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

생각의 좌표 - 홍세화

by librovely 2010. 10.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각의 좌표                                                                                    홍세화            2009         한겨레출판




생각의 좌표를 인상깊게 읽었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은 이후로 궁금했다
홍세화의 책이라기에 대략 감은 왔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제목은 왠지 이어령스러운(?) 느낌...
이어령 책은 재밌게 읽었었지만 난 뭔가 이어령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는 별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
왜일까? 아빠에게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도 있고 그거야 진실여부 파악도 안 되고 별일도 아니니 쓰지 말기로 하고
왜 호감이 안 가는 것인지 잠시 검색을 해보니 소속이 중앙일보 고문으로 되어 있었다...음 그럴만한 느낌을 받은
일이 있었나보다...로 마무리....중앙일보 고문이라니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



홍세화의 책은 부산 헌책방에서 두 권 사다가 꽂아 놓았는데 앞부분만 재밌게 읽다가 중단한 이후로 뽑아 읽은
일이 없다...잡은 고기들에는 급할 필요가 없는 법....그러나 이 책은 빌린 책이니까 급하다...그래서 순식간에 읽
었다...대출중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 말고도 책이 워낙 쉽고 명쾌해서 그리고 200페이지  조금 넘는 짧은
책이고 줄간격도 넓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책 표지에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그렇다....시종일관 그런 말만 들려준다..네가 하는 생각은 네 생각이 아니야 잘 생각해봐...왜 너 스스로에게 해가
되는 생각을 자기 생각인양 하고 있는지...라는 것에 대해 쉽고 깔끔하고 논리정연하게 들려준다....



뒷부분에 가서는 약간 감성적인 이야기도 들려주는데...난 잘 모른다 홍세화가 어떤 삶을 살아온건지...
다만 한국에서 추방(?)되어서 프랑스에서 택시기사를 하며 먹고 살았다는 것과 지금은 한겨레 신문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뿐...어쨌든 그는 평온한 삶을 살지 못했고 그런 일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마음이 여린 것이 아니
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다 그런 게 아닐까...내가 좋아하는 진중권도 바른 말만 해대고 그러다가 이리저리
치이고 그런 일을 당하기에는 진중권도 너무 마음이 여리다는 생각...마음이 그렇게 여리니까 바보같이 편하게
못살고 그렇게 치이며 살게 되는 건 아닌지... 홍세화도 경기고-서울대 출신이다....한평생 편안하게 존경받으며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는데....



왜 조건 따지기를 하느냐....그런 게 아니라....
내가 만약 지금 서울대 출신이고 가진 자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조건이라면 과연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할까 하는
그런 말이다.... 지금의 내가 다같이 잘 사는 나라가 되도록 만들자는 생각을 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내 위치가
하류층이니까....하지만 내가 상류층에 쏙 들어갈 수 있었다면 다른 생각을 하며 사는 게 쉽지 않겠는가...
특히 학벌 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홍세화는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아마도 개인적인 행복을 많이 놓쳤을 것 같다....아니 어쩌면 그렇게 살더라도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사는 게 그에게는 행복일지도 모르지만 하여튼...그랬는데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꼴은
여전히 우습게 돌아가고 그러니 더 이상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런 책을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아마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쓴 책 같다...물론 나같은 정신연령이 젊은이에게도 적당한 책이긴 하다
그들의 생각이 굳기 전에 빨리 알려줘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글들....같은 말을 뻔질나게(?)
반복적으로 들려주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해가 가고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중고등학생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이런 책을 소개해 주는 교사를 만난 중고딩들은
축복받은 존재들...하여튼 전국의 중고딩들이 진심으로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그래야만 내 중년과
노년이 좀 더 편해질 것 같으니까....이 책 열심히 읽고 대다수가 본인의 처지를 깨닫고 생각의 좌표를 제대로
찾는다면 나는 노년에 집걱정 의료비 걱정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이건 좀 구차해 보이니 여기에 고차원적인
걱정 하나 더 추가... 환경파괴 걱정도 없이~ 자 빨리 읽고 나에게 복지국가를 만들어 주렴 우리나라 젊은이들~



60살이 넘은 나이의 사람이 쓴 글이지만 글은 정말 젊은 사람의 글처럼 느껴진다....
이유가 뭘까....




교과서 문장처럼 깔끔하고 논리적이며 명쾌한 문체도 마음에 쏙 들고
쉽게 읽히는 내용도 마음에 들고
홍세화의 인간다운 마음이 느껴져서 더 좋았던 책이다....
사서 읽기를....나야 빌려 읽은 속물이지만...
청소년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고 성인이 읽어봐도 아주 좋을 책이다
(이미 이런 류의 책을 많이 읽었다면 대부분 생각해 본 내용일지도 모르지만..그런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을 듯...)
















18세기 프랑스 교육철학자 콩도르세는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과 믿는 사람으로 나누었다



지배세력의 기획에 의한 일방적인 세뇌와 주입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성찰을 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와
토론 직접적인 견문이 꼭 필요하다

1)폭넓은 독서
2)열린 자세와 토론
3)직접 견문
4)성찰



책을 남긴 사람의 생각을 주체적으로 참조하는 것
위의 네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독서다
사람은 그때까지 읽은 책이다 라는 말이 있다



세상 사람들 중 책을 읽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소수다
문제는 과거에는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책을 읽지 않아도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사람은 대개 낙태에 반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난 사형제도 반대 낙태도 반대인데...낙태...문제는 어디부터가 인간인가의 문제 같은데....어디부터 인간인가요?)



유럽의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노동의 가치다


학생들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지 마시라
이유는 간단하다
옳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젊은이들 대부분은 물질적 이해관계에서는 영리한 편이지만 인간과 사회, 사물과 현상에 대해서는
거의 무뇌아 수준이다
서열화된 대학의 요구에 따라 인문사회과학을 반학문으로 만든 결과다


사람은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뜨는 만큼 자아의 세계가 확장된다


무상교육제도는 서민들의 처지를 개선해주는 제도인데도 그 제도에 이끌리기는 커녕 거부하도록 하는 것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유럽 나라들이 대학교육을 무상 또는 준 무상으로 한 때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 이전이었음
(근데 사실 이건 약간...왜냐면 우리나라는 유럽 나라들에 비해 교육열이 심하게 높아서 대부분 대학교육을 받으
려고 하니까 그런 나라들 보다는 무상 대학교육 제도를 도입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지금 한국사회에 대해 비판적 의식과 안목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 의식과 안목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학교 교육을 통해서인가? 어림없는 일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어떤 특별한 계기로 해서 그때까지 갖고 있었던 제도교육을 통해 형성되고 미디어를 통해 확인하던 의식을
스스로 반전시킴으로써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 계기는 대개 선배나 책을 통해 이루어진다
남들보다 일찍 십대에 그런 계기가 있었다면 거의 틀림없이 전교조 교사를  잘못 만나 불온한 책을 소개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에서처럼 앉아서 일해도 될텐데 왜 우리 노동자들은 서서 일해야 할까?
서서 일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 어머니 노동자들은 자신을 비하하여 찍순이라고 부른다
때로는 6시간 동안 화장실도 못 가고 서서 바코드를 찍어야 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일해 받는 월급이 80여만원
(서서 일하는 문제 말고도...지나치게 빠른 배송이 가능한 택배와 기타 등등의 서비스 산업도 문제가 있긴
한 거 같다....빠른만큼 누군가는 밤낮을 바꿔 미친듯이 일을 해야하는 것이고...차라리 이젠 외국의 느린
서비스 제도가 더 인간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한나라당과 정부는 상위 2퍼센트 부유층이 내는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하고 소득세 재산세 등 직접세를 내리고
부유층의 대물림 구조를 위한 국제중을 설립한다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학 등록금 반값 공약을 기억하는 대학생과 학부모는 얼마나 될까?


톨레랑스의 척도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성찰이성이 얼마나 성숙한가에 달려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삼성 제품을 구매하나요?
(사실 요즘은 삼성 광고 찍는 연예인도 좀 다르게 보이긴 한다....)



마르크스는 자유 언론의 일차적 조건은 산업이 아니어야 한다는 데 있다고 했다



나눔 캠페인은 한국사회에서 찾기 어려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도 연관된다
아무리 나눔을 강조하지만 분배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나눔을 요구하는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는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
나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제도에 없는 사회적 연대에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가끔 TV에서 가난하거나 희귀병 환자 혹은 독거노인을 보여주면서 성금 모금 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약간
짜증이 났다...이유는 그런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세금 걷어서 해결하면 될 일을 그냥 방치하고 마음 여린 사람
에게 떠넘기는 듯한 생각이 좀 들었기에...물론 난 마음이 여리지 않다..그러니 나같은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문제는 개인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유발해서 보여주기 식의 해결을 할 일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제도를 만들
어서 해결해야....)




교육 자본을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엘리트층에게서는 특권의식만 발견될 뿐 사회에 되돌려 준다
는 식의 사회적 책무 의식이나 사회환원 의식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당연한거구나...사교육비를 심하게 지출하여 오른 자리니 이익도 다 사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조선일보가 남들은 다 내리는데 우리만 올리나 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국민 부담률 50%에서 내리는 것과 우리가 25%에서 조금 올리는 것을 두고 쓴 사설이다
물론 50, 25라는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화사한 낯빛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은 삶들이 실현 가능한 것임을 증명하고 말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