불편하고 왜 급할 때는 우산이 그렇게도 안 접히는지 심한 경우 다시 확 펴지기도 하고
그래도 일단 나가서 새로운 아니 뭐 별반 새로울 건 없다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동네이니까 새롭다고 해도 되겠지
새로운 장소를 걷고 바라보니 기분이 좋아지고 영화를 보니 피곤함이 잘 안 느껴졌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을 탔다 사람이 약간 많다 몇 명 정도 서 있었고 아주 많은 건 아닌지라 내 공간도
꽤 넓고 괜찮았다 그래도 슬슬 강한 피곤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몇 정거장 지나치자 앞에 있던 사람이 일어난다 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급하게 서두르며 당연히
날 좀 밀치며 그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을 자주 봤고 그 때마다 짜증이 밀려들었기에 다 일어나서 자리를 벗어난
다음 앉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어떤 20대 초반 여자애가 날 밀더니 완벽하게 내가 서있던 곳의 앞자리에 앉았다
뒤따라온 친구로 보이는 여자애를 보며 앉았다고 히히덕 거리기 시작하였다
정말 처음이었다
이런 느낌이 나에게도 찾아올 줄이야...
잘 접어서 들고 있던 나의 우산...내 우산은 3단이 아니라 2단 우산이었다...그게 뭐 어쨌느냐...면
하여튼 내 우산은 2단 우산이었고 난 그 여자애의 황당하고 예의없는 행동을 보고는 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뜨겁게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아.....
우산으로 한 번 내리치고 싶다...
검정색 똑딱삔으로 세 곳이나 찔러 놓은 저 머리...내려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저 정수리....를 때리고 싶다....
내가 살면서 사람을 이렇게 진심으로 한 번 때리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다....
답답한 일이야 살다보면 종종 겪게 되지만 억울하고 속상한 느낌이지 누굴 때리고 싶지는 않았는데...
나의 본성이 드러난건가?
정말 열심히 참았다...
물론 열심히 안 참았어도 때리고 싶다는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졌을 리는 없지만...
하여튼 살다 보니 별 이상한 느낌이 다 생기는구나....
정말 억울했다면 말로 해도 될 일이다...
여기 제가 앉아야 할 자리 같은데 일어나시지요...라고...물론 실제로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지만 어쨌든 영 억울
하다면 이렇게 말로 해야 마땅한데 정말 이상스럽게도 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가 행동으로
속을 뒤집었으니 나도 행동으로 답을 하려고 그런건가? 말도 안 되는 논리군...
하여튼 그 짧은 순간 동안
때리고 싶다...
미쳤지...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이러면서 혼자 꾸욱 참았는데 그래도 영 억울했다...비켜서 옆에 서기 싫었다...
사실 자리 뺏은 그녀의 친구가 그녀 앞에 서도록 나도 모르게 처음에는 옆으로 좀 이동했다가 다시 조금씩
원 위치로 이동했다...그렇게 그녀 앞에 제대로 자리잡은 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랬더니 계속 핸드폰만
잡고 이리저리 눌러댄다 그러더니 가방을 뒤적 거리다가 무슨 종이가 나오니 황급히 밀어 넣는데 그게 다시
나왔다 자세히 보니 교회 주보다...ㅡㅡ;; 같은 교인이셨어....오호 통재라....
그렇게 여러 정거장을 지났고 보다 보니 여자애가 상당히 무식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뭔가 요상한
연민인지 동류의식인지...가 느껴지기도 하고....ㅍㅎ 또 그 못생기신 얼굴과 마음에 안 드는 정수리 바라보는
것도 고통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전히 쓰라린 속을 창밖을 내다보면 다스렸다...
그러다가 그 여자애 친구 앞자리가 비었다...그 친구 옆에는 사람도 없었고 누가 봐도 그녀의 자리가 마땅...
근데 날 슬쩍 쳐다보더니 앉지 않고 서 있었다...그러자 저 멀리 있던 약간 나이든 아저씨가 와서 앉았다...ㅡㅡ;;
그러다 보니 내릴 정거장에 도착하여 하차....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면서 갑자기 나 자신이 참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 자신이 좀 두렵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까 같은 상황이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고 그 때 정줄 놓으면 정말 누군가를 때릴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고...다만 그런 마음이 강하게 들었었다는 것 자체가 좀 충격적이고 실망스럽고...
약간 무섭고... 뭐랄까...인간이 아닌 정글의 동물이 되었던 듯한 느낌이...ㅡㅡ;;
그래서 좀 반성하며 비오는 길을 걸었는데...
수초만에 다시 혈압 상승...뒤에서 밀어대는 우산 지나가면서 툭 치고 가는 우산....
굳이 왜 남을 건드리나....비가 와서 그렇다고? 흠...비 안 올 때는 안 그런가?
내가 무슨 공주병에 걸려서 그런가? 그럴리가...그 반대의 병이라면 어쩜 걸렸을지도 모르지만...
나만 유별나서 그런 게 아니라 왜...개도 쓸데없이 건드리면 으르렁 거리지 않는가....?? ㅡㅡ;;
어째 블로그에는 이상한 내용만 주절거리게 된다 나의 별 수 없는 바닥이 다 드러난다...
어차피 얼굴 모르는 사람들이 보게 될 것이니 별 거리낌없이 써대서 그런가?
참고로 나는 사람을 때리지 않는다...
남녀노소 상관 없이 때리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생각임을 강하게 밝히는 바이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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