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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테레즈 데케루 - 프랑수아 모리아크

by librovely 2013. 5. 19.

 

 

 

테레즈 데케루                                                    프랑수아 모리아크          1927        펭귄클래식

 

프랑수아 모리아크라는 난 처음 들어보는 작가가 쓴 책이다...이 작가는 노벨 문학상도 받았다는데...

고전...

사실 난 책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평균치보다는 몇 년 전부터는 많이 읽는다고 볼 수 있으나

읽은 책도 그리 많지 않고 읽은 책 중 양질의 책 비율도 그렇게 높지 않다...양질의 책? 어려운 책을 말하는 게 아니라

뭔가 궁극적인 것을 담고 있는 그런 책...

 

특히 문학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사회과학 이라고 하면 괜히 어려워보이는데 가벼운 사회 과학책을 좋아했는데

같은 주제도 빙빙 돌아서 감춰 놓곤 하는 소설보다는 아예 이건 이래서 이러하다 라고 대놓고 보여주는 사회과학 책이

내 입맛에 맞았는데 그런데 그렇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있는 거였다... 이를테면...

불과 몇 백년 전 여자들은 유산 상속이 불가능하여 자유롭지 못하였고 맘에 들지 않는 남자와 한평생을 보내며

끔찍한 삶을 살기도 하였다...라고 하는 것과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을 환경과 주변 인물까지 자세히 묘사하며

보여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갑자기 예전에 친구가 들려주곤 했던 말이 생각난다...그 친구는 나와 뒷담화를  하며 우정을 쌓아가던 그런 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뒷담화로 질겅대던 어떤 이 중 자신이 알거나 갑자기 가까워지게 된 이가 있으면 그 사람 그 정도는 아니야...

착해..착한 면이 있어...라는 말을 해댔다...그리고는 알고보면 착하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종종

해댔다...그러니까 이것저것 사연을 알고보면 그 사람이 설령 나쁜 짓을 했더라도 그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안 좋은

성격이 형성되게 된 이유가 있는 불쌍한 존재라는 그리고 모든 면이 나쁜 사람은 없다는 뭐 그런 뉘앙스였다...

그럼 골똘하게 듣고 있다가 난 한 마디 덧붙였다...그래도 나쁜 사람은 있어...원래 악한 사람

 

또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

어떤 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겉으로 보기에 그 아이는 상당히 이기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천박해 보이는 그런 아이였다

말 한 번 안 섞었지만 뭔가 상식밖의 행동을 많이 할 것만 같은 이미지...어쨌든 그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친구 말에 의하면...

그애 보기와는 다르게 되게 여리고 여성스러워...잘 챙겨주기도 하고....단지 옷을 빌려입고는 안 갖다주고 돈은 빌리고는

안 갚는 것만 나빠...그것 빼고는 되게 착하거든~

그 말을 듣고 난...돈 관계 지저분한 거 그게 나쁜거야...그게 못된거란말야...음...

그러자 친구는...

착하다니까~ 돈 안갚는 거 빼고는 다 착하다니까....

ㅡㅡ;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인간의 그 복잡한 삶이라는 문제를...한 문장으로 뚝 끊어서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그래서 소설이 필요하다는 것..그래서 이젠 소설을 열심히 읽으려고 하고 있고 읽어보니 뭔가 심오한

것들을 건드리기는 하는 것 같다는 것...테레즈 데케루도 그런 의미에서 아주 좋은...의미있는 소설이었다....

단지 얇아서 고른건데...이 책도 단지 얇아서...

 

가끔 생각해본다

맘에 들지 않는 누군가와 결혼하게 되면 삶이 괜찮을까? 맘에 쏙 드는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

모르겠다...맘에 들어도 살다보면 사랑은 식고 모르던 면에 질려버리는 경우도 있을테고...물론 너무 즐겁게 잘 사는

부부도 있을 것이다...누구나 그런 것을 꿈꾸기에 결혼을 많이 하는거겠지...하여튼 난 가끔 생각해봤었다...

맘에 안 드는데 그냥 적당해서 결혼하고 꾸역꾸역 살아나가는 것 그런 것도 괜찮을까? 사랑 없는 그저 가족같은

그런 관계로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며 사는 것은 어떨까?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다...물론 나도 누군가에게는 단지

참고 견뎌야 할 꾸역 꾸역 하루 하루 이어나가야 할 상대로 보일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그러니 어쩌면 이렇게

초라하게 나이들어가는 것이 윈윈~ 공익인건지도 몰라...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내가 이렇게...ㅡㅡ;

 

요새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결혼을 택하는 여자가 있을까?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솔직히...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나를 두고 이야기하자면...만약 내가 지금보다 더 빈곤하고 앞으로의 생계를 스스로

꾸릴 수 있을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내가 이미 결혼을 했을 확률은 높다...이런 여자들을 두고 남자들은 상당히

역겨워하던데...뭐 난 그랬을 것 같다...내 자립 능력이 60이면 결혼확률 40 자립 능력이 80이면 결혼 확률 20

자립 능력이 100이면 결혼 하든말든 자유...자립 능력이 0이면 무조건 결혼? 이건 좀 극단적이 표현이긴 한데

하여튼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을 수밖에... 아니라고 할 지 몰라도 이런 것들이 뒤범벅되어 결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는 거 아닐까? 자립 능력이 있어도 둘이서 삶을 이어나가는 게 더 안정적이니까 결혼을 하게

되는 면도 있고... 어떤 남자가 사랑스러워서 결혼한거야...해도 어쩌면 그 저 깊은 밑바닥에는 그 남자가 나의

생존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해주리라는 마음도 깔려 있을 수 있고 그래서 그 사랑의 감정이 더 샘솟을 수도

있는 법 아닐까요?  너절한 이야기지만 난 좀 그런 것 같다... 마찬가지로 이혼하고 싶다...더 이상 안 맞아서

못 살겠다고 생각해도 일단은 자립 능력이 있어야 이혼에 이를 수 있는 것 같다...그냥 내가 참아야 아이도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한다고 해도 어쩌면 저 깊은 곳에는 난 내가 나의 삶을 꾸려나갈

경제적 능력이 없어...라는 이유로 그냥 생활을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음...

 

어쨌거나 그래도 지금은 여자도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내 몸이 건강하다면 남자가 없다고 결혼을 안했다고

굶어 죽지는 않는다...하지만 과거 이 소설의 시대에는 혼자사는 여자에게는  재산 상속 재산 소유가 불가능했던

모양이고...결혼은 생존과 직결...말만 자유인이지...어찌보면 남자에 종속될 수밖에 없던 시대...의 비극...

정말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에 이르게 되고 영혼의 교감을 나누며...산다면 종속되건 구속받건 무슨 상관? ㅎㅎ

그러나 그게 아닌 경우 그 굴레에서 빠져나갈 길이 없어지는 것이다...아 끔찍해...

 

 

 

 

테레즈...

그녀는 어떤 소녀와 친하게 지내며 즐겁게 살다가 나이가 되어 그 친하던 소녀의 오빠와 결혼을 하게 되었나보다

둘은 사랑에 빠진 건 아니고...그냥 결혼 상대로 서로가 적당했기에 결혼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이 그렇게 결혼했던 모양이고 그렇게 해서 다들 잘(?) 살고 있기에 테레즈도 별 생각 없이 결혼을 하였던

모양이다...그러나 둘은 신혼여행부터 삐걱이기 시작했다...정확히 말하자면 테레즈만...남자는 뭐가 어떻게 잘못

된 것인지 인식하지도 못한다...너무나 전형적인 인물...테레즈는 신혼 여행지에서 여행 안내 책자와 뭔가가 다르다

고 짜증을 낸다거나 봐야할 관광지를 빠르게 찍고 지나가며 어줍잖은 까탈을 부리고 잘난척을 해대는 남자에게서

거부감 내지는 역겨움을 느끼기 시작한다...그게 별거냐고? 그렇다...작은 게 큰 것이다...사소한 어떤 행동들과 사고

방식에서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이다...그리고 교양있는척 하던 그의 너저분한 사생활을 버거워하게 된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사랑에 빠진 자신과 친하던 소녀를 보게되고 그녀가 사랑에 빠진 상대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남자...그런 남자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한 그 남자를 보고 테레즈는 자신의 결혼이 잘못된 것임을 더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정신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과 취향이 통하는 그 남자에게 호감을 느낄수록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가 견디기 힘들어졌을 것이다...그 와중에 임신까지 하게 되고 테레즈는 이 아이를 없앨 수 있는 신이 있다면

그 신을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임신의 끔찍함을 표현한다...임신이 끔찍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단지 자신과

역겨운 누군가와의 조합이 견디기 힘들었겠지...하지만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 보였다...모든 게

너무나 정상(?)이었다...남편에게서 벗어날 이유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그녀가 느끼는 그 것...사고방식이 다르다거나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이유는 이혼 이유로 납득이 안되는 것이었나보다...그게 제일 중요한건데...그리고 그를

떠나 어딘가로 가려 해도 재산이 없다..재산이 있긴 하지만 그걸 혼자서 소유하고 처분하는 게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분명 자신의 소유인데 처분하려면 남편의 중개가 있어야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그녀는 생각한다...그를 내 삶에서

밀어낼 수만 있다면...그리고 조금씩 그에게 독약을 먹이기 시작한다...그리고 발각되었고 그걸 알게된 남편은 그런

일을 인정하지 않는다...조용히 덮으려고 한다...테레즈의 아버지와 함께...두 남자는 그러니까 그녀를 소유한 그

두 남자는 그녀의 행복보다는 자신들의 체면이 더 중요할 뿐이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생각이...결혼식에서 아빠 팔에 팔을 걸고 나가 남편의 팔에 건네지는 과정이 나는 좀 싫다...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지는 영 미지수지만 한다면 난 절대 그렇게 안 할 생각...친구 중 한 명도 남편과 함께

저벅저벅 걸어서 앞으로 나아갔다..그게 맞다는 생각이...)

그녀의 그런 행동을 알면서도 남편은 결혼 생활을 이어나간다...겉보기에만 멀쩡하게 이어나간다....

따로 살면서 그녀는 아프다고 하고...일요일에 교회에 함께 출석하는 것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남에게 보이기 위해 그녀가 필요할 뿐...그녀는 역시 아직도 자신이 없다...그런 삶은...그래서 나간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테레즈는 하지만 나는...하지만 나는...이라며 남들은 잘 사는데 자신을 그렇게 살 수 없음에 대해 한탄한다...

남들은 남편을 참고 잘 견디며 아이를 키워가며...어쩌면 남편은 싫지만 아이를 보고 그 아이를 위해 희생하며 그렇게

잘 살아나가는데 자신을 그럴 수 없음을 힘들어한다...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나의 삶이 가치있다는 것...그건 뭘까?

어떤 여자가 있다

딸을 낳았다

이것 저것 다 싫지만 내 딸...딸을 잘 키워서 딸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아이를 키운다

나는 아무 악기도 연주할 줄 모르고 음악도 듣지 않지만 딸은 음악을 즐기며 살기를 바라기에 악기를 가르치고

나는 딸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 책도 한 권 읽지 못하지만 딸은 문학도 즐기며 지적인 인간으로 자라길 바라기에

딸의 책을 사고 빌리러 동분서주하고 책을 읽으라고 신경쓴다...그리고 딸의 독후 활동을 지도하기 위해 나도 동화를

읽어댄다...그렇게 자란 딸은 능력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그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낳고 이젠 그 자식의 교육을 위해

자신의 삶을 올인한다...나의 문화생활 나의 행복보다는 자식이 앞으로 누릴 것들을 기대하며 거기에 나의 시간과 노력을

모두 쏟아 붓는다...이런 순환...은 대체 뭔가요? ㅡㅡ;

 

 

가끔 이래저래 골똘하게 만들던 여자의 삶이나 결혼생활의 어떤 면에 대해 다루기에  책을 읽으면서 신기할 지경이었다

이 책을 읽으니 그냥 때가 되었으니 아니 때가 지났으니 대강 결혼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걸까

하던 생각이 또 확 접혀버린다...

어떻게 이런 책을 남자가 썼는지 신기하다...페미니즘? 문학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작가는 시골 여성이 한정된 남자 안에서 배우자를 골라야 하는...그러니까 자신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상대를 고를 수

있을 기회를 완전히 박탈당한 채 살아나가야 하는 그런 안타까운 것을 건드리고자 쓴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나도 다를 바 없어...내 주변은 완전 여자만 바글바글...갑자기 억울하다...

그럼 네가 남자 많은 곳에 가면 상황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하는거야?

그럴리가요...저는 어차피 그들 눈에는 존재하지 않는 거니까요....존재감 zero...

난 남자야 쓰레기 같은 남자야~ 이 세상에 남자 아니면 여자가 존재하는 거라면 난 남자에 가까운건지도...ㅎㅎ

하여튼 저 나와 맞는 상대를 찾아서 결혼할거야..라는 소리를 하면 아직도 철 없다는 소리를 듣기 마련인거지....

비현실적이라거나...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테레즈가 자신의 분신이라는 표현을 했던데 어떤 면에서 그랬던 걸까?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너무 좋았던 소설이다

어떤 깨달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내 고민이 단지 나 혼자의 고민은 아니었음을 나 혼자의 두려움은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것에서도 큰 위안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테레즈는 이제 몇 시간이 지나면 아직 몸이 성치 않은 남편이 누워있는 방의 문지방을 넘을 것이며

이 남자에 맞서서 살아야 할 무한히 반복되는 밤과 낮이 펼쳐지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깨끗한 때인 첫새벽에 가장 끔찍한 폭우가 이미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지 않은가 너무나 파란 아침 하늘 오후와 저녁 날씨가 좋지 않을 조짐이다

맑은 하늘은 망가진 화단 부러진 가지와 흙탕물을 암시한다

 

테레즈는 삶의 어떤 순간도 곰곰이 생각해 보거나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감작스러운 전환점도 하나 없었다 그녀는 인생의 완만한 경사를 따라 내려왔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 좀 더 빨리

오늘 저녁 길을 잃은 이 여인이 바로 아르즐루즈의 여름날에 눈부시게 밝았던 그 소녀다

그녀는 은밀하게 밤의 장막의 보호를 받으며 이렇게 아르즐루즈로 돌아오고 있었다

 

서민풍과 부르주아풍이 반반씩 섞였던 결혼식 저녁 차려입은 여인들의 늘어진 치맛자락 때문에

펀펀히 나아가는 웨딩카를 바라버며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환호를 보냈다

그 이후 이어졌던 첫날밤을 생각하며 테레즈는 중얼거렸다

끔찍했었어...아니야 그렇게 끔찍하지는 않았어...    

약혼자는 쉽게 속일 수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아니었다

거짓말이야 누구나 할 수 있다 해도 욱체의 거짓말에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욕망 기쁨 만족에서 오는 피곤함을 가장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베르나르

황량한 시선의 이 남자는 그림의 번호가 베데커 여행 안내서와 다르다고 걱정하고

최단시간에 봐야할 것은 전부 봤다는 데 만족하는 그런 남자였다

이 잘생긴 시골 청년 테레즈는 그를 증오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고 고통스러워할 장소를 찾고자 혼자가 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단지 그가 그 자리에 없다면 먹으라고 웃으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이 신비로운 절망에 자유롭게

생각을 집중할 수 있다면

죽을 때까지 네 곁에서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이 경계 밖으로

그녀는 너와 다른 사람 사이에 떨어져 있는 심연을 건너 그들과 합류한다

 

그녀는 웃었다

입술로만 웃었다

 

-이봐요 테레즈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당신 얼굴을 좀 보라고..

그녀는 웃으며 다시 가면을 썼다

다 농담이었어요 우리 남편 바보 같기도 하지!

하지만 택시 안에서 베르나르가 다가오자 그녀의 손은 그를 멀리 밀어냈다

 

그녀는 그를 다시 밀어냈다

아 마지막으로 영원히 그를 밀어낼 수 있다면 침대 밖으로 어둠 속으로 그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

 

테레즈는 이 생명이 탄생하기까지 몇 달이 남았는지 헤어려보았다

아직 자신의 장기와 뒤엉커 있는 이미지의 피조물이 태어나지 않도록 허락할 수 있는 신이 있다면

테레즈는 그 신을 만나고 싶어 했을 것이다

 

이 젊은 청년의 탐욕 한 인간 존재가 보여주는 지성이 내게는 너무나 낯설게 보였기에 나는 그의 말을

자르도 않고 듣고 있었지 그래 난 그에게 현혹되었어 그것도 너무나 쉽게

사실 그는 토론하면서 명석한 논리를 펼쳤고 감탄할만 했어

지금은 그 짜릿함에 토할 것 같아

내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정신적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초의 사람이었어

그는 쉴 새 없이 그의 선생님과 파리 친구들의 책이나 그들의 대화에 대해 말했고 그 덕분에 나는

그를 상상 속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로 생각할 수 있었어

 

이곳에서 당신은 죽을 때까지 거짓말할 것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이런 말을 했던 걸까?

그의 말을 들으면 내가 이 숨 막히는 생활을 견딘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졌어

 

우리들 중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을 인정하기 위해서 가면을 벗고 속임수도 쓰지 않은 채

자아와 정면으로 대면합니다 그렇기에 이 싸움의 승자들은 종교에 귀의하게 되는 거죠

라고도 했어

 

테레즈는 무척 힘들어했고 특히 출산 이튿날부터는 더 이상 견뎌 나갈 수가 없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녀와 베르나르 사이에는 부부 싸움조차 없었다

그녀는 남편이 하는 것보다 더 공손하게 시부모님을 대했다

바로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남편과 갈라설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죽을 때까지 달라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무관심보다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그녀 본연의 존재로부터 그녀를 떼어놓는 이 완전한 초연함보다

더 끔찍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 삶 속의 죽음 그녀는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 맛볼 수 있는 최대한의

죽음을 맛보고 있었다

 

점잔 빼는 말투에 테레즈는 구역질이 났다

-가족을 위해 세상 사람들이 우리가 화목하다고 믿고 그들의 눈에 내가 당신의 무죄를 의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오  일요일에는 성당의 미사에 참석해야 하오 내 팔짱을 낀 당신 모습을

사람들이 봐야만 하니까  당신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이름만이 중요할 뿐

 

이제부터 이 강력한 가족이라는 기계가 나를 향해 돌진할 거야

그것을 없애거나 그 사이에서 제때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야

2년이 채 안 되는 동안 나를 감추고 체면을 세우고 남을 속이기 위해 내가 했던 이 노력

다른 사람들은 습관 때문에 익숙해지거나 무감각해져 따뜻하고도 전지전능한 가족의 품 안에서

포근하게 잠이 들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지내려고 해

하지만 나는, 하지만 나는, 하지만 나는.....

 

도망 못 갈 이유가 뭐 있나? 그 무엇도 이 끝나지 않는 고통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돈이 없다 수천 그루의 소나무가 그녀 소유지만 소용이 없다

베르나르가 중개하지 않으면 그녀는 한 푼도 만질 수 없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시체처럼 살자

저 너머를 보려고 애쓰지 말자

 

돈이 있었다면 그녀는 파리로 떠나 곧장 장 아제베도에게로 달려가 그에게 몸을 맡겼을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일자리도 찾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파리에서 혼자 지내고 스스로 생활비를 벌고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여자가 되는 것이다

가족 없이 사는 것이다 가족을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는 것이다

혈연이 아닌 정신에 따라 또는 육체에 따라 선택하고 아무리 드물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진정한 자신의 가족을 발견하는 것이다

 

안은 내가 먼저 마리(테레즈의 딸)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고 반감을 느끼는구나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해서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걸

안은 이해하지 못할거야 안은 가문의 다른 여자들처럼 그리고 그 애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게 자신을 헌신하려 하고 있지

나는 항상 나 자신을 찾는 것이 필요한데 진정한 나와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데

한 생명에게 자신을 전부 주는 것은 아름다운 거야 그 사라짐 헌신이란 아름다워

하지만 나는, 하지만 나는......

 

내가 원했던 것이라고요? 내가 원하지 않았던 것을 말하는 게 더 편하겠네요

나는 어떤 인물인 듯 연극하고 행동하고 상투적인 말을 하고 매 순간 진정한 테레즈를 부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에요 베르나르 보세요 나는 솔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요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돌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야

그것은 도시 속에서 동요하고 어떤 폭풍우보다도 더 강한 열정이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숲이야

테레즈는 술을 조금 마셨고 담배를 많이 피웠다 그녀는 행복한 사람처럼 혼자 웃었다

그녀는 정성스럽게 분을 바르고 립스틱을 칠했다 그러고는 길가로 나가 발길 닿는대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