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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덕수궁미술관] 배병우 전

by librovely 2009.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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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어떤 전시에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배병우의 작품을 보았었다
보통 전시에서 본 화가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는데 배병우라는 이름과 그의 소나무 작품은 정확히 기억에 남아
있었다...그런데 이름과 작품의 분위기는 생생했으나 사진이 아닌 수묵화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ㅡㅡ;;



그래서 오늘 이 전시를 보러 가면서 수묵화를 보러 가는거다~ 라는 마음으로 향했고 사진전이라는 글자를 본
순간 멍~ 맞다...수묵화 느낌이 나는 사진이었지...수묵화 느낌이 너무 강했어서 그런건지 사진이라는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었다...괜히 뭔가 아쉬웠다...난 화선지에 유려하게 먹으로 그려진 그림을 기대하고 왔는데
사진이라고 하니 뭔가 기운이 빠지는...그러나 전시장에 들어서니 아쉬움은 사라져버렸다



어제
아주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너무 기가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 일...
난 약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다를 떨거나 단 음식을 먹고 더 스트레스를 받으면 블로그에 비공개로 글을 쓰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몸이 축 늘어진다...어제도 그 증세가...몸을 질질 끌다시피
운동하러 다녀온 후 어떻게든 책이라도 좀 읽어보려고 했는데 잠이 쏟아졌다...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약속도 취소하고 싶었으나 그러기도 미안하고 또 배병우 전시니까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기어나갔는데...




그랬다
배병우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새벽 느낌의 고요하면서도 역동성이 느껴지는 사진들...
편안한 가운데에서 뭔가 힘이 솟는 느낌이 들었다는 과장된 표현을 해본다...ㅡㅡ;;



유명한 작가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다행히 설명을 하는 시간과 겹쳐서 사람들이 우루루 설명들으러 다녔기에 그들을 피해서 아주 적막한
가운데 사진들을 노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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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로 기억에 남아 있을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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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매끈하게 닳은 작은 바위들
그리고 흘러가는 물...
흘러가는 물은 물이 아니라 연기처럼 보였고 그럼에도 물의 역동적인 흐름은 느껴졌다
사진을 그냥 찍은 것이 아니라 찍고 나서 어떤 보정 작업을 거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돌과 물 사진들은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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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과 눈앞에 펼쳐진 만개한 들꽃....이게 무슨 꽃이더라...
원근에 따라 극단적인 명도차를 주니 둘 다 강조가 된다
꽃도...그리고 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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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소나무 작품들....
소나무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었고 나무 밑동이 보이는 아래쪽만 혹은 중간만 찍은 사진도 있었는데
나무의 밑동이 찍힌 사진이 좋았다...땅에 뿌리박은 부분이 보고 있기 좋았다...소나무는 길이에 비해 두께가 참
얇다는 생각도 들었고 유난히 나무가 살짝 살짝 휘면서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소나무를 직접 본 일도 많은데
사진을 통해서 보니 이상하게도 더 확실하게 보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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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나무 사이에 또 나무가...여백의 미가 별로 느껴지지 않던...
그러나 여백의 미가 있듯이 빽빽함?의 미도 있는 모양이다...ㅡㅡ;;
이 사진도 앞의 소나무만 진하게 살려두고 뒤의 소나무들은 극단적으로 희미하게 처리했다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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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 쪽에 있던 작품...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우리나라 건축물이나 자연 따위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어릴 때 유럽의 고성이 멋있게 찍힌 달력
사진들을 넘겨보고 또 넘겨보면서 감탄했던 일이 떠올랐다...우리나라 건축물을 보고도 그 때 그랬던 것처럼
이젠 좀 감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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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배병우에게 사진 작업을 요청한 일이 있었고 그 때 찍은 사진인 모양이다
사진에 대해 워낙 아는 것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배병우의 사진은 자연 풍경을 찍을 때 말고는 약간 삐뚤어진
시선을 담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개인적으로 살짝 삐딱한 사진을 좋아하기에...그리고 전체적인 사진보다는
부분을 담은 사진을 좋아해서 배병우의 사진들이 맘에 들었다...
이 사진 말고 우리나라의 건축물 일부분을 찍은 사진들도 있었는데...단청을 찍은 사진이 정말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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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도 스페인 사진인 모양이다...
배병우는 실내에서 창이나 문을 통해 실외를 바라보는 구도의 사진도 많이 찍는 것 같다...
큰 사진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노라면 사진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바라보고 있는듯 착각이...
우리나라 궁의 사진 중 바닥을 사진의 3분의 2쯤 들어가게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정말 그 사진은 내가 실제로
그 곳에 서 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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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배병우의 사진...소나무...
이런 소나무 사진도 좋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소나무 한 두 그루만 검게 강조되고 나머지 소나무는 뿌옇게
안개에 덮인듯 처리된 사진...



사진을 가까이서 보면 그리 선명하지 않고 뭔가 한지의 미약한 번짐이 느껴졌는데 일부러 그런 효과를 노린건지
내 눈이 이상한건지 아니면 사진 인화 기술 탓인지 잘 모르겠다...어쨌든 좋았다는 것...
1층을 보면서 계속 외국처럼 의자가 있어서 좀 앉아서 편하게 오래 응시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는데 2층에는
정말로 세로로 매우 길고 큰 소나무 사진이 있었고 그 사진을 맘껏 바라볼 수 있을 위치에 의자가 있었다



산의 능선을 가로로 길게 3개의 사진으로 연달아 찍은 것이 있었는데 역시 극단적인 명도 차로 능선이 강하게
느껴졌고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여자의 몸에 들어간 곡선이 떠오르기도...
인간도 자연의 일부니까 인간의 몸에도 자연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들어있는걸까? ㅡㅡ;



2층의 마지막 전시관에 배병우가 한 말인듯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내용이 대강 사진을 통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창조하겠다...
그래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고 싶다...뭐 그런 내용이었던 모양이다...
재창조...



사진들을 보면서 사실 이게 대체 제대로된 사진 맞아? 라는 생각을 처음엔 좀 했었다...왜?
왜냐면 있는 그대로 찍은 것이 아니라 찍고 나서인지 아니면 찍을 때 어떤 처리를 한 것인지 하여튼 손을 많이
본 느낌이 들어서...아무리 안개가 낀 새벽에 찍는다고 해도 그렇게 거리에 따른 명도 차이가 심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또 흐르는 물을 뿌연 연기처럼 손을 본 것도 그렇고...해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진으로 찍었다고 꼭 사실과 똑같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척 클로스의 극사실주의 회화?가 떠올랐다...사진과 흡사한 그림이 대체 무슨 의미냐 라며 들여다 본
기억이...



전시장 입구에 이런 글이 있었다
나는 사진으로 그림을 그린다...회화적 사진....



회화적 사진
사진적 회화
순수 사진
순수 회화
뭐가 되었든 지향하는 점이야 당연히 생각 혹은 감동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사진기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린다는 배병우
자신의 회화적 사진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재창조하겠다는 그의 말은 제대로 실현된 듯 하다...
최소한 나에게는 충분히 그랬다...
배병우의 사진을 보면서 자연과 우리나라 건축물의 아름다움이 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젠 궁에 가도 산에 가도 예전과 달리 뭔가를 느끼고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스페인의 풍경을 수묵화 느낌이 나는 방법으로 찍은 사진을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의 궁궐과 강산을 유화나 수채화로 그린 그림들이 떠올랐다...
그림을 그리는 대상은 그 대상이 속한 문화의 그리기 방법으로 그릴 때 가장 본연의 모습이 살아나는 것 같다...
스페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얼핏 봤을 때는 우리나라의 어느 장소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



딱히 뭔가 새로운 생각이나 질문을 떠올리게 만드는 전시는 아니었고
새로운 아름다움이 보이게 만드는 전시...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전시였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하고 관람비는 6000원  
주말에도 저녁 8시 30분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없어서 번잡하지도 않다
12월 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