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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파리 디자인 산책 - 이선정

by librovely 2016. 2. 11.

 

 

 

 

 

 

 

 

파리 디자인 산책                                                                     이선정                  2015                나무수

 

책 제목은 디자인 산책이지만 내용이 꼭 디자인과 관련된 것에 국한된 건 아니었고 그래서 좋았다

파리 관련 책을 여러 권 동시에 읽어서 무슨 내용이 담겨있었나 기억이 잘 안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는 건 기억난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달콤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파리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디저트를 보며 아이처럼 행복해하는 모습을 파리에선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노년을 제3의 나이라 부르며 이때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두둑한 연금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좋은 물건을 사는 등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는데 특히

맛있는 음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은 칼로리가 높은 디저트를 꼬박 챙겨 먹으면서도 왜 살이 찌지 않는 것일까

비밀의 답은 음식에 대한 매우 엄격한 태도에 있다 아무 음식이나 먹는 것은 삶을 포기한 것과 같다고

말하는 그들은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한다

음식에 엄격하다는 말은 한 가지 의미를 더 포함하는데 먹는 양을 철저하게 조절한다는 것이다

아침 식사는 꼭 하되 과하게 먹지 않으며 오후 4시의 간식 시간 외에는 군것질을 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원칙이 어려서부터 몸에 배었다 오후 4시가 되면 회사에서는 그야말로 진풍경이 펼쳐진다

열심히 일하다가도 그 시간이 되면 하나둘씩 일어나 냉장고나 가방에서 자신의 간식을 주섬주섬 꺼내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시도때도 없이 음식을 먹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라 여기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허락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내 동료들도 크루아상처럼 버터가 많이 들어간 빵은 하루에 두 개 이상 먹지 않는다 그리고 과일이나

요구르트를 제외한 디저트는 하루에 먹을 양을 정해 두고 그것을 한 번에 다 먹을 것인지 조금씩 나누어

먹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디저트가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가벼운 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대신하며 하루 정량의 칼로리를 비워 두기도 한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유롭고 만족스럽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프랑스인들에게는

흡연이 건강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책이 휴가 필수품이라는 점

그들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읽고 가볍게 산책하듯이 일상적으로

서점에 들르는 것 같았다

예술과 인문학에 호기심이 많은 국민적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책을 편하고 가깝게 느끼는 데는

문고판의 역할도 크다 문화 예술을 평등하게 즐길 권리를 중요하게 여겨서인지 프랑스에서는 재생지로

만들어 가볍고 저렴한 문고판이 대중화되어 있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집 <알코올>에 수록된 시로 유명해진 퐁 미라보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자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배경이 된 퐁네프를 비롯해

아르튀르 랭보와 알베르 카뮈 등이 작품을 구상할 때 즐겨 찾았다는 퐁 데 자르 등은 다양한 디자인만큼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다

 

보통 프랑스에서는 개인적인 공간으로 초대를 받았을 때 약속 시간보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하는 것이 예의

 

아이러니하지만 프랑스에는 두 가지 문화가 공존한다

소득 나이 직업에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에 소수의 상위층 사람들만

접할 수 있는 최고급 상품에도 매우 큰 가치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