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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2014년 10월 어느 토요일의 일기

by librovely 2014. 10. 20.

나는 말이었던건가

의 계절...

 

너 살 빼야 하니까 너의 먹이(?) 사러...그러니까 채소랑 과일사러 나가자는 엄마 말씀에

어머니,

집에 있으면 이것 저것 자꾸 먹고 가만히 있게 되니까 어디라도 다녀오겠습니다...

비장하게 말씀드리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여의도 IFC에 갔다 그리고 지하3층...엠펍 브런치 먹으러 달려감

 

우아하게 이렇게 한 접시...커피와 함께 천천히 음미하며 양질의 대화를 하며 먹는거지...는 무슨...

무슨...

무슨!!

ㅜㅜ

ㅜㅜㅜ

ㅜㅜㅜㅜ

 

 

 

 

망했다

망했어...

이것저것....주워 담으며 괜찮아 사랑이야 1일 1식이야~ 라며 애써 합리화

푸드 파이터가 되어서 열심히 먹고 마시며 우아한 대화는 커녕 뒷담화로 시작해서 뒷담화로 끝나는 대화를....

아...이제 정말 그만두어야지..뒷담화도 너무 심하게 해댄 것 같다...그냥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면 되었을 종류의

센 이야기까지 중얼댄걸 보면 뭔가 확실히 구강기에 고착이 된 느낌이...

반성하고 당분간 외출을 금하고 셧더마우스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걸까...

 

음식을 무식하게 먹은 다음

밀려드는 혐오감....

엠펍을 나서며 동행인에게 나 이 세상의 모든 음식에 혐오감을 느껴...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그 어떤 것도 다 싫다

내가 싫다

이런 상태를 상쇄시키기 위해 급하게 영풍문고로 뛰어 들어갔다

음식만 먹어대는 1차원적인 존재가 아니야 나는... 나는 책도 읽는 고등동물이야....

낼 모레 서른 드라마는 없다?

음...자랑하는건가?

 

 

동행인에게 숙녀 발랑기를 권해주려고 찾았는데 없기에 직원에게 물어보는데 직원이...

뭐요?

숙녀... 그 다음이 뭐라고요?

발랑기요

타자 치는 중 ->숙 녀 ㅂ ㅏ ㅇ

아니요 방이 아니라 발랑기요

이러면 뭔가 미~인망한 시추에이션을 견디며 알아보니 재고가 0권일세...음...

그래서 정바비 오렌지색 책을 동행인에게 쥐어주고는 나 홀로 여기저기 책 구경 남자 구경에 나섰는데...

과학(?) 서적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고는 빵 터짐

저자가 쓴 책봐...

교육을 받은 개와 어리석은 개

개는 무엇을 아는가

개는 왜 우리를 사랑할까 (알랭 드 보통스러운 제목)

 

수면이 부족하면 위험하다 라는 책 제목도 웃기다...뭐야 너무 당연한...

당신의 개가 말을 하고 있다....ㅋㅋ

낑낑 끽끽 끄윽

비명

 

과묵한 개 수다스러운 개

동물에게도 최신 유행어가 있을까

 

꼬리로 말한다...ㅋㅋ

 

냄새 맡기 개코를 따라갈 수 없다 ㅎㅎ

읽어보니 대부분 맞는 말 우리 송이 말(?)과 행동으로 생각해보니 아주 맞는 설명들

집에 가면 문 열기 전 두 번 정도 중간 높이의 멍멍 짖는 소리가 반갑다는 소리라는 것

엄마가 집을 나서면 잠시 후 거실에 울려퍼지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는 외롭다는 소리였던거고

 

IFC 영풍문고에는 의자가 잘 만들어져 있고 교보 광화문처럼 사람도 많지 않아서 앉아서 신나게 책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 여기가 천국이네...신간이 그득하고 의자에 남자까지...물론 사회악 서점악 커플도

있지만 광화문 교보문고보다는 그 수가 적음...생전 서점 잘 안가면서 어필용으로 오는 경우가 최악이다

그런 애들은 보통 아는 척하며 시끄럽게 떠들어대거든...하여튼 책 몰래 읽고 오기 가장 좋은 곳이 여기네...

괜찮은 코스다  영풍문고에서 책 진탕 읽고 괜찮은 책 1권 사서 아님 빌린 책 한 권 가방에 챙겨와서 1층 스타벅스

가서 커피 마시며 책 읽는 것...

 

동행인은 정바비 책이 너무 재미있다며 정신없이 읽어대고 있었는데 빵 터진 부분이...그 지란지교를 꿈꾸며

어쩌고 나오는 이름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에 대해 말하는 부분,..그 부분 웃기긴 했지~ 디테일이 아주~

그리고는 유니클로에서 옷을 열심히 고르고 입어보고 그렇게 한참 머리 터지게 고민한 후 나왔는데 어느 누구의

손에도 유니클로 쇼핑백은 들려있지 않았다...왜 거기서 그렇게 시간을 낭비했나...

유니클로 안에서 어떤 5살 정도 된 남자아이가 바닥에 쿨하게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엄마는 어딘가에서

옷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남자아이는 머리 정수리 부분은 좀 길게 남기고 양 옆은 상대적으로

더 짧게 자른 반삭 헤어스타일..쿨하기 그지 없었다...옷은 베이지색 면바지에 흰색에 남색 가로 줄무늬 티셔츠

아이고 쿨해...동행인과 그 꼬마를 보면서 와 무슨 애가 저리 쿨하냐~ 하고 쳐다 봤는데 어떤 여자가 우리를

유심히 봐서 뭐지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 그 꼬마 엄마였다...엄마라고 생각 못한게 전혀 결혼한 느낌이 들지 않는

외모라서...(결혼한 느낌은 또 뭐람) 그 아이를 보고 아..나도 저런 애가 있으면 쿨하게 입힐텐데...이상한 캐릭터

티셔츠 알록달록하게 안 입히고...근데 내 아이는 날 닮았을 거 아냐...망했네...순간 쿨 터지는 꼬마 상상은

와르르 무너짐

 

커피나 마시러 스타벅스로 올라감

내부의 스타벅스보다 1층의 스타벅스가 좋다

아메리카노...아직도 아까 먹은 게 힘들어서 아메리카노~

언제 찍었지?

다급한 움직임의 내 손...

남자들이 다 식겁하는 도금된 왕시계가 반짝인다

동행인은 카라멜 어쩌고 무지 단 것을 시키더니 한 번 먹더니 저기 멀찌감치 놓고는 직원에게 빈 컵을 받아오더니

내 아메리카노를 얻어 마심...뭐하는거야 지금...아까워서 조금만 주니까 금방 다 마시고 또 다시...

뭐야...저 비싼 음료수는 왜 주문만 하고 안 마시고 내 아메리를~

결국 저 음료수 다 안 마시고 쓰레기통으로...몇 모금 마셔보니 너무 달아서...

평소 같으면 다 마셔줬을(?)텐데 오늘은 과음 과당해서....

이 스타벅스는 천장이 무척 높아서 음악이 울리는데 뉴욕 카페도 천장이 높은 곳이 많아서 그런지 뭔가

뉴욕 분위기~~ 음악 울리는 느낌이 좋은 곳

어떤 외쿡인이 앉아있다가 나가는데...이 사람들 마신 거 안 치우고 감...

우리나라도 치우는 건 좀 직원이 했으면 좋겠다...일단 그래야 테이블이라도 한 번 닦지 않겠어?

셀프는 주문만....그래야 고용도 늘어나고....그런데 가격도 올라가겠구나...음...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1인과 함께 동행인의 교회로 이성미 간증을 들으러 따라갔다

안가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걷고 있었고...그렇게 동행인은 두 명이나 자기 교회 간증에 데려갈 수 있었고

(교회 다닌 지 20-30년씩 된) 두 명을 전도하여 전도왕이 된거라고 축하한다고 얘기해 주었다 ㅎㅎ

간증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게 뭔가 불편하게 만드는 과잉된 무언가가 느껴져서 오히려 가뜩이나 실낱같은

내 믿음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해서인데 그런데 이성미 간증은 그냥 괜찮았다 과잉도 별로 안 느껴지고...

 

사실 간증을 싫어하는 이유가 간증은 대부분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이 하나님의 이러저러한 생각에 벌어진

것이라는 식인데...나는 인간이 어찌 신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겠느냐...뭐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그리고 실제로도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들 투성이기에...주변의 일도 그렇고 성경의 내용도

그렇고...그래서 나는 그냥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교회는 왜 다니고 어떻게 그 말도 안되는 이상한 소리를 믿는걸까 나는?

그게 그렇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내용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믿어진다는 것...

그것이 내가 교회에 다니는 이유다...말도 안되는 게 이상하게 믿어지는 구석이 있고 그게 뭔가 있다는 증거라고

나 나름대로 생각함...ㅎㅎ

 

그렇게 간증을 듣고 장미꽃과 손톱정리 도구 세트를 받아들고 남의 교회를 나섬

장미꽃...

나 꽃도 받았구나

남자한테 꽃도 받았어

그 남자가 비록 50대에 아마도 유부남이 확실하지만 하여튼 형제님에게 장미꽃도 받고 꽃들고 들어가면 엄마가

누구 만나고 왔냐고 물어보면 어쩌지 생각했는데 엄마는 꽃을 봐도 당연히 어디서 얻었겠지(받았겠지와 다름)

생각하시는지 전혀 안 궁금해하심...ㅋㅋ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전도왕이 떡볶이를 사준다길래 얻어 먹음

아까 모든 음식에 혐오감을 느낀다며? 라는 소리를 철근같이 떡볶이와 함께 씹어 머금...ㅎㅎ

 

그리고 밀려드는 비만의 공포감...에 여의도에서 신도림까지 걷기로 했다...숱한 책에서 걸으며 사색하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많이 읽었고...그런데 여의도에서 신도림까지 걷는 구간은 여의도를 벗어나자마자

그야말로 헬...궁금하면 그 경로를 걸어보면 된다...이렇게 음산하고 무섭고 우울한 거리는 처음이군...

 

그렇게 하루가 끝남

다음주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미생 3화 봐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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