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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 2011 한국

by librovely 2011. 9. 26.



공지영 소설 도가니
개인적으로 공지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의 소설이 쉽게 읽히고 흥미롭긴 한데...어느 오묘한 지점이 나랑 맞지 않는다...
책 한 권 사서 읽지도 않았으면서 그 작가 어떻네 이야기하기 좀 그렇지만 하여튼 내게는 약간 비호감인데
많은 이들에게는 사랑받는 작가이니까 뭐...그러니까 난 좀 그렇게 말해도 상관없겠지...
나름 종종 비판적인 목소리로 내보이는 그래도 괜찮은 작가인데 모르겠다...난....



하여튼 그녀의 소설 도가니는 연재한다는 걸 얼핏 듣기도 했고...난 장애학생 학교의 성폭행 사건인줄 몰랐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교회 안의 지저분한 것을 끄집어 낸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었다...물론 그 안에 성 문제도..
영화에서 교장이 장로님으로 나오긴 하는데..실제로도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척 했나?



별 관심이 없었다...그래서...공지영의 원작부터 관심이 없었기에...그러다가 장애 학교에 대한 이야기라고...
그리고 듀나가 소설로 다시 한 번 그 내용을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평을 썼기에 갑자기 관심이...



영화 보기 전에 나눈 대화들 중 기억나는 내용..
어쩌다가 이혁재 이야기가 나왔고 그가 아마도 지출이 많이 되는 술집(왜 지출이 많이 될지는 굳이 쓰지 않아도)
에 갈 때 부인에게 말하고 간다는 말...난 그게 너무 이상했다...이 이야기를 백지연이 진행하는 브런치에서 들었
나 그랬던 것 같다...그러자 누군가가 이외수 이야기를...이외수에게 부인이 술값 말고 다른 지출이 필요한 곳에
잘 다녀오라고 했다는 말...말도 안된다고 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사실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진짜인지 검증이 안된 거라서..내가 들은 것도 가물거리고 남이 들었다는 것도 좀...
차라리 둘다 잘못 들은 거면 좋겠구나...)



우리나라에서 인기 많은 대표 작가 공지영 이외수....를 나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외수가 이젠 더 요상해보임....
하여튼 이야기를 듣고 아무리 쿨해도 그렇지 심하지 않느냐고 하자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아무도 동조 안하고
그냥 물끄러미...그래서 소심하게 한 마디..내가 남자였다면 난 여자는 아주 좋아했겠지만 그런 술집에는 절대
갈 리 없다고...음...하여튼 남자 나름이라고 생각한다...여자를 좋아하는 것과 술집에서 노는 건 다르지...
남자니까 그런 게 아니라...남자들 중 그런 사람이 있는거겠지...라고 혼자 생각 마무리...



영화는 생각보다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더 비참한거겠지...끔찍한 내용임에도 이미 뉴스 따위에서 많이 보아온 것들이라서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는...하여튼 성폭행도 문제고 그게 어린 사람이 대상이 되면 더 심하고 게다가 교사라는 이름으로 제자에게
그래서 더 심하고 게다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라서 또 더 심하고 부모나 돌봐줄 어른이 없는 애들을 골라서 그런
게 더 심하지...심하다...뭐 누가 그런 일을 당하건 다 심한건데 하여튼 독한 상황은 맞다...



이미 그 교장은 암으로 죽었다고 하고...
다른 가해자들은 멀쩡하게 복직해서 일을 하기도 하고 오히려 아이들 편에 선 교사들만 징계를 받고....
너무 약하다는 생각...그리고 그럼에도 세상에 아주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는 게...그 이유가 뭘까 하다가 내린
결론은 ...그들이 장애 학생이라는 점...평범한 어린 아이가 성폭행을 당하고 그게 뉴스에 나온 경우 엄청나게 입에
오르내리고 학교 안의 몇몇 사건으로 급하게 학교마다 지킴이를 고용한 걸 보면 확실히 장애우에 대한 차별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심하게 표현하자면 우리가 멀쩡한 애가 맞으면 크게 분노하지만 강아지가 돌에 맞아 죽으면 누군가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데...장애 학생이 강아지와 같다는 게 아니라 일단 너는 같은 수준의 인간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게 아닌가 하는...



공유의 상황도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문제가 보여도 그걸 문제화시키려면 일단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 한다...왜냐하면 대부분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
조용히 있고 싶어 하기에...그냥 조용히 있으면 피해는 받지 않으니까...하지만 문제를 끄집어 내려면 일단은 내가
어느정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특히 어느 조직 안의 지저분한 것을 문제삼아야 하는 경우 더더욱 그렇고...
그게 직장인 경우 나와 가족의 안락한 삶을 포기해야만 하는...그래서 대부분 조용히....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5000만원을 내고 얻은 자리인데 눈앞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다른 사람들은 다 그냥 눈뜬
장님...알면서도 조용히...영화 속 캐릭터야 과감히 정의를 택하지만 그게 현실인 경우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
라는 생각...쓰레기 짓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의 권력..힘이 있어야 가능한거고 쓰레기 짓을 서로 공유(?)하며 또 자기
들끼리 똘똘 뭉쳐있는 그런 사회에서 돌을 던지는 게 쉽지 않은 거고...그야말로 그 계에서 매장당할 수도 있는거겠지
영화에서 공유를 포섭하려고 교수직까지 쉽게 제안하는 걸 보면 그런 틀 안에서 내몰아버리는 건 얼마나 쉬울까...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마음편하게 분노하지 못하겠고 슬픈데 눈물 흘리기가 민망했다...
내 주제에 뭘 그리 분노하고 슬퍼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당당하게 분노하려면...저 나쁜 인간들...이라고
분노하려면 최소한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할 때 용기있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난 그리 정의롭지도 못하고 복잡해지는 것도 싫고...내가 그런 끔찍한 상황에 뛰어들어 그렇게 약자의 편에서
애썼을까..조용히 혼자 빠져나오거나 별 반응도 없을 소소한 신고 따위 해놓고 난 할 거 다했어...라고 합리화하지는
않았을까...난 할 거 다했는데 경찰이 썩어빠진거고 어쩌고 하며 조용히 눌러놓고 내 살길을 찾았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사건의 끔찍함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그냥 다양한 경로에서 오는 죄책감이
느껴졌다...사실 나도 여러모로 약자라고 생각하지만 또 나보다 더 약자를 찾아보자면 수두룩...
그러나 뉴스나 어딘가에서 고통당하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살짝 지나치며 혀를 차고 끝나는게 보통...
내 수준이 그 모양인거다...자기 비하가 아니라 이게 사실인거고...나처럼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에도 나오는 그 활동가라는 일을 하게 되는거겠지...이런 단체에서 정유미처럼 활동가로 일하면 보수는
거의 생계유지비 정도라고 알고 있다...업무 스트레스도 클 거 같고...다만 보람도 아주 크겠지...



예전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활동가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정부기관에서 안정적으로 보수도 주고 그러지
라고 말했는데 상대방이 정부기관에 소속되는 순간 이미 자율성을 잃어버린다고 했다...음...맞는 말이다...
사실 이름이 정부고 나라인거지...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무슨 특별한 사람인 건 아니지 않나...
공무원 시험을 잘 본 것 뿐이지 그 사람의 양심 뭐 그런 건 판단이 불가능하니...공무원만 그런가?
학교 교사도 그렇고 판사도 검사도...특별한 인격적인 기준을 통과한 게 아니라 그냥 시험을 통과한 것...
살면서 더욱 강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공부 머리와 인격이 크게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물론 머리가 나쁘면 도덕성도 떨어진다고도 한다...너무 머리가 나빠서 남을 배려하는 계산이 잘 안되고 뭐 그런...
하지만 머리가 좋으면...계산이 되니까 나쁜 놈인 경우 더 지독하게 나쁜 놈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보면 차라리 생존만 가능한 정도의 보수를 주기에 진짜 활동가들이 일을 할 수 있는건지도...
안락한 삶을 보장한다면 무늬만 활동가가 활동가인척 하며 아무 역할을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지저분한 성직자들을 볼때면 옛날처럼 결혼도 못하고 재산도 갖지 못하고 수도원에서 살면서 오로지 신만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만 했다면 저런 성직자가 성직자인척도 못했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곤 했는데...
물론 이런 생각은 참 사악한 생각...활동가들이 제대로된 삶을 즐기지도 못한채 생존만 가능한 돈을 받고
그 스트레스 많이 받는 일에 뛰어들어서 살아가는 건 존경스러우면서도 슬픈 현실이지...방법이 없을까...



다시 영화 이야기로...
영화 속 공유의 어머니 캐릭터가 인상적...
왜 인상적이냐면 가장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자애학교 교사들도 보편적인 인간 이하의 모습이고 판사나 검사 변호사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유 어머니처럼 원래 세상이 그런거다...적당히 더럽고 눈감을 줄 알아야 성공하고
살아갈 수 있는거다...왜 네가 나서서 그러냐 남들처럼 그냥 못본척 안들리는척 해야지...
물론 나쁜 건 나쁘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일단은 남일이고 나와 가족부터...생각해야한다는...
나도 공유보다는 그의 엄마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내가 안그러면 되는거지 남의 잘못까지
가서 긁어 부스럼 만들고 사회에서 매장당할 위험을 감당하고 싶지 않고 복잡해지기 싫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면 씁쓸하겠지만...공유 어머니가 재판을 보고 나서는 그 아이들을 위해 빵과 우유를
사서 주고 떠난다...이와 같은 의미에서 난 이 영화가 상당히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남의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깊게 그 끔찍함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의미에서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도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공지영이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쓴다는 건
이미 알고 있고...그런 장점이 더욱 이런 소설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었을...하지만 도가니를 읽고 싶지는
않다...그래도 난 영화를 보고 나서 공지영이 조금 좋아짐...사실 이런 이야기를 취재해서 소설로 써내는
것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난 생각한다...



영화 마지막 즈음...
솜방망이 처벌과 말도 안되는 가해 교사의 복직...에 대한 글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우리나라가 고작 이런 나라였나...
그리고 항상 드는 생각인데...부패 중 가장 심각한 부패는 법조계의 부패...거기서 썩어가면 도대체 누가 해결해...
어디에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고요..
7-8년전 아주 보수적일거라고 생각한 누군가가 그것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근처의 법원 이야기를 하면서 저기에
제일 썩어빠진 것들이 있다고 심하게 비판인지 비난인지를 한 기억이 난다...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분의 다소
위험해보이는 발언이 가끔 생각난다...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하지만 법조계는 부분적으로라도 그러면 안된다
고 생각...



영화에서 나온 법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만 13세 이상의 성폭행인 경우 부모 합의로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말...
오히려 만 13세 이상이면 아이가 컸으니까 아이의 의견을 더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 생각에 미성년자 성폭행은 나이 상관없이 무조건 처벌을 하는 게 옳은 것 같은데...합의 따위는 없이...
그리고 공소시효? 그런 건 이런 악질 범죄에는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또 이런 일에 명백하게 휘말린 일이 있는 사람을 재고용하지 못하도록 해야할 것 같다...최소한 교직에는...
경찰직에도...또...하긴 그런 사람을 고용해도 괜찮은 곳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돌봐줄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금치산자이거나 하여튼 그런 상황인 경우 그걸 대신할만한 믿을만한
누군가를 연계시켜줘야 할 것 같다...사회복지사라던가...





이래저래 잡다한 생각이 떠오르게 만드는...
나에게 이 영화는 상당히 불편한 영화였던 것 같다...
쉽게 접하기에는 영화가 낫겠지만 골똘하게 생각하려면 차라리 소설이 좋을 것 같기도...






이런 어른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공유가 도가니를 영화화 하자고 했다던데...이런 건 알려야 한다고...
공유는 왠지 가벼워보여서 그냥 그랬는데 이 영화에서는 참 뭔가 훈훈한~~


그러나 아직도 영화보기 전 공유 팬에게서 나온 정보가 애매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공유가 존경하는 사람으로 아버지와 또 누군가와 박정희를 언급했다고...
공유에게 박정희 관련 소설을 써서 선물해 주실 분 없나요?
(물론 나에게도...나도 박정희 잘 모릅니다...근현대사를 자세히 배운 기억이 없다....ㅡㅡ;;)




영화를 보면서 중간 중간 울컥 하긴 했으나 눈물은 흘리지 않았는데 마지막 부분에 공유가 죽은 아이 사진을 들고
말하다가 물대포 맞고 곤봉으로 맞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주룩주룩...눈물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간단히 억울하다가 아니라...그냥 나는 저렇게 살 지 못했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고...그래서 눈물이 나면서 동시에 눈물을 흘리는 스스로가 역겹게도 느껴졌다...ㅎㅎ



또 생각나는 대사 하나...
누가 했더라...공유에게 정유미가 쓴 편지에 나온 이야기...?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세상에 의해 내가 변하지 않으려는 거라고...
골똘해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