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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Woman Is The Future Of Man 2004 한국

by librovely 2010.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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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 영화 제목을 개봉 당시 들어보긴 했고 뭐 제목이 그 따위야 라며 별 생각 없이 흘려버린 기억이...



내 방의 TV는 극장전을 본 후 파워버튼을 누른 이후로 더 이상 켜지지 않았다
고장이 난 것...아무리 리모컨을 눌러도 파워 버튼을 눌러도 무반응
그러나 바로 고치지 않았다
이 김에 TV를 끊어볼까...책을 더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TV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내 방에 수리 기사 아저씨가 들어와야 한다는 것...그게 그냥 신경도 쓰이고 귀찮았다
그래서 안 고치고 지내다가 씨네프라는 여자를 위한 영화채널이 생긴 것을 보고는 바로 수리 신청을...



나이가 든 아저씨를 수리 기사님으로 선택하려 했으나 이미 4분의 나이가 많은 분들은 예약이 완료...
두 명의 아저씨가 남았는데 그 중 덜 잘생긴 사람으로 골랐다...그리고 그 분이 방문했고 뭐 하나를 갈았다
설명은 해주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는 없고...하여튼 수리중인 기사님을 바라보며 이젠 수리기사 아저씨도
나보다는 어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후반에 들어섰을 때 군인 아저씨가 더 이상 내 눈에는 아저씨가 아니라 귀엽고 뽀송뽀송한 젊은이로 보여서
신기했는데 이젠 거기에서 더 업그레이드 되어서 택배 아저씨나 수리기사 아저씨들도 나보다 어리고....
나는 일반 사람들 눈에 얼마나 아줌마로 보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직장에서 20대 중반의 신입들만
봐도 아 정말 어리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나도 나이를 먹긴 먹은 모양이다...그렇다고 뭐 슬프고 우울하다고
쓸까 했지만 그건 솔직한 마음이 아니고 솔직히...그냥 이 나이까지 살아온 내가 약간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 앞으로 계속 살아가고 늙어가고 주변인의 죽음과 결국 나의 죽음까지 견뎌야 할 때가 오리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난 좀 심한 것 같다...죽는다는 생각을 정말 항상 하고 있는 게 아닌가...그렇다고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것도 아니고...그냥 단순히 나는 언젠간 죽는다는 생각만 머리 속의 어느 구석에서 하고 있으니 이게 뭘까....



또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구나...
하여튼 수리는 끝이 났고 3만 2000원이 수리비인데 인터넷 예약을 해서 2000원은 할인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엄마가 주신 음료를 원샷~하는 모습을 보니 더운 데 고생이라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의심 많은 나는 원래 30000원인데 3만2000원을 부르고 2000원 할인되었다고 하는 것 같다는 나쁜 생각을 잠시...
물론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금액이 묘해서 그렇게 생각해봤고 문득 십여 년 전의 알바 때 생각이 난다



그 당시 어떤 사무실에서 소일거리를 해주는 일을 잠시 했는데 신도리코 서비스 센터 직원이 와서 복사기를
고치고 돈을 받아갔다 그리고 나서 신도리코 회사에서 전화가 왔고 나에게 어떤 기사에게 무슨 서비스를 받고
얼마를 지불했는지 물었고 난 사실대로 종알종알 알려드렸다...그렇게 말을 다 하고 나서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쪽에서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왔길래...그리고 얼마 후 그 신도리코 직원이 다시 사무실을 방문
그는 직장에서 해고당했다고 했다...자신이 수리 후 그 내역을 보고하지 않았고 그게 나의 전화통화로 들통이 나서
그렇게 되었다고 나에게 설명을 했고 난 잠시 서늘함을 느꼈다...그러나 그는 경쾌하게 그렇게 해서 아예 자신이
복사기 수리를 하는 독립적인 서비스를 시작하였다며 새로 만든 명함을 주고 갔다....기분이 묘했다...내가 나쁜
짓을 한 기분이...  요즘이야 수리 후 본사에서 애프터 서비스 내용과 비용을 재확인하는 문자도 보내주고 그러니
그런 일은 없을테지만...솔직히 보고를 안하고 중간에서 서비스 비용을 가로 챈 그 직원의 도덕성도 문제지만
그가 과연 충분한 월급을 받고 있었는지도 궁금....그랬다면 그렇게 해고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그랬을까?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듯이 허탈하게 웃으며 혼자 일을 시작했다고 명함 주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점점 더 엉뚱한 소리...
이 영화는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봤다...씨네프는 아니었던 것 같고...스크린이던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항상 그렇듯이 19금이고 다른 영화와 비슷한 정도의 19금 장면이 등장하는데 사실 이 영화
가 19금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런 별거 아닌 장면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리얼~한 남자 심리 묘사 때문이 아닌지
난 정말이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남자 심리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ㅎㅎ




성현아와 김태우 그리고 또 한명은 신인인가 연극배우 출신인가 했는데...
솔직히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난 확신이 없었다 유지태 닮았다 유지태인가? 아닌가? 맞나? 에이 아니지...
그러다가 나중에 누군가와 대화하다가 유지태임을 깨달았다  난 이 영화 진짜 재밌지 않느냐고 물었고
여자였던 이 영화를 본 누군가는 정말 이상하고 별로 재미도 없는 영화라고 했다...
난 참 흥미진진하게 봤는데...




첫 장면에서 김태우는 유지태를 찾아간다 집까지 택시타고...그러나 유지태는 부인이 싫어한다며 근처로 이동
하자고 하더니 마당은 밟아보라고 한다...눈에 내린 마당을 밟아보라며 선물이라고...아 구차하다.....
부인 눈치 보느라 집 앞까지 온 외국에서 온 오랫만에 만난 친구를 되돌려보내다니...쯧
그렇게 둘은 근처 중국집으로 가고 거기에서 대화를 나눈다...유지태가 자리를 비웠을 때 김태우는 중국집에서
일하는 마른 여자에게 영화 찍어볼 생각 없냐며 접선을 시작...그리고 나중에 유지태가 혼자 있을 때 유지태는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데 모델 그것도 누드 모델할 생각이 없냐며 접선 시작...그렇군...둘은 여자 보는 눈이 같아...




둘은 대화를 나누다가 성현아를 떠올린다...극중 이름이 내 이름이라서 영화를 보면서 자꾸 웃게 되었다...
하여튼 성현아가 지금 뭐하냐고 하자 유지태는 모른다고 하고 김태우는 궁금하다고 하고 그러자 유지태는
유흥업소 관련 일을 한다고 말하고 부천 어디인지 안다는 티를 낸다...



성현아는 김태우의 여자친구였다  그 당시 성현아를 좋아하고 따라다니던 또 다른 남자 하나...그가 그녀를
기다리다가 군대에서 휴가? 제대? 하여튼 나왔다며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택시에 타자고 하고 성현아는 친구가
기다린다고 하고 남자는 급기야 화를 내고 성현아는 못이겨서 택시에 탄다 그리고 다음 날 김태우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말한다...여관에서...나도 여자이지만 이해가 안가는 성현아의 태도...애초에 택시를 타지 말지
그리고 택시에서 내린 후 여관에 들어가지 말지...대낮이었고 흉기 따위로 협박을 받은 것도 아닐텐데....
하여튼 남자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여자도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 화가난 김태우...난 그가 그 남자를 찾아가 어떻게 하겠거니 했는데 그의 해결책은 참...
뭐 저런....이라는 반응을 유발...지극히 홍상수스러운 스토리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우는 유학을 가게 되고 말 없이 도망치듯 가려고 했는데 유지태가 보란듯이 성현아를 데리고 공항에 오고
김태우는 떠난다 그 후 유지태는 성현아에게 슬슬 접근 성현아도 과거의 그녀가 아니다...유지태의 집에 찾아
가면서 아무도 없어야 하는데 라고 뇌까리는 모습이... 성현아는 원래 표정이 좀 멍한 느낌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 그런 그녀의 뚱하면서 약간 멍한 표정이 캐릭터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하여튼 둘은 사귀고 그런데 잘 되지는 않은 모양...유지태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으니...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김태우는 유지태에게 그녀를 찾아가보자고 하고 유지태는 곤란하다는 반응
그러나 김태우는 화를 내면서까지 강하게 찾아가보자고...김태우는 결혼도 안 한 그런 상태인듯...
그래서 둘은 택시타고 부천으로 간다...도착하자 김태우는 유지태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혼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는 같이 오자고 할 때는 언제이고 이젠 너 안 바쁘냐...너 돌아가야하지 않느냐...며 압박을 한다...
속이 훤히 보이는 치사한 김태우...혼자 오려고 할 때는 찾기도 그렇고 용기가 안났었나? 그러다가 와보니 그녀가
여전히 미모를 발산하며 건재한 모양? 그러니 이젠 유지태는 불필요하고 그를 보내야만 한다는 급박함....
그러나 유지태 또한 만만치 않다 아니 괜찮아 하며 능청스럽게 들러붙는다...



그렇게 둘은 그녀를 기다리고 아마 그 때 그녀와 자신이 사귀었음을 김태우에게 말했나 그랬던듯...
그리고 셋은 성현아의 집으로 간다 거기에서 술을 먹고 김태우는 방으로 들어가서 자고 유지태는 거실에서 자다가
다른 방으로 이동해서 자고 성현아는 여기 있다가 저기로 옮긴다...많이 엽기적인 설정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날 셋은 산책을 나가고 제자를 만난 유지태는 운동장에 있다가 제자들과 이동하고 둘 만 남게되었는데
성현아가 김태우에게 넌 뭐가 그렇게 쉽니 라고 하자 김태우는 화를 내면서 하나도 안 쉽다 안 가볍다 뭐 그랬나
그러면서 남기고 간 대사가 참 인상적...듣고 웃음이 터졌다...나 하나도 안 쉽거든 이었나? 하여튼...그러면서
이어지는 말...나 어제 한숨도 안잤어  성현아가 왔다갔다 한 것을 다 알고 있었다는 의미...




이렇게 김태우 스토리는 끝이 나고 이젠 유지태 스토리....
유지태는 교수님...미술 분야였나?  그가 운동장에서 잠시 상상한 장면은 제자들과 어울리고 한 마디만 해도
제자들이 막 인정해주고 웃어주고...목도리도 둘러주고...그러나 다시 현실...제자들은 그리 그와 어울리려 들지
않고 과대표인지 하는 아이만 어색하게 챙기려고 애를 쓴다...그리고 술자리를 갖고 그 자리에서 유지태는
교수 신분에 맞지 않는 농담을 해대기 시작하고 한 학생이 교수님은 저질이라고 하고 그러자 유지태는 그 학생을
공격....호통치고 분위기는 싸해지고...그렇게 술자리는 끝이 나고 걸어가는 유지태를 한 여학생이 따라가고
더러운 모텔방 기억밖에 없다는 말을 했던 그 여학생과 유지태는 정말 더러워보이는 여관에 들어가고 둘을
따라간 그 태클걸던 남학생이 자신이 뒤를 밟았음을 티를 내고 도망간다...그 후로 유지태는 그녀를 학교에서
만나서 별 일 없느냐며 심기가 불편함을 보이고 여학생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자신의 입장이 있으니 그가
소문내지는 못할거라고...



사회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누구나 저런 사람들은 좀 다를거야 뭐 그런 느낌을 주는 직종인...
영화 감독 그리고 미술과 교수님....그런 사람이 주인공인 것이 더 강한 충격을 주는 것 같다...
그렇지...그들도 같은 인간일 뿐이지... 홍상수는 항상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지만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
직업은 다 그와 통하는 느낌이...그는 영화 감독이고 미술 전공도 했었고 교수도 했고 유학도 갔었고....
물론 영화 속 이야기가 다 그의 경험은 아닐거다...본인이 그 직종이니 그 직종의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는 게
스토리 쓰기가 편한 것도 있었을테고...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느 정도가 과장이 아닌건지...솔직히 파악이 잘 안되지만...그렇지만 남자의 구차한 심리
혹은 인간의 구차한 마음 씀씀이가 보여서 그래서 난 홍상수의 영화를 재밌게 보는 것 같다...
보면서 쯧쯧 으이구...라는 한탄이 나오다가 비웃다가 하면서도 간간히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구체적인 행동이나 말은 다르지만 그냥 그런것들의 기본 바탕이 되는 인간의 찌질하고 구차한 본성(?)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방법이나 주제는 비슷하지만 영화마다 나름의 개성은 또 강해서 참 좋다...
그의 모든 영화가 궁금하다
곧 개봉할 옥희의 영화도 궁금






아무리 생각해도 살 찐 유지태는 충격적....
역시 남자든 여자든 살은 치명적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