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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동정 없는 세상 - 박현욱

by librovely 2012. 2. 22.




동정 없는 세상                                                             박현욱                          2001          문학동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음...정말 냉정하지...동정 따위는 통하지 않지...
그래서 이 책이 그런 책이라고 생각하고 빌렸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보자마자 아닌걸 알았고 읽어보니 정말 아니었다


소설에 별 흥미를 못 느끼고 특히 한국 그것도 남자가 쓴 소설을 더욱 난해하게 느끼는 것 같은데...
물론 작가마다 천차만별이기에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도 이상한 소리지만 하여튼 난 좀 그런 편인데...
이 책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얇기도 해서 부담도 없고...읽어보니 정말 재미있다...역시 부담도 없었고...
문학동네 작가상 당선작이라고 한다...그런 상을 받았어도 괜히 무게를 느끼게 만드는 그런 책은 아니다..
그래서 좋았다


어쩌면 너무 가벼워서 탈이지만...이런 내용의 소설이 여태 안 쓰여졌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좀 뻔한 면도 사실 있는데...어쨌든 상을 탄거면 일단 이 책에서 처음 다룬
것일테니까 뭐...스토리도 캐릭터도 다소 충분히 예상 가능한 그런 면은 있는데 그래도 그런 상황과 캐릭터
를 이용하여 잘도 썼다... 가볍지만 이게 뭐야...하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잘 쓰긴 잘 씀...


그러니까 재미있게 읽었고 당선작에 대한 소개글에서 누군가가 언급했듯 아..고 박완서 작가님이 언급했듯
야하면서도 건전하고 불순하면서도 순수한 젊은 호흡이 느껴지는 딱 그런 소설...
참 정확히 짚어주신 박완서님...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여자들은 보통 이런 고민을 하기 보다는 그 반대의 고민을 하는데 남자들은 오히려 이걸 놓고 이렇게 고민하고
열등감에 휩싸이다니...그게 참 이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길래 똑같은 것을
두고도 정반대의 고민을 하고 앉아 있는가 하는...그리고 그 둘이 정반대의 방향을 꿈꾸기에 마찰이 일어나곤
하는 것이고...뭐가 맞는 것일까? 문화라는 것이 끼어들지 않은 자연상태의 그러니까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건
아마 남자의 상황이 아닐까?  아닌가...


뭐 뻔한 이야기입니다..라고 말은 했지만 난 그래도 좀 아쉽다...
어떤 게 그러했냐면...
주인공의 서울대 나온 삼촌이 혼자 놀면서 책만 읽어대다가 어느 날 만화방을 차린다는 설정...
주인공은 적당한 아이인데 그의 여자친구는 책을 많이 읽으며 공부도 잘하고 얼굴만은 적당한 설정...
이 두 가지가 너무 식상해서...으으음....식상하려면 차라리 흔해빠진 설정이면 끄덕끄덕 하겠는데...
저건 식상하면서도  흔하지는 않은 상황이라서 더 싫었음... ㅡㅡ;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막 성인이 되려는 남자아이의 눈앞에 놓인 고민을 넘어서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살짝이라도
고민하게 만드는 뭐 그런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물론 답도 주지 않았고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다더라..
는 엔딩도 제시하지 않지만 그냥 그애도 이런 고민을 시작하였다...는 것만 흘려주는 것도 괜찮은듯...


십대 막바지의...이십대로 넘어가려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아이의 육체적인 고민이 정신적인 고민으로까지
넘어가는 뭐랄까...아 성장소설...이건 그런 성장소설인 것 같다..
이렇게 가볍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에도 상을 주는 게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생각도 들었음...


저자 박현욱은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소설로도 유명...안 읽어봤는데 내용이 뭐라더라...
한 여자가 여러 남자를 좋아하며 살겠다는 내용이었나? 잘 모르지만 아마 그런 것으로 들었던 듯...
남자들은 아주 어이없어할 내용이라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어디서 본건지 들은건지....
그 소설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영화는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음...


이 책에 등장한 여인 두 명
그러니까 서영과 주인공의 엄마...
주인공은 그의 엄마를 숙경씨라고 부른다..
생각해보니 이 소설 첫 부분이 상당히 코믹하다...(그렇지...소설 참 잘 쓴거지...어쩜 그렇게 귀엽게...)
담배와 명호씨 그리고 숙경씨...ㅡㅡ;;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이 책에 등장하는 두 여성 캐릭터는 흔한 여자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게 느껴질듯
숙경씨는 너무 쿨하다...아들이 대학에 가든 말든 어떻게 살든...자유롭게...이건 좀 비현실적이긴 함...
그리고 서영...모르겠다...아마도 내가 알기로는 서영과 같은 성격의 여자가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보통 남자들이 생각하는 그런 귀엽고 애교 많고 여성스러운 그런 여자는 비현실적인 것이고(가식??)
내가 알기로는 서영이와 같은 캐릭터가 오히려 많을듯...여자라고 다 감성적이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건 아닌..
앞에서 서영이가 흔하지 않다는 설정 어쩌고 한 건 서영이처럼 생각많고 주관이 있는 공부 잘하는 여자가
별 생각없이 살면서 외모만 어느 정도 반듯한 주인공같은 남자에게 흥미를 느껴 사귀는 일은 별로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의미였고... 모르겠다...



하여튼...재미있게 읽었고 살짝 생각거리도 던져주었고...괜찮은 소설이었다







후회하는 일들이 대개 저지를 때에는 달콤한 법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잘 잡는다고 했던가 이 말은 새에 관해서만 부분적으로 맞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고작해야 먹이가 되려고 일찍 일어난 것이란 말인가
문제는 새로 태어나는가 혹은 벌레로 태어나는가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사자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존 에프 케네디가 동정을 뗀 것은 17세 때 였다
알렉상드르 뒤마도 나이 17세에 여자를 알았다
스탕달도 17세에 밀라노의 사창가에서 .... 나중에 매독으로 죽었다
베를렌느는 17세의 나이에 이미 한 매춘부의 정기적인 단골이었다
모파상은 16세에 여자를 알았다
근엄한 도덕 선생님 같은 톨스토이도 16세에 사창가에 갔다
무솔리니 역시 16세에 사창가에서 여자를 알았다
릴케는 좀더 고수였다 그는 그 나이에 육 년 연상의 여선생과 애정행각을 벌이다가 같이 도피하기도 했다
화가 모딜리아니는 조금 더 빨랐다 그는 15세에 집에서 일하는 하녀를 건드렸다
(이 이야기의 소제목은 '그들은 이미')


바슐라르인지 누구인지가 천국은 책으로 가득 매워져 있는 도서관 같은 곳이라고 얘기했다며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도 참 많다 천국이 그런 곳이라면 지옥은?
책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런 곳일까


넌 어쩌면 모든 얘기를 그 쪽으로만 몰고가니? 정말 넌 깔때기 이론의 전형이구나
-깔때기 이론?
무슨 얘기를 해도 결국에는 하나로 귀결되는 거 말이야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은 모든 것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하고 비슷해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쓸데없는 일인데 그런 쓸데없는 공부가 인문학이고 그런 걸 공부하는 데가
대학이야


스무 살이 되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며
여자친구와 **를 한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무 살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는 것이 두렵다
찾아보았자 아무 것도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스물이 되는 그 자체가 두렵다 스물이 되어봤자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그냥 이대로 언제까지나 열아홉일 수는 없을까


진정 고독한 이는 독서와 사색을 즐기는 법이다
책은 고독한 이의 벗이다 그리고 심심한 것보다는 고독한 것이 근사해 보인다
그리하여 나는 고독해지기로 했다
명호씨(삼촌)의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빼내어 읽어보았다
다 읽은 후에는 그 옆의 책을 빼내어 읽었다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주옥같은 세계명작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독서에 빠져들었다
....
야한 대목이 얼마나 더 많이 나올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아들과 연인>을 끝까지 읽은 후 나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세상에 그 두꺼운 책에 야한 대목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다니


놀고있네
같은 대답이 나오려니 생각했는데 의외의 대답이었다 살다보니 이런 날이 다
(놀고있네...라는 말...뭔가 생각나게 만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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