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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11월 28일 타임스퀘어 교보문고에서...

by librovely 2009. 11. 29.

11월 28일 타임스퀘어 교보문고에서 진중권 강연회가 있다는 걸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봤다
뭐 여기저기 강연회가 많았던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갈 생각은 안했다
가서 뭘 어쩌겠는가...
강연을 듣는다고?
강연은 이미 인터넷으로 다 들었다



근데 가까운 영등포라니...게다가 약속장소로 잡을만한 곳인 타임스퀘어...그것도 주말이고...
그리고 얼마 있으면 외국으로 간다고 하니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직장 동료 중 한 명이 안 그래도 빨리 직접 보러 강연회라도 가라고 충고해주곤 했다
가서 직접 보고 실망하고 진빠증상에서 좀 벗어나라고...(그 동료는 이미 진중권을 봤다고 한다..)
그래...이젠 좀 나도 벗어나고 정신 좀 차려보자...그 동료는 항상 그랬다...내가 진중권의 글을 좋아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외모까지 멋지다고 하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음...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그래서 슬슬 약속을 잡았다...
그냥 혼자 보러 가도 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흑심은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기에 그 목적으로는
도저히 못간다...다른 일이 있고 난 그냥 우연하게 보게 된 것일 뿐이다..라고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토요일에 뭐해?
타임스퀘어 어때?
좀 늦게 만나자...4시쯤 어때?



다행히 친구는 순순하게 낚여주었다....
만나서 뭐라고 하면?
그건 그 때 생각하자....어차피 쇼핑의 천국인 장소이니 뭐...
일찍 나간다고 갔는데 버스가 막힌다...심하게....4시가 거의 다 되어서 도착하였고 교보문고에 찾아가 보니
음...지난 번에 왔을 때는 티움이라는 장소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입구 가까이에 있고 유리로 막혀 있어서
속이 보였다...이미 강연회는 시작되었고 살짝 보니 진중권이 서서 강연을 하고 있었다



요근래 들어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다가온 현실적인 장면이 없었다....
이후에도 없을듯...유리를 통해 들여다 보면 되는데 아주 멀리에 서서도 도저히 차마 눈뜨고 바라볼 수가 없다
이런 말도 안되는... 하얀 셔츠를 입고 서서 열심히 강연하는 모습을 얼핏 곁눈질 하고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더 구경?하지 못하고 엉뚱한 책만 들었다 놓았다 하며 시간을 때우니 친구가 도착...서점으로 오라고 했다...
왜 서점으로 오라고 하냐고 묻지도 않고 찾아오는 친구... 참 바람직한 친구다...입구 쪽으로 가서 친구를 만났다



평소 서점에 가면 그러하듯이 어슬렁거리는데 친구가 뭐야? 라는 뜬금없는 질문을...그래서 뭐가? 라고 대답
그러니까 또 뭐야? 빨리 말해... 그래서 내가 뭘? 이라고 하니 무슨 일 있는거야? 왜 표정이 그래? 라는 질문
내 표정이 왜? 라고 하니 왜 그렇게 기분이 좋냐고...그래서 너 만나니까 좋아서...라고 하니 헛소리 그만두고
빨리 말하라는 표정...아무 말 안하고 좀 어슬렁거린 후 티움 바로 뒤편에 위치한 네스카페에서 음료를 마시자고
했다...그러니 친구가 왜 여기서? 라기에...여기 좋잖아~  주변에 책도 있고 얼마나 좋아~ 라고 하니 그럼
그러자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테이블을 전망 좋은 곳으로 잡았다...강연이 끝나면 바로 저벅저벅 걸어가서 대놓고 구경?해 볼 수 있는 자리...
네스카페는 생각보다 떠들고 앉아있기 좋았다...서점 안에 있는 카페 중 가장 괜찮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빈 테이블이 거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격은 그냥 카페와 비슷한데 아니 약간 저렴한데 교보문고 회원카드가 있으면 20% 할인도 된다...
그러니 상당히 저렴....여러모로 맘에 드는 그야말로 북카페....



난 사실 4시에 강연회가 시작이고 티움 규모가 작기도 해서 40분 정도면 끝날 줄 알았는데...그런데....
무려 2시간이나 계속되었고.... 난 타임스퀘어까지 와서 쇼핑도 못하게 하고 그것도 서점 안의 카페에 친구를
앉혀두고 실실 웃고 있었다...앉아서도 취조?가 계속 되었다 무슨 일이 분명히 있는거 같다고....자꾸 말하라고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가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그게 무슨 소리냐는 대답...그래서 서점에 오니까 그 작가의
책이 있길래 좋아서 그런다고 했다...이젠 그 작가가 대체 누구냐는 질문...그럼 네가 맞혀봐라~
내가 어떻게 아냐...넌 친구면서 그런 것도 모르냐... 공지영? 미쳤냐 내가 여자 작가를 좋아하게....
그럼 누군데? 알아서 뭐하려고...그냥 궁금하니까...말해도 넌 몰라...알 수도 있잖아... 알면 뭐하려고?
안 알려주는 이유는 대체 뭔데...이런 식의 아무 의미없는 대화를 상당시간 계속하며 시간을 때웠다...
난 이 때도 입만 움직일 뿐 눈은 완전히 티움만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눈치를 못챘다....



그러다가 결국 진중권이라고 말해주니 이젠 더 많은 질문이...남자야?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결혼했어? 그게 왜 중요한데? 결혼했냐고... 맞혀봐~ 안했지? 당연히 했지...몇 살인데? 작가 나이가 왜 중요해?
아 그냥 말해봐 몇살인데? 몰라...나이를 왜 몰라? 나이 많아...몇 살?  왜 말을 안하는데... 알았어 말해줄게
잘 들어...그러니까...50살 정도?  정말? 그래...왜 나의 순수한 마음을 이상하게 생각하냐...난 단지 책이 좋을
뿐이야...왜 그런 시시콜콜한 걸 물어보고 그래...무슨 책 썼는데...이것저것...그러니까 어떤거? 맞혀봐~~
야 답답해 빨리 말해...알아서 뭐하려고...궁금하니까 그렇지...알았어...그러니까 뭔데? 미술....
뭐 이런 식으로 진을 빼며 대화를 이어갔다...그 와중에 내 눈은 티움을 향하고 입가엔 알 수 없는 미소가 질질...
간혹 유리 사이로 팔이 살짝 보이기도 하고 뭐 그랬다...ㅡㅡ;;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그렇게 좋으면 한 번 보러 가라고...강연 같은 거 하면 같이 가줄까? 라는 말을..
갑자기 귀가 번쩍...사람은 알다가도 모를 존재...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니 강연회 갈래? 라는 질문을 해봤자 절대
안 갈거라고 생각한 친구인데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게다가 난 이 나이에 작가 스토커가 되어서 허덕이는 모습
을 보이면 절대 이해 못할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부럽단다...갑자기 용기가 생겨서 커밍아웃....
강연회를 뭐하러 가...지금 저기 있는데...하며 낄낄대니 이제서 알겠다는 표정이....어쩐지 눈이 허공을 향하고
있더라는... 그러더니 갑자기 친구가 여기 이러고 있지 말고 들어가자고 한다...헉...이제서 어떻게...중간에 들어가
라며 내가 거절...그럭저럭 시간은 흘러서 거의 6시가 다 되어가고 질문과 답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너처럼 광적인 팬이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고... 작가는 그런 게 필요하다고....
그래서 저 작가는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많아..그럴 필요 없어...라고 말렸다...안 그래도 티움 쪽을 보니
20대 여자 몇 명이 서성이며 낄낄대고 휴대폰으로 찍고 그러고 있었다...그래도 뭐? 친구 표현을 따자면 존재감?
을 보여야 한다나?? 그러더니 빨리 가서 카드를 사 오란다...나 볼펜도 없어...하니까 자기 가방을 막 뒤지더니
볼펜 하나를 찾아서 테이블에 올린다...다시 카드 사오라고 닦달하기 시작...그거 사러 갈 동안 끝나면 어쩌고?
라니 자기가 일어나더니 사오겠다고 한다...그래서 그럼 네가 빨리 사와~ 그리고 사러 가는 뒷통수에 대고
한 마디 날렸다.. 하트 그림은 절대 사오지 마... 잠시 기다리니 카드 한 장을 던지고는 빨리 쓰라고 한다...
뭐라고 써?  라고 물으니 책 잘 읽었다 뭐 그런 말 있잖아 라고 지가 더 난리다...음...왜 이러는거지??
하여튼 그래서 뭐라고 뭐라고 쓰긴 썼는데 내용은 말 할 필요도 없고 글씨가 완전히 독학으로 한글 배운듯한...
대강 쓰고 넣으려니 끝에다가 이름을 쓰라고 한다...안 쓸래...써...뭐하러 써...그래도 써...써도 나 누군지도
모르는데 아무 의미 없잖아...야 그래도 카드에 **올림이라는 말은 써야 예의지...안 써...그래 그럼 쓰지마!
그래도 뒤에 이메일 주소라도 써봐~ 친구의 초난감 명령에 황당~하면서 한 편으로는 웃기기도 하고....



티움쪽을 보니 사람들이 줄서서 사인을 받기 시작...친구가 서둘러 음료를 막 치우더니 빨리 가보자고...ㅡㅡ;;
하여튼 그렇게 가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그러자 친구가 빨리 책 꺼내라고...그래서 나 책 없는데...
라고 하니까 왜 책도 없냐고 그럼 빨리 사라고...그러면서 티움 밖의 진중권 책 쌓아놓은 곳으로 데리고 간다...
가서 보니 음...다 집에 있는 책...다 있어서 곤란해 라니까 그냥 한 권 더 사라고 닦달...그럴수는 없고 기다려~
하고는 집에 없는 책을 한 권 집어들고는 멀쩡하게 계산하는 점원에게 빨리요~ 빨리~ 라는 어글리 코리안스러운
멘트를 날려주고는 다시 와보니 다행히 여전히 사인중...친구는 의자에 자리잡고 앉더니 물끄러미 감상중...



줄을 서긴 섰는데...원래는 그냥 살짝 혼자 쳐다보기만 하려고 한건데...하여튼 사인받으려고 줄을 서니까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도둑이 제 발 저린다라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얼굴에서 열이 나서
폭발할 것 같았다...낮 술 거하게 먹은 사람 처럼 달아올랐다...게다가 직원이 이름을 쓰라고 한다..메모지에
이름을 써서 사인받으라고...무슨 소린가 했더니 삐리리 님에게 라는 글을 사인 앞부분에 써주기 위해 그러는
모양이었다...헉...이름이야 말해도 누군지 알게 뭔가..하지만 초딩 중퇴 수준 글씨를 또 써야해?? 하여튼
메모지에 이름을 쓰긴 썼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요상한 글씨가 쓰여지긴 처음...손에 힘이 빠져서 글씨가 괴상...
그렇게 줄을 서서 가까이 가게 되었는데 앞 사람 책에 열심히 사인하는 진중권의 옆모습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었는데...



그 말로만 듣던 후광 어쩌고가 거짓말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하얀 옷을 입어서 그런건지 모르지만 정말 환~한..
주변은 싹 사라지고 진중권 옆모습만 눈에 들어오는 이상한 착시?현상을 경험.... 종교가 하나 탄생하는 중...ㅡㅡ;
그리고 뭐라고 대화를 주고받는 와중에 앞사람에게 웃어주는데...태어나서 그렇게 환하고 부드럽게 웃는 사람은
정말 처음이다...TV와 인터넷 영상으로 숱하게 봐왔지만 음...정말 예쁘게 웃는다....티파니 눈웃음을 사뿐하게
능가하는...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했던 그 몰입...몰입의 순간...내가 어떤 대상을 그렇게 몰입해서 쳐다본
경험이 있었을까? 그 어떤 미술관에 가서도 이 정도로 순간 초몰입 상태에 빠져든 적이 없었는데...하여튼
그 짧은 순간을 맘껏 늘려서 구경?을 실컷 했다...감상 결론은? 내가 미학 오디세이 1권을 읽어서 하는 말인데..
미학적으로 완벽하였다...ㅡㅡ;



그 다음 내 차례....가 되자...다시 몰입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책을 내미는데 그 위의 이름을 쓴 종이가...헉....눈뜨고 보기 힘든 글씨...가뜩이나 화끈대던 얼굴은 더 난리...
그 와중에 갑자기 요즘 심각한 피부 트러블도 생각나고...내가 지금 이 얼굴로 어딜 온거지...속으로 제발 쳐다보지
말고 사인만 빨리...를 무한반복...게다가 알 수 없는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고 떨릴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힘이
심하게 빠졌다...아주 요상하게 굳은 표정으로 사인을 대강 받고 악수는 커녕 말 한 마디 못 붙이고 도망치듯이
그 공간을 벗어났는데...



티움을 나와서 멍 하게 서 있는데 친구가 중계방송을 시작했다...야 사진도 찍는다...저 여자봐 아주 붙잡고 찍네..
뭐? 내 저런...예의없는 인간들을 응징해야 하는데...하면서도 음...힘이 없다...가는 모습이나 보고 긴? 여정을
끝내자 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쪽으로 나갔는지 사라져버렸다...



흑심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만약 진중권이 아닌 그냥 좋아하는 작가 사인회였다면 실없는 소리도 하고 사진도 찍을 자신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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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을 하기로 하고 서점 밖으로 나갔는데 아...정말 좀 누워있고 싶었다...
예전에 가수를 보고 실신하는 인간들을 보고는 쯧쯧 저런 이상한 인간들...이라고 긍휼?히 여겼는데...
그것도 좀 이해가 간다...힘이 왜 빠지는걸까??  내 병은 생각보다 심했던 모양이다.... 나도 황당했다...
그래서 좀 걷다가 그냥 앉아서 멍~하게 쉬고 그랬다...



친구의 평가에 의하면
47살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젊어보인다...피부관리가 매우 잘 되어있다...
피부가 정말 좋았다고 재차 강조 후 인상도 너무 좋다고...정말 착하게 웃는다고...
역시 내 눈이 이상한 건 아니었다...객관적으로 봐도 그렇다는 것이지...
친구는 마지막에 덧붙였다...네가 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외모도 큰 작용을 한 것 같다...는 말
그러더니 또 묻기 시작...



책 재미있어?
어떤 종류인데?
내용의 예를 들어봐...
나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결혼했으면 아이도 있어?
외국에 있다고? 어디?
그렇게 진탕 묻더니 또 나보고 그런걸 어떻게 다 알고 있냐면서 이상하게 쳐다본다....앞으로는 모른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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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리고 또 신기했던 것...
힘이 빠지는 것도 참 신기했는데 그와 더불어 식욕이 확 달아났다....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 날 점심도 안 먹고 음료 하나 마셨는데 전혀 허기가 느껴지지 않는....
그래서 저녁도 간단하게.... 심지어 단 음료도 별로..평소였다면 집요하게 옆에서 아이스 쵸코 마시자고
꼬셔대는 친구 꼬임에 넘어갔을텐데....  다이어트가 필요한 날에는 진중권 강연회에 찾아가야할 듯....





내일은 직장 동료에게 찾아가서...
책임지라고 해야겠다...
난 더 심해졌다...
망 했 다





글을 읽어보니 가관인데...
과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회에? 해를 끼칠만한 정도는 아니고 그냥 재밌자고 공개글로...
재미있는게 아니고 뭔가 섬뜩하거나 징그러운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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